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로부터

19호실로부터

$17.00
Description
예술을 경유해, ‘여성’의 ‘자기다움’과 ‘안전한 공간’을 모색해가는 책 『19호실로부터』가 출간되었다. “19호실로부터”는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 「19호실로 가다」의 제목을 뒤집어 만든 이름으로,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빌려 소수자의 서사를 조명해온 예술활동가 제람이, 나만의 ‘19호실’로 가겠다고 선언한 어머니의 일을 사유한 끝에 구상한 동명의 다원예술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엮은 책이다. 예술활동가 제람, 문학평론가 오혜진, 시각예술 기획자 여혜진, 공연예술 기획자 고주영, 장애연극인 김지수, 트랜스젠더 활동가 박에디, 섬유예술가 무아, 글 짓는 사람 드므가 필자로 참여해 글을 보탰다. 필자들은 이 프로젝트에 기획자나 운영자, 참가자로 참여한 이들로, 프로젝트를 관통하며 길어 올린 ‘자기다움’과 ‘안전한 공간’에 대한 각자의 사유와 실천을 저마다의 화법으로 책에 풀어놓았다.
나의 ‘19호실’과 타자의 ‘19호실’을 사유하고 실천하는 이 과정이 어떤 기획의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까. 올 하반기엔 인천과 강화도로, 내년엔 또 다른 곳이나 해외로 장소를 옮겨, ‘19호실’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책은 여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서 기획되었다.
저자

제람외

예술활동가.누구나‘자기답게’존재할수있는,물리적이면서관계적인‘안전한공간’을만들고넓히는작업과활동을지속해왔다.구체적인실천으로청소노동자,성소수자군인,난민,여성,농인,미등록이주민등의이야기를설치미술,영상,디지털서체,여행,팝업다방,숙박형전시,출판,강연,워크숍,음악감상회등다양한매체와형식을빌려조명했다.다원예술프로젝트《19호실로부터》를기획·총괄하고있다.

목차

전시화보

19호실로부터|제람
모든안내는따르거나따르지않아도된다|여혜진
언제든돌아오라는인사|고주영
‘19호실’에서천천히|김지수
위로의방|박에디
올록볼록한날들의합|무아
달과해가있는방하나|드므
낯선어둠속에아늑하게파묻히는법|오혜진

에필로그:다시19호실로부터|제람
부록

출판사 서평

온전히‘혼자가된다’는것은무엇을가능하게할까?

“19호실로부터”의여정

예술을경유해,‘여성’의‘자기다움’과‘안전한공간’을모색해가는사유와실천이담긴책『19호실로부터』가출간되었다.『19호실로부터』는2022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다원예술분야에선정된동명의프로젝트를기반으로나온책이다.예술활동가제람,문학평론가오혜진,시각예술기획자여혜진,공연예술기획자고주영,장애연극인김지수,트랜스젠더활동가박에디,섬유예술가무아,글짓는사람드므의글을더해한권의책으로엮었다.

“19호실로부터”는도리스레싱의단편소설「19호실로가다」의제목을뒤집어만든이름이다.설치미술,영상,서체,출판,워크숍,전시등다양한매체와형식을빌려성소수자군인,난민,미등록이주민,농인,청소노동자등의서사를조명해온예술활동가제람이,소설「19호실로가다」를읽고나서나만의19호실로가겠다고선언한어머니의일을사유한끝에구상한프로젝트이다.제람은그간이어온일련의예술활동작업에서소수자로여겨지는집단안에서도‘여성’이한층소외당한다는것을포착했다.“일상에서자기에게‘안전한공간’을찾지못해어딘가로가야하는이들이,대체로‘여성’으로호명된다는점에서서로닮았다는생각이들었다.…그렇다고모든여성에게‘19호실’이필요하다고말할수없다.게다가‘19호실’을갈망하는‘여성’을지정성별이여성인사람과같다고말할수도없고,한정할수도없다.‘19호실’로가서삶이끝나는게아니라,일상을이어갈동력을마련할수있을지사유해보고싶었다”(78~79쪽).

