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투기의 민족입니다 : 쩐내 나게 벌어 부내 나게 살았던 500년 전 조선 개미들의 인생 역전 분투기

우리는 투기의 민족입니다 : 쩐내 나게 벌어 부내 나게 살았던 500년 전 조선 개미들의 인생 역전 분투기

$17.00
Description
사료에서 건져내 재미를 더하다
간신히 청렴하고 은근히 밝힌
조선 사람들의 ‘쩐’내 나는 이야기
‘역사 커뮤니케이터’ 이한 작가, 조선 팔도를 누비며 누구보다 돈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다! 최근의 온갖 투자·투기 광풍을 지켜보던 작가는 문득 과거로 돌아간다면 떼돈을 벌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에 빠진다. 그렇게 500년 전 조선 시대로까지 타임라인을 거슬러 올라가나, 그때에도 이미 ‘영끌’과 ‘영차’ 한마당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부자 되고 싶은 욕망, 돈에 대한 갈망은 오늘과 다르지 않았음이라.
저자는 《조선왕조실록》 《비변사등록》 《승정원일기》 같은 조정의 공식 기록부터 이황의 편지, 노상추의 일기 같은 개인의 기록까지, 사료의 바다에서 돈과 관련된 온갖 소동을 샅샅이 건져냈다. 역사 전공자로서의 치밀함과 스토리텔러로서의 생생함을 겸비한 저자의 손을 거쳐 복원된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조선은 가히 ‘재테크의 나라’라 불릴 만했다. 개국 후에는 부동산 열풍이 한양을 휩쓸었고, 몇몇 상인 집단은 매점매석으로 큰돈을 벌어 유통 공룡이 되었다. 동시에 투자의 품격을 보여준 성리학자가 존재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주식 지옥도가 개항 도시 인천에 펼쳐졌다.
책은 바로 이 ‘가장 점잖은 속물’들의 인생 역전 분투기로 가득하다. 그들의 좌충우돌을 보노라면 ‘파이어족’이니 ‘경제적 자유’니 하는 것들을 금언처럼 떠받드는 작금의 현실이 자연스레 겹치는바, 우리가 ‘투기의 민족’임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이한

저자:이한
서울대학교동양사학과대학원에서석사를취득했고,역사의바다에서사람냄새물씬풍기는이야기를찾고있다.물론모르는분야를공부하는것도언제나환영이다.언제나읽는게좋고쓰는것은더좋으므로.
역사의다양한이야기를소개하고자지금까지《은하환담》(공저),《조선왕조실톡》(해설),《역병이창궐하다》《요리하는조선남자》《성균관의공부벌레들》《조선기담》등을썼다.언젠가본격적인소설도쓰고싶다.그때까지말썽쟁이고양이들,또가족들과함께어제와다른오늘하루를평온히,또무사히쌓아가고싶다.

목차

머리말_아,500년전에살걸

1장한양집값앞에장사없다

1정약용도목맨‘인-한양’의꿈
말은제주도로사람은한양으로│원시사회탈출과한양살이의꿈│정약용,너는다계획이있구나

2공급난이끌어올린한양집값
사람들을끌어들인욕망의수도│고작10억으로한양에서?│10칸에서30칸으로집이커지는마법│띠풀과가시나무로지은집│난개발이빚은화재참사│집이없으면집을뺏자│애먼사람잡는부동산정책│구중궁궐에틀어박힌임금님의눈높이

3노력해도,노오력해도안되는것
영수증을모으고가계부를쓰는양반│‘지방러’고시생은펑펑웁니다│임금님변덕에하늘이무너지다│늘어나는양반줄어드는TO│눈뜨고있어도코베어가는전세사기│집세와이별하고찾은평안

