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로드에서 만나 - 텍스트T 4

로열 로드에서 만나 - 텍스트T 4

$13.50
Description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로열 로드에서는 모두 다 이뤄졌다.”
경계를 걷는 청소년이 나아가야 할 다음 한 발짝에
뜻밖의 선택지를 열어 줄 세 가지 이야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잡았다.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제페토, 로블록스 등이 아니더라도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다른 공간에서 다른 자신을 만들어 내는 일이 흔해지며, 본래 게임 용어였던 ‘부캐’라는 말도 널리 퍼지고 있는 모양새다. 가상 세계와 실재 세계의 경계를 걸으며 자유롭게 양쪽을 넘나드는 것이다.
이희영, 심너울, 전삼혜 작가는 세 편의 SF 소설을 통해 이처럼 자유로운 메타버스 속 멀티 페르소나 문화 속에서 청소년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입시를 향해 달려가며 한 번의 실패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에서 청소년이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로열 로드에게 만나』는 세 편의 소설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상 현실을 경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보여 준다. 더불어 심완선 평론가, 김영희 국어 교사, 김담희 사서 교사는 특별 대담을 통해 소설을 조금 더 심도 있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

이희영,심너울,전삼혜

단편소설「사람이살고있습니다」로2013년제1회김승옥문학상신인상대상을수상하며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8년『페인트』로제12회창비청소년문학상을수상했고,같은해제1회『너는누구니』로브릿G로맨스스릴러공모전대상을수상했다.이외지은책으로장편소설『썸머썸머베케이션』,『보통의노을』등이있다.그밖에제10회5·18문학상소설부문,제3회등대문학상최우수상,KB창작동화제우수상등을수상하며문학적역량을인정받았다.

목차

1.로열로드에서만나-이희영
2.이루어질수없는-심너울
3.수수께끼플레이-전삼혜
특별대담:메타버스속청소년들의아바타,멀티페르소나문화

출판사 서평

청소년들의독보적지지를받는세작가가보여주는
이분법을넘어서만나는새로운세상

메타버스가화제의키워드로떠오르면서앞으로우리의삶에어떤영향을미칠지많은이야기가오고가고있다.일각에선메타버스가시간과공간을초월한새로운세계가될것이며이로인해많은제약이사라질거라고얘기하지만,한편에서는그로인해벌어질신종범죄나과몰입등을걱정하기도한다.
청소년은누구보다메타버스와가까운세대이다.『로열로드에서만나』는이미메타버스를적극적으로경험하고있으며앞으로더욱깊숙이받아들이고메타버스속에서많은시간을보내게될이들이,한번쯤생각해보아야할것들에대해짚고넘어간다.이는단순히메타버스는‘좋다’혹은‘나쁘다’에대한토론이아니라,메타버스에서청소년들은무엇을할수있으며,앞으로어떤변화를겪게될것이고,그때부딪히게될,혹은이미부딪힌문제들에대한실마리를제공하는일에더가깝다.
『페인트』로창비청소년문학상을받으며청소년들에게독보적인지지를받고있는이희영작가와,『나는절대저렇게추하게늙지말아야지』등을발표하며독창적이고뼈있는글쓰기로성인뿐만아니라청소년도사로잡은심너울작가,『궤도의끝에서,나의룸메이트에게』등으로호응을얻으며청소년SF계의빼놓을수없는인물로자리매김한전삼혜작가의만남도주목할만하다.세작가가청소년을위해빚어낸생생한세계관과인물들은각각다른개성으로소설속가상세계에몰입하게만든다.각작가가보여주는세가지맛메타버스이야기는청소년뿐아니라성인독자들또한즐겁게읽을수있으면서도생각할거리를던져줄것이다.심완선SF평론가,김영희국어교사,김담희사서교사의특별대담역시독자들을더심도있는고민으로이끌뿐아니라,세소설을더깊이있게읽고현재청소년들의멀티페르소나문화에대해다양한시각을제시함으로써독자의좋은독서길잡이가되어준다.

