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를 짓는 시간

혼자를 짓는 시간

$16.00
Description
창작자들에게 듣는
창작하는 마음, 혼자인 마음, 살아가는 마음

시각예술과 요리를 연구하는 창작자, 김헤니 황예지의
창작의 재료와 과정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인터뷰 프로젝트
각각 그래픽 노블과 사진이라는 시각예술로 세상과 소통의 접점을 삼고 있는 김헤니, 황예지 작가. 이 두 사람에게는 ‘요리’라는 또 다른 공동의 소통 방식이 있다. ‘헨과 예조이의 요리연구회’라는 활동명으로 비정기적 팝업식당도 열며 요리와 창작의 연관성을 탐구하던 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 휘청거리는 순간을 다들 어떻게 견뎌내고 그 안에서 창작하고 있는지, 레시피를 선물하면서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인터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 내용을 『혼자를 짓는 시간』에 담아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 창작자들을 인터뷰하고, 그 이야기를 재료로 삼아 그들을 위한 특별한 식사를 요리하고 그 레시피를 함께 싣는 방식으로, 결과나 성과에 대한 인터뷰가 아니라 요리를 하는 것처럼 그 사람이 모아온 재료와 작업 과정에 집중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모두의 관심을 받기 전까지, 혼자 무언가를 짓는 고독하면서도 깊게 몰입하는 시간과 그것을 통해 자신을 지탱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저자

김헤니,황예지

프랑스앙굴렘유럽고등이미지학교(EESI)에서만화창작과정을수료했다.단편만화「헤니의시도」,에세이요리만화「이리저리헤맨사람의레시피」를쓰고그렸다.현재단편만화워크숍을운영하고있으며,옮긴책으로『네가보는세상』『노인들은늙은아이들이란다』등이있다.

목차

정해진틀에서벗어나숨을쉬어보기-신유정(요가강사)
한발물러나정확하게마주하기-김소연(시인)
건강한관계맺기에대한고민-정아람(활동가)
옳다고생각하는방향으로망설임없이-이소영(식물세밀화가)
마음깊은곳의목소리를마주하는과정-유은정(영화감독)
언어에조응하거나거리를두기-최리외(번역가)
dessert)혼자를짓는시간-김헤니,황예지

출판사 서평

“저희에게이야기를내어주시면,요리를만들어드릴게요.”

창작의과정에서직면하는겹겹의생각과고민,
그지난한시간동안자신을지탱하는일에관하여

창작과생활의균형에관해묻다

“저희에게이야기를내어주시면,요리를만들어드릴게요.”
김헤니,황예지두작가가인터뷰프로젝트에참여한창작자들에게‘요리’를지어주기로마음먹은이유는,요리가두사람공동의소통매개이기도하지만무엇보다자신을아끼는마음,즉‘자기애’와관련이깊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창작자중새로운세대에속하는사람으로서,그들은창작프로세스에서변화의기운을감지한다.잠도대충자고,밥도대충먹으며자신을훼손할정도로고통속에서창작하던과거의창작자들과달리,요즘은오히려건강한생활패턴을필요로하는방식으로작업을이어가는경우가많다며,창작과생활의균형이란화두에집중해창작자들의이야기를들어보려고했다.

두사람이인터뷰이를선정한기준은다음과같다.돈보다는좇아야할가치가있어보이는사람,마이크권력이없는사람,대화에유연함이있는사람,그리고일상에서늘성찰을놓지않고사는사람.그렇게요가강사신유정,시인김소연,인류학자이자활동가정아람,원예학자이자식물세밀화가인이소영,영화감독유은정,번역가최리외의‘혼자를짓는시간’에관한이야기를듣고,그들을위한요리를지어레시피와함께책에수록했다.

