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주택에 거하다 (양문정 시집)

불안 주택에 거하다 (양문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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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작품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시인의 우울한 정조에서 나는 ‘제대로 사고하지 못하면서 아프지 않은 것보다는 아픔의 고통 속에서 명석한 사고를 아는 것이 낫다’는 프로이트의 말을 상기한다. 심리분석의 원조이자 대가인 그는 67세에 암이 발생하여 87세에 세상을 뜨기까지 진통제를 거부하며 고통스런 투병생활을 하였다. 그는 이 기간 자신의 세계를 ‘무관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그만 고통의 섬’이라고 묘사하였는데, 이는 그의 ‘견인堅忍주의’적 삶과 함께 어떤 ‘비극적 위엄’처럼 다가온다. 나는 굳이 그의 정신분석학을 견인해 작품을 분석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프로이트 개인의 삶과 함께 인간본성의 숨겨진 부분을 들어내고, 그것의 가시적인 것과의 대립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인의 우울한 정조는 설명되었다고 본다. 또한 그것은 새로운 삶과 문학의 방향을 부단히 모색하고 있는 몸짓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 역시 인정하고자 한다.
저자

양문정

시인은1964년제주서귀포에서태어나2002년10월『심상』으로등단하였다.시집으로『모로누운바다』(2015년),『불안주택에거居하다』가있다.

목차

1부

내집마당의도마뱀5·12
내집마당의도마뱀10·14
안개산책·16
바람같이,겨울수선水仙·18
진경塵境1·19
진경塵境2·20
비탈에무너지다·21
퍼붓는비의연못2·22
존자목련·23
얼음,강·24
폐사지·26
얼음,강을찾아서·28
궤적·30

2부

불안주택에거居하다·32
빳빳한시간·34
마비된천장·36
바람소리·38
장화를벗으며·39
겨울비에익사하는춥디추운삶·40
어둠깊이얼굴을묻고·41
틈입·44
야간주행4·45
야간주행5·47
야간주행6·49
야간주행7·51
야간주행8·52

3부

외로이,또는외로움가까이·56
거울속의사람에게·57
가버린친구에게·58
묵은잠을불러들이다·60
푸른달개비의초상·61
활,쏘다·62
유채油菜·64
불출不出·66
내곁의오랜생·68
치자꽃과장마·70
겨울보행·72
새가있는풍경·73
무기의새벽·74
갯바위·76
하지·78

4부

숲으로가다1·80
숲으로가다2·81
숲으로가다3·83
숲으로가다4·84
화양연화·86
자폐를앓는사람들을위한연가·87
소금밭·90
바람의문·92
밤바람·94
절하는밤·96
굼벵이·98
한식·100

해설|호병탁_바다위고통의작은섬을보는시인의우울한심리·101

출판사 서평

양문정시인은1964년서귀포출생,2002년『심상』으로등단,2015년첫시집『모로누운바다』를상재했다.작품과작가의삶에대한상호조명을통해작품해석에접근할때우리는의외로많은숨어있는의미의계시를읽어낼수있다.그러나시인에대해아는전기적정보는위에서말한세가지밖에는없다.그럼에도아무런선입견없는객관적시각으로작품을대할수있고,오직자신만의비평적설득력에의해독자와함께작품을향유할수있는기회로생각한다.

편안히녹슬어가던
온갖것들이바이러스가되어
손바닥에머물고
내호흡이네게가닿을때
불면의잠길게
기침과열꽃이낳은
바람의사생아
불안주택의처마에깃들어
물결모양의속지를품은
골판지속에잠을설치고
마늘잎에병이퍼지고
쓰레기통에넘쳐나는비닐봉지
스티로폼서잠을찾는
고양이들과함께우리는불길하다.

봄한철내내
비가내리고그치지않아
그사이에피어도주목받지못하는
저벚꽃처럼
나는당신가까이갈수없다.
말소리뭉개지는
알수없는마스크속의표정으로는
-「불안주택에거(居)하다」전문