4빛나라,조선금수저의삶
부동산상한제가뭔가요?│정명공주의2만냥짜리대저택│부동산을증여받은미성년자이이│장가잘가팔자핀이항복

5가랑이찢어진뱁새들의무덤
유만주의인생을건‘금융치료’│이곳이조선의‘한남더힐’이라오│세종대왕도아들은못말려│3대는커녕3년만에망하다

6그래도용은개천에서난다
이무기가머물던노른자위땅│권력1번지,장의동│청계천빈민촌의오랜역사│탑동의지렁이들이실학을이끌다│이순신을낳은조선최고의개천,마른내│그런데이제원균을곁들인

2장돈앞에양반,상놈이따로없다

1황금알을낳는소금?
소금장수는왜징을두들겼나│호그와트에는도비가,성균관에는반인이│목소리큰놈이임금의관심을얻는다│서울대학교총장이왜거기서나와?│돈이있는곳에다툼이있다│합정과서강의피할수없는한판대결

2헤지투자의달인이된이황
까마귀노는곳을멀리한시대의스승│수익률200퍼센트의신화와먹고사니즘│목화농사부터이앙법까지나는아직도배고프다│성실하게벌어품격있게쓰다│성리학자의머리투자자의가슴

3경제통영의정은왜대부업에뛰어들었나
조선의금융거래는여인천하│2000억자산가영의정의비밀스러운‘투잡’│명의도용과차명거래로채무자가된노비들│“죽으면죽었지영의정의돈은안빌리겠다”│지폐도입의목적은사익과국익의합일?│생명의은인에게내준생선대가리│어느수전노의화려한장례식│탁한윗물더탁한아랫물

4인삼밀수와패밀리비즈니스
‘엄친아’역관장현의탄생│인삼밀수로1000억을버는법│임금님은최고의밀수파트너?│대박일까쪽박일까│장희빈,가업을이어라!│조선최고의커리어우먼

5‘J-인삼’의시대
중국에서만난상투튼밀수꾼들│밀수카르텔의꼬리자르기│지하경제양성화가낳은거상임상옥│정치권력은바뀌어도시장권력은영원하다│신의한수가된‘자사주소각’│부자되기다음은양반되기

613세소녀상속인과악당들
나쁜놈과더나쁜놈│‘동이’라쓰고‘돈’이라읽는다│태생천민,천생상인,평생부자│“이利만탐하고의義는모르는신하”

7유통업체‘㈜경강’의횡포가선을넘으니
한양을들썩인쌀실종사건│한양사람20만명의목구멍│돈에눈이뒤집힌호송지민│밥의민족에게먹는거로장난치다│“그죄는죽여도부족합니다”│탐욕스러운경강상인과무능한조정│명탐정정조와흐지부지된정의

8보에담긴피,땀,눈물
김매기지옥에서벗어나는법│농민도사람이다,고로욕망한다│탐관오리만배불린보와모│만석보를무너뜨린동학농민운동│한번악당은영원한악당

3장야수의시대,야수의심장

1조선판골드러시의풍경
소금장수는왜징을두들겼나│호그와트에는도비가,성균관에는반인이│목소리큰놈이임금의관심을얻는다│서울대학교총장이왜거기서나와?│돈이있는곳에다툼이있다│합정과서강의피할수없는한판대결

2나라는망해도금광은남는다
바야흐로황금광시대│황금귀최창학의1000억신화│인플레이션이만든휴지조각│어느날갑자기황금거품이터지다│꽝!꽝!다시한번꽝!

3팔도유일의여성광산주
울수도웃을수도없다│“황금광시대의진기한소송”│금광재벌가의검은그림자│황금광시대가저물다│여전히,계속가난한사람들

4사람을잡아먹는미두시장
아비규환이자귀신소굴│도박꾼의놀이터사기꾼의천국│미두신반복창의처절한몰락│크게벌어더크게잃다│100만원짜리담배한개비│‘따고배짱’으로부를지키다│재테크100점자식농사0점│모두함께가난해지다

