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이 불안하고 소란한 세상에서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이 불안하고 소란한 세상에서

$14.00
저자

이윤주

1983년서울에서태어났다.대학에서국어국문학을공부한뒤고등학교에서국어와문학을가르쳤다.그다음엔신문기자로일했다.교사였을때교지를편집하는일을가장좋아했고기자였을때서평쓰는일을가장좋아하더니지금출판사에서책을만들고있다.속상한일이생기면‘이따집에가서글을쓰면돼’라고생각하는편이다.『나를견디는시간』을썼다.

목차

프롤로그|쓸수있는것을계속쓰는삶을위해

1.거리가필요해서쓴다
세상은내게결코편지를쓰지않았지만
슬픔이언어가되면슬픔은나를삼키지못한다
쓴다는건쉬지않고경계를의식하는일
쓰는사람을모멸하긴어렵다
그건짜증이아니라슬픔이지

2.고통에지지않으려고쓴다
이상한성격놀이
타인의불행에민감한마음
그게다네탓일만큼넌대단하지않아
에세이가술주정이되지않으려면
미쳐지지않아서쓰는글

3.나쁜어른이되지않기위해쓴다
일흔즈음에감사하고싶은것
모두에게좋은사람일필요가없는것처럼
글에게배신을당했을경우
시간과화해하는사람
내속엔애와개가있어서
곱게취한어른들의세상

4.작게실패하기위해쓴다
글을썼다기보다똥을쌌을경우
망할놈의예술을한답시고
실패해도괜찮다는마음
아침의개다리춤
비와발자국

5.더이로운연결을꿈꾸며쓴다
지나치게외롭게두어서는안된다
도시락20만개의여행
행간의자유
두사랑
이를테면책동네사람들의풍요란
나도부캐가있었으면좋겠다

6.고독의즐거움을알기위해쓴다
2인가구의어느날
프리랜서의기쁨과슬픔
얼마나가져야외롭지않을까
코뿔소모녀
내뒤에남겨질무언가하나

7.잊지않으려고쓴다
기자가될수없는사람
기억의집(1)
기억의집(2)
홍시에대한욕망
나같은거갖다주고다시물러오고싶다
씻기고입혀줄사람
삶을넘을수는없다

출판사 서평

씀으로써치유하고,씀으로써화해하고,
씀으로써더선명하게존재하는사람들에대하여

『어떻게쓰지않을수있겠어요:이불안하고소란한세상에서』는글쓰기를통해자아와마음의밸런스를잡아나가는태도를이야기한다.책의서문에서작가는“글을쓰면참좋을사람들이있다”고썼다.이책은바로그들,세상의속도와소음이조금버거운사람들의이야기로시작한다.

“코로나팬데믹초반에웃지못할우스개가있었다.내성적인사람들이평온을되찾고있다는이야기.모임,회식,미팅등을제한하라는사회적압박이그동안저마다의의무로‘사교의얼굴’을꾸며내야했던사람들에게얼결의자유를주고있다는것이다.”

작가역시,비대면문화가안타까운한편“얼결의자유”를느낀사람중하나였다.오롯이내손으로,나만의속도로운용되는시간의소중함을그러므로누구보다잘알고있다.

“내성적인사람이라고해서교감과소통에대한갈망이덜한게아니다.다만빨리,한꺼번에하지못할뿐이다.머뭇거리고주춤거리기좋은틈과간격속에서내성적인사람들은더깊고단단한통로를낸다.글쓰기도그렇다.”

계절처럼오는슬픔이마음을할퀼때,결정을미루고싶은선택지들앞에서멍하니머뭇거릴때,작가는말하고행동하기전에글을썼다.교직과기자직과몇군데의출판사를떠나는동안에도쓰는일만큼은내려놓지않았다.버려도될마음과간직해야할마음을씀으로써구별했고,원인모를통증들을씀으로써치유했고,미숙하고나약했던과거의시간들과씀으로써화해했다.수십번고쳐쓴글을몇번의주춤거림끝에공개하고,그글이수많은사람의마음에파동을일으키는것을확인하며느린연결의기쁨을오랫동안누렸다.
불안하고시끄럽고빠른세상에보폭맞춰걷느라균형을잃기쉬운사람들에게,이책은하루30분만이라도오로지내시간,내감정에머무르기를권한다.당신안에갇힌크고작은슬픔,분노,다짐들이한자한자꺼내어져,느릴지라도세상에더선명하고귀하게발화되기를응원한다.

