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카타콤

서울, 카타콤

$14.00
Description
서울 강남역 밑에는 카타콤이 있다.
그곳에는 세상이 버린 사람, 세상을 버린 사람이 산다.
《서울, 카타콤》은 ‘서울에도 카타콤이 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마치 빨려 들어가듯 주인공 ‘나’와 함께 서울 한복판의 카타콤 속으로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발밑에 존재할 것만 같이 생생한 묘사와 계속되는 절망 속에서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물들의 끈기가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저자

이봄

미국에서국제관계학을전공했다.대학원에서정책과분쟁조정을공부한뒤낮에는보고서를,밤과주말에는이야기를쓴다.《서울,카타콤》이첫소설이다.

목차

침전
범람
균열
역류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아무도나를찾을수없는곳으로가자.저아래로.”

서울강남역밑에는카타콤이있다.
그곳에는세상이버린사람,세상을버린사람이산다.

불금의화려한강남한복판,‘나’는어두컴컴한건물사이에뚫린구멍으로조용히사라진다.아무도자신을찾을수없는지하깊은곳까지내려가기로결심한‘나’는그곳에서놀라운경험을한다.지하철승강장과이어진거대한지하공간에는치열한서울의삶을견디지못하고흘러내려온사람들이모여살고있었다.‘나’는우연히지상과이어진터널에서어린남매‘선아’와‘승우’,그리고‘화연’을만난다.화연은‘나’를언니라고부르며친근하게따른다.세사람과함께하며‘나’는서서히생기를되찾는다.세상을버리고죽은듯살아가는사람들사이에서도지상의하늘을갈망하는화연은‘나’에게새로운활력을불어넣는다.세사람과함께지상으로되돌아가는꿈을꾸던어느날,화연이싸늘한시체로발견되는데…….

카타콤은로마와파리등에조성된지하공동묘지를가리키는말이다.핍박받고버려진사람들이모여들거나지상에서묻어주지못한사람들이묻히는곳이었다고한다.《서울,카타콤》은‘서울에도카타콤이있다면’이라는상상에서시작된소설이다.책을펼치는순간마치빨려들어가듯주인공‘나’와함께서울한복판의카타콤속으로모험을떠나게될것이다.지금이순간에도우리발밑에존재할것만같이생생한묘사와계속되는절망속에서도결코희망의끈을놓지않는인물들의끈기가색다른카타르시스를선사한다.

어둠속깊이들어가찾아낸‘빛의소설’《서울,카타콤》
미지의작가이봄이그려낸거대한상상의사소한시작에대하여

신인작가이봄은《서울,카타콤》을통해처음으로독자들을만난다.《서울,카타콤》은긴장을놓을수없는서스펜스에소설속장면의공기마저느껴질만큼섬세한세계관을녹여낸작품이다.평범해보이지만아무도해본적없는상상의아주사소한시작에대해,작가에게직접물어보았다.

잘살아보겠다는희망을버린채지하에남고싶은주인공‘나’와,절망속에서도끊임없이지상의하늘을갈망하는화연의유대가무척인상깊었는데요.작가님이《서울,카타콤》에서가장좋아하는장면은무엇인가요?
아이들이지하무덤의벽과바닥에그림을그리는장면을가장좋아합니다.조용한어둠속에서지상의따뜻하고마냥좋기만한풍경을그리는것이비현실적이면서도동화같았거든요.그장면을상상하면서쓰는것이행복했던기억이나요.아이들은앞으로나아갈미래가어른들보다훨씬많이남았고,가장지상과가까운존재인데본인들의선택이아니라어른들에의해지하로끌려내려왔어요.그래서화연이주는지상의사랑도주인공이주는지하의사랑도받을수있었던것같습니다.아이들의그림을통해화연이꿈꿨지만가지지못한지상의하늘한조각을선물하고싶었습니다.

