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삽화 (한기팔 시집 | 양장본 Hardcover)

겨울 삽화 (한기팔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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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기팔 시는 짧은 운문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강한 울림이 있다. 이것을 시의 정수라 해도 그리 틀림이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시의 리듬을 통해 누군가는 메시지를 통해 독자의 가슴에 파고든다. 한기팔은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이미지를 읽는다는 것은 그의 시를 이해한다는 의미이며, 그 시세계의 여정에 동참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스스로 자신의 천직을 시인이라 말하지만, 그의 작업실에서는 시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미지란 ‘언어로 짠 그림’이라는 루이스(C.D. Lewis)의 지적처럼, 한기팔 시의 이미지는 시와 그림의 경계를 허문다.
한기팔의 서정시에는 그가 견지하였던 창작 자세와 시어에 대한 엄결성이 녹아들어 있다. 한기팔 시세계의 특이점으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그의 회화적 특장에서 비롯된 이미지의 현현일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장점을 시 창작 방법론에 접목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와 같은 노력들이야말로 감각적 서정시의 한계를 넘어서서 그를 독창적인 시세계로 이끈 원동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지연(시인·문학박사)
저자

한기팔

1937년제주서귀포에서태어나1975년『심상』1월호에「원경」「꽃」「노을」등이박목월시인추천으로신인상에당선하여등단하였다.
시집으로『서귀포』『불을지피며』『마라도』『풀잎소리서러운날』『바람의초상肖像』『말과침묵사이』『별의방목』『순비기꽃』『섬,우화寓話』등이있고,시선집『그바다숨비소리』가있다.제주도문화상,서귀포시민상,제주문학상,문학아카데미시인들이뽑는시인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나는어차피꽃이아니다

하눌타리·12
먼지·14
먹墨·16
지푸라기·18
봄비·20
보리장나무꽃피거든·22
피는꽃과지는꽃사이·23
나는어차피꽃이아니기에·24
가을소나타·26
햇볕좋은날은·28
담장쌓기1·29
담장쌓기2·30
고향故鄕·32

2부허공의한채

봄밤의꿈·34
해바라기·35
코로나19·36
기일忌日·38
슬픈목가牧歌·39
그서쪽·40
섬그늘·41
툇마루에앉으면·42
내가잠깐넋을놓고있는사이·43
4월제·44
능소화陵宵花·46
금강초롱꽃·47
가을빗소리·48

3부겨울삽화揷畵

존자암尊者庵에서·50
세상살면서제일로고마운것은·51
윗세오름산장山莊에서·52
꽃나무아래서·53
새벽창에달이뜨면·54
시인과철학자·55
미명未明·56
산위에올라·57
매듭에대하여·58
겨울삽화揷畵1·60
겨울삽화揷畵2·61
겨울삽화揷畵3·62

4부꽃들의반란反亂

비온다음날아침·64
이명耳鳴·65
묵화墨畵·66
그래도봄은봄이라고·67
그리는마음·68
헛무덤·70
흔적痕迹·72
꽃들의반란叛亂·74
초저녁눈썹달처럼은·75
회광반조回光返照·76
풀을뽑으며·77
공원묘지公園墓地에서·78
낮술·80
초승달·81
빈자일등貧者一燈·82
지는해고요히서서들어·83

5부이시대의이름으로그대를부르노라

영실靈室소나무·86
나무에게·88
여름밤·89
이슬·90
먼사람·91
섬쑥부쟁이·92
인연因緣·94
등藤나무아래서·96
방생放生·97
갈대밭에서·98
이시대의이름으로그대를부르노라·100
빛바랜사진한장·102

해설|김지연_한기팔시의화자양상과그의의·103

출판사 서평

짧은운문으로부터터져나오는강한울림이있다.이것을시의정수라해도그리틀림이없을것이다.누군가는시의리듬을통해누군가는메시지를통해독자의가슴에파고든다.한기팔은이미지를통해독자들과소통하고자한다.이미지를읽는다는것은그의시를이해한다는의미이며,그시세계의여정에동참한다는의미이기도하다.이러한한기팔시의성격은무엇보다도그의회화적특장에서기인한다고볼수있다.그스스로자신의천직을시인이라말하지만,그의작업실에서는시뿐만아니라그가직접그린그림들을쉽게발견할수있다.이미지란‘언어로짠그림’이라는루이스(C.D.Lewis)의지적처럼,한기팔시의이미지는시와그림의경계를허문다.

─왁자지껄.
폭음이멎은
흔들리는나뭇가지사이로
Dome型의건물하나
퉁겨져있다.
城廓을벗어난병사들의
行列이보이고
江물이되어살다간사람들이
하늘에서내려온다.
-「노을·1」전문

둑위에서
바람이
나뭇가지를흔들고있다.

흔들리는가지사이로
炎天의바다가
갈대꽃을날리고있다.

갈대꽃
날아간
자리
타다남은불티하나
꺼질듯이
서쪽하늘로
날고있다.
-「遠景」전문

한기팔시에가장많이등장하는소재는고향의자연이다.전통적자연시의경우,‘화자즉시적자아와자연의합일’이도출되는것을흔히볼수있다.그런데한기팔의시는화자와자연이구별된다는점에서그와다른면모를보인다.작품속자연이미지가화자와동떨어진채관념적세계를투영하고있으므로그이미지들은상상력층위의해석을필요로한다.
「노을·1」에서화자는‘노을’을통해건물이미지를이끌어내고있다.더구나이것은‘Dome型’의이국적형태를띤다.그리스신화에서나나올법한‘Dome型의건물’이노을에오버랩되는것이다.그러므로그건물의‘城廓을벗어난병사들’은신화적상상력에서비롯된존재들이다.이들은8행의‘江물이되어살다간사람들’과대척점에놓이게된다.이작품에드러나는화자의시선은상하의수직적구조를띠고있다.‘Dome型의건물’에투영된비현실과상상력의초월적공간그리고‘江물이되어살다간사람들’에투영된현실공간이그것이다.화자는이두가지대립적이고이질적인이미지들을혼융하여새로운‘노을’이미지를그려낸다.화자는현실로부터물러나자연을응시하면서그이미지를작품속에형상화하고있다.현실과비현실을정확히인지하고관조할수있는지점,바로이지점이허구적화자의위치인셈이다.

눈여겨볼것은,작품속화자와시인이분리됨으로써고향의자연이생활에밀착된장소로묘사되지않는다는사실이다.한기팔시의자연이미지는‘생활공간’이라기보다현실과거리가먼‘풍경’에가깝다.위의시「遠景」은그제목에서조차화자가응시하고있는자연이그에게서멀찍이벗어나있음을짐작게된다.이대상화된자연은‘遠景’의사전적의미그대로멀리보이는풍경에지나지않는다.화자는먼발치에서자연을바라보며풍경속이미지들을차례차례화폭에옮겨놓듯이형상화하고있다.여기에는자연과어울려살아가는사람의모습이드러나지않는다.대신에‘둑’,‘바람’,‘나뭇가지’,‘바다’,‘갈대꽃’,‘하늘’이그들스스로원경의조화를이루고있다.이로인해화자는이풍경을관조하는존재로서자리매김하게된다.화자는그풍경에개입하지않을뿐만아니라,마침내그풍경으로부터자신을소거하기에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