어떻게쓸지를생각하며,어떻게살지를바라본다
모멸을긍지로바꾸는글쓰기의태도

‘우리에게는거리가필요하다.’작가가책에서수차례강조하는메시지다.자아가일그러지지않을만큼세상과의거리가필요하고,자아가비대해지지않을만큼감정과의거리가필요하다고.쓰는시간이세상과의거리를확보하게해준다면,작가가지향하는쓰는태도는감정과의거리를유지하는데도움이된다.
교직에있던시절,“짜증나”라는말을습관적으로내뱉는학생들에게작가는짜증과슬픔을구별해서쓰기를가르쳤다.그일환으로‘나를슬프게하는것들’에대해나열해보도록시킨날,“짜증과슬픔을투명하게구별”하는아이들의시선에감동한다.‘내가우리가족이행복해지는데방해가될때’,‘미아삼거리에서장사를못하게해서쫓겨나던할머니’,‘시멘트를뚫고힘겹게피워진풀’….구체적인언어로표현할수있는슬픔이라면각자의구체적인힘으로회복할수있다고작가는믿는다.
‘감정에이름붙이기’를권하는심리학자들의조언을넘어,이름붙인감정을뜯고굴리고다듬어갱신시키는것이이윤주작가가글을쓰는태도다.

“글을쓰며수시로내게개입한다.글을통해세상에개입한다.그렇게매일‘고쳐질가능성’을타진한다.포기하지않고.”

이것이“밥벌이의현장”에서작가가모멸감을느낄때마다‘이따집에가서글을쓰면돼’라고빠르게자위할수있는이유다.그누구도무엇도침범할수없는,내가나를스스로갱신하는영역이있고없고의차이가얼마나큰가를작가의삶을통해확인할수있다.2014년진도체육관2층에서스스로‘기자가될수없는사람’임을확인한그는이제‘내가쓸수있는것을계속쓰는삶’을희망한다.제마음의결을끊임없이고쳐쓰는어른의손으로,누군가의아름다운삶을캐내어조명하는먹물의손으로,‘내가가질수있는긍지’를천천히쌓아나가는삶을꿈꾼다.

쓰라는말한마디없지만
뭐라도쓰고싶게만드는책

이책은글을잘쓰는요령이나팁에대해서는조금도이야기하지않는다.“관계,생산,효율에지친사람들에게,누가시키지않은일,돈이되지않는일을하는기쁨을이야기하고싶다”고작가는기획단계에서책을쓰는취지를밝혔다.쓰지않는삶을더이상상상할수없게된그의이야기는‘뭐라도쓰고싶은’마음을쉬지않고자극한다.쓰지않고는견딜수없는그의이유들이,읽는이의결핍과공허를줄기차게건드리기때문이다.많은독자가이윤주작가의글을읽고“스킬대신쓰는동력을선물하는글”이라입모아말한다.그런면에서이책은그어떤작법서보다‘쓰는재능’을효과적으로자극하는책이라말할수있다.쓰고자하는사람에게는스킬보다동력이훨씬유효하기때문이다.‘어떻게쓰라’는말한마디없어도,스치는단어하나게을리고르는법없는그의개성넘치고옹골진문장들이그자체로교본의역할을한다.
쓰여야만명확해지는마음이있다.나만느끼는불편함,정리하고싶은아픔,일상을흔드는슬픔….어떤마음들은밖으로꺼내어져정확한언어로말해져야만떠나보내거나붙잡아두거나를선택할수있다.작가는이과정이삶에얼마나유의미한힘을발휘하는지누구보다잘알고있기에,어쩌면‘과도한정보’가될지모를자신의이야기를용기내어풀어냈다.다음은당신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