5100년전원조개미들의주식잔혹극
나만못벌수는없으므로│전쟁만세!주식만만세!│망한주식도한번은튄다│‘멘탈갑’조준호의승승장구│게는모래성밖에쌓지못한다

6만주개척이라는거대한사기극
100년전의외국인부동산투기│쌀플랜테이션이된조선의운명│만주대박?만주탈출!│화약고만주와완바오산의비극

7나진대박의꿈
줘도안가질땅에서금싸라기땅으로│폭탄돌리기의끝은개미들의피눈물│망상위에세워진만주이주계획│만주에던져진조선사람들│가져본적도없는땅을팔다│쉰두부와귤껍질도감지덕지│고생은길게행복은짧게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경제사책에서는찾아볼수없는
‘원조개미’들의진짜투기잔혹사

수많은역사책이조선의경제가사농공상의유교적질서를바탕으로돌아갔다고설명하지만,작가는‘역사덕후’의기질을발휘해그빈틈을파고든다.즉법과제도,사상과질서의틈바구니에서당시사람들이실제로어떻게돈을벌었는지,그온갖수단과방법을복원하는데초점을맞춘다.
실제로조선경제의풍경은매우역동적이었다.가령조선중기이후의은광개발과은화유통은‘임진왜란의영향’이나‘동아시아은본위제의성립’만으로설명될수없다.거기에는은맥찾기에투신한농민들,정제기술을개발한장인들,그기술을일본에판산업스파이들,큰돈을투자해은광을사업화한양반가의물주들,그들의뒤통수를노린무뢰배들,이들모두에게빨대를꽂은탐관오리들의물고물리는이야기가얽히고설켜있다(204~220쪽).
책은바로이러한이야기들에초점을맞춘다.임금부터천민까지수많은사람이부동산부터주식까지나름의패를쥐고펼친‘쩐’의전쟁이라하겠다.

[한양집값앞에장사없다]
조선의수도한양에는집을돈벌이수단으로삼는자들이많았다.오늘날우리에게‘서울자가’가그러하듯,조선사람들도‘한양자가’를꿈꾸었기때문이다.애민정신의대변자정약용조차아들들에게“한양에서10리안에살게하겠다”라고각오를다졌을정도다(19~23쪽).이처럼행정과경제,학문과문화의혜택을누리기위해많은사람이한양으로향했고,그만큼땅값과집값이천정부지로뛰어올랐다.
이러한흐름에올라타돈을번인물로어영청의대장윤태연이유명했다(28~91쪽).그는권력을이용해어느백성의10칸짜리집을싼값에사들인다음,전격적인리모델링으로방을하루만에총30칸까지(쪼개어)늘렸다.그런다음이쪽방들을세놓아월세를받다가,비싼값에집을되파는데성공했다.지금처럼세련된‘집테크’는아니었지만,집의가치를올리는방법만큼은확실히알았던셈이다.
이외에도책은다중계약으로보증금을슬쩍한전세사기(51~53쪽),도시정비나유력자들의대저택건설로발생한재개발난민(33~34쪽,59쪽,73~76쪽),실수요자들의피해를초래한조정의부동산정책(36~38쪽)등을소개한다.이로써바로어제일이라해도믿을만한500년전부동산희비극이펼쳐진다.

[돈앞에양반,상놈이따로없다]
조선사람들은돈을벌때만큼은자기신분을그리신경쓰지않았다.왕족이라도돈이없으면숨죽여살았고,천민이라도돈이많으면양반부럽지않게살았기때문이다.심지어조선후기가되면돈으로신분까지사니,“돈만있으면개도멍첨지라”라는속담이괜히생겨난것이아니다.
세종때영의정을지낸유정현은이러한시대정신을몸소보여준인물이다(124~140쪽).그는조선초나라살림을책임진관리로,그능력이굉장히탁월했다.특히화폐발행과정착을진두지휘하며시장경제활성화를위해부단히노력했다.여기까지만들으면부국에이바지한명재상처럼보이지만,사실그는유명한대부업자이기도했다.그것도아주악독해고리로번돈만오늘날시세로2000억원에달했다.영의정이나되어서이런일을벌이다니,어찌보면돈버는데물불가리지않은,가장조선사람다운태도였다.그렇다면화폐도입을위해애쓴것도,돈빌리려는사람을늘리려는수작아니었을까.
이외에도책은성실한재테크로오늘날용산공원규모(약100만평)의농장을소유하게된이황(114~118쪽),인삼밀수에임금까지끌어들인역관장현(144~148쪽),고위관리를사위로맞아신분을높이려한천민부자김내은달(173~175쪽),유통공룡이되어매점매석으로폭리를취한경강상인(184~186쪽)등을소개한다.이처럼조선은임금부터천민까지모두가애써부자되려한나라였다.

