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를 먹던 가족 (김승강 시집)

회를 먹던 가족 (김승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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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승강의 시는 현실을 더욱더 현실답게 묘사함으로써 극사실주의를 관통하여 환상성을 가진다. 시적 묘사는 마치 천연스럽고 일상적이고 평이한 드라마이다. 이러한 평이함을 전개하면서도 극사실까지 뛰어넘어 환상성을 환기하는 건, 머리칼에 구멍을 만들 듯이 예리한 섬세함과 형언하기 어려운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묘사의 매력이다. 김승강은 시인의 말에서도 진술했지만, 타자로 밥을 먹는 현실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먼 여행을 가듯이, 이 시집은 타자에게서 멀리 떨어져 대상에 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바라보면서 극사실로 밀고 나가는 시편들이다. 그 감정의 부스러기를 덜어낸 밀도는 과히 환성성을 불러온다.
저자

김승강

김승강시인은1959년경남마산합포구구산면난포리에서태어나경상대학교중어중문학과대학원석사를졸업했다.2003년『문학·판』으로등단하여,시집으로『흑백다방』『기타치는노인처럼』『어깨위의슬픔』『봄날의라디오』등이있다.

목차

1부

육중한문·12
장미의기억·13
통영·14
든든한부부·16
세상에없는큰뱀·18
고백·20
과음한친구들은일찍죽었다했다·22
안민고개·23
겨울산수화·24
바보형님·26
그대로멈춰라·28
버려진북쪽·29
더러운손·30
그날·31
청소·32
파리,잡다·33
팔씨름공화국·36
비내리는,노랑·38
개에게길을묻다·40
어느날나는흑백다방을다시꺼내볼것이다·42

2부

취객·44
휴대폰분실은상상하고싶지않다1·45
회를먹던가족·48
창·49
그표정·50
외딴집·52
그봄의목련·53
고양이가나를나쁜놈으로내몬다·54
취객들·56
안에별것없다·57
독거·58
큰냄비·60
굴다리·62
빠진나사·64
기타의놀라운힘·66
아버지·68
달력그림·70
밤의눈동자·71
택배기사가묻길래·72
휴대폰분실은상상하고싶지않다2·74

3부

저녁강·78
그가궁금하다·79
가는길·80
달의눈물·82
마을의미인·83
말레나Malena·84
안민동·86
샘·87
토마토·88
성당에나가다·90
비·91
경비아저씨·92
골목길을빠져나와·94
귀신처럼·96
첫눈·98
사이·100
술담그는여인·102
이불·104
쓰레기섬·106
그여자의그림·109
모르는그를지나왔다·110

4부

수평선너머·114
버스를기다리며·115
예식장을나와장례식장으로·116
토니의입·118
모닝커피·120
과일의계절·121
흐린날의편지·122
화분의나무는언제흔들렸나·123
화가의옆얼굴·124
지붕위에아무것도없었을때·125
울컥·126
음식에대한예의·128
오늘은이번겨울들어가장추웠다·130
여행은즐거웠나요·132
북한이미사일을발사할때2·134
벚나무아래·135
술을배우다·136
안개속의사람·138
오래된사진·140
아무거나·142

출판사 서평

김승강의시는현실을더욱더현실답게묘사함으로써극사실주의를관통하여환상성을가진다.시적묘사는마치천연스럽고일상적이고평이한드라마이다.이러한평이함을전개하면서도극사실까지뛰어넘어환상성을환기하는건,머리칼에구멍을만들듯이예리한섬세함과형언하기어려운미묘한분위기를자아내는묘사의매력이다.다음의「회를먹던가족」을읽어보면,고흐의〈까마귀가나는밀밭〉을연상하면서도크로데스크하다.