2022년봄가을엔작가은유와함께하는두차례의‘글쓰기워크숍’을,여름에는안무가공영선과함께하는‘몸쓰기워크숍’을,겨울에는다섯예술가(공영선,노윤희,여혜진,제람,홍초선)의작품을설치한‘19호실’을제주에만들어,1박2일간홀로머물며관람하는‘숙박형’전시〈19호실로부터〉를열었다.필자들은이프로젝트에기획자나운영자,참가자로참여한이들로,프로젝트를관통하며길어올린‘자기다움’과‘안전한공간’에대한각자의사유와실천을저마다의화법으로책에풀어놓았다.

혼자가되는시간에서찾는
나다움과안전함의감각

역할과의무에서벗어난공간
〈19호실로부터〉전시를기획하고작가로도참여한시각예술기획자여혜진은“무엇이되지않아도되고무엇을하지않아도되는,역할과의무에서벗어난공간”을‘19호실’로규정했다.그는‘19호실’이‘안전’을인식하거나‘자기다움’을인정해야한다는의무에갇히지않는공간이되기를바랐다.여혜진은‘19호실’공간에있는듯없는듯놓인여러작품들을작가의의도에기획자의해석을더해설명한끝에,예술이야말로‘혼자’있는시간의감각을가장잘안내할수있는‘것’이아닐까하는생각에이른다.기존전시의문법과는길이다른〈19호실로부터〉전시의실천또는실험은답을강요하거나단정짓지않는예술의화법안에서,저마다‘자기다움’을경험할수있는‘안전한공간’을확보한다.

홀로,또같이있다는공공의감각
〈물고기로죽기〉〈래러미프로젝트&십년후〉등의연극을기획,제작한공연예술기획자고주영은전시의자문및공간운영자로참여했다.제주의‘19호실’바깥채에머물며익명의관객(방문자)이머무는공간을살뜰히정비한그에게‘19호실’은혼자만의시간을온전히누리되무해한누군가가가까이있다는안전의감각을느낄수있는곳이다.비대면체크인-체크아웃이라거의모든방문자의얼굴이나정보를알지못하는상황.그는창으로새어나오는불빛이나눈길에난발자국으로‘19호실’에찾아온이의안부를살핀다.고주영은일본의소도시우에다에서경험한문화예술공간의공적활용사례를소개한다.문화예술공간을개방해,팬데믹이나가정폭력등으로곤란을겪는사람이나‘혼자만의시간’이필요한이들이묵을수있게한것이다.피난처와쉼터로기능하는타국의공공공간이환기하는바는,‘19호실’이필요한사람이어디든있고‘19호실’을제공할방법이얼마든있다는점이다.일본우에다의사례처럼한국에서도‘19호실’이,공공의영역에서기획돼예술의차원으로구현될수도있을것이다.

주시당하지않는안전함
장애연극인김지수는‘19호실’에묵으며오래전혼자나선여행길을회상한다.휠체어를타고혼자여행온장애인을대단하다거나걱정스럽다는듯바라보며수시로객실을노크해불편한게없는지확인했던숙소직원은그가혹시극단적선택을하러온게아닐지직원들끼리긴장했다는말을전했다.김지수는편견어린눈으로나를주시하는사람이없어‘나답게’자유로울수있는,그러나언제든지도움청할사람이근처에있어‘안전한’상태를‘19호실’이라고생각한다.

있는그대로의나를환대하는
MTF(MaletoFemale)트랜스젠더당사자활동가인박에디는대부분의여성은그리할필요조차없겠지만,트랜스젠더여성인자신은스스로‘여성’이라정체화할수있음을우선밝힌다.그는‘19호실’복층이외부에서들여다보이는지확인한뒤옷을벗고공간을유영한다.그에게‘19호실’은남들이말하는정상성을의식하느라늘부족하다고만여겼던자기몸을온전히들여다보고,자기만아는마음의상처를보듬는위로의공간이다.그는전시를떠나집으로가는길에,자기를있는모습그대로환대하는친구와이웃이있는곳이‘19호실’이었다고생각한다.