[야수의시대,야수의심장]
20세기에들면새로운돈벌이방법들이조선에상륙한다.그중가장대표적인것이주식과선물이었으니,수많은조선사람이생전처음보는시장에열광했다.‘기업공개’나‘서킷브레이커’같은,지금은상식이된안전장치들이당시에는존재하지않아한순간에큰돈을벌고,또잃을수있었기때문이다.실제로당시신문들은벼락부자가된사람들과“실성해자살”한사람들의이야기로가득했다(253~255쪽).
이와중에거의유일하게큰돈을벌고,또지켜낸사람이바로조준호다(270~273쪽).그는일본과영국에서유학한엘리트였는데,단순히머리가비상한차원을넘어‘멘탈’이대단했다.1936년일본에서일어난쿠데타로‘나라’의존망을걱정한식민지조선의개미들이‘패닉셀링’을이어갈때,홀로초연히‘줍줍’에나서오늘날시세로200억원이상의수익을실현했을정도다.또한조준호는시대의흐름에맞춰투자처를다양화했는데,한국전쟁후곧바로벽돌공장을지어큰돈을벌기도했다.이에‘투자의신’으로불렸으니,‘투기의민족’이낳은‘끝판왕’이라할만하다.
이외에도책은나라팔아먹은돈을선물로튕긴매국노윤택영(254~255쪽),기생을사첩으로삼기위해선물에뛰어들어오늘날시세로400억원가까이번유영섭(256~259쪽)등을소개한다.낯설지않은이이야기들은100여년뒤에벌어질아수라장의‘프리퀄’아니었을까.

“그때살걸!”“그때팔걸!”
‘그때’로돌아간다면‘떼돈’을벌수있을까

이처럼500여년의조선역사에도투자와투기의경계에서웃고울기를반복한수많은사람이존재했다.이들의이야기를살펴본후내린저자의결론은그리밝지않다.역사에아무리빠삭한들,설사과거로돌아간다고해도부자되기는어렵다는것!왜냐?인간은욕심에서자유롭지못하기때문이다.실제로책이소개하는돈벌이방법은여러가지이지만,실패의공식은단하나다.조금만더벌려다가몽땅잃는다는것이다.가령1900년대활동한반복창은쌀선물시장에서오늘날시세로수백만원의돈을300억원가까이불리는데채2년도걸리지않았다.그러나무리한투자끝에그큰돈을몽땅잃고는선물거래소근처를전전하다가객사했다.그의유언은“쌀값이오른다!떨어진다!”였다고한다(248~253쪽).
이와비슷한경우가조선역사내내반복되었다.고리대까지동원해산한양의100칸짜리기와집이1년만에‘깡통’이되어정말깡통찬유만주(68~71쪽),은광과보가돈이된다는소문에앞뒤따지지않고가산을모두처분해뛰어들었다가쫄딱망한안명관(199~200쪽,209~211쪽),제국주의의피해자인데도제국들이계속해서날뛰길바라며전쟁관련주식을쓸어담은결과평생‘존버’하게된식민지조선의개미들(266~267쪽)까지그예는정말무수하다.
하지만이욕심많은사람들을손가락질하고싶지않은건왜일까.오늘도오르는부동산대출금리에,물도못탈정도로낮아지는주가에과거의선택을후회하는사람이라면‘원조개미’들의이야기에빠져보자.묘한동질감과카타르시스에위로받을지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