위인용된작품은이번시집의표제작이기도하다.그만큼시인의전체적시세계의성향을가늠하는지표가된다고볼수있다.그런데이시제는2015년첫시집『모로누운바다』와의연관성이느껴짐이어쩔수없다.‘모로눕다’라는말은편안하게위를보고누운상태가아니라모서리나,측면으로누운,무언가불편하게누운상태로인식된다.언제나수평선위의가없는하늘을보며편안하게누워있는바다를‘모로누운바다’로인식한다면,이는화자의내적심리에서기인할것이다.그런데이번시집제목은『불안주택에거(居)하다』이다.어떤‘주택’이기에마음이편하지않고뒤숭숭하기만한것인가.여하튼둘다불편한심리적기제가작동하고있다는공통점이있다.
“편안히녹슬어가던/온갖것들”은결국먼지가되어사라지고만다는것이우리의통상적인생각이다.그러나화자는그것들은“바이러스가되어”우리손바닥에머물고있다고느낀다.과학적으로엄밀하게따지면얼마든지그럴수있다.‘바이러스’의사전적정의는‘보통의현미경으로는볼수없을정도의극히작은미생물’을말한다.우리는이작은놈들을음식을썩게하고병을옮기는더럽고위험한존재로인식한다.그러나실상이작은놈들이없었다면온세상이사체와배설물로덮일것이다.김치,젓갈,된장같은발효식품도없을것이다.자정능력을상실한강물은온갖더러운것들을품은채흐를것이다.이놈들이땅속에서만드는무기물을뿌리로흡수해성장하는모든녹색식물도생산을멈출것이다.결국,지구는죽은별이될것이다.그런데말이다.우리가이런‘미생물’을같은의미지만‘바이러스’라고발화할때그것은악성의병을옮기는유행성병원체라는느낌이강하게든다.대표적인예로우리가마스크를쓰고살게만든바이러스같은경우가될것이다.
이런바이러스는“내호흡이네게가닿을때”“기침과열꽃”을만들어“불면의잠”을야기한다.이어화자는“불안주택”을“물결모양의속지를품은/골판지속”이라고표현하고이곳이바로우리가불면으로잠을설치는곳이라고말한다.‘불안주택’안뿐이아니다.바이러스는‘마늘잎에도병’이퍼지게하고‘쓰레기통에비닐봉지’가넘쳐나게만든다.또한고양이가“스티로폼서잠을”찾게만든다.여기서‘스티로폼Styrofoam’이란어휘가특별히눈에뜨이는데이는‘작은기포를무수히지닌합성수지’로단열·포장·흡음吸音·장식재료등으로널리쓰이고있는바실상우리는이합성수지속에살고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그런데이어휘는
“골판지”와공통점을갖고있음이인지된다.물건의포장박스를살펴보면판지사이에골이진얇은물체를발견할수있다.바로‘골판지’다.현대는택배시대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주문한어떤물건도골판지나혹은스티로폼으로만든박스에담겨배달된다.앞서본것처럼화자는“불안주택”을“골판지속”이라고말하고있다.우리는골판지안에서“불면의잠”을설치고마찬가지로고양이는스티로폼안에서잠을설치고있는것이다.결국화자의이런발화는심리적으로‘모로누운잠자리’처럼마음편하지못한상태에서현대의우리가거하고있다는인식을표출하고있음에다름아니다.
연이바뀌고봄비와벚꽃이등장한다.봄바람이불어야꽃이피고봄비가내려야그꽃은더곱고화려해진다.서정적인분위기가될듯하다.그러나“봄한철내내/비가내리고그치지않”으면경우가완전히달라진다.이때핀‘벚꽃’은누구에게도“주목받지”못한다.
그런데그치지않고내리는비에“주목받지못하는”벚꽃은‘처럼’이라는부사격조사가붙으며“나는당신가까이갈수없다”라는사실을비유하고있다.작품에서첫번째등장하는비유다.젖은벚꽃이어디를가겠는가.땅에떨어지면그만이다.봄이라는좋은계절에도그것을느끼는시인의불편한심리적기제는여전하다.
그런데작품의마지막부분에서당신에게가까이가고싶어도갈수없는이유가또다른메타포덩어리로표출되고있다.“말소리뭉개지는/알수없는마스크속의표정”이다.그렇다.‘마스크’속에서는말도제대로전달이안될뿐더러마음속감정·정서가나타난얼굴의‘표정’도읽어낼수가없다.작품에서‘마스크’라는어휘는단한번나타나지만,이것은첫째연내용과함께연결되며작품전체의이해에결정적인지표가되고있다.
우리는몇년째팬데믹pandemic현상속에서살아왔고그것은아직도진행형이다.실상거리두기를통해“나는당신가까이갈수”없는것이우리의일상이었다.또한해가바뀌어도마스크를써왔고아직도여전히쓰고있다.시인은이어휘하나를통해우리가부대끼고있는사회현실을적확하게표현하고있다.작품이제시하는것은교훈도,가르침도,추상적사고도아니다.그것은‘공감의공유’라고할수있다.또한그것은‘마스크’라는매개물을통해지금도우리가체험하는‘경험의교환’이라고도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