우리는 모두 한 편의 시로부터 (마흔한 명의 시인이 들려주는 내 인생의 시)

우리는 모두 한 편의 시로부터 (마흔한 명의 시인이 들려주는 내 인생의 시)

$18.00
Description
내가 처음 사랑한 시, 내 영혼을 뒤흔든 시
삶의 어느 캄캄한 시절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시
★ 김사인ㆍ안도현 시인 추천
마흔한 명의 시인이 고백하는 문학적 원체험의 순간
“어떤 글을 읽고 온몸이 서늘해져 그 무엇으로도 녹일 수 없을 때, 마치 정수리가 쪼개져 날아가 버린 듯한 충격을 느낄 때, 나는 그것이 시임을 압니다.” _에밀리 디킨슨
때로 섬광처럼, 폭풍처럼 영혼을 통과하는 시가 있다. 그 시를 읽기 전과 후의 우리는 더는 같은 사람일 수 없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날 이후 평생 시를 쓰는 사람이 된다. 이 책은 김기택, 김언, 박연준, 신미나, 이영광, 조용미, 함민복 등 독보적인 시 세계를 가꿔온 41명의 시인이 자신의 삶을 뒤흔든 한 편의 시를 고백하는 산문집이다. 시인들은 이상, 김수영, 이성복, 최승자, 기형도, 에밀리 디킨슨,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 선배 시인들과 나눈 교감을 통해, 한 편의 시가 어떻게 한 인간을 시인으로 살게 했는지 증언한다. 그 문학적 원체험의 기록은, 인간을 어루만지고 세계를 다르게 인식하게 하는 시의 힘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유의 지도이기도 하다.

모든 시인은 한 사람의 독자였다
‘당신에게 결정적 영향을 끼친 시가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처음부터 홀로 시인이었다고 말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시인은 먼저 열렬한 한 사람의 독자였다. 이상의 「꽃나무」 앞에서 전율하며 자아의 분열과 시적 가능성을 감지한 조용미 시인, 김종삼의 「북치는 소년」에서 ‘내용 없는 아름다움’과 낮은 목소리가 지닌 거대한 울림을 배운 김기택 시인, 김수영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읽으며 옹졸한 소시민성을 성찰한 김용락 시인…. 이들은 시의 한 구절에 기대어 고독과 상실을 견디고,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삶의 의지를 길어 올린 과정을 일기처럼, 때로는 절절한 연애편지처럼 고백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작품 해설이 아니라, “한 편의 시와 한 인간의 영혼 사이에서 일어난 비밀스러운 만남의 기록”이다.

소란한 시대, 잃어버린 침묵과 슬픔을 붙드는 일
문학적 뿌리를 찾아가는 시인들의 여정은 ‘시는 왜 필요한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가닿는다. 엮은이 이종민 교수는 시인을 ‘시대의 의사’에 비유한다.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진단하되 섣부른 처방을 앞세우지 않고, 강요가 아닌 공감으로 독자가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세상이 효율과 속도, 소비의 논리에 잠식될 때 시인은 “인간이 잃어버린 침묵을 기억하고, 아무도 듣지 않는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시가 삶의 가장 절박한 순간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시골 마루나 교실, 병원, 술집, 헌책방 같은 삶의 공간에서 시가 어떻게 한 사람의 운명을 건드렸는지, 시가 왜 지금도 유효한지를 구체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어둠 속에서 삶을 일으켜 세운 문장들

