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죽음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에 대하여)

자유죽음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에 대하여)

$18.00
Description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 시선으로 치열하게 써 내려간
자살에 대한 가장 솔직한 담론
아우슈비츠에서 생환한 작가 장 아메리가 1976년에 발표한 《자유죽음(Hand an sich legen: Diskurs ?ber den Freitod)》의 한국어판으로, 자살에 대한 논쟁적 사유와 성찰을 담은 철학적 에세이다. 아메리는 ‘자기 세계 속의 자살자’의 마음을 부표 삼아, 삶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인식, 자살에 대한 편견을 해체하고 존엄을 일깨우는 시도를 한다.

아메리는 ‘자기 자신을 살해한다’는 의미의 ‘자살(Selbstmord)’이라는 말을 ‘자유죽음(Freitod)’으로 대체하자는 말을 시작으로, 독자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자살자는 뛰어내리기 직전에 어떤 상황에 처하는가?’ ‘죽음은 자연스러운가?’ ‘자연사란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살아야만 하는가?’ ‘사회는 왜 자살을 금기시하는가?’ ‘인간은 누구에게 속하는 존재인가?’ 아메리는 당대의 실존주의 사상은 물론, 철학ㆍ문학ㆍ사회학ㆍ정치 이론,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치열한 사유를 통해 답을 찾아나간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수용한 ‘삶’과 ‘죽음’ 그리고 ‘자살’에 대한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의 의미를 성찰하게 된다. 이 책이 출간된 지 약 50년이 되었지만, ‘자살’은 아메리의 제안처럼 ‘자유죽음’이란 말로 대체되지 않았다. 여전히 자살은 금기시되며, 자살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야만 하는 인생’을 저버린 인간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1976년에 출간된 이 책이 오늘날 여전히 시의적절하고 유효한 이유다.
저자

장아메리

JeanAméry
1912년오스트리아빈에서태어났다.본명은한스차임마이어(HansChaimMayer).대학에서문학과철학을공부했다.1938년벨기에로망명해레지스탕스활동에참여했다가1943년게슈타포에게체포되어아우슈비츠와부헨발트,베르겐벨젠강제수용소에서수감생활을했다.전쟁이끝난1945년이후브뤼셀에정착하여자유기고가와방송작가로활동했다.1955년에애너그램으로성씨(Mayer)의철자를뒤바꾸어아메리(Améry)라는이름을새로가졌다.
아메리는줄곧고향을떠나살았지만,죽을때까지독일어로글을썼다.1966년자신의강제수용소경험을성찰한《죄와속죄의저편(JenseitsvonSchuldundSühne)》을발표해동시대지식인들에게깊은충격을주었고,1976년에는이책《자유죽음》을출간해강렬한논쟁을불러일으켰다.그리고2년뒤인1978년잘츠부르크의한호텔에서수면제를먹고스스로목숨을거두었다.오스트리아빈의중앙묘지에안장된그의묘비에는출생과사망연도아래에아우슈비츠수감번호‘172364’가적혀있다.

목차

|추천의글|유진목ㆍ004
|서문|ㆍ009
|1장|뛰어내리기에앞서ㆍ017
|2장|죽음은자연스러운것인가ㆍ071
|3장|손을내려놓다ㆍ121
|4장|나자신에게속하자ㆍ169
|5장|자유에이르는길ㆍ215
|옮긴이의글|김희상ㆍ266
|찾아보기|ㆍ276

출판사 서평

‘자살’을사유함으로써인간의‘존엄성‘을회복하는현대자살론의고전《자유죽음》
아우슈비츠에서생환한작가장아메리는이책에서인간의자유와죽음,그리고자살에대한질문을던지고그에대한답을치열하게찾아간다.자살자는어떤상황에처해있는가?우리는왜자살을금기시하는가?자연적인죽음이란무엇인가?죽음을선택할수있다는것에는어떤의미가있는가?아메리는자의와타의로우리가직면하지않았던죽음의얼굴을마주보게함으로써,‘우리의지평앞에새로운휴머니즘이떠오르는‘경험을선사한다.

