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바늘의 짝사랑 (곽병희 시집)

도깨비바늘의 짝사랑 (곽병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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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본과 문명의 이기가 주는 안온함에 빠져 세상의 불평등과 모순에 모른 채 살았던 우리 스스로의 이기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곽병희 시인의 이번 시집 『도깨비바늘의 짝사랑』을 관통하는 의미는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는 보편적 가치 추구라고 생각한다. 삶과 현실에 대한 자세 또한 지나친 주관성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객관적 인식과 판단 아래 더불어 삶의 참된 의미에 천착했으면 좋겠다.
- 이월춘(시인·경남문학관 관장)
저자

곽병희

곽병희시인은경남창녕에서태어나영남대철학과를졸업하고경남문예대학을수료했다.2003년『한국문인』으로등단하여,시집으로『베이비부머의노래』가있다.진해문협회장,경남문협이사를역임하였고,한국문협,경남문협,진해문협,경남시인협회,곰솔문학회회원이며,현재진해문협,경남문학관이사로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바람의아들

정육점正肉店·12
바람의아들·13
저가슴·14
알콩달콩·15
히말라야삼나무와느티나무·16
도깨비바늘의짝사랑·17
부용정행·18
지붕들의말씀·19
망우정에서온편지·20
옛채석장·21
무심사에는낙동강이산다·22
석류·23
물건방조림·24
또한번·25
패자부활전敗者復活田·26

2부심등을기다리며

무료이대無聊二代·28
심등心燈을기다리며·29
도라지나물·30
윤장輪葬에관하여·31
산너머남촌에는·32
레커차에끌려가는자동차·33
놀부찌개·34
방생하는제방·35
유인도를위하여·36
강촌제방·37
안개·38
가두리양식장·39
안거安居·40
대보름뷔페·41
성토盛土,도원경에들다·42

3부볼록거울의사랑

가변차선로·44
둔치·45
광한루에서·46
접촉사고·47
고압선매설지역·48
겨울,경화역·49
바람의언덕·50
만어사너덜경·51
공곶이-不狂不及·52
대견사·53
볼록거울의사랑·54
뻥튀기노인·55
눈·56
화왕산연가·58
소라타운·59

4부들판의십자가

자동문·62
교동면옥·63
중국안마·64
베트남댁·65
들판의십자가·66
다시,수타면·67
메밀꽃필무렵·68
마늘밭·69
산의탈모·70
한정리벚꽃·71
거가대교·72
송기떡의추억·73
도동서원·74
케이블카·75
은행나무·76
종점에대하여·77
양계장·78

해설|이월춘_자연회귀와긍정의시학·80

출판사 서평

이시집은곽병희시인의두번째시집이다.경남창녕출신인그는첫시집『베이비부머의노래』를상재(上梓)한지여섯해만에『도깨비바늘의짝사랑』을펴내는것이다.첫시집은제목이그렇듯시인자신의세대인베이비부머의신산한삶과현실적인식을담고있다.경남문예대학시창작과정을수료하고,‘한국문인’으로등단(2003년)한이후한국문협,경남문협,진해문협,경남시인협회,곰솔문학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으며,진해문협회장,경남문협이사를역임하였고지금은진해문협및경남문학관이사를맡고있다.평생을진해에서해군군무원으로재직하고퇴직한후지금은진해와고향창녕을오가면서생활과문학을이어가고있는그의삶에건투를빈다.

다음의시편들은수구초심으로의자연회귀로견인하고있다.

저물어가는가을볕밭고랑에서
메밀꽃이여리게웃는다
아직햇살의양분이남았는데
비료와퇴비를머금고가을비마시게해주면
그게어디냐며먹고살기에괜찮단다
늦었다고할때가제일바르지않는가며
서른이넘어직장잡고늦장가들었지만
육십에퇴직하는당신을보라한다
김장배추와무도
더짧은자투리빛을나누면서가을강을건넌뒤
양파와마늘,시금치는
저겨울산고개를더욱힘들게넘어갈것인데
이정도는아직호강이아닌가한다
다시시작을물고오는가을속으로
메밀은희망의맨앞열에서살아간다