그중에서도 영혼의 가장 깊은 안쪽을 정직하게 드러낸 글들이 있다. 신미나 시인은 마음이 고단했던 고등학교 시절 신동엽 생가에서 몰래 가져온 책 한 권을 오랫동안 품고 살아온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신동엽의 「세모 이야기」는 그에게 “밀려나더라도 함부로 고개 숙이지 않는 꼿꼿한 결기”와 “마루를 골고루 데우던 햇빛”을 건네주었고, 부끄러움을 삶을 버티는 힘으로 바꾸어 놓았다. 송진권 시인은 가난한 골목 셋방에서 최정례의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을 읽으며 시에 대한 열망이 들끓던 순간, 죽음과 상실의 정서에 자신을 포개던 순간을 회고한다. 마침 어머니를 여읜 무렵, 그는 누군가의 무덤에 함께 넣을 부장품 같은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첫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지연 시인은 불안으로 뒤척이던 스물여섯의 봄, 기형도의 「비가 2-붉은 달」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상실의 계절에도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라고 읊조리던 기형도의 목소리는, “사소하고도 위대한 슬픔”을 견뎌 내게 한 생의 버팀목이었다. 이동욱 시인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정교한 픽션으로 재구성한다. 스페인 국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벤야민과 모스크바에서 죽은 연인 스테핀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라는 말 앞에서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는 부끄러움이야말로 나약한 인간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실존적 동력임을 보여 준다.

가장 오래되고 아주 희귀한 문학의 쓸모
시가 쓰이지 않거나 시의 존재 이유를 회의할 때, 앞선 시인들의 세계는 이정표가 된다. 박연준 시인은 박용래의 「장대비」를 떠올리며, 언어를 아껴 정수만을 남기는 시인의 결기와 만났던 감동을 전한다. 그는 “가난한 아름다움”에 눈을 맞추고 언어를 한없이 고양하려 했던 박용래의 태도에 기대어, 오래 품어 온 존재의 화두에서 놓여난 경험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정우영 시인은 백무산의 「노동의 밥」을 마주했을 때 숨이 막혔던 충격을 회고한다. 이후 그는 백무산의 시 세계를 좇으며 그 안에 흐르는 연대 의식에 경외를 느끼면서도, 결국 시가 깃들 자리는 ‘주변’과 ‘결핍’임을 발견한다. 결핍을 채워야 밥도 생명도 살아난다는 깨달음이 그의 ‘시의 밥’이 되었다.
김정경 시인은 허수경의 「혼자 가는 먼 집」을 만났을 때 겪은 미학적 충격을 증언한다. ‘상처’나 ‘슬픔’ 같은 흔한 말들이 또렷한 물성과 육질로 다가오는 생경함, 참혹한 상실 앞에서도 “킥킥”거리며 사랑을 부르는 언어의 긴장과 리듬에 전율했다고 말이다. 김상혁 시인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목소리를 빌린 이현승의 「생일 소원-생일을 맞은 이태민으로부터」를 읽으며, 새로움과 미학성에 집착해 온 스스로를 돌아본다. 세상을 떠난 아이가 살아 있는 엄마의 안녕을 비는 이 시 앞에서, 그는 시인이 희생자가 되고 희생자가 시인이 되는 감상적 독서를 인정하며, 타인의 슬픔에 응답하는 “가장 오래되고 아주 희귀한” 문학의 쓸모를 받아들인다.
저자

김기택

전라북도 완주군 화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군사관학교 교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교환교수, 서울대학교 교류교수 등을 지냈으며, 40년 동안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21년 2월 퇴임한 뒤에는 전주와 완주의 인문학 및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변증법적 상상력: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세계』, 『불멸의 새와 꽃의 영광을 노래하라』, 『변화를 읽다 변혁을 꿈꾸다』와 세 권의 ‘이종민의 음악편지’ 등이 있으며, 『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 『김사인 함께 읽기』,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등을 엮어 냈다.

