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 픽투스의 모험

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 픽투스의 모험

$18.00
Description
인류의 공감과 협력 vs 복수와 증오의 근원
스토리텔링 본성에 관한 흥미진진하고 오싹한 탐구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가능케 하는 힘이다. 수많은 책이 스토리텔링의 미덕을 칭송한다. 하지만 ‘이야기 과학’ 연구자 조너선 갓셜은 이야기는 부작용이 있는 ‘필수적 독’이며 이를 더 이상 간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문명을 건설한 바로 그 전통인 스토리텔링 본성이 오늘날 인류를 파멸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갓셜은 문학, 사회학, 철학, 진화심리학, 신경생물학에서 가져온 탄탄한 연구 결과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엮어 넣어 독자를 설득한다. 원시시대 동굴 들소의 출현에서 고대 아테네의 황금시대와 트로이목마까지, 도시괴담과 음모론에서 넷플릭스와 《해리포터》 까지 이야기를 종횡무진하며 스토리텔링의 이로움과 해로움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러는 사이 독자들은 이야기가 우리 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의 스토리텔링 본성이 인류의 진화와 문명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그런데 그랬던 이야기가 어떻게 환경파괴, 무자비한 선동, 전쟁 같은 문명의 최대 병폐를 일으켰는지 탐구하게 될 것이다.

갓셜이 이 책을 통해 제시하는 문제와 해결책은 사실 동일하다. 바로 우리가 ‘이야기를 사랑하는 동물’ 호모 픽투스임을 자각하라는 것. 책을 통해 이 의미를 알고 나면, 잠에서 깨어나서 맞닥뜨리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보이는 모험이 시작될 것이다.

저자

조너선갓셜

워싱턴&제퍼슨칼리지에서영문학을강의하고있으며과학적인문학운동의선두주자이다.뉴욕주립대학에서영문학을전공했고데이비드슬론윌슨밑에서연구했다.저서로『트로이의강간:진화,폭력그리고호메로스의세계』,『문학,과학그리고새로운인문학』,『진화,문학그리고영화』가있으며《뉴욕타임스》,《사이언티픽아메리칸》,《뉴요커》,《애틀랜틱》등의필자이다.스티븐핑커는조너선갓셜에대해“탁월한젊은학자로,그의저작은명료함과재치,흥미를두루갖추었다.”라고평했다.

목차

머리말:결코이야기꾼을믿지말라011

1.“이야기꾼이세상을다스린다”033
이야기나라의삶036│당신이그소녀다043│이야기꾼045│미디어등식048│허구의동성애자,흑인,무슬림친구들055│나불나불수다쟁이061

2.스토리텔링의흑마술066
“이야기의잘못이가장크다”070│은밀한설득073│함정081│“들려주지말고보여주라”의과학085│“비밀선전원”088│스토리텔링의영원한숙제092│스토리넷098│새로운판옵티콘101│2016년전격전104│시적인철학자108

3.이야기나라를장악하려는대전쟁111
예술은전염이다116│이야기꾼왕중왕121│불구가된마음129│팬케이크지구설133│유사종교의위력(과위험)139│승리하지못하는이야기142│쾌활한선행자의거대한음모146

4.이야기의보편문법148
해피엔드의고충153│나쁘지않다고해서좋은것은아니다157│공주와호랑이의끝없는전쟁163│데우스엑스마키나167│제인오스틴도식172│이야기는부족을만든다176│도덕적이아니라도덕주의적179

5.모든것이산산조각나면184
공감적인사디즘188│내집단호의,외집단적의193│“역사의상처”195│고매한거짓말과비루한진실199│책들의전쟁205│악당없는역사209│악마에대한공감213

6.현실의종말220
당신은서사의주인이아니다…서사가당신의주인이다226│자유롭지않은의지23
│이야기우주236│몽매화241│미국최초의픽션적대통령243│자연적인것247│후기251│학계의개혁254│데모칼립스262│플라톤의국가,중국269

결론:모험에의소명272
감사의글287│참고문헌288│주332│찾아보기346

출판사 서평

“이야기꾼이세상을다스린다.
이야기꾼을모조리추방하라!”

플라톤이태어난기원전5세기경고대그리스는‘살육의시대’였다.당시아테네는대역병(PlagueofAthens)과잔혹한전쟁에시달리고있었다.펠로폰네소스전쟁은아테네인을극한의분열로몰아붙였고,전쟁이끝나자그들은곧바로내전에돌입했다.찬란했던민주정이막을내리고,스승소크라테스를비롯해많은목숨을앗아간중우정치가고개를들었다.이로인해플라톤은정치가의꿈을접고철학자가되어,2400년동안명성을떨칠주저《국가》를집필한다.한데‘이상국가’건설에대한플라톤의정치철학을조목조목담은이책의마지막권에는뜬금없지만,의미심장해보이는대목이등장한다.유토피아에이르려면,“이야기꾼(시인)을모조리추방해야한다”는주장이다.플라톤은왜아테네의멸망을보며이야기꾼을내쫓으라고갈파했을까?그때그는무엇을봤던걸까?(66~70쪽)

그로부터2400년후과학과인문학을연결해‘이야기과학’을연구하는영문학자조너선갓셜은코로나19의대유행,계속되는전쟁,포퓰리즘선동가의부상,불평등과양극화로인한계급적긴장,그리고각종궤변때문에동일한현실을보지못하는탈진실세계의도래를보며의문을품는다.인간의생존과진화를보장한연장인‘스토리텔링본성’이오늘날인류를파멸로몰아가는것처럼보이는것은왜일까?실은‘이야기’가세상에수많은혼돈,폭력,오해를일으키는주범인데,우리가간과하고있는게아닐까?이대로흘러가게그냥둔다면,플라톤이목도했던것을나도보게되는게아닐까?

