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밑에 계시리라 - 위픽 (양장)

물 밑에 계시리라 - 위픽 (양장)

$13.00
Description
“물 밑에, 무언가가 있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가족의 죽음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믿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치밀한 상상력과 탁월한 묘사로 새로운 세상을 현실 위에 창조해내는 작가 배예람의 신작 《물 밑에 계시리라》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된다. 평생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로 떠돌던 ‘수진’은 도망치듯 떠난 유럽에서 갑작스럽게 이모의 부고를 받는다. 그는 이모가 떠난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 어린 시절 3년간 머물렀던 서어리를 다시 찾게 되고, 그곳에서 호수를 둘러싼 서어리의 비밀을 마주한다.

저자

배예람

잔인하고끔찍한이야기를즐겨쓴다.밤마다침대에누워내일무엇을쓸지상상만하는게세상에서제일재미있는지독한게으름뱅이.게으름을이겨내고한줄이라도쓰는것이매일매일의목표.
2019년안전가옥앤솔로지『대스타』에수록된「스타이즈본」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안온북스‘내러티브온’소설편『왜가리클럽』에수록된「인어의시간」을,안전가옥앤솔로지『호러』에수록된「엔조이시티전(傳)」을썼다.오래오래재미있는이야기를쓰고싶다.

출판사 서평

“물밑에,무언가가있었다.거대한무언가가.”
마을전체를감도는축축하고쿰쿰한물비린내,어딘지위협적이고의뭉스러운사람들
가족의죽음에서비로소시작되는믿음과사랑에관한이야기

치밀한상상력과탁월한묘사로새로운세상을현실위에창조해내는작가배예람의신작《물밑에계시리라》가위즈덤하우스의단편소설시리즈위픽으로출간된다.
평생남들과어울리지못하고외톨이로떠돌던‘수진’은이모의자살소식을듣고맑은날에도언제나안개가짙게드리운호수마을서어리로돌아간다.서어리는거대하고영험한물고기를수호신으로모시는괴상한마을로,수진은어린시절3년을서어리에서이모와함께보냈다.수진은호수아래에,물밑에잠기고싶다는이모의마지막부탁을들어주려하지만이장은외지인인그를쫓아내려하고,마을사람들은수진몰래의문의제사를준비한다.

마을한가운데에서쿰쿰한물비린내를풍기는서어호에는육지로통하는다리없이배로만접근할수있는정자가있다.그리고어느날,서어호에정자로향하는나룻배가뜬다.같은외지인‘태현’의도움으로마을의비밀에점점다가가던수진은물밑에서거대한그림자를발견하는데.이모는어디에있을까.서어리에서는무슨일이벌어지고있는걸까.
배예람작가는작가의말에서“무언가를믿는마음에대한글을쓰고싶었다”고말한다.그말처럼이음산하고축축한소설《물밑에계시리라》는분명믿음과사랑에관한이야기다.스스로를가두고사람들로부터도망치며살아온수진은이모의상실을겪으며성장하고,누군가를믿는마음을배우고,더는“혼자가아니라는걸”깨닫게된다.

1년동안50편의이야기가50권의책으로
‘단한편의이야기’를깊게호흡하는특별한경험

위즈덤하우스는2022년11월부터단편소설연재프로젝트‘위클리픽션’을통해오늘한국문학의가장다양한모습,가장새로운이야기를일주일에한편씩소개하고있다.연재는매주수요일위즈덤하우스홈페이지와뉴스레터‘위픽’을통해공개된다.구병모작가의〈파쇄〉를시작으로1년동안50편의이야기가독자를찾아간다.위픽시리즈는이렇게연재를마친소설들을순차적으로출간한다.3월8일첫5종을선보이고,이후매월둘째수요일에4종씩출간하며1년동안50가지이야기축제를펼쳐보일예정이다.이때여러편의단편소설을한데묶는기존의방식이아닌,‘단한편’의단편만으로책을구성하는이례적인시도를통해독자들에게한편한편깊게호흡하는특별한경험을선사한다.위픽은소재나형식등그어떤기준과구분에도얽매이지않고오직‘단한편의이야기’라는완결성에주목한다.소설가뿐만아니라논픽션작가,시인,청소년문학작가등다양한작가들의소설을통해장르와경계를허물며이야기의가능성과재미를확장한다.
또한책속에는특별한선물이들어있다.소설한편전체를한장의포스터에담은부록‘한장의소설’이다.한장의소설은독자들에게이야기한편을새롭게만나는특별한경험을선사한다.

위픽시리즈소개

위픽(WEFIC)은위즈덤하우스의단편소설시리즈입니다.‘단한편의이야기’를깊게호흡하는특별한경험을선사합니다.이작은조각이당신의세계를넓혀줄새로운한조각이되기를,작은조각하나하나가모여당신의이야기가되기를,당신의가슴에깊이새겨질한조각의문학이되기를꿈꿉니다.

책속에서

이모가죽었다.따사로운햇살도,잔물결이반짝이는호수도,생기넘치는잔디도잠시눈앞에서사라진다.곧수진의머릿속을채우는건죽음이다.습한냄새를풍기는죽음._6쪽

수진은소리나지않게움직였다.납골당입구손잡이를찾아돌렸다.예상대로철컥,하는단호한소리만이수진을맞이했다.
“거기누구세요?”
순간환한빛이수진의얼굴위로가득쏟아졌다.수진은숨죽인비명을작게내뱉으며몸을돌렸다.손전등을비추고있는사람의얼굴은어둠에가려보이지않았다._39쪽

어두운납골당입구에서이것도어신님의뜻이라며어깨를으쓱이던태현에게는어딘가그를낯설게만드는분위기가있었다.그럴때면태현은수진보다도더나이가들어보였다.디저트부스러기를입가에묻히고미소짓는지금은달랐다.태현은제나이대의평범한학생처럼웃었고,건드릴수없는천진함을풍겼다.어느쪽의모습이든,그의주변에서는맹목적인믿음을소유한사람특유의공기같은것이흘렀다.수진은그게신기했다.무엇이그를이렇게독실한신자로만들었을까?_52쪽

“이제슬슬가줬으면해요.”
“네?”
“납골당도봤고,유품정리도끝났고…….이만하면볼일은다끝나지않았나?외지인이오래머무르면마을기운이안좋아지거든.마을사람들이눈치주기도하고.여기까지했으면오래있었지,오래있었어.내당장나가라고는안할게.오늘까지만있는걸로합시다.”
수진은할말을찾지못해가만히입만뻐끔거렸다.친절한듯,무례한듯,이장은보이지않는선을넘지않으면서돌려말하고있었다.당장여길떠나라고,여긴네가있을곳이아니라고._56~57쪽

이모든게현실이아닌것같았다.안개속에서기도문을외는이장과,그앞에무릎을꿇은주민들과,저오방색천이.
마을사람들은모두한번씩앞으로나와제사상과오방색천에절을했다.절이끝나자남자들은수풀에서작은나룻배를하나꺼내끌고왔다._63쪽

하지만그건분명이모였는데.수진은말을삼켰다.물을먹은담요가서서히무거워지며수진의어깨와등을짓눌렀다.이모가부탁했는데,이모가마지막으로부탁했는데,나에게.이모는부탁할사람이나밖에없었는데.(…)물밑에,물밑에뭔가있었는데.-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