살아서죽음속에갇혀지내길거부한사람
1978년10월17일잘츠부르크의호텔에서한남자가죽은채로발견됐다.사인은수면제과다복용.그의옆에는고액의장례비와함께호텔에“폐를끼쳐서죄송하다”는내용의유서가남겨져있었다.그의이름은한스차임마이어(HannsChaimMayer)로,1912년오스트리아빈에서유대인으로태어나,나치에저항해레지스탕스로활동했던인물이었다.그일로마이어는1943년게슈타포에체포되어모진고문을받았고,이후아우슈비츠,부헨발트,베르겐벨젠강제수용소를전전하며수감생활을했다.그가‘자유의몸’이된건독일이패망한1945년이었다.하지만그는귀향하지않았다.이름마저버렸다.애너그램으로성씨(Mayer)의철자를뒤바꾸어아메리(Am?ry)라는이름을새로가진그는,아우슈비츠수감사실을숨긴채브뤼셀에서기자와작가로활동했다(266~269쪽).
‘장아메리’라는이름이마침내세상에알려진것은그가아우슈비츠에서의고문경험을성찰한《죄와속죄의저편》(1966)과특히자살을논한이책《자유죽음》(1976)을발표하면서부터다.물론출간된당시에도이책이자살을주제로한최초의책은아니었다.이미‘자살학(Suizidologie)’이라는학문이19세기부터존재했고,에밀뒤르켐,지크문트프로이트,장배슐러를비롯한많은학자가자살을연구한책들을발표한바있었다.그럼에도불구하고《자유죽음》은출간직후동시대지식인들에게강렬한논쟁을일으켰으며,약50년이지난지금까지도‘자살’에관련한가장뜨거운문제작으로거론된다.

선택을결행한자의내면으로부터
서문에서아메리는과학이끝나는곳에서이책이시작된다고못을박는다.그가출발점으로삼은것은다름아닌자살자의마음,특히그들이처한‘뛰어내리기직전의상황’이다.이순간이야말로자살이라는문제의알파요,오메가이기때문이다.자살직전,자살자들은너무도완벽하게유일해서다른것과는헷갈리려야헷갈릴수없는자기만의상황에처한다.이상황에대해아메리는‘에셰크(?chec)’라는개념을제시한다(89~92쪽).‘돌이킬수없는총체적인실패’‘치욕스러운좌절’을뜻하는에셰크앞에서자살자들은자존과존엄을위해자연법칙을깨뜨린다.그들에게있어이‘에셰크’는참을수없는굴욕이다.
그런데어떤상황과조건이‘에셰크’로규정되는가판가름하는것은곧개인주관과그가속한사회다.그리고양쪽의판단은늘엇갈릴수밖에없다.지금도우리는자살을다룬기사에서언제나이‘엇갈림’을목격한다.“세상은살만한가치가있다.”“이렇게별것아닌일로죽다니.”이에대해아메리는우리사회가내리는판단의본질은인간의‘기능성’에있고,종교와도덕,심리학과정신분석은그런사회에봉사하는것일뿐이라고지적한다(95쪽).오히려‘살아야만하기때문에살아야하는인생이라는것은없다’고단언하며‘삶’에대한우리의인식을되짚어보게한다(119쪽).
물론에셰크상황속에서도계속해서살아가는사람은얼마든지있다.치욕을감수하며,‘생물의본능과사회의의무에충실한인간’으로,‘죽음을얻지못하고생명을잃어버린자’로사람은충분히살수있다(233~234쪽).하지만바로그렇기때문에자살은‘에셰크’에주는답으로서,자존의이름으로,오롯이자신의결심으로죽음을선택하는행위가된다.‘자기자신을살해’한다는의미인‘자살’이란말대신,자유롭게자신의죽음을선택하는자발적인행위라는뜻의‘자유죽음’으로대체하자는아메리의제안은이렇게설득력을얻는다(20쪽).

