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칭 - 위픽 (양장)

무칭 - 위픽 (양장)

$13.00
Description
“내일 아침에도 이 질문을 기억한다면”
가닿지 못한 말들이 맴도는 자리에서 시작되는 우리의 ‘진짜’ 이야기
2021년 첫 소설집 《장식과 무게》를 출간하며, 지난 삶의 흔적을 알알이 꿰어내는 섬세한 글쓰기를 선보인 이민진의 신작 위픽 《무칭》이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소설가이자 선생인 ‘세언’을 중심으로, 한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이들과의 사연을 현재 시점으로 불러와 희미해진 기억을 또렷이 비춘다. “위선자.”(10쪽) 어느 날, 세언에게 악의로 가득한 익명의 메일이 도착하고 불현듯 이름 하나가 세언의 머릿속을 스친다. 한때 친밀하게 지냈으나 서로를 향한 각기 다른 기대와 어긋남 속에서 멀어졌던 제자 ‘송하’가 말이다. 눈앞에 도착한 세언의 과거 인연들을 돌아보면서 독자들은 사람 사이에 필요한 ‘진짜’ 역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이민진

2016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장식과무게》가있다.

출판사 서평

“내일아침에도이질문을기억한다면”
가닿지못한말들이맴도는자리에서시작되는우리의‘진짜’이야기

타자와의관계에서비롯된이야기를세밀한말로기록해온이민진작가의소설《무칭》이위즈덤하우스단편소설시리즈위픽으로출간되었다.작가는2021년출간된소설집《장식과무게》를통해“이민진의문장은우리가남몰래슬쩍닦아낸눈물들이마른흔적”(강화길소설가),“굳이오던길을되돌아”가“해상도가낮은사진처럼세계를현상”(김미정문학평론가)한다는평을받으며,사려깊은문체로꿰어진고유한스타일을선보인바있다.이번작품에서는소설가이자선생인‘세언’을중심으로,한때그와가깝게지냈던이들과의사연을현재시점으로불러와희미해진과거의장면들을또렷이비춘다.
“위선자.”(10쪽)악의로가득한익명의메일이‘세언’에게도착한다.소설창작강좌를담당하고있는세언은머릿속에서이메일의발신인을가늠하던중과거에연이있었던학생‘송하’를떠올린다.선생과학생으로시작된둘의관계는글을쓰는동료로,더나아가사적인얘기를털어놓는친밀한사이로이어졌으나몇년에걸친인연은이미끊어진지오래다.“왜이렇게됐을까.”(31쪽)선생과학생으로고정되었던역할의선이흐려지고서로를향한기대가어긋날때마다걷잡을수없이커졌던균열도이제는흔적으로만남았을뿐이다.한편,세언은익명의메일을앞에두고,오래전자신역시선생님에게메일을보낸적이있음을떠올린다.
작가는단지세언과송하라는하나의관계를들여다보는데에그치지않는다.세언과현재제자인서경,그리고세언이학생이던시절그의선생이었던사람과의서사까지인연의고리를줄줄이현재로소환해내는것이다.누구에게서온지모를메일을시작으로세언의눈앞에당도한과거의인연들.한때는학생이었고언젠가는소설가였고,또다른때에는선생이라는역할을수행하면서어쩐지꼬여버린이들의관계를들여다보는과정속에서독자는우리에게중요한‘진짜’역할을발견할수있을것이다.

1년동안50편의이야기가50권의책으로
‘단한편의이야기’를깊게호흡하는특별한경험

위즈덤하우스는2022년11월부터단편소설연재프로젝트‘위클리픽션’을통해오늘한국문학의가장다양한모습,가장새로운이야기를일주일에한편씩소개하고있다.연재는매주수요일위즈덤하우스홈페이지와뉴스레터‘위픽’을통해공개된다.구병모작가의《파쇄》를시작으로1년동안50편의이야기가독자를찾아갈예정이다.위픽시리즈는이렇게연재를마친소설들을순차적으로출간한다.3월8일첫5종을시작으로,이후매월둘째수요일에4종씩출간하며1년동안50가지이야기축제를펼쳐보일예정이다.이때여러편의단편소설을한데묶는기존의방식이아닌,‘단한편’의단편만으로책을구성하는이례적인시도를통해독자들에게한편한편깊게호흡하는특별한경험을선사한다.위픽은소재나형식등그어떤기준과구분에도얽매이지않고오직‘단한편의이야기’라는완결성에주목한다.소설가뿐만아니라논픽션작가,시인,청소년문학작가등다양한작가들의소설을통해장르와경계를허물며이야기의가능성과재미를확장한다.
또한책속에는특별한선물이들어있다.소설한편전체를한장의포스터에담은부록‘한장의소설’이다.한장의소설은독자들에게이야기한편을새롭게만나는특별한경험을선사한다.

책속에서

선생님,늦게나마네번째시집을출간하신걸축하드립니다.책을구입하면서인터넷서점홈페이지에올라온인터뷰도읽었습니다.꾸준히강의와마감을하며바쁘게지내시는것같더군요.출강하시는학교는바뀌었지만요.
《무칭》.
제목이좋네요.사전에있는단어인줄알았는데막상찾아보니사전에없는게왠지선생님과어울린다고생각했습니다.-5쪽

선생님주변에는항상선생님을따르는제자들이있고,이들의열의가꺼지면새로운사람들이그자리를채웁니다.그러한교체현상을자연의순환과정처럼바라보게되면서저는은몰한사람들을안타깝게여기지않게됐습니다.제포기에대해서도요.밀물과썰물,나아감과물러섬,쓰는사람에서읽는사람으로,정체성만바뀔뿐,여전히문학이라는공동체에남을거라고생각했습니다.문학은제가아는가장진실한공동체였으니까요.-6~7쪽

아이러니하게도글을쓰는업계에들어와배운건읽지않는법이었다.인터넷에올라온혹평들은개인의감상일뿐이고,찾아보지않으면그만이었다.그러나이런식으로삶의경계를침범하는건명백한악의였다.세언은보낸이의정체는몰라도목적은알았다.상대가원하는게그녀가당황하고두려워하는거란걸.위협적인말로자신의힘을과시하는사람들은도처에있었고,지나가는여자를빤히쳐다보며길바닥에침을뱉는남자들처럼그녀가아무런반응을보이지않으면다른사냥감을찾아떠났다.-11쪽

일전에합평에서세언이소설에쓴단어가무슨뜻이냐고묻자그애는말했다.“핑프.”이어진말에곳곳에서피식웃는소리가들렸다.세언은집에도착해그애가한말을검색했다.핑거프린세스.등뒤에포스트잇이붙은것도모른채하교하던초등학생시절로돌아간것같았다.화가나기보다는모욕을당해도모욕인지모른다는게겁났다.
“늙으면콧물이흐르는것도몰라.”-21쪽

이름이뭐라고.세언은가방에서볼펜을꺼내려다가다시지퍼를닫았다.아니,이름이전부였다.세권의단편집과한권의장편소설.남은건이름뿐이었다.여태껏그녀는소설을통해서만말하려고했고,그이름에얼룩을남기지않으려고조심했다.그렇게해서남은이름인데,그애는자기가무슨행동을했는지몰랐다.-24쪽

지난두달간온메일이열일곱통.
세언은이런상황에서어떻게대처해야하는지알았다.과거에두사람이어떤관계였든,그들사이에무슨일이있었든,그런행동은엄연한범죄라고,일전에스토킹을당하는동료에게도단호하게신고하라고조언했다.그래서신고를했을까,안했을까.그조언을하고잊어버려서어떻게됐는지듣지못했다.-36~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