그는대책이필요하다고생각했다.하지만,플라톤의마지막메시지처럼이야기꾼을모조리추방할순없었다.스토리텔링은인간의본성이므로그건또다른종말을의미했다.갓셜은‘이야기과학’연구자답게문학,사회학,철학뿐아니라진화심리학과신경생물학에서근거를가져와인류를설득할작품을쓰기로마음먹는다.물론사람을구워삶는데이야기만큼힘이센것은없으므로,작품의서술방식은당연히‘이야기’다.

“진화는이야기를위해마음을빚었고,
마음은이야기에의해빚어진다”

갓셜의이런주장에는사실꽤근거가있다.일단그근거이자이책의주제중하나인‘스토리텔링본성’이무엇인지부터알아보자.1908년,모험가들이프랑스튀크도두베르동굴에서진흙으로빚은들소형체를발견한다.동굴입구에서도강물을건너고수직굴을기어올라1킬로미터는가야볼수있는이진흙들소는약1만5000년전에만들어진것으로밝혀졌다.전문가들은이들소두마리가종교적성격을띄고있다고발표했는데,통로주변의어른과아이들의발자국으로신,정령,기원,종말등부족의소중한‘이야기’를듣기위해부족원들이이곳을찾았음을알아냈다(274쪽).이연구는우리에게두가지사실을알려준다.하나는스토리텔링이인류의기원만큼이나오래된본성이라는것.둘째는우리가이야기를탐닉하기위해목숨도거는종이라는것.

인간의본성깊숙이새겨진‘이야기에대한사랑’은너무나강력해서인류의진화에지속적으로영향을미쳤다.“어떻게이모든지혜를이해가능하고,전달가능하고,설득가능하고,실행가능하게만들것인가,한마디로어떻게착달라붙게만들것인가의문제가제기되고해법이발견되었다.스토리텔링이해법이었다”라는신경과학자안토니오다마지오(AntonioDamasio)의말처럼(46쪽),인류는이야기를통해지식을전수하고,서로를설득해이해를증진했으며,공감을강화하여집단을결속했다.그렇게문명을건설했다.

인류의이야기사랑은수만년이지난오늘날에도전혀변하지않았다.오히려더강력해졌다.‘이야기’같은고리타분한것에요즘누가관심을쏟느냐고반문하기전에당신의일과를되짚어보라.당신은교재나책,뉴스기사를읽는데몇분을쓰는가?리얼리티쇼,시트콤,다큐멘터리등을보는데는?소셜미디어나인터넷커뮤니티를일별하는데는?게임을하는데는?대중가요나팟캐스트나오디오북을듣는데는?

기술발달이전에는춤,노래,미술,대화정도가이야기의전부였지만,오늘날인간은비대면으로도24시간내내계속되는‘이야기과잉시대’에산다.물론이야기가문명을발전시킨것처럼좋은쪽으로힘을발휘한다면,전혀문제될게없다.그러나안타깝게도이야기에는양면성이있어서어두운측면으로도얼마든지작동할수있다.이야기꾼이그렇게마음만먹는다면말이다.

‘이야기과학’의핵심‘서사이동’부터
‘이야기에빠진뇌’의비밀까지

이야기의다크포스를살펴보기전에우리에겐풀어야할의문이하나남아있다.그것은대체인간의‘뇌’와‘이야기’에어떤메커니즘이숨어있기에우리를쥐락펴락하느냐는것이다.‘이야기과학’의핵심을하나꼽자면,‘서사이동(narrativetransportation)’이라고할수있다.서사이동이란“책을펼치거나텔레비전을켜고일상에서벗어나대안적이야기세계로정신적순간이동을하는미묘한감각”을말한다(52쪽).우리가이것을경험할때는몇가지현상이잇따른다.첫째,서사이동을할때우리는현실세계뿐아니라자신으로부터도분리된다.둘째,그럼으로써스스로를이야기의주인공과동일시하고자신의선입견이나편견을잊는다.셋째,이를통해자신과전혀다른사람의관점에서삶을바라보기도한다(52쪽).이렇게우리는이야기에‘빠진다.’

이야기가강력할수록우리는주인공에깊이이입해허구에대한불신을유예하고(61쪽),강렬한감정을활성화하며,그것을행동으로옮긴다(119~120쪽).한마디로우리는‘설득’당한다.《뿌리》의쿤타킨테를보고흑인에대해관대해진것도,J.K.롤링의《해리포터》를읽고소외된‘타자’에대한부정적태도가줄어든것도(186쪽),약2000년전한줌의사람들이예수의복음을널리퍼뜨려오늘날기독교인구가전세계31.5%를차지하게된것도다이덕분이다(121~128쪽).