목차

엮은이의 말 _ 시인들의 영혼을 통과한 시들에 부쳐 - 이종민
추천의 글 _ 시인들로 반짝이는 찬연한 ‘밤하늘’ - 안삼환

내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로 - 조용미
이상, 「꽃나무」

낮은 목소리 큰 울림 - 김기택
김종삼, 「북치는 소년」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 함순례
김종삼, 「묵화」

치사하게 살지는 말아야지 하는 다짐 - 김용락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시는 부른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 - 박연준
박용래, 「장대비」

여우가 우는 추분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 - 박
형준
박용래, 「구절초」

부끄러운 자의 몫 - 신미나
신동엽, 「세모 이야기」

기이한 정신의 사치 - 이영광
고은, 「사치」

시가 흐르는 풍경 - 함민복
정대구, 「나의 친구 우철동씨」

시詩라는 숨, 시詩라는 쉼 - 고영서
송수권, 「여승」

아프고 환한, 첫사랑 같은 시 - 안준철
천양희, 「직소포에 들다」

유리관 밖의 문장들 - 문화영
이성복,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사랑의 고통과 사랑의 재확인 - 신철규
최승자,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 안현미
최승자, 「일찌기 나는」

시의 밥 생명의 밥 - 정우영
백무산, 「노동의 밥」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으로 - 송진권
최정례, 「꽃구경 가자시더니」

‘바라봄’의 깊이와 힘 - 김소형
김사인, 「풍경의 깊이 2」

가상 인물을 통해 그려 보는 생의 실체 - 류미야
김사인, 「뵈르스마르트 스체게드」

내 영혼이 더 뜨거워질 때까지 - 윤석정
김기택, 「가뭄」

북천 물살 같은 노래 - 권선희
이중기, 「오래된 책」

천천히 걸어도 뒤로 가지 않는 시를 써라 - 권수진
정일근, 「산 위의 바다」

지금도 당도하는 편지 - 이성목
정일근,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너의 시에 맨드라미 즙을 발라 주어라! - 김수예
송찬호, 「분홍 나막신」

비루함을 견디게 하는, 것들 - 김안녕
송찬호, 「칸나」

여름은 누구에게나 무더웠다 - 지연
기형도, 「비가 2-붉은 달」

빈집에 갇혀 빈집을 노래하라 - 진창윤
기형도, 「빈 집」

밤 속의 종보 아저씨 - 박송이
김해자, 「밤 속의 길」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 김헌수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완성될 수 없는 슬픔’이어서 - 김륭
허수경, 「목련」

킥킥 당신, 이쁜 당신을 불러 봅니다 - 김정경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리얼리즘의 신화 - 여영현
이윤학, 「오징어」

그 눈발에 울다 - 이길상
장석남, 「버스 정류장 옆 송월전파사」

어둠을 견디며 찾아낸 빛 - 김명기
나희덕, 「뿌리에게」

바람 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 - 석민재
박용주, 「벽지를 바르며」

가장 오래되고 아주 희귀한 쓸모 - 김상혁
이현승, 「생일 소원-생일을 맞은 이태민으로부터」

미지수 K - 김언
유희경, 「K」

영혼을 흔들었던, 내 인생의 시 - 정동철
유종원, 「강설」

한 줄기 빛, 봉인의 절망 - 진영심
에밀리 디킨슨의 시

사랑하기에 딱 좋은 곳 - 천세진
로버트 프로스트, 「자작나무」

자책과 회한은 어떻게 당신을 움직이는가 - 이동욱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자연주의자들의 세상에 시가 머물다 - 경종호
셰이머스 히니, 「땅파기」

출처

출판사 서평

모든시인은한사람의독자였다

‘당신에게결정적영향을끼친시가있는가’라는질문앞에서,처음부터홀로시인이었다고말한이는아무도없었다.모든시인은먼저열렬한한사람의독자였다.이상의「꽃나무」앞에서전율하며자아의분열과시적가능성을감지한조용미시인,김종삼의「북치는소년」에서‘내용없는아름다움’과낮은목소리가지닌거대한울림을배운김기택시인,김수영의「어느날고궁을나오면서」를읽으며옹졸한소시민성을성찰한김용락시인….이들은시의한구절에기대어고독과상실을견디고,인간에대한연민과삶의의지를길어올린과정을일기처럼,때로는절절한연애편지처럼고백한다.이들의이야기는단순한작품해설이아니라,“한편의시와한인간의영혼사이에서일어난비밀스러운만남의기록”이다.