물리적공간과관계적공간을아우르는
예술의실천과모험

“익명적존재”의자기만의장(場)
무아와드므는첫번째글쓰기워크숍의참가자들이다.프로젝트기획단계에서부터맡은자리가있었거나책을위해일찌감치섭외된다른필자들과달리,「19호실로가다」의수전처럼스스로19호실에찾아든“익명적존재”인셈이다.네차례에걸친글쓰기워크숍을통해완성한한편의자기서사글외에는,책의필자로초대하고부터출간이임박한시점(책표지에넣을약력을확인하기)까지아무런정보를알지못했다.이들이누구이며봄의글쓰기워크숍과겨울의전시관람을거쳐이듬해봄의집필까지어떤시간을보냈는지,그리하여어떤글을쓰게될지알지못한채필자로초대한것은책의모험이자불가결한실천이었다.무아와드므는아픈몸과함께살고있다는공통점이있다.특별히초대된두필자는뜨개작업과모임을통과해자기몸의쓸모와특성을돌아보고(무아),진공과멸균과순백이담보할수없는‘안전한공간’에대해질문하는(드므),솔직하고치열한자기서사를이책에보태주었다.

안전한예술,안전한공간,안전의역설
기획자제람과두차례의대담을가지며기획단계부터프로젝트에참여한문학평론가오혜진은이책의마지막글에서날카롭고경쾌한비평으로혹자가품었을모든의문들을헤집는다.그는최근예술실천의중요한키워드가된‘안전’과‘무해한예술’에대해질문한다음,‘안전한공간’이라는주제에천착해온제람의작업과도리스레싱의소설「19호실로가다」의면면을분석한다.제주의‘19호실’에서“안락하고쾌적한공간”이보장하는‘안전’을구성하는것들(“사전협의와참가자들의선의또는시민교양,조율된규칙들”)에위화감을느끼기도하고,이를거슬러위반해보려는시도를해보기도한다.“‘나’의자기다움을찾기위해안전한공간을찾아왔는데,그공간의안전은내가안전하고예측가능한존재로간주되게확보된다는역설”(221쪽)을성찰하기위해정동이론의‘약속’과아즈마히로키의‘오배’개념을관통한그는밭작물을위해조도를낮춘제주의어둔밤길을통과한끝에‘약속된어둠’속에아늑하게묻히는법에도달한다.나름의사유를정리하려던독자의허를찌르는오혜진의예리한비평은정해진답이없으며,끝이아니라과정에서우리가만나고있음을다시금상기시킨다.

“모든안내는따르거나따르지않아도된다”
책의도입‘전시’와마지막의‘부록’에는사진가이민지가촬영한전시〈19호실로부터〉의화보와전시에서제공된식사레시피가수록돼있다.각사진에는별도의캡션을다는대신숫자기호(①②③…?)를달아,관련본문과사진을연결해볼수있게했다.독자들은본문에등장하는숫자기호로해당이미지를찾아봐도되고,무심히지나치거나따로떨어뜨려훑어봐도된다.“모든안내는따르거나따르지않아도된다”(여혜진)라는전시의지침처럼,직결이아니라‘선택’에의해이미지와텍스트를만나길바랐던편집의의도다.아예이연결이불필요하다고생각한글(「낯선어둠속에아늑하게파묻히는법」)에는아무기호도달지않았다.

끝이아니라시작
어머니가왜자기만의‘19호실’을찾았는지,‘19호실’이필요한‘여성’이누구인지,그들에게‘19호실’이어떤공간이어야할지알고싶어시작된이여정은앞으로어디로향하게될까.나의‘19호실’과타자의‘19호실’을사유하고실천하는이과정이모두에게어떤기획의아이디어를줄수있을까.제람은책을통해앞으로도구체적인일상의토대로서‘안전’이무엇일지공통의생각과감각을벼리고싶다고말한다.올하반기엔인천과강화도로,내년엔또다른곳이나해외로장소를옮겨,‘19호실’프로젝트를이어갈계획이다.이책은여정의끝이아니라시작으로서기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