-「메밀꽃필무렵」전문

요즘의시들을보면시본래의궤도를이탈하여난삽한비유와치기어린넋두리,문법과의과도한충돌,중언부언의나열,의미없는산문화에진을빼고있는건아닌지염려된다.이럴때일수록시의위의威儀가새삼강조되어야한다.지금여기의문제상황에직면하면시인은절실하고긴급한언어에매달리게되고,문학의사회적역할에대해고민하게된다.저80년대의운동권문학이가졌던문제들,절제되지못한언어들과현장목소리의구호화가실패한이유는시적리듬과서정성을잃어버렸기때문이다.
이시는그런염려를거두게한다.어려운시어와상상력의복잡한구성이없어자연스럽게읽힌다.독자들이시에자신의삶을겹쳐읽으면시가한층친숙하게다가온다는걸느끼게된다.시가삶을어떻게대하고있는가를파악하고나서,내삶에서똑같은형상을발견하게되면,시에대한거부감은사라지고좀더친숙하게시를접하게된다는말이다.
시를읽지않아도삶에는아무문제가없다.유용한면에서시를논하면가장무관한것이시일지도모른다.바로그렇기때문에시가우리삶에필요하다.이시도결국시적대상에대한사랑을바탕에깔고있기때문에시대적변화에따른슬픔을품고있고,그것이우리를살찌운다.사랑의상실,대상에대한무관심,그런권태야말로시인에겐더없이참을수없는고통이기때문이다.물질적인가치,실용적인영역에속하지않는것들의역할은분명있다.시인의다른시‘마늘밭’이나‘중국안마’같은시도그런영역에서읽힌다.

잘난인물과향기로
벌나비를유혹할수있었더냐
가볍고유연하여
마음의돛배를탈수있었더냐
보풀보풀털을붙들어야지
싫다하여얼굴찌푸리지만
자꾸만내동댕이쳐버리지만
결국짝사랑으로끝날운명이지만
그것으로라도벌어먹고살아야지
외곬의사랑은불안한법
그의거부의순간에너는
대지의품에안긴다
도와주지만책임지지않는
의타의길을또렷이기억하렴

-「도깨비바늘의짝사랑」전문

도깨비바늘은전국의산과들양지바른곳에자라는한해살이풀이다.원줄기는네모지며털이약간있다.아래를향해난가시같은털이있어동물의몸을비롯한물체에잘붙는다.대부분의식물들이그렇듯스스로는씨앗을뿌리지못한다.대표적인식물로도꼬마리가있다.도꼬마리는통통한열매의표면에낚시처럼갈고리가달린가시가있어서물체에붙어잘떨어지지않는모양을하고있다.등산을하기위해숲길을걷다보면,바늘같은긴열매가언제어디서붙었는지모르게옷에달라붙어있을때가많다.이처럼언제옷에달라붙었는지몰라도깨비처럼달라붙었다고해서도깨비바늘이라고부른다한다.씨앗을움직이는동물의몸에붙여서멀리퍼뜨리려는유전정보를발전시켜온지혜의결과이다.동물의몸이나사람의옷가지에붙어멀리퍼뜨린다.이시는자연속의삶에서겪는자연스런현상을인간관계에빗대고있다.외곬의사랑으로읽어내는화자의시선은결국더불어삶의자연섭리와닿아있다.
이시를‘향토적서정시’라규정하고싶다.지금까지많은시인들이향토적소재와서정적정서를바탕으로한작품으로대중의사랑을받아왔음은분명하다.흔히평범한사람들의일상속에감춰진삶의진실을탐구하고,운명이나한과같은전통적인정서에부응하며,서정성을유발하는다양한장치로수준높은예술미를보여주는작품을말하지만,‘도깨비바늘의사랑’은그런수준의미학성획득에는이르지못한다.이런시는분명단순화의위험성이있다.그래도향토의정서를반영하면서삶과섭리의단계까지나아간점은평가되어야한다.서구적근대화가급작스럽게진행되는것에피로감을느낀사람들이전통적정서에서위안을얻었다는점,특히해방이후학교교육에서이런탈이데올로기적시학을대거수용함으로써대중의공통된미적경험을담고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