소란한시대,잃어버린침묵과슬픔을붙드는일

문학적뿌리를찾아가는시인들의여정은‘시는왜필요한가’라는근원적질문에가닿는다.엮은이이종민교수는시인을‘시대의의사’에비유한다.시인은시대의아픔을진단하되섣부른처방을앞세우지않고,강요가아닌공감으로독자가절망에빠지지않도록돕는다는것이다.세상이효율과속도,소비의논리에잠식될때시인은“인간이잃어버린침묵을기억하고,아무도듣지않는존재들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사람이다.이책에실린글들은시가삶의가장절박한순간에어떻게작동하는지생생하게보여준다.시골마루나교실,병원,술집,헌책방같은삶의공간에서시가어떻게한사람의운명을건드렸는지,시가왜지금도유효한지를구체적으로증명해보인다.

어둠속에서삶을일으켜세운문장들


그중에서도영혼의가장깊은안쪽을정직하게드러낸글들이있다.신미나시인은마음이고단했던고등학교시절신동엽생가에서몰래가져온책한권을오랫동안품고살아온부끄러움을고백한다.신동엽의「세모이야기」는그에게“밀려나더라도함부로고개숙이지않는꼿꼿한결기”와“마루를골고루데우던햇빛”을건네주었고,부끄러움을삶을버티는힘으로바꾸어놓았다.송진권시인은가난한골목셋방에서최정례의「내귓속의장대나무숲」을읽으며시에대한열망이들끓던순간,죽음과상실의정서에자신을포개던순간을회고한다.마침어머니를여읜무렵,그는누군가의무덤에함께넣을부장품같은시를쓰고싶다는마음으로첫문장을적어내려갔다.

지연시인은불안으로뒤척이던스물여섯의봄,기형도의「비가2―붉은달」을통해자신의내면과현실을직시할수있었다.상실의계절에도“살아있으라,누구든살아있으라”라고읊조리던기형도의목소리는,“사소하고도위대한슬픔”을견뎌내게한생의버팀목이었다.이동욱시인은베르톨트브레히트의「살아남은자의슬픔」을정교한픽션으로재구성한다.스페인국경에서스스로목숨을끊은벤야민과모스크바에서죽은연인스테핀곁을지키지못했다는죄책감,그리고“강한자는살아남는다”라는말앞에서스스로를미워하게되는부끄러움이야말로나약한인간을다시살아가게하는실존적동력임을보여준다.

가장오래되고아주희귀한문학의쓸모

시가쓰이지않거나시의존재이유를회의할때,앞선시인들의세계는이정표가된다.박연준시인은박용래의「장대비」를떠올리며,언어를아껴정수만을남기는시인의결기와만났던감동을전한다.그는“가난한아름다움”에눈을맞추고언어를한없이고양하려했던박용래의태도에기대어,오래품어온존재의화두에서놓여난경험을감각적으로풀어낸다.정우영시인은백무산의「노동의밥」을마주했을때숨이막혔던충격을회고한다.이후그는백무산의시세계를좇으며그안에흐르는연대의식에경외를느끼면서도,결국시가깃들자리는‘주변’과‘결핍’임을발견한다.결핍을채워야밥도생명도살아난다는깨달음이그의‘시의밥’이되었다.

김정경시인은허수경의「혼자가는먼집」을만났을때겪은미학적충격을증언한다.‘상처’나‘슬픔’같은흔한말들이또렷한물성과육질로다가오는생경함,참혹한상실앞에서도“킥킥”거리며사랑을부르는언어의긴장과리듬에전율했다고말이다.김상혁시인은세월호참사희생자의목소리를빌린이현승의「생일소원―생일을맞은이태민으로부터」를읽으며,새로움과미학성에집착해온스스로를돌아본다.세상을떠난아이가살아있는엄마의안녕을비는이시앞에서,그는시인이희생자가되고희생자가시인이되는감상적독서를인정하며,타인의슬픔에응답하는“가장오래되고아주희귀한”문학의쓸모를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