추운겨울이었지만화창한일요일이었다성경책을든사람들이폭풍의언덕위에서있는교회를향해걸어가고있었다섬북쪽벼랑끝예식장에서는예식이거행되고있었다우리가족은방파제옆횟집으로회먹으러갔다회는추운겨울이제맛이지펄떡펄떡뛰는횟감을고르고우리는회가준비될때까지먼저나온당근과오이를씹어먹었다아이들은과자를손에쥐여주고선창가에서뛰어놀게했다회가얌전하게접시에받쳐져나오고우리는일제히덤벼들어회를먹었다회에는소주가제격이지매제가초장묻은입술로말했다술을마시지못하는여자들은사이다를주문했다매운탕이나오고밥이나올즈음교회에갔던형님과형수님이뒤늦게합류했다형님과형수님은성경책을내려놓고그들몫으로덜어놓은회부터허겁지겁먹었다저녁무렵폭풍의언덕위교회를향해아내가혼자길을떠났다벼랑끝예식장위로는아버지가비닐봉지처럼날아올랐다방파제끝에서놀던아이들은까마귀들에게새우깡을나누어주고있었다
-「회를먹던가족」전문

위의시에서“성경책을든사람들이폭풍의언덕위에서있는교회를향해걸어가고있”다와“저녁무렵폭풍의언덕위교회를향해아내가혼자길을떠”나는풍경은절망적인공간을함께공유한다.성경책을들고교회로가는이들은일주일치의죄를사하러가지만,아슬아슬한위험이도사린폭풍의언덕에있는교회라는건,구원조차도기약할수없는리스크를은연중에담보한다.시의말미에길을떠나는아내마저절망적인공간으로이동하면서이별의쓸쓸함을배가한다.시의구조상앞부분과뒷부분에서절망이라는공간과쓸쓸한풍경을연대함으로써,이시는비애의애달픔그너머를넘어서는절대적이고운명적인허무와만나고있다.
그러나섬북쪽벼랑끝예식장에서는누군가가결혼식을거행한다.절망의공간언저리에서새로운삶을약속하는예식장이있다는자체가아이러니하다.폭풍의언덕이있는아슬아슬한공간에서새로운가족의탄생을알리는예식은생명의탄생을암시한다.생명탄생뿐만아니라생명활동의진술도잇따른다.“우리가족은방파제옆횟집으로회먹으러갔다회는추운겨울이제맛이지펄떡펄떡뛰는횟감을고르”는행위는생명과죽음이교차한다.펄펄살아서뛰는횟감은어육의근육은살았지만,이미죽은것이기때문이다.횟감그것을“우리는일제히덤벼들어회를먹”는모습을상상하면약간우스꽝스럽지만,이것이삶이다.타자의죽음으로인간이살아갈수있다는건불가피하지만,화자는‘덤벼들어’먹는다고한다.인간의세속옆에있는교회와대비되면서,마치사순절이오기전에벌이는사육제(謝肉祭)를연상케한다.
이시는중반부를넘어서후반부에서는칼로회를치듯군더더기없는감정의밀도를보여준다.아이들손에과자를쥐여주고어른들은덤벼들어소주와회를먹는다.그때,“교회에갔던형님과형수님이뒤늦게합류했다형님과형수님은성경책을내려놓고그들몫으로덜어놓은회부터허겁지겁먹”는모습은웃음이나올듯하지만,기괴하게보인다.아슬아슬한데있는교회라는구원의공간에서나온두사람은전반부의결혼식의주체일수도있지만,세속의공간에서허겁지겁하는존재인것이다.

그렇지만구원은존재한다.다만희생의제의가필요하다.“폭풍의언덕위교회를향해아내가혼자길을떠”남으로써사육제는파국을맞이한다.혼자길을떠나는아내는세속의공간에서벌어진사육제의짐을떠메고길을떠남으로써남은자들은살아서견딜수있는것이다.절망과쓸쓸함속에피어나는검은꽃처럼,“예식장위로는아버지가비닐봉지처럼날아”오르고,방파제끝에서“아이들은까마귀들에게새우깡을나누어주”면서벼랑끝과방파제끝은드디어만나면서화해를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