창작의시작,그리고계속해보려는마음

창작의계기,창작하는마음이란것이따로있을까?인터뷰에참여한창작자들의이야기를들어보면본인이진정으로원하는것을발견하고,그것을망설임없이추구하는자세에서창작의계기와지속력이생겨난다.그것은다른것과는달리“숨이쉬어졌기에”(신유정)택하는일일수도있고,“내가마음에드는일과다른사람들이좋다고하는일사이에성공할확률과실패할확률은사실비슷하기에”(이소영)자신의선택을밀고나가는경우도있다.그리고그러기위해서는“평소에내가뭐가먹고싶은지,지금뭘하고싶은지,내가어떨때기분이좋다고느끼고무엇을싫어하는지자주들여다보는연습”(유은정)을해야한다.

그들은또한자신이선택한분야에서기존의틀을깨는개척자이자투쟁가의역할도마다하지않는다.신유정은획일화된시퀀스만수련하는기존요가계에서벗어나각기개성있는요가를전달할수있도록새로운방식의지도자과정을운영하고있다.그리고이소영식물세밀화가는식물세밀화가라고하면여전히정원을가꾸는할머니이미지를상상하는경우가많다며,그런인식을깨기위해인스타그램계정을통해활발히소통하고,작업의의미나연구내용,사유과정등을단행본이나팟캐스트등새로운작업형태로알리고있다.활동가정아람은현장을보다깊이관찰하기위해,본격적으로인류학을공부하며다양한관점을키워나가고있다.

혼자를짓는시간,나를지키는과정

이번인터뷰프로젝트의가장큰화두는“창작의고독한과정을어떻게견뎌내는지”,그리고“앞이보이지않는여정을어떤랜턴같은존재나가치에의지해나아가는지”로,결국이러한질문들은‘혼자를짓는시간’과연결된다.“혼자서생각하는시간이없으면,자기자신으로존재하는것자체가불가능”(김헤니)하고,자기가없으면자기의견도없는것이니창작이불가능하다.글을쓸때나생활을할때“한발물러나있는느낌자체가자신을관통하는중요한키워드”라고말하는김소연시인은더나아가자기자신조차비우고서꼭서기와도같이마주한장면을그자체로오롯이기록한다고한다.인터뷰를진행한사진가황예지는불우하거나혼란한상황에처했을당시고통스럽더라도반드시혼자있는시간을만들어그것에관해간단하게글을쓰거나사진으로남기고자했는데,그러한기록들이자기작업의계기가되었다고돌아본다.

보통‘혼자’와‘같이’를상반된개념으로생각하지만,사실관계에있어서도“반드시혼자여야만다른사람을만날수있다”.(최리외)오히려혼자일때누군가를만나고싶다는욕망이가장강해지기때문이다.먼저‘혼자의시간’을통해기존의나를구성하거나속박하고있던환경에서벗어나진정한나를마주하고,그것을바탕으로다시같이하거나대화하고싶은사람을찾아나설때좋은관계를이어갈수있다.그리고“나를지킬줄아는사랑이먼저여야자신이무너지지않고다른사람을사랑할수있”(신유정)기도하다.

불확실하고고독해보이는창작의과정을들여다보는책이지만,영화감독유은정의다음과같은말마따나『혼자를짓는시간』은생의기운으로가득하다.“창작하는일들이다그렇겠지만작업하는과정에서지나온과거도돌아보고현재내주변도둘러보고,앞으로도생각해보게되잖아요.그런일이기본적으로사람을건강하게만들어주는데가있는것같아요.”

책속에서

우선나를지킬줄아는사랑이먼저여야해요.그게없으면남에게절대사랑을줄수없어요.그렇지않으면자신이무너져버릴수있으니까요.나를지킬줄알고나를먼저사랑할줄알고그런다음에다른사람을사랑할수있는거.내중심을사랑하고나서다른사람의중심도사랑해줄수있는거죠.그게제가가지고있는사랑의기준입니다._18쪽,「정해진틀에서벗어나숨을쉬어보기」중에서