세작가가보여주는세가지맛메타버스
기존의틀을부수고제시하는새로운‘상식’

이희영작가의「로열로드에서만나」속세계는VR기기‘포르타’가있어야수업에참여할수있을만큼메타버스가익숙해진세계이다.메타버스세계에는일반적인학교나상점가뿐만아니라‘추가금’을지불한사람만이입장할수있는명품의거리,이른바‘로열로드’가존재한다.로열로드는화려한외관,속내를짐작할필요가없는친절한점원,그리고바깥세계에서는쉽사리구입할수없는값비싼명품들로채이의마음을사로잡는다.처음엔‘고작’이미지일뿐이라고생각하던채이는자신도모르게실재세계에서는채울수없었던욕망을가상세계속에서마음껏채우려한다.물질적욕망의덫에걸린것이다.결국채이는해서는안될일을저지르고만다.하지만이소설은‘그래서메타버스는나빠’라고단순하게이야기하지않는다.중요한건채이의경험으로앞으로달라지게될미래이기때문이다.
심너울작가의「이루어질수없는」에서주인공최진호는영국에가기위해아르바이트를하는평범한대학생이다.적어도그는그렇게생각하고있다.하지만최진호가생각하는‘진짜’세계는한기업에의해만들어진메타버스세계다.메타버스세계를관리하는회사의직원인윤희랑은최진호에게진실을알려주려한다.이소설속에서실재세계에존재하는인물들은‘진짜’가‘가짜’보다우월하다고여긴다.메타버스세계는현실세계에종속된세계일뿐이라고말이다.하지만결말로이어지는최진호의선택은독자가흔히상상하는진짜와가짜에대한상식을부순다.
전삼혜작가의「수수께끼플레이」는점점다양해지고있는청소년들의관계맺기양상을보여준다.학교메타버스게임을플레이하는주인공윤가람은게임속에서호감이가는친구‘플레이어004’를만난다.004와친구가되고싶은윤가람은그에게이름을묻지만004는알려주고싶어하지않고,윤가람은그때문에갈등한다.서로이름도,얼굴도모르는두친구의우정은서로에대해많이파고들수록깊은관계로나아갈수있다는기존의관계맺기방식을정면으로거부한다.
세작가의작품은각각다른방식으로메타버스에대해이야기하지만,기존의틀을부수고메타버스를통해새로운‘상식’을보여준다는점은일맥상통한다.새로운것이도래하면새로운생각의틀이필요한법이다.『로열로드에서만나』는새로운생각의틀을지을유용한도구가되어줄것이다.

책속에서

“뭐야?너우리몰래그새쇼핑했어?”
해나가채이의변화된아바타를훑어내렸다.
“그냥심심해서.네말대로이왕회원코드선물받았는데썩히는것도아깝고.”
“5,000원아까워서5만원을쓰겠다?”
아진의한마디가묘하게신경을건드렸다.채이가한마디내뱉었다.
“왜?나는쇼핑에그깟5만원좀쓰면안돼?”
_29쪽

어디까지가꿈이고어디까지가현실인지알수없었다.어디서부터잘못되었고어디서부터바로잡아야할지도모르겠다.단순한기분전환이라믿었다.스트레스를날려줄유희라생각했다.산책하듯,영화보듯,맛있는음식을먹고좋아하는음악을듣듯가볍게.그런데정신을차려보니너무멀리까지와버렸다.파도에떠밀려육지가안보일때처럼,무섭고두려웠다.어쩌다이지경까지됐을까._41~42쪽

“잘못했단말도못했어.”
“하면되지.지금이라도하면돼.”
채이가천천히고개를들었다.
“야솔직히말해서.그잘난로열로드에는네가없어도되지만.”
눈앞에빙긋이웃는아진이있었다.
“현실에서는강채이,네가없으면안되잖아.”
유일하게위로를주는곳은가상세계뿐이라믿었다.하지만그생각은어쩌면틀렸는지도몰랐다._48~49쪽

