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을 빚는 저녁 (김미옥 시집)

목련을 빚는 저녁 (김미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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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미옥 시인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만두가 목련으로 호명되는 세계라 할 수 있다. 전자가 일상의 세계라면 후자는 예술의 세계이고, 전자가 존재자의 세계라면 후자는 새롭게 접합된 존재의 세계다. 이러한 “예기치 않은 소통”으로서의 “바꿔 연결하기”(東浩紀, 『관광객의 철학』)는 삶-미학을 매개하는 미학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김미옥

김미옥시인은경북의성에서태어났다.2014년『문학청춘』신인상수상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어느슈퍼우먼의즐거운감옥』이있고,제2회문학청춘동인지상을수상했다.선경문학상운영위원,문학청춘기획위원으로활동중이다.현재충주에서새한슈퍼마켓을경영하고있다.

목차

1부오늘의파도

모과처럼·12
오랫동안사과나무로·14
쉼표·16
목련을빚는저녁·18
양이자란다·20
시계공의사색·22
부부·24
한발짝물러서면동그라미·26
그날의묵비권·28
안쪽·30
오늘의식탁·31
짐승의자세·32
왼발+오른발=뒤꿈치를들고·34
베타의날·36

2부슈퍼속의거인

플리마켓·38
고래의눈동자·39
당신을결제할수없습니다·40
슈퍼속의거인·42
가계家系·44
명랑한귀가·46
문門·48
안녕,월요일·50
날아라,새들아·51
우리는껌처럼살아가잖아요·52
오후2시의갈등·54
조용히흐르는수화·56
모래성·58

3부모서리가있는하루

저물어가는·62
무게·64
건조주의보·66
입안이수상하다·67
어떤장례식·68
머나먼풍경·70
한여자의마술·72
오늘의날씨·74
붕어의집·76
뚝배기·78
영혼수선공·80
분홍에눈먼벌의비명·82
몰두·84
일제히매미·86
차차차·88
류봉씨를찾습니다·90

4부바스락거리는인연

흰양말에밑줄을긋고·92
사춘기·93
구석을품은말·94
소용돌이치는그림자·96
눈으로말해요·98
아득한손·99
큰도화지에점두개가찍힌것처럼·100
리틀라이언·102
일박이일·104
OK!·106
인연하나보채듯창문을흔들때·108
여행자의자세·110
씨감자를심는다·112
만두빚는시인·114

해설|김겸_시의삶-되기,삶의시-되기·116

출판사 서평

*김미옥시집「목련을빚는저녁」의특징
김미옥시의피부에는아름다운반점이여럿이다.자칫흉터로오인할수도있다.그러나자세히들여다보면상처에서출발하여시에도달한무늬들이다.시집『목련을빚는저녁』에는시인의내밀한상흔이꽃피운,밀도높은언어들이가득하다.이번시집에는새로운변전의표정도나타난다.“솟대위에깎아놓은붙박이새처럼”살았던삶이지향하는대상은솟대가삭아부러지는순간날아오를한마리새다.세계와의접속을통해생성과변이의과정을거쳐닿은신생의지점에서시인은“생의진저리”를지나비상의방향을응시한다.“낯선말들이오고가는한귀퉁이에”서헛헛한그림자로존재하던시인은“첫닭이울면가게앞목련도문장하나하얗게내밀어보는”것처럼신고辛苦의오랜시간을지나쉰다섯편의시를낳았다.낱낱의개별성을확보하고,내면의상처를명징한언어로형상화한이번시집에는작품에서배어나오는깊고고유한향이있다.성찰의시선으로포착한삶의다양한풍경을담고있는『목련을빚는저녁』이주는귀한선물이다.
-홍일표(시인)

“만두를빚으면서도자꾸만시를생각”(「만두빚는시인」)하는시인에게시는세상사를견디게하는방패이며창이다.누구나자기만의지옥은있기마련이다.그자리에서빚어낸목련과같은시편들은자폐적미학에탐닉하는우리시단의한경향과는반대로,구체적인삶의자리에서길어올린생의진여를담은시편들로서‘시의삶-되기,삶의시-되기’를구체적으로형상화하고있다.목련의만두-되기,만두의목련-되기를이제당신들이목격할차례다.
-김겸(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_서평
-발명의시학
김미옥시인의방식으로말하자면만두가목련으로호명되는세계라할수있다.전자가일상의세계라면후자는예술의세계이고,전자가존재자의세계라면후자는새롭게접합된존재의세계다.이러한“예기치않은소통”으로서의“바꿔연결하기”(東浩紀,『관광객의철학』)는삶-미학을매개하는미학적실천이라고할수있다.

목련을빚는겨울이있다

겨울은모서리가지워지고
찜솥에는활짝핀목련들이가득들어있다

눈은분분이내려
꽃을빚는저녁

젖은햇빛몇줌과
붉게지는노을과
칼칼한저녁냉기와
들락거리는바람을꾹꾹눌러넣고
한장한장꽃잎을일으키면

눈송이가눈사람이되듯
만두가목련이되는밤이있다

어딘가에서목련은
차가운꽃망울의잠을견디고있고

이저녁,만두는터질듯부풀어올라
당신이모르는꽃이된다
-「목련을빚는저녁」전문

이시에서화자는“모서리가지워지”는늦겨울의저녁어느날만두아니목련을빚는다.여기서만두를빚는과정은목련을피워내는자연물의그것과동일시되어있다.이는단순한색체와모양의유사성에기반한것이아니라는데이시의놀라움이숨어있다.먼저꽃잎의재료는분분이내리는눈으로,그속에“젖은햇빛”과“붉게지는노을”과“칼칼한저녁냉기”와“들락거리는바람”이라는소를“꾹꾹눌러넣”어“한장한장꽃잎을일으키면”만두는하얀목련으로태어난다.
목련은그저시기에맞추어피는게아니다.잘알려진서정주의「국화옆에서」와같이한송이꽃을피워내기위해서는전우주가참여해야하는것이다.목련은어딘가에서“차가운꽃망울의잠”이라는인고의시간을견디며봄을기다리고있다.화자는눈내리는차가운겨울만두를빚으며“터질듯부풀어”오를목련의봄을기다리고있는것이다.봄은그저오는게아니다.이갸륵한기다림이곧봄을잉태하는겨울의노심(勞心)이기때문이다.
“만두를빚으면서도자꾸만시를생각”(「만두빚는시인」)하는시인에게시는세상사를견디게하는방패이며창이다.누구나자기만의지옥은있기마련이다.그자리에서빚어낸목련과같은시편들은자폐적미학에탐닉하는우리시단의한경향과는반대로,구체적인삶의자리에서길어올린생의진여를담은시편들로서‘시의삶-되기,삶의시-되기’를구체적으로형상화하고있다.목련의만두-되기,만두의목련-되기를이제당신들이목격할차례다.
-김겸(시인ㆍ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