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둘이쓰는일과삶의성장이야기,‘키키시리즈’2권
“재미,열쇠,방향,성장,협업”의가치가사람의모습으로나타났다!
든든하게나를믿어주고밀어주는X언니,말하자면21세기‘X결연’의탄생
“언니는언니없이어떻게버텼어요?”한예능에서이효리가엄정화에게한말이화제가되었다.딱열살차동료인두사람은같은업계에서오래일해오며먼저걸어나간여성의존재가그자체로얼마나큰힘이되는지알기에말이떨어지자마자눈물을쏟았다.연예계뿐만아니라모든업계와사회에서여성이어쩔수없이겪어야하는삶을경험한모든이가,이말에뜨겁게공감했다.
X언니는1990년대에유행한은어로,마음이맞는여성들의자매결연을뜻한다.당시X언니는어디선가누군가에무슨일이생기면나타나도와주는든든한후원자를자처했다.주로학교생활의적응을돕거나교환일기를쓰며끈끈한우정을다졌다.이들의의리는각별해서,서로의지하며인생멘토의역할을하곤했다.그러다X언니의존재는점점희미해졌다.선후배의교류자체도사라져갔다.
그런데21세기에,다시X언니를말하는이들을만났다.스물아홉,돈도사람도꿈도잃고이제그만죽고싶다고생각했을때우연히김얀의글을보고희망을발견한백요선.서른아홉,작가가되고싶어서무작정상경해산전수전다겪다가연소득오백에서드디어월천클럽으로입성했지만마음한구석늘예술에관한갈증으로목말랐던김얀.그런김얀이일잘하고돈잘벌고재미있게놀고싶어서시작한모임‘머니앤아트’에백요선이문을두드리면서두사람이만나게되었다.어느덧두사람은2년이훌쩍넘게하우스메이트로지내며서로의일과삶에중요한원동력이되어주고있다.백요선은김얀을《나의X언니》라고부른다.말하자면이책은21세기의‘X결연’이자새로운가족의탄생을보여주는중요한사례다.
지금우리에겐X언니가필요해!
겁없고이상한언니와은은하게미친동생의
동고동락(同苦同樂)일기
“너를보면예전의내가떠올라.혼자낯선곳을끝없이떠돌던그때의내가.”(김얀)
첫통화에서부터끊임없이‘아홉수’를외치며불안해하던백요선.김얀은예의만은발랐다고회고한다.백요선은김얀의글을읽고한줄기빛을발견한뒤김얀이만든모임에가입하고,용인에서부천까지왕복네시간이걸리는거리를하루가멀다하고찾아가참여하다가결국모임장소인‘얀피스’(재테크에성공한김얀이사무실로임대하는오피스텔)에눌러앉게된다.서로티키타카가잘통해서밤새이야기하다보니내밀한속사정까지알게되었고,김얀은백요선의모습에서십년전자신이겹쳐보였다.그래서백요선에게들려주고싶은이야기를꺼내다보니오히려김얀자신이성장하고있음을깨달았다.그러다백요선은아예‘김얀집’(김얀이셰어하우스로운영하고있는자신의집)거실로이주하게된다.
그렇게한집에서동고동락한지3년차,백요선은김얀이일을하면서도셰어하우스를운영하고,책을쓰고,늘새벽까지사람들을챙기는모습에감탄한다.김얀은배우를꿈꾸는백요선에게‘백배우’라는뜻의별명‘백배’를지어주고,꿈을키워가면서도안정적으로밥법이를할수있도록코칭해준다.덕분에백요선은취업에성공해적성에맞는스타트업인사팀매니저로커리어를쌓게되었고,이를기반으로배우수업도착실히해나가고있다.두사람은같은집에서이야기하고또이야기하고,함께걷고또걸으며고민을나눈다.김얀은어쩌다서로에게집도절도다내어준사이가되었는지신기하면서도,사람은가장가까이에있는사람을닮게마련이므로그저매일좀더나은인간이되기위해노력해야겠다고생각한다.이책은그렇게서로를관통한시간과두사람의성장에관한교환일기이자,가장든든한가족이되어간이야기다.낯선타인으로만난한사람이다른사람을살리는일이가능할까?가능하다.이책이그증거다.