그런데서사이동에도치명적인양면성이있다.서사학교수톰판라르(TomvanLaer)에따르면“서사이동은신중한판단과논증없이도지속적설득효과를낳는정신상태”다.즉,엄청나게잘만들어진이야기가있다면,인간의합리적사유능력을‘무력화’한채,정보와믿음을‘주입’할수있다는뜻이다(54쪽).그것이파벌적단합을부추기는선동이나구매권유,《나의투쟁》같은소수집단에대한악의적메시지일지라도말이다(100쪽).

실제로‘이야기에빠진뇌’에대한비밀을푼학자,기업,종교인,정부기관들은이미디지털데이터를수집해더솔깃하고,더격한감정을불러일으키고,궁극적으로더큰설득력을발휘하는맞춤형서사를우리에게공급하고있다(101~104쪽).러시아는이를‘전술’로사용하고,중국은‘정책’에반영하며,넷플릭스를비롯한OTT,인스타그램을비롯한소셜미디어,각종온?오프라인광고,그리고뉴스기사,음모론과사이비종교,카더라소문까지,이는예외없이적용중이다.

스토리텔링의‘보편문법’과‘흑마술’

물론이맞춤형서사를주입시키기위해서는우리머릿속의자물쇠를열어서사이동의황홀경에빠뜨릴‘이야기’가있어야한다는까다로운전제가따른다.그러나갓셜에따르면‘성공하는스토리텔링의기본요소’는매우단순하다.또한놀랍게도원시시대구술민담부터현대의유튜브쇼츠에이르기까지전혀달라지지않았다.모두가궁금해할그비법은단두가지다.첫째,이야기는말썽에관한내용일것.둘째,이야기에깊은도덕적층위가있을것(152쪽).

수렵채집생활의황금률은무척단순했다.“집단을단결시키는일이라면무엇이든하라.집단을분열시키는일은무엇이든하지말라.”이야기의보편문법은이런원시적집단생활의‘문제’를해결하는과정에서생겨났다.부족은‘시적정의’라는주제의이야기를끝없이되풀이함으로써‘이기적악인’보다‘이타적선인’이더큰보상을받는다고가르쳤다.강건너부족을‘악마화’해서라도경쟁에서이기게하고집단을결속시켰다.그리고이옛이야기꾼의후손인우리가땅을물려받았다.문제는이렇게오래된우리의스토리텔링본성이현대사회의변화에따라가지못해‘격차’가생겼다는것이다(193~194쪽).

우리의서사심리가진화하는내내조상들은작은공동체를이뤄살며혈연,언어,민족,그리고같은문화적정체성이야기에의해하나로뭉쳐있었다.지금우리는어떤가?현대인들은다민족,다문화사회에살며,셀수없이다양한정체성으로갈가리찢겨있다.한쪽에선‘말썽’과‘권선징악’이란보편문법에맞춰자신의메시지를끊임없이주입시키고,다른쪽에선그것을이용해타자에대한‘적의’를부추긴다.테크의발달로우리는편향된‘이야기우주’에24시간틀어박혀살며,자신이솔깃한이야기들을주변인들에게끝없이공유한다.이제인류는같은현실에살면서도다른것을보는,탈진실의‘인포칼립스(Infocalypse)’에들어섰다(264쪽).

“호모픽투스여,
새로운모험을떠날시간이다”

오늘날문명이실존적위기를맞았다는것에는누구나동의할것이다.여러학계에서다양한해결책을내놓고있지만,우리는‘이야기’라는낱말이주는호감과무해함때문에그것이원인임을추호도의심해본적이없다.갓셜이이책을내놓은것은바로그때문이다.우리자신이슬기로운동물‘호모사피엔스’가아니라이야기에중독된동물‘호모픽투스’임을자각시키기위해서.이야기가우리의마음과사회에작용하는은밀한방식을똑똑히알리고,각성시키기위해서.인문학과과학에서연구된탄탄한학문적근거에우리가사랑해마지않는‘이야기’를엮어넣어그는이책을썼다.만약갓셜의이야기가우리를서사이동시키는데성공한다면,우리는책장을덮고도그의메시지를기억할것이다.어떤이야기가의분(義憤)를일으킬때,그이야기꾼이과장,위조,비논리같은허튼소리를끼워넣은건아닌지의심할것이다.그것이설령자기자신일지라도말이다.그렇게한다면,인류는플라톤이본광경을또다시목도하지않을수있다.갓셜이제안하는것은현생인류가단한번도가보지않은‘모험’의길이다.힘겨운도정을떠나는호모픽투스들에게용기를불어넣기위해서마지막으로그가제안하는너그러운경험칙을남긴다(285쪽).

이야기를증오하고거부하라.
하지만이야기꾼을증오하지않으려고노력하라.
그리고평화와자신의영혼을위해,
이야기에말그대로반할수밖에없는가련한자들을
경멸하지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