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 99년생 시인의 자의식 과잉 에세이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 99년생 시인의 자의식 과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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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러니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겠다”
「침착하게 사랑하기」 차도하 시인 첫 에세이
새롭고 도발적인 작품성으로 문단의 기대주로 떠오른 차도하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이 출간됐다. 혼자 보는 일기에도 거짓말을 쓸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산문집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은 공교롭게도 보는 사람이 되레 감당하기 힘든 솔직한 고백들로 가득하다. 자식을 사랑하는 법에 무지몽매한 아버지, 폭력으로 점철된 유년, 동성연애를 향한 무심한 비난, 죽음을 결심한 어떤 밤의 기억…. 시인은 그간 자신을 명명해온 이름, 착한 딸, 평범한 아이, 화목한 가정이란 거짓말을 벗어던지고 그동안 일기에도 쓰지 못했던 말들을 무서운 기세로 쏟아낸다. 세상을 침착하게 사랑하기 힘든 이유들을 차곡차곡 우리 눈앞에 진열한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고백의 행간에는 더더욱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 고여 있다. 부메랑처럼 날아온 그의 아픔은 슬프기보다 눈부시다. 세상이 요구하는 질서보다 끝끝내 자기만의 진실을 택하며 느리지만 당당하게 행하는 걸음이, 앞서 걷는 이의 등을 힘껏 밀어낼 만큼 당차고 결연하기 때문이다.

저자

차도하

1999년생.자기소개잘못하는사람.경상북도에서태어나자랐고,한국예술종합학교서사창작과에재학중2020년스무살의나이로「한국일보」신춘문예에서시「침착하게사랑하기」가당선되며공식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이런이력만으로는무언가부족하다는생각을한다.나를간단히설명하는데어려움을느껴글을읽고쓰는걸좋아하게되었는지도,그래서에세이집을내게되었는지도모른다.스물셋에죽고자했으나책을내게되어다행이다."2024년그녀의첫시집이자유고시집을발간될예정이다.

목차

추천사
여는글나는자의식과잉이다

1장일기에도거짓말을쓰는사람
일기에도거짓말을쓰는사람|죽은사람|글쓰기|실은|언젠가잠에들때|시작노트|圈|?|井|프로듀스101|일주일|졸업식|양손|게임중독|고독한스파이|텐텐|어른이되면|스물셋
minifiction사막여우에게도움을

2장다른사람들은다괜찮다는데왜너만
밑빠진독|동묘앞역|발신자표시제한|관심병사|다른사람들은다괜찮다는데왜너만|롤리타와돌로레스|유년의윗목|말더듬이|부모에게학대당하지않은자식은없다고생각해요|원나잇|네가힘으로날이길수있을것같아?|기도|슬라임|어디선가모래바람이|내가믿을수있는것은|쥐의시간
minifiction혼자하는실뜨기

3장침착하게사랑하기
애인|타인의자랑이된다는것|초능력|침착하게사랑하기|디디|약|평범한커밍아웃|평범한화해|비범하게|담배|Cominguproses|술|버섯의맛|소의눈과소리의다짐|설표|한책|샤부샤부|당근마켓|인생네컷|펩시|원더월|여성복과남성복을없애야한다|이야기꾼|이야기꾼2|죽고싶다는마음이언젠가|어딘가의천장밑혹은아래에서|내가되고싶은사람|밤길|다른사람
minifiction그외미정

4장길은느리거나빠르게걸을수밖에없다
산책|최초의기억|길은느리거나빠르게걸을수밖에없다|유년의아랫목|2014년4월16일|꽃다발을버린사람|아무튼지금은바다가있습니다|시간을버리고싶다|묵|六花のつゆ|문을열면|병원가는길|신발|어제나는내가기억을잃게해달라고술에취한채기도했다|손절|내친구서정|멋지고기괴한
minifiction전단지

5장인스타그램에도절망이있다
인스타그램에도절망이있다|나는열심히작품활동을하기로했다|목소리|하루도빠짐없이,매일메일|Dear.|Wastebasket|눈으로할수있는어떤일|눈|친구는돌이되고|티라노사우루스토하기|논안드로이드의슬픔|기계번역자|성명서|쭈꾸미콜라텍|친구의필름카메라|코로나|짐|문자메시지|찢어낸사전|마지막수업|잘살고싶어요|사람이오지않는계단에앉아|빨래
minifiction희의읽기

닫는글나

출판사 서평

“이렇게겨우힘을내어살면무엇이되는걸까.
무엇이되는지는모르겠지만내가죽지않으면,
내가죽지않아서죽지않는사람이있으리라생각한다.
자의식과잉이라고비웃음살지도모르지만그렇게생각한다.”
_2020「한국일보」신춘문예당선소감중에서

당신도나처럼학대당한적이있나요?
어째서,왜그랬으며,무슨기분이었나요?