“언니가좋은거알려줄게,진짜좋은거.
일,꿈,돈,사랑,그리고진짜가족같은거.”
“언니덕분에더나은사람이되고싶어졌어.언니에게어울릴만한더좋은사람.”(백배)
바닥을치던자신을건져올려세상에두발을붙이며살게해준사람.백배에게김얀은그런존재다.백배는사람이다른사람에게영향을끼치는것은불가능하고오만한일이라고생각했다.그러던자신이타인으로인해바뀌었다.X언니에게받은이행운을잘살아가는모습으로보답하고싶어졌다.그럴수록점점더스스로가마음에들었다.이빚을갚기위해자신의변화과정을기록하고나누고자《나의X언니》를썼다.그런백배를보며김얀은말한다.돌아보면백배는같은나이대의자신보다훨씬나은사람이며,누군가에게조언을해주는것은늘조마조마한일이고,사실이모든변화를일으킨사람은백배자신이라고말이다.다만,정리정돈은좀했으면좋겠다고엄마같은잔소리를덧붙인다.
더신기한이야기는지금부터다.그동안엄마와의관계에깊은어려움을겪던백요선은김얀과의관계를통해보살핌에관해다시생각해보게되고,소통이지닌근본적인오해를터득하면서엄마와의관계를회복해간다.또한섹슈얼한연기를할때마다어딘지뻣뻣했는데김얀과경험담을나누면서연기에도물꼬가트인다.김얀은그저우리는각자잘살면되고,“늙지않는뇌를유지하려면위아래열살터울친구를사귀는게좋다더라”라는말을할뿐이다.백배가방정리나좀잘하길바라면서.사실은누구보다마음으로백배를따뜻하게안아주며과거의자신도도닥이고,스스로자랑스러워할백배의앞날을응원한다.우리모두에게이런언니가있다면좋겠다.어쩌면한때‘나의X언니’였을누군가가떠오르기도한다.이책을계기로우리마음속에자리한‘언니라는존재’가되살아나길바라본다.
책속에서
사람들은우리를하우스메이트라고부르기도하고,열살차가나는언니동생,때로는선생과제자로생각한다.하지만내가언제나강조하는것은우리는그냥하나의개인들이다.(…)내가나이가더많고더오래살았다고해서뭔가를가르칠입장도아니고,가르쳐줄것도없다.나는내인생의전문가라자신하지만,내가살아온방법과깨달음은오직나에게만작동하는것일수있다.그래서누군가에게‘조언’을해주는것은늘조마조마한일이다.무엇보다나는살면서누군가의조언을받아들여본적이없는사람이다.그냥내멋대로살았다.
