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양장)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양장)

$16.00
Description
“이제 우리는 책 때문에 울어도 된다.
재영 작가가 우리 편이니까.”_ 김소영ㆍ《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무너져가는 책의 시간을 멈추는 책 수선가의 작업 일지
어떤 책은 나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때때로 어떤 책은 평생 내 곁에 함께한다. 이 책은 낡아가는 책에 담긴 기억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자, 종이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무너져가는 책의 시간을 멈추기 위해 ‘재영 책수선’은 책장 사이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관찰하고, 오래된 책의 미감을 세심하게 돌아본다.
수선 맡긴 책을 찾으러 와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의뢰인, 기대에 가득 차 내내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의뢰인, 조금이라도 흠집이 날 새라 의뢰품을 조심조심 꺼내놓는 의뢰인까지, 재영 책수선에는 책에 얽힌 반짝이는 기억들이 가득하다. 쓰던 물건도 무엇이든 쉽게 사고파는 시대에 저자는 낡고 손때 묻은 책을 버리지 않고 굳이 고쳐 읽는 사람들의 편에 서 있다.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되살리는 곳, 재영 책수선과 함께 뒤틀리고 망가진 것들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자.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재영책수선

망가진책을수선하는‘재영책수선’대표.기술자이면서동시에관찰자이자수집가다.오늘도연남동의개인작업실에서책의기억을관찰하고,파손된책의형태와의미를수집한다.

Twitter@pencilpenbooks
Instagram@pencilpenbooks_jy

목차

프롤로그내직업은책수선가다

살아남는책
낙서라는기억장치
‘수선’과‘복원’의차이
|책으로자전거타기|
대물림하는책,그마음을담아
떠난자리에남은책
재단사의마음으로
|오늘도무사히책수선가입니다|
시간의흔적을관찰하는일
버터와밀가루의흔적을쌓아가기를
당신의찢어진1센티미터는어디인가요?
|나의오랜친구들을소개합니다#1|
할머니,여기는산수유꽃이피어날계절이곧돌아와요
무너져가는책의시간을멈추다
우리일상에스미는책수선
|나의오랜친구들을소개합니다#2|
한글자씩써내려간마음이살아갈집
파손이라는훈장
‘반려책’과도마음을주고받을수있을까
|나의초콜릿크림파이|
재영책…아니,종이수선!
소모품과비품의경계
우연히만나운명이되는책
|책의진화론|
33년간의사랑고백
오래된책을위한자장가
어떤사랑의기억
앞으로의책생에함께하는방법
|‘재영책수선’에서수선을기다리는책들|

출판사 서평

수선하고싶은한권의책이있으신가요?
무엇이든쉽게사고쉽게버리는요즘,망가진구두를수선하고맞지않는옷을수선하듯이오래된책들을수선해서다시읽는사람들이있다.재영책수선을찾아오는책들은수선에걸리는시간은제각각이지만저마다주인의애착을입고있다.할머니가한국전쟁때부터써오신70년이넘은일기장이나귀퉁이가찢어진한정판잡지처럼다시구하기어려운경우도있지만지금이라도인터넷으로주문하면집앞까지배송되는책들도있다.단지새것을구할수없기때문이아니라망가진책이지난시간과추억을함께안고있으므로의뢰인들은재영책수선의문을두드린다.
이책은우리에게책이상의의미를가진어떤책들을떠올리게한다.어릴때낱장으로갈래갈래흩어질때까지읽고또읽었던동화책,다시는만날수없는누군가를떠올리게하는책,힘든순간마다마음에새기는구절이담긴책…….책을,특히종이책을사랑하는사람이라면닳아가는모습에마음이아픈한권의책이있을것이다.무너져가는책의시간을조금이나마늦추기위해서,보다튼튼하게한번이라도더직접종이를손가락으로매만지며책장을넘기기위해재영책수선이있다.아끼던책이예기치않게다쳐울고싶을때,저자는독자의세계에‘수선’이라는또하나의가능성을열어준다.

책수선이우리의일상에스며들때까지
오늘도무사히책수선가입니다
《어느책수선가의기록》은책에대한이야기지만책을읽고난감상문도,좋은책을추천하는글도아니다.저자는파손된책의모습과소중한책에담긴의뢰인의기억,그리고책이수선되어재탄생하는과정을기록한다.어떤방향으로어디까지수선하고싶은지의뢰인과충분히대화를나누고나면본격적으로이책이어떤경로로어떻게훼손되었을지책에남은흔적을통해원인(또는범인)을찾아내면서그파손된형태를세심한미감으로낱낱이살펴본다.인상깊은구절을기억하려고모서리를접어둔흔적,책꼬리에선명한반려동물의잇자국,여기저기야무지게튄라면국물까지,뒤틀리고구겨진책에는그만의서사와아름다움이있다.재영책수선을찾아온책들은그흔적들덕분에세상에서단하나밖에없는책으로다시태어난다.

“어렸을적친구가다시돌아온것같아요.”_22쪽

종이로이루어진책은필연적으로상처를입는다.사람의손이나햇빛,먼지,벌레등우리가눈치채지못하는순간에도책에는차곡차곡세월의흔적이쌓인다.그러나책위로오고간이야기와책이품은기억은고스란히남아있다.재영책수선은그조각들을그러모으기위해오늘도책에서먼지를쓸어내고종이를두배로상하게하는테이프들을벗겨내고무너진책등을바로세운다.종이위를가르는저자의신중하고조심스러운손길과눈길을지켜보면서우리의일상에도차츰‘수선하는삶’이자리하게되기를바란다.