국제관계학을전공하고,대학원에서는정책과분쟁조정이라는다소생소한분야를공부하셨어요.약력을처음들었을때막연하게‘카타콤’이라는정치적인장소와잘어울린다는생각을했는데요.작가님의공부는글을쓸때어떤도움을주었을까요?
《서울,카타콤》의모티브가된파리카타콤에가보게된계기가일때문이었습니다.파리에서몇개월거주할기회가있었거든요.평소에접하는정보도정책이나사회쪽에많이있고요.현실과의타협,인간심리,손익계산과같이‘관계’에대해많이생각하는편입니다.

《서울,카타콤》은교보문고에서주최한스토리공모전을통해발굴된작품입니다.스토리공모전에응한계기는무엇이었는지궁금합니다.
공모전에도전하게된것은대학원학비마련이라는지극히현실적인이유때문이었고,그중교보문고스토리공모전에도전해보자는결정은글을쓰고싶다는막연한바람때문이었습니다.평소에메모나짧은글을모아놓는습관이있고,긴이야기도써보고싶었거든요.교보문고스토리공모전공고가반가웠지만처음에는많이망설였습니다.시간도부족하고바쁜데처음해보는일을얼마나잘할수있을까고민이되었거든요.그래도이런기회가아니면마음에만담아둔글쓰기를실현하지못하고미루기만할것같아서도전했습니다.밤을새워가며글을쓰면서도시간낭비인것만같고자신이없었어요.그래서《서울,카타콤》을좋게봐주시고,출판할수있게도와주신분들께정말감사하고있습니다.

《서울,카타콤》이데뷔작이에요.소설쓰기를통해새롭게배우게된것들이있을까요?
감정과이야기가독자에게잘전달되도록문장을풀어나가는것을많이배운것같습니다.구름같이제머릿속에떠다니는덩어리들이실체를가지고독자에게전달될수있도록모양을잡는것이가장어렵습니다.반대로보고서나논문같은논픽션글을읽고쓰는것은상대적으로더쉽고자신있게할수있구나,느꼈습니다.소설도지금보다더많이읽고,쓰는시간을계속가진다면좋은작가가되지않을까싶습니다.

출장도잦고,하루여덟시간꼬박일하는직장인이세요.바쁜일과속에서글쓰기를지속하기위한작가님만의루틴이있다면소개해주세요.
시간이부족하긴하지만,글을읽고쓰는게좋아서밤늦게까지작업을해도힘들다고느끼지않아요.내체력을과대평가하지않으려고노력합니다.너무못자면다음날출근하기힘들어요…….꼭지키는루틴은산책이에요.생각하는방식이많이다른두일을병행하기때문에주중에는일이끝나면기어를바꾸기위해꼭밖에나가바람을쐬고돌아와머리를리셋하고글을씁니다.그리고두가지일을섞어서동시에하는것은최대한지양하고있어요.한번에한가지일만집중해서하려고합니다.

책속에서

만나야하는사람과가야할곳에집중하느라,웬여자가다리를절며어둠속으로빨려들어가는것을사람들은거들떠보지않았다.
아무도나를찾을수없는곳으로가자.
저아래로._10쪽

뒤를돌아보니건물입구의불빛이새까만밤하늘에박힌작은별처럼멀리서반짝이고있었고,손을더듬으니바닥에고인물이찰박거렸다.네모반듯한통로는거대한지하미궁같았다.빙글빙글돌다가같은곳을몇번이나지나치기도했다.서울전체를지하로뒤집어놓은듯커다란공간은끝없이복잡하게펼쳐져있었다._11쪽

길은개미굴처럼불규칙하게구불구불펼쳐져있었다.기어가야할만큼좁은통로도있었고,차한대는거뜬히지나갈만큼넓은곳도있었다.통로여기저기움푹하게파여마치방처럼아늑한공간도있었다.악취도,추위도덜했다.손으로벽을쓸자부드럽게손자국이났다.소리도흙이먹어버리는것같았다._18쪽