물론그럼에도사람은가장가까이에있는사람을닮아간다는말에는고개를끄덕인다.따라서나를위해서가아니라내옆에있어주는고마운사람들을위해서도나는좀더나은인간이되면좋겠다고생각한다.(…)백배덕분에종종그때의나와만나게된다.매일변하겠다고말하면서도여전히제자리걸음을하는백배를보면서‘아니,도대체그게왜안될까?’하다가도그때의나를떠올려보면확실히백배쪽이여러모로낫다.(얀니)_17~19쪽
물건만이아니라어쩌면관계나꿈같은것도그렇지않을까.적정거리를유지하며관계를이어나가는건늘내가어려워하는일이기도하니까.(…)내가정말이물건과계속해서함께해도즐겁고,그것을위해책임질각오가되어있는지도생각해야한다.뜯지도않은택배상자속스카프를생각하면설명할순없지만나도상처받는느낌이다.(백배)_31쪽
40대의나를상상해본적없던것처럼,내가월세를받는집주인이되리라고는단연코상상해본적이없다.서른여덟,돈공부를하기전의나는낯선동네와낯선나라를떠돌며사는게좋았다.어째서인지내집보다남의집이더편할때가많았다.평생이곳저곳을여행하며자유롭게살고싶었다.지금생각해보면다른식으로욕심이많았던것같다.(…)지금당장행복하려면,지금내가살고있는곳을먼저사랑해야한다.남들이보면그저그런흔한구축빌라로보이겠지만,이작고귀여운집은나에게최고의스위트홈이다.그러니틈이날때마다쓸고닦아본다.현관은복이들어오는곳이니쓸고닦고,부엌은밥을짓는곳이니쓸고닦고.지금함께있는친구들과지금당장여기서행복하자는마음으로오늘도나의세계를쓸고닦아본다.(얀니)_35쪽,41쪽
뒤늦게틴더의세계에입성했다.틴더는각종소문으로무성했지만차라리솔직하고일단사진이많았다.학력이나직업과같은정보혹은종교나추구하는라이프스타일같은가치관보다도몇장의사진이꽤많은것을말해준다는사실도알게되었다.(…)언니에게고맙다고바로카톡을보냈다.언니는카톡그만하고대화에집중하라고했다.(백배)_46쪽,48쪽
그러고보면섹스는돈과마찬가지로누구하나제대로가르쳐준사람이없었다.자라는내내여자는몸을소중히해야한다고만교육받았다.심지어내가고등학생일땐전교생이강당에모여순결교육을받으며‘순결캔디’를먹기도했다.(얀니)_58쪽
‘틴더관상가’라는별명이생기고말았다.틴더를통해누군가를만나려고할때‘이친구괜찮을까요?’하고물어오는동생들이제법되기때문이다.(…)틴더가나오기전에도,소개팅을앞둔친구들은나에게꼭사진을가져왔다.일명‘얀보살’.신기가있다는건아니고다양한연애경험과대학시절부터칵테일바(bar)에서일한경력덕에남자에관해서는나름빅데이터를갖추고있기때문이다.경험에근거해이친구는이런성향일것같다고하면며칠뒤꼭‘대박대박’하며찾아왔다.(얀니)_79-80쪽
내게“아주큰사막으로가자”라고말했던남자가있었다.우리의대화는3년가까이끝나지않았다.여느때처럼이불속에서장난을치다가남자가갑자기내손을잡고비장한표정으로“아주큰사막으로가자”라고말했다.새우튀김과함께먹은맥주에취한걸까?나는그말이너무달콤해서충치가생길지경이었다.알싸한로맨스에취한내가“큰사막어디?”하고신나물으니,남자는고개를갸웃하며말했다.“아이스크림사먹으러가자고……”잘못들은게웃겨서우리는또한참을깔깔거렸다.(얀니)_83쪽
얀니는최선을다해기억을복기하며최대한자세히말해주었다.언니는나에게설명해주려다자신도잊고있던기억을찾기도했고,기억을정정하기도했다.본인의생각을바꾸기도했다.
10년이라는시간이얼마나긴시간인지,그리고어떤사건은여전히정리되지않아어떻게사람의마음을계속흔들고있는지를바로옆에서지켜보았다.또그시간을통과한언니가지금어떻게살고있는지까지잘알고있기에나는좀복잡해졌다.“응응,그래서그랬구나.그래서그랬나보다”고개를끄덕였지만그럼에도‘그러다’와‘어쩌다’를완벽하게이해할수없다는걸깨달아버리기도했다.어쩔수없는상황이,생각지도못했던우연이,순간의강렬한충동이,평생의꿈이,그리고지금돌이켜보니착각이었던것들이‘그러다’와‘어쩌다’를만들었을것이므로.(백배)_90~91쪽
나의‘공황증상’은앞으로는연기만하고살겠다고다짐했던스물아홉에나를찾아왔다.시작은지하철에서였다.(…)숨이안쉬어지고가슴이답답했다.지금당장내리지않으면무슨일이일어날것같았다.나의주변에는이미공황증세로대중교통을이용하지못하는친구들이많았기에‘드디어나에게도’라는심정으로정신과에찾아갔다.공황진단을받고약을먹기시작했다.친한친구와는‘이제’그흔한공황이생겼으니‘성공하기만’하면된다고우스갯소리를주고받았다.(백배)_106쪽
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고엄마이야기만하면우는애였던나는여전히울먹이지만그래도엄마에대해이야기할수있는사람이되었다.(…)‘김얀작가’를나에게소개해준이도창간때부터한겨레신문을구독한엄마였다.나는엄마로인하여,엄마덕분에,그리고엄마때문에지금의내가되었다.(백배)_128~129쪽
엄마는언제부터인가하루도빠지지않고새벽다섯시면일어나목욕탕으로향했다.꼭껴안고함께자던엄마가내옆에없다는사실에울면서일어난기억이난다.우는나를위해엄마는내머리맡에는계란빵을,내볼에다가는선명한잇자국을남겨두고떠났다.자고있는내가귀여워마구뽀뽀를하다그만아주꽉깨물어버리는바람에생긴자국이었다.