“앞으로망가진책이생긴다면마음속에서책수선이한번쯤떠오르길,우리주변에또한번의새로운기회를가지는망가진책과헌책들이점점더많아지길바라본다.재영책수선은언제나망가진책들을환영하며기다리고있을테니.”_266쪽



<추천사>

책을사랑하는사람들은책이사물이상이라는것을알지만,결국사물이라는것도안다.그래서아끼는책이예기치않은사고로다치거나우리의숨결과손길을안고낡아가는모습을보면울지않으려고마음을다잡는다.
재영작가는그런책을꼼꼼히관찰하고책이겪은일들을사려깊게되짚는다.그리고자신의눈과손과목,허리를써서사물인책에게제모습을찾아준다.상처까지새로워진책이의뢰인의손에되돌아갈때책은사물이상의것이다.
이제우리는책때문에울어도된다.재영작가가우리편이니까.그는우리가책속에서보낸시간이정말로있었다고,우리가실제로그책을만졌다고증명하는사람이다.무엇보다,파손을사랑하는사람이다.그런사람의책을어떻게사랑하지않을수있을까?
_김소영?《어린이라는세계》저자



<본문속으로>

나는망가진책의기억을관찰하고,파손된책의형태와의미를수집한다.책수선가는기술자다.그러면서동시에관찰자이자수집가다.나는책이가진시간의흔적을,추억의농도를,파손의형태를꼼꼼히관찰하고그모습들을모은다.
_<내직업은책수선가다>,5~6쪽

책수선이끊어진책과사람의관계에서징검다리가될수있다는것을,이일은그런특별한힘이있다는것을누구보다잘알게되었다.
_<살아남는책>,25쪽

그이유는아마도그들에게낙서는없애고싶은책에대한훼손이아니라기억이고추억이기때문일것이다.그책을읽던순간을기억해내고,책의내용을떠올리고,더나아가본인의어린시절까지추억할수있게해주는낙서들은그책을읽는,아니,그책을경험하는또하나의방법인셈이다.그흔적들을지우지않고간직함으로써의뢰인만의특별한기억장치가작동하는,세상에서단한권뿐인책이되는일,꽤멋지지않은가?
_<낙서라는기억장치>,29쪽

그래서나는이《유리구두》의파손들을사랑이라고말하고싶다.일단종이가갈색으로변할만큼긴세월동안잊지않고간직해온사랑,책등이떨어져나가고곳곳이찢길만큼자주펼쳐보았던사랑,곳곳에이런저런낙서를했을만큼늘가까이에두었던사랑,그리고아마도좋아하는과자와함께여서더즐거운독서시간이되었을,그런사랑들말이다.
_<낙서라는기억장치>,30~31쪽

수선과비슷한의미의단어로‘수리’도있지만,수리는보다기계적인물건을고치는데사용하는말이고수선은천과직조물을고치는데적합한표현이라고한다.씨실과날실이얽혀한장의천을만들어내듯종이도섬유질이서로얽힘으로써한장의종이를만들어내기때문에나는‘책수리’보다는‘책수선’을고르게되었다.
_<’수선’과‘복원’의차이>,40쪽

나는책수선의이런유연한변화와닮음이좋다.감쪽같이마술을부린듯원래의상태로되돌리는복원작업도멋진일이지만,세월을이겨낸그때그때의흔적이남아있는수선의가능성에더흥미를느낀다.그런흔적이보다아름답게남을수있도록각각의책이쌓아온시간의형태를정돈하고다듬어주는일이책수선가로서나의역할이라생각한다.
_<’수선’과‘복원’의차이>,48~49쪽

찢어진종이를붙이고,무너진책등을바르게세우고,사라진조각을채우면서책이잃어버렸던기억을회복시켜주고,새로운커버나지지대,혹은케이스를만들어주며책에게새로운시간을약속하다보면사람의인생처럼책에도한권한권각자만의책생이있다는생각이든다.다양한사연들과파손된책과주인의추억,그책이지나온시간을존중하는마음으로.
_<무너져가는책의시간을멈추다>,165쪽

앞으로망가진책이생긴다면마음속에서책수선이한번쯤떠오르길,우리주변에또한번의새로운기회를가지는망가진책과헌책들이점점더많아지길바라본다.재영책수선은언제나망가진책들을환영하며기다리고있을테니.
_<우연히만나운명이되는책>,266쪽

나는책수선은책이진화하는방법들중하나라고생각한다.원본의외형과아주똑같지는않을수있지만,비록원본에는없던다른구조가덧붙을수도있지만,파손된부분을더나은상태로만들어서다가올앞으로의시간들을잘견뎌낼수있게,그다음을기약할수있게만드는일.그런의미에서나는책은수선을통해진화할수있다고믿는다.“책은영원히수선이계속가능한건가요?어느시기까지책수선이가능한지궁금합니다.”라는질문으로돌아가다시한번대답한다면,네.책은영원히수선이,아니,진화가가능하다고생각합니다.여러분도책의진화론을믿는다면요.
_<책의진화론>,271~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