삶의부조리앞에서우리가던져야할질문들
‘자기세계속의자살자’의마음을들춰보는과정에서우리에게떠오르는것은번뜩이는깨달음이아닌당혹스러운의문이다.살면서부딪치지만,한번의고민없이넘어갔던삶의모순들을그가집요할정도로되짚어보기때문이다.이를테면우리는갑작스러운사고로인한청년의죽음을두고아주불행한,곧지극히부자연스러운죽음이라고부른다.이에대해아메리는도리어‘죽음은자연스러운것인가?’‘자연사란무엇인가?’라는물음을시작으로끊임없는생각거리를던진다.나이가먹고육체가그소임을다했을때죽는건자연스러운것일까?50대중반에돌연심장마비로죽는것은?자연재해로수많은사람이동시에사망한것은자연사일까?20대에교통사고로갑작스럽게죽는것은?아메리는여기에서더깊숙이사유를밀고들어간다.“태어난이상우리는언젠가죽는다.이것이자연법칙이다.”하지만이말은이렇게도해석할수도있다.‘우리는탄생의순간부터죽어간다’그러니우리는‘완공축제때허물어질집을짓고있는것’이다(83쪽).이로써우리가가졌던죽음에대한인식이갑자기흔들린다.다시말해서‘자연적’인사건으로만알았던죽음이돌연‘주관의선택’문제로떠오르는것이다.
이과정에서아메리가보여주려는건삶과죽음,그리고자살자에대한우리의생각이세상이주입한선입견에지나지않는다는것이다.심리학이자살의원인에대해서‘나르시시즘의위기’혹은‘성장과정의결손’때문이라고할때,우리는그말을의심해본적이있던가?‘죽는것만못한삶’을사는사람에게“그래도살아야만해!”라고외치지는않았던가?그몰이해가우리사회를존엄을포기하며살아야하는곳으로만든게아닐까?아메리의말에반감이불쑥올라온다면,우리에게‘그어떤상황에서든계속사는것만이옳다’는전제가깔려있다는반증이다.‘다수의행동이그어떤고민도필요없을정도로절대적인가치를갖는다고믿는다’는뜻이다.

죽기로각오한당당함이열어주는삶의길
출간이후약50년간이책은‘자살을합리화한다’나아가‘자살을부추긴다’는오해를받아왔다.특히저자가이책을쓰기전에자살을기도했다가살아났고,아메리가이책을쓰고2년뒤에스스로목숨을거두었다는뒷이야기는그의심에더욱신빙성을더해줬다.그러나그것은누명이맞다.아메리도“변론처럼보일수도있는것은자유죽음을찾는사람을이해하려하지않고‘자살’이라는현상만을추적하는과학적연구에보인반작용일따름”이라며,단호하게“그같은오해는삼가달라”고이야기한다(13쪽).실제로책의후반부에서아메리가치중하는것은자유죽음의‘무의미함’을밝혀내는일이다.그렇다면아메리는왜이공허한죽음을이토록치열하게사유한걸까.실존주의사상을비롯한철학과문학,사회학,심리학과정치이론까지끌어오며아메리가우리에게보여주려는것은무엇일까.
아메리가‘자유죽음의현상학’을통해보여주려는건우리에게내재된편견이기도하지만,자살을각오한마음가짐그자체이기도하다.책전반에걸쳐아메리는자살자에대해이렇게말한다.자살자는인간으로누려마땅한존엄과자유의이름으로존재의법칙에항거하는사람이다.자살자는삶의부조리에부딪쳤을때,그정체를고민하며온몸으로끌어안는사람이다.자살자는‘인생은살만한것이라고최면을거는거짓말’에속지않고근원적인진정성을온전히살아내는사람이다.자살자보다더지독하게자유를집중적으로체험하는사람은없다.그렇다면,자살자의마음으로인생을사는건어떤가?잠시후죽는다면,아니언제죽을지선택할수있다면,우리를괴롭히던눈앞의문제는아무것도아닌게된다.어떤순간에도나로서살아갈수있다.“삶이탄생의순간부터죽어감이었던것처럼,죽기로각오한당당함은삶의길을열어준다”는아메리의말은바로이런뜻이었던것이다.
이책이출간이후50년간문제작으로꼽혔던이유는자살옹호라는오독과인간의자유와존엄을사유했다는정독(正讀)이끊임없이대립했기때문일지도모른다.그리고곧이말은자살에대한우리의인식이50년동안여전히바뀌지않았다는뜻이기도할것이다.이책의추천사를쓴유진목시인의말처럼‘이책의마지막페이지를읽고서첫페이지를펼치는독서를권유해본다.’이번에는당혹감이아닌깨달음을,‘우리의지평앞에새로운휴머니즘’이떠오르는경험을해보길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