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

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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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작품의 어휘들 배치와 그 구조는 정말 독특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어휘들은 ‘죽고, 살고’ ‘울고, 웃고’, 그리고 ‘괜찮다’가 전부다. 만약 시제가 「사방치기」나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이에 관계되는 ‘깨금발’과 ‘금’이라는 단 두 개의 어휘가 없었더라면 이 시는 전혀 독해불가의 ‘시도 아닌 시’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더구나 이 어휘는 단 한 번씩만 작품에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한 번 등장하는 이 두 개의 어휘는 작품의 이해뿐 아니라 역설적 발화의 연유를 밝히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시인이 견인한 토착어들과, 그리고 이를 언어조형 능력으로 어떻게 서정적 문장으로 구조화시키는지를 보았다. 그 결과 우리는 시적 대상을 선연한 감각으로 인식하고 거역할 수 없는 그리움의 정서에 빠져들었다. 비록 어렵고 힘들었을지라도 어릴 적의 고향은 ‘잃어버린 낙원’으로 우리 모두의 의식 심층에 남아있다. 우리는 글을 통해 그 낙원의 서정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

김석

김석시인은경북포항에서태어나계명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과(석사)를졸업했다.2004년『시인정신』(시),『문학청춘』(시조)으로등단했다.시집『거꾸로사는삶』『침묵이라는말을갖고싶다』등이있다.대구문인협회사무국장·편집국장·감사를역임했다.대구예술상문학부문수상을했다.현재대구예술가총연합회감사로일하며,대구문인협회,대구시인협회,죽순문학회회원,시아띠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지다

사방치기·12
사인은미상입니다·14
지다·16
모나미·18
흔적·19
바보·20
젖은꽃무덤되어·21
남은것이반이다·22
수심水深·23
뒤를돌아보는습관이생겼다·24
물금역을지나면서·26
명품은가방이아니다·28
버려지는것들·30

2부엄마의시간

잘있고,말고요·34
눈열리면문열리고·35
딱새·36
죽변에서·38
세월·39
고마카이소·40
너와함께젖는다·41
죽인이유·42
엄마의시간·43
엄마·44
오도송悟道頌·45
어여가라니까·46
게임·48
수목장·49

3부짠맛후회

실수의속내·52
같지만다른·54
잿빛처럼긴생각·55
뿔·56
난감한네놈때문에·58
궁금하다·59
몽돌해변·60
짠맛후회·61
종이컵속의아침·62
화두話頭·63
숨어서부르고싶은·64
낙엽·66
벌받고·67

4부텅빈충만

불두화는불임화·70
텅빈충만으로행복합니다·72
가책도죄책도없이·73
참한복수때문에·74
그똥개가좋다·76
지하주차장·78
막걸리의말씀·79
봄날은아직이라고·80
고마,형이라캐라·82
미세먼지나쁨·84
누군가말한다·86
도시의섬들·88
고양이의계절·90

해설|호병탁_‘단디’와‘똑디’라는말이창출하는놀랍게풍요로운정서·91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을읽어본다.“팔월그어느날/거품처럼수국은져나리고”그꽃보다“더환하던/당신의웃음도”졌다.환한수국에비유되고있는‘당신’은바로시인의어머니이고그분은꽃처럼‘지고’말았다.이제이세상사람이아니란말이다.그런데시집본문에는바로그“거품처럼하얀수국”을노래한작품이있다.그것도“어느해팔월그어느날”에.