지상의복작대는소음과불빛대신,정적과어둠이차분히스며들었다.정체된지하의공기는물에풀어놓은물감처럼서서히체온을낮추고,시야를어둡게하고,맥박을늦추고,숨결을부드럽게걸러줬다.치열하지도않고,복잡하지도않은,죽음과도같은시간.강바닥으로끝없이가라앉아조용히자리잡은침전물처럼그저존재할뿐이었다.평화로웠다._19쪽

“왜,나름좋지않냐?배산임수.저어기,산.”/어르신이손가락으로높이쌓인돌무더기를가리켰다./“그리고저어아래,물.”/이번에는반대쪽벽의입구너머저수지쪽으로고개를까딱였다./“명당도이런명당이어딨냐.”_29쪽

마음이땅으로꺼지는듯한느낌에비하면몸이아픈건사실아무것도아니었다.절망은오늘의노력이고단해서가아니라,그노력이일말의희망조차불러올수없다고느껴질때왔다.나는절망했었다.하지만지하에서는그럴필요가없었다.아예달리기를포기했으니까._47쪽

"뭐,손볼데가많긴하지만이만한곳도없지.사람들도괜찮은것같고.물이있는게제일좋고.”/“뭐,다그래봤자다.어차피우리가떠나온데처럼사람들모이면싸움나고치고받고하는거지.특히여기아래로내려온인간들은……글쎄.위에서도제대로못사는데아래에서라고제대로살리가.”/표교수는마치자신은지하에내려온사람이아닌것처럼혀를차며한오가사다리를노끈으로단단히고정하는것을바라봤다._85쪽

만약에,정말만약에,내가선아처럼반항할줄알았더라면다치지않았을까.도망가지않고선아처럼다시한번경찰이라도찾아갔으면,계단에서구르지않고다리도다치지않았을까.그럼지금화연과,선아와함께뛰어갈수있었을텐데._92쪽

“예전일을기억하는건산사람들이나하는거다.뭔일이있든우리가기억해서뭐하게.”/“이렇게크고복잡하고오래된지하에별일이다있었을테고,앞으로도그럴거다.별의별사람이왔을거고별의별일이있었을거야.우리는딱히결정권이없어.위에서흘러오는대로쌓이는것뿐이지.”_101쪽

화연은항상챙겨줘서고맙다고말하며화사하게웃어보였다.나에게빵을하나건네며“언니라고불러도돼요?”라고물었고,그뒤로난화연에게언니가되었다._105쪽

“그래서어쩌라고.다른사람위해서한일이나한테도중요하면오히려좋은거아니야?나혼자서는살아갈의지가없어도,남이더소중하면그렇게살수도있잖아.내가받고싶은사랑을남에게주고,내가필요한위로를남에게전하고,내가원하는희망남에게라도남기고.자기만족이라해도원래그러면서사는거래.나를위한건지너를위한건지모르게되면서우리를위한게되는거지.”_108쪽

“지상엔저런인간들투성이였어.애들이라고지입맛대로이용하고휘두르려는쓰레기들.”/어르신도비슷한말씀을했었다.지상에있든지하에있든하던짓똑같이한다고했지.화연의시선이천천히내게로향했다./“나,올라가면이번에는제대로살고싶어.”_166쪽

아이들은주머니에있던분필몇조각을꺼내화연의무덤근처바닥에그림을그리고있었다.화연의무덤가장자리를따라빙두른작은돌덩이들위에도구름과꽃을그려놓았다.지하에사는사람들과방의풍경까지보였다.긴머리치렁치렁하게내리고이불에동그랗게말린나도보였고,몸집큰은혁과허리를구부정하게숙이고앉아있는어르신,어르신방의탁자와과자더미도보였다.큰배낭을멘표교수는한손에책을들고뭔가가르치는듯한모습이었다.삐뚤어진안경을쓴한오옆에는가지런히쌓인상자들과초록모자를쓴양씨할아버지의화난얼굴도있었다._193쪽

나오는것은나오기를결심하는것보다쉬웠다.내려왔던길과반대로하염없이위로,위로올라가기만하면되었다.길은모두이어져있었다._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