차도하시인의신춘문예당선작「침착하게사랑하기」는사랑이라는이름으로행해지는폭력의한장면을그린다.등단후보여주는시인의행보는작품속화자처럼무력하지않다.당연한듯묵묵히이어지는문단의부당한처우에그는자기만의방식으로침착하게맞서왔다.문단내성폭력가해자와연관된출판사의신춘문예당선시집수록을거부하고,고료를밝히지않는청탁을거절하는대신자체메일링서비스‘목소리’를운영하며자신의작품을궁금해하는독자들과순수하게소통해왔다.신작에세이『일기에도거짓말을쓰는사람』에서그는지금의자신을만들어온기억,다짐이담긴에세이와미발표시,경험에서비롯된다섯편의미니픽션을선보인다.
스스로를‘자의식과잉인’이라칭하는시인은자기다운삶을인정하지않는목소리에굽히지않고자의식의몸집을부지런히불려왔다.시를쓰며,이야기를지어내며,쓴글을나누며,고양이를키우며,시와노래를사랑하는벗과교류하며,‘부끄럽지않은’여성애를전시하며,좀처럼사랑하기힘든세상에서사랑할만한것들을침착하게하나하나늘려왔다.휘청거리는순간에도자기만의방을포기하지않았기에,오늘에이르러당당히다짐할수있게됐다.가족과의불화도,동성연애도,세상의편견도모두내사랑에방해가되지만,그럼에도내삶을침착하게사랑하고싶다고.
「침착하게사랑하기」처럼『일기에도거짓말을쓰는사람』역시한사람이태어나고성인으로자라며마주하는폭력의얼굴이무수히등장한다.그얼굴의일부는언젠가당신이쓴일기장의한페이지를들출지도모른다.긴시간모른척했던,잊고있던기억을들추는그의일기는우리에게수많은질문을던지지만,그무엇도쉬이대답할수있는게없다.


남을읽고싶다는마음,남에게읽히고싶은마음,
이두마음은한패다.그래서에세이를쓴다.

“아무도안보는일기앞에선,정말솔직해져야만할것같다.내가일기를쓰면일기에내가쓰는활자가적히기때문에,아무도안보는일기를쓴다는건오로지그일을위해서하는거기때문에,나는받고싶지않은고백을받는사람처럼조마조마해지고,결국거짓말을하게된다.”

“솔직하기어려운마음을고백하는사람은그자체로투명하다”고강혜빈시인은추천사에썼다.이책은일기장앞에서도솔직하기힘든자의식강한여성이소녀에서성년이되기까지변모해가는마음의흐름을소설처럼비춘다.강혜빈시인의표현처럼“투명한사람”이솔직해지기로작정했을때,그고백이듣는이를얼마나거센슬픔에빠뜨릴수있는지우리는그의일기를통해확인하게된다.시인이기록한축적된시간에는야만적인사랑혹은파렴치한장난에노출된경험이단한번이라도있는사람이라면단번에공감할아픔이숨어있다.아픔의기록이천진하고담담하고태연한만큼,그어떤비명보다절절하게다가온다.
어린시절성적폭력에대항하자시인은듣는다.“다른사람들은다괜찮다는데왜너만그래.”같은과언니의폭력에저항했을때시인은듣는다.“네가힘으로날이길수있을것같아?”딱히상처줄의도가없는동급생의말을시인은아프게듣는다.“걔여자랑사귄대.미친거아냐?”어리고힘없는존재에게가해지는질서정연하고촘촘한폭력에관하여쓰며,시인은화를내거나울부짖지않는다.다만드러내고묻지않으면서끈질기게묻는다.다른사람들도정말다괜찮은거냐고,왜같은슬픔을가진사람끼리싸워야하느냐고,이모든아픔을견디며다들어떻게살아있는거냐고.

누군가나의미래시를기대하고있다면그때까지써보고싶다.
미래없는마음에미래가들어서도록.

그럼에도“내몸에,내자아에일평생머무르는사람이되고싶지않다”고시인은쓴다.한때시인은소아우울증을앓는소녀였고,문밖에서남성이자신을해할까봐문열기를두려워하는학생이었지만,다행히도그에머물러있지않았다.처방받은약을들고집으로돌아가며‘푹자고일어나서씩씩하게살아야지’다짐을하고,주저흔위에타투를새기며더는고통이자신을겨누게내버려두지않겠다고약속한다.자신의불안장애보다동성연애를더걱정하는엄마에게,언젠가제이야기를들려줄날을기대하는여유도생겼다.“나의이야기는한편으로는고통스럽겠지만한편으로는아주재밌을”것이라고.성공하기위해,혹은실패하지않기위해아등바등하면서교사혹은반면교사삼을미래는자신에게없지만,누군가자신의미래시를기대해준다면그때까지써보고싶다고도다짐한다.과거의흉터를남김없이들여다보고,고개들어자기만의미래로건너갈채비를한다.
“주변인들에게서,가족에게서벗어나나자신과싸우고엎치락뒤치락나와함께달리고싶다”고선언하는그는자의식과잉인답게자신의라이벌을‘차도하’로꼽는다.유년부터스물셋에이르기까지의이내밀한일기장을훔쳐보고나면,그의자의식에깃든팔딱이는생명력을응원하지않을수없다.서른셋,마흔셋의차도하를기대하지않을수없다.
성공하려면서울에있는대학에가야한다고,너희는지금우물안개구리라고말하던선생님을떠올리며시인은썼다.서울이야말로거대한우물같다고.우물이어디있든,그처럼투명하게슬퍼하고꿋꿋하게사랑하고힘차게도약하는이의목소리가많아질수록우물은지금보다훨씬맑아지고넓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