수변공원산책길에수국을샀다
거품처럼하얀수국앞에당신은환했다

큰꽃은큰애를
작은꽃은작은애를닮았다지만
하얀수국나에겐당신이었다

환하던날짜이윽고지고
꽃사라진빈화분엔
수국이있었다는사실조차지워지고

애들떠난빈자리에
다시핀수국
당신의손전화기에뿌리를내렸다

화면에서솟아나는물방울문자들
수국,자잘한꽃잎은
활짝피어오른당신의웃음

어느해팔월그어느날
수국은거품처럼사라지고
수국보다더환하던당신의웃음도



-「지다」전문

화자는“산책길에수국을샀다”그꽃은화자에게‘당신’,바로어머니였다.그러다가꽃은지고빈화분엔“수국이있었다는사실”도지워졌다.아이들도집을떠나갔다.
그런데해가바뀌어“애들떠난빈자리에”꽃은다시피었다.놀랍게도꽃은“손전화기에”“당신의웃음”이되어피어오르고있다.화면위의“자잘한꽃잎은”“물방울문자들”로당신처럼웃고있다.수국은자잘한하얀꽃잎들이뭉쳐말그대로“거품처럼”피었다가진다.손전화기에서도어머니를느끼는화자의간절한그리움이가슴을친다.
작품은‘끝부분’은“어느해팔월그어느날/수국은거품처럼사라지고/수국보다더환하던당신의웃음도”졌다고〈시인의말〉‘첫부분’을거의그대로반복하며마감된다.특히마지막연은“지/고”라고의도적으로행갈이를하며‘졌다’는사실에방점을찍고있다.어머니가떠나가신현실을새삼느끼고이를강조하고있는것이다.
여기서우리는앞에서도언급한‘상호텍스트성’이작품과작품사이에강하게작용하고있음을알게된다.이는김석글쓰기의또다른큰특징을보여주는것으로아주주목되는점이다.어떤텍스트가다른텍스트를인용하거나변형시켜서로관련을맺는-흔히‘모자이크’에비유되기도하는-이‘상호텍스트성’은현대시의가장핵심적인지배소의하나다.
우선수국이란꽃은〈시인의말〉에서처럼이작품에서도‘어머니의표상’으로견인되고있으며,동시에시제가되기도하는「지다」라는어휘또한강조됨으로어머니가이제저세상사람이되었음을주목하게하고있다.한마디로양쪽의글모두가‘어머니에대한회억’을주제로하고있는것이다.
그런데책2부의제목은아예「엄마의시간」이고또한동명의작품이안에게재되어있음을보게된다.

엄마,엄마요
내알겠나,내누구요

%$#!@&%?
머라카노,큰아들알겠어요
내가머바본줄아나,아들둘에딸하나

작은아
지아부지제삿날전화오고

막내딸
내생일에일본서도날라온다

눈앞에큰아들보며,큰아는늘바뿌다
-「엄마의시간」전문

작품은돌아가시기전어머니가몸도쇠약해지고정신도혼미해져요양원에계실때,찾아간아들과나누는대화로구성되어있다.먼저아들이내가누군지알겠냐고묻는다.그러나어머니는도무지알아들을수없는말로횡설수설할뿐이다.재차아들이나를알겠냐고물으니어머니는갑자기“내가머바본줄아나”며또렷한기억력으로자신은“아들둘에딸하나나”가있는데작은아들은제‘아버지제삿날’에전화했고딸은‘내생일날’일본서도날아왔다고답한다.우리는놀라며반가워하지만마지막연에서결국어머니가얼마나심각한상태에있는지다시깨닫게된다.즉“눈앞에큰아들보며”그아들은바쁘다고말하고있는것이다.이말은바빠서못왔다는말이나마찬가지아닌가.우리는어머니가치매증도심각했었음을알게된다.
이런상황은“요양원침대위엄마눈맞추며/내누군지알겠나/큰아들이름머꼬?”(「잘있고,말고요」)라고안타깝게묻는화자의모습과중첩되며서로연계된다.이렇게보니위세작품은모두어머니에대한‘그리움과회억’의상호텍스트성으로서로아름답게조화를이루고있는경우가될것이다.
또있다.〈시인의말〉에는“젖은꽃무덤되어/짠맛후회와함께”속내를드러낸다는문장이있다.여기에서사용된“젖은꽃무덤”과“짠맛후회”라는말은그대로시제가되어역시본문에자리잡고있다.시인은밤새빗물에떨어지는“꽃잎/내려다”보다가“제무게스스로감당못해/털썩주저앉아”스스로「젖은꽃무덤이되어」버리고말았다고노래한다.또한시인은한국고유의“국물맛”은세상어느곳에서도맛볼수없는“일품”이지만“짜면서도너무뜨겁다”며그“버리기에는아까운”맛은“때늦은「짠맛후회」”를만드는맛이라고노래한다.여기에등장하는어휘들은모두가어머니를떠나보낸화자의애절한마음을담고있다.
실상지금까지읽은모든작품들이인용되든변형되든서로다양한의미체계의연관을가지는상호텍스트성을보여주고있다고할수있다.
-호병탁(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