엄마가내게남겨놓은잇자국.그건어쩌면엄마의사랑의방식이지않았을까.너무사랑해서그만깨물어버리고마는것.엄마가내게남긴것들을생각해보면그렇다.언젠가왜그때그렇게목욕탕에다녔느냐고엄마에게물었다.아무도없는유일한공간이목욕탕뿐이었다고엄마는답했다.(백배)_130~131쪽
가끔엄마와내가한몸이었다는걸생각하면너무로맨틱하다.탯줄로산소를공급하며같이호흡하고누구보다강력하게연결되어있었던엄마와나.세상의어떤엄마라도아이를배에넣고영양분을양보하며열달의시간을버텨낸것만으로도대단한존재라고생각한다.(얀니)_140쪽
‘기버(Giver)’가되어야한다고얀니는자주말하곤했다.기버.주는사람.생각해보니나는상대에게받지않으면된다고생각했지,내가뭔가를줘야한다고생각해본적은없었다.이정도만해도충분하다고생각했다.(…)물질적인것에만국한된이야기는아니다.늘상대보다내가더많이좋아할까걱정하며나는내감정도검열했으니까.(백배)_172쪽
백배와공저로글을쓰면서우리가생각보다더잘맞는사람이라는것을알았다.그전에는관심사가같아서잘맞는편이라고생각했지만,사실성격이나취향은많이달랐다.특히나는대인관계에서털털하게굴지만,사실은굉장히디테일하고꼼꼼한편이다.타인의장점을잘찾아내는게나의큰장점이지만그만큼단점도빨리찾아내는것이내단점이다.때문에이제껏내맘에쏙드는사람은거의없었다.다들디테일하게조금씩나와안맞았다.
그런데공저작업을하면서‘잘맞는다’고할수있는사람은단순히공통점이많은것이아니라각자가달라서서로의부족한면을채워줄수있는상호보완적인존재일수있겠다는생각을했다.백배와함께글을쓰면서알게된큰깨달음이었다.(얀니)_180쪽
얀니와함께보낸지난2년의시간을돌아보니바로내가영향받았고,내가바뀌었다.완전히바뀐것은아닐지라도내가가진편견들이좀깨졌고,인간을이해하는폭이좀더넓어졌으며,내가어떤사람이라는것을조금은제대로알게되었으니까말이다.
현실에발을붙이면서도하고자하는일을계속해서가시나답게해나가는법도언니에게배웠다.덕분에주말마다틈틈이촬영했던작업이하나의장편영화가되었고,친구들과찍었던단편영화는2022년부산국제영화제에다녀왔다.이렇게한권의책도완성할수있게되었고!(백배)_193~194쪽
매일불상앞에서무릎을꿇고소원을비는나를보며메리를떠올린적이많았다.그래어쩌면우리는모두중독되어있는게아닐까.커피와술에,일과성과에,사랑과희망에,무엇보다도끈덕지게질긴이삶에.(얀니)_2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