아포리즘도일종의규정이고,가두는것의일환이라고생각해요.깨달음이라는것자체가지나치게소비되는느낌이들어서거기에합류하고싶지않은마음이컸고요.시나문학이사실문장몇줄로이렇게툭하고깨달음을쉽게전달해줄수있는게아니잖아요.깨닫기직전의가장날서있고어수선한상태.그런상태를낚아채서남겨야인간본성을계속기록할수있는거잖아요.제가생각하는문학의원칙에충실하고싶어요._45쪽,「한발물러나정확하게마주하기」중에서

요즘사람들은누구한테주워듣고책을보지,한번도들은적없는책을골라서잘읽지않아요.결국그게안목없음을낳고요.안목이없으니휩쓸리고남들이좋아하는것을계속좋아할수밖에없고따라하는처지,흉내내는처지가되죠.이것이악순환되면서문화가소비되고있다고생각해요._61쪽,「한발물러나정확하게마주하기」중에서

외부적으로봤을때는이들이같은목소리를,같은몸으로서외치기때문에하나의집단처럼보일수있지만,사실그안에서는충돌이일상적으로일어나고서로를이해하는과정을거치면서다듬어지게된다고해야할까요.그래서연대하는집단안에서도개인성이여전히중요한문제인것같아요.개인성이라는건취향문제일수도있지만,그사람이갖고있는사회적인위치도작용하니까요._79쪽,「건강한관계맺기에대한고민」중에서

제선택이기때문에후회를덜하게되는것같아요.누군가에의해흔들리거나대중성에흔들리거나하는게아니라요.제마음에드는것과사람들이좋아할것같다고하는것사이에성공할확률과실패할확률은사실비슷해요.대중성이라는게고정되어있는것도아니고요.원예학과에갈때에도,식물분류학자들조차식물세밀화가를직업으로못삼을거라고했었거든요.그래도저는그냥했어요._127쪽,「옳다고생각하는방향으로망설임없이」중에서

그런데또지나고보니각자의속도가있는것같아요.누가더먼저만들고누구는쉬어가고,그런게크게의미가없더라고요.다른일하다가돌아와서그간의경험을가지고영화를재밌게만드는친구들도많거든요.제가미디액트에서공부했을때,대학졸업반이었던한친구가자기는한3년은회사에서경력을좀쌓고서영화를해야겠다고취직을하더라고요.그러더니회사에서대리를달고서퇴사해그때일한경험으로영화를만들었는데그게진짜대단하다고생각했어요._144쪽,「마음깊은곳의목소리를마주하는과정」중에서

저에게문학이란‘지금여기’를벗어날수있게해주는것이에요.저에겐그게오랫동안너무중요했어서.쉽게규정되는나,다른사람들이보는‘나’에서벗어나지금내가있는바로이곳과이시대를벗어날수있는너무좋은탈출구였어요.그래서문학을어떤이야기나서사,잘짜인어떤것이라고보기보다는벗어나게해주는것,펼쳐서읽으면다른세계로다녀올수있게하는무언가로생각하는것같아요._174쪽,「언어에조응하거나거리를두기」중에서

보통독서를혼자하는것으로,어딘가고독하고조용한행위처럼생각하는사람이많은데,모든책을그렇게읽을필요는없는것같아요.사실사람들마다생각이다다르고한책을읽는방식도다다르기때문에누가맞고틀리고가없어요.책자체도하나의타자인데이타자를두고다른타자들이랑같이나누는일이겹겹이쌓이는특별한종류의이해를가져다주는것같아요._178쪽,「언어에조응하거나거리를두기」중에서

저는어렸을때눈뜨고일어나면가족들로인해서무슨일이생겨있었거든요.그때생긴그버릇은혼자있을시간을만드는거예요.혼자있는게힘들었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혼란을잠재우려면혼자있어야했죠.나만의시간소화법이필요한것같아요.저는꼭간단하게라도글을쓰거나사진을남겼던것같아요.그런혼란안에서해온기록들로인해서제작업이창시된느낌이고요._231쪽,「혼자를짓는시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