‘대학교의신입생’이라는신분이제가슴속에새로운바람을불어넣은거예요.왜,선생님들이다들그러잖아요.지금만꾹참고공부하면,대학에가면뭐든할수있다.술도마실수있고,연애도할수있고,청소년에게허락되지않은온갖일탈이가능하니까,그러니까제발조금만참아라!괜히선생님들귀찮게하지말고!그리고저는선생님들이만든세계관에그대로홀려버린것이지요!그래서전런던이라는꿈을품게되었어요.그런데,이거야원,상상도못한새로운꿈이또하나생겨버린거지요._69쪽

“명심하라고.사용자들은사람이아니야.그래서내가쉬운길로가자고한거야.어차피사용자들은가짜세상에서가짜로살아가는것만으로감지덕지한다말이지.우리가데이터수정을하든말든신경안써.애초에인지조차할수없지만.그런데굳이이세상이가짜라는비밀을알려주고,우리편으로만들자고?”
나는고개를저으면서의자에서일어났다.이지영이빙긋웃으면서나를올려다보았다.나를당돌한신참쯤으로생각하는듯했다.그의재수없는콧대를짓눌러주고싶었다.
“아뇨.이사용자는사람이맞아요.다만육체를가지지않은사람일뿐이죠.최진호씨는꿈을가지고있단말이에요.꿈을가지는건인간적인일아닌가요?그럼직접물어보죠.그냥자신의데이터일부를지우고가짜삶으로돌아가는걸원할지,아니면모든게가짜라는걸안채로살아갈지.고뇌하겠지만,그래도꿈을품고살아가기를원할거예요.”_89~90쪽

나는‘나’반이되고싶었다.이유는딱가운데정도만하고싶어서였다.가나다중에나.아주위는바라지도않으니,지금내상태가‘다’라면지금보다좋은‘나’.나정도라면만족할까……생각하다나는플레이어004에게말을걸었다.
-너는무슨반되고싶어?
플레이어004가달리면서조금늦게대답했다.
-모르겠어.
생각해보면플레이어004는자신에대해많은걸드러냈지만,중요한건드러낸적이없었다.전투를잘못하고,수수께끼풀기를좋아하고,일지를잘쓰고,나와동맹을맺고,오후8시면부모님이와서게임을끄라고하는집의아이.이정보만으로이애가누구인지안다고할수있는걸까?나는플레이어004가조금더궁금해졌다._128쪽

그래.그거면된거지.이메타버스에서플레이어004와플레이어087로같이플레이하는게즐겁다면된거다.예쁘게꾸며지지도않은막대기같은아바타로.말하고싶은것은말하고,숨기고싶은것은숨기며.그렇게플레이하면되는거다.어쩌면그게서로에대한인정인지도모른다._138쪽

다만이소설을단순히‘가상현실은나빠’라는결론으로읽지않으면좋겠습니다.앞서상승과하강을물었는데,사실채이가경험하는바를보면수평이동에가까워보여요.더군다나채이는로열로드덕분에아진이겪은“추락”을훨씬자그마한규모로겪습니다.로열로드는‘5천만레스’가5천원으로축소된곳이잖아요.채이가겪는피해는상대적으로
작고배움은큽니다.가상세계를통했기때문이에요.소설에“놀이와공부의균형”이언급되는데,메타버스의안과밖의균형이라고도읽힙니다.앞으로채이가메타버스와관계를맺는방식도달라지지않을까요?_146쪽

상대를도우려면어떻게할지진정으로섬세한고려가필요하다는생각을하게돼요.정답은없겠죠.유일하게확신하는방향은,상대방이스스로생각해볼기회를주어야한다는거예요._157쪽

윤가람은세상을구석구석활보하며새로운사실을알아가는데자유를느끼는인물이에요.메타버스에선무엇이든가능한줄알았는데NPC들은변화하지못한다는것을깨닫자답답해합니다.반면004는변하지않는점에서자유를느껴요.익명성을그대로유지하고자하죠.같은메타버스에있어도둘이감각하는자유는달라요.그런데각자의자유를인정하면서도우정은존재할수있어요._160~1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