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남은 웃음 (김원옥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울다 남은 웃음 (김원옥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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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선생님의 첫 번째 시집은 『바다의 비망록』(2015)이었어요. 그다음 시집은 『시간과의 동행』(2020), 이제 곧 세 번째 시집이 그 탄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탄생은 마지막이라는 시간 설정을 예감하듯 저버립니다. 『시간과의 동행』, 첫 쪽에 ‘시인의 말’이 실려 있었습니다. “5년 후 두 번째 시집, 또 생각됩니다. 이건 정말 마지막 시집이라고, 촛불처럼 시나브로 타들어가는 생에 있어서 어려운 길을 걷지 말자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접어두고 그저 두 번째 시집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시간과 같이 걸어가고 계십니다. 시간이 가는 만큼, 선생님은 가자고 하십니다. 그러한 동행은 선생님의 시마다 푸르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선생님의 시가 미소짓고 있다면, 바로 이러한 동행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면, ‘시간과의 동행’은 어디에 이를까요. 그냥 죽음이라고 할까요. 그냥 그 동행의 매 순간이 죽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삶은 모퉁이, 모퉁이마다 “그저” 조금 더 찬란하고, 고마운 것일까요. 시는 새벽과 노을 사이에서 ‘당신’이라는 삶을 호명합니다.
선생님과 만났던 몇 번의 시간이 떠오릅니다. 인천의 배다리 헌책방, 동숭동 어느 주꾸미 집 같은 장소들이 떠오릅니다. 막걸리를 곁들이곤 했는데, 지금도 슬쩍 침이 고이잖아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선생님은 당신이 시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시에 대해서 단 한 차례도 말씀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이따금 이건 좋은 시라고 하며 남의 것을 읽어 주시곤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시 제목을 천천히 대고, 시인의 이름을 호명하고, 시를 읽어 주셨어요. 저는 그때 선생님이 참 좋은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타인에게 자신을 시인이라고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찬규(문학평론가·숭실대 불문과 교수)
저자

김원옥

김원옥시인은서울에서태어나숙명여자대학교불문학과와성균관대학교대학원불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루앙대학교불문학과박사과정을3년수료했다.한양대와숭실대등에출강하였고,『정신과표현』으로등단하여시를쓰고있다.인천광역시문화원협회장과인천시연수문화원장을역임했다.현재,인천알리앙스프랑세즈프랑스문화원운영위원장으로활동하고있다.시집으로『바다의비망록』『시간과의동행』『울다남은웃음』,역서로는『실존주의』(폴풀끼에,탐구당)『사랑은이름표를묻지않는다』(망디아르그,예전사),에세이집으로『먼데서오는여인』등이있다.

목차

1부별하나

별하나·12
시간의불사조·13
과거의현존·14
하루를산다면·15
하나되는날·16
죽음의그림자·17
춤추는백련·18
아픈세상·20
늦여름매미·21
바람이불지않아·22
날리는세월·24
마지막눈·26
또다른시절·28
늘언제나·30
광란의3월·32

2부홀로가는구름

홀로가는구름·34
생명·35
파도타기·36
정다운이름을찾아서·38
윤회·40
오래된정·41
어느마지막순간·42
얄궂은소풍·44
아득히먼·46
연안부두에서·48
떠나기전·50
돌의슬픔·52
구겨진얼굴·54
거꾸로된세상·56
시절탓·58

3부울다남은웃음

침묵의노래·60
혼자있는일·61
울다남은웃음·62
태산·64
인생·65
저당잡힌길·66
시집가는날·68
사랑·70
당신의음성·71
배신·72
마중·74
두갈래길·76
길찾는말·78
기억저너머·80
그말·82

4부꽃이었으면

한마리새가되어·86
꽃이었으면·87
백련사가는길·88
하얀귀·90
폐허위에서서·92
초겨울소묘·94
쪽달의미소·96
지금나·98
가을어느날·100
위대했던여름·102
불통不通·104
절반의세상·106
까치집·107
군자란을보며·108
그런때·110

해설|이찬규_등불을들고가는시인·111

출판사 서평

등불을들고가는시인
“나는거의볼뻔했다,/백색의뇌우속에서,나없이진행되는그무엇을.”-앙드레뒤부셰-

선생님,
그간잘지내셨어요?남녘에는벌써매화가피었다고해요.저는오늘선생님의세번째시집의해설제목을생각했어요.「등불을들고가는시인」이에요.예전에선생님이들려주신시각장애인이야기가생각났거든요.한밤중에등불을들고가는시각장애인말이에요.행인이그에게등불은왜들고다니냐고하자,이렇게이야기했다고하지요.“당신이나와부딪치지않게하려고요.이등불은나를위한것이아니라당신을위한것입니다.”저는시인이그시각장애인과같다는생각이들었어요.시인은영감을받는자가아니라영감을주는자라고폴엘뤼아르(PaulEluard)가명명한그시인말이에요.그래서제목은생각했는데,선생님의시에대한해설을어떻게써나가야할지지금은막막한심정입니다.시에대한해설은시인이들고가는등불의빛으로마냥쫓겨나는어둠같은것이잖아요.저는선생님의등불이어떤해설로인해멈춰지지도말며,붙잡혀지지도않았으면좋겠어요.하여저먼곳의별하나가눈물방울이되는길을알려주는.

별하나

어린아이처럼
엄마가지마
울다울다잠이깼다
땀에흥건히젖었다
베란다로나온다
창문을열고하늘을본다
저멀리
눈물방울같은
별하나

선생님의첫번째시집은『바다의비망록』(2015)이었어요.그다음시집은『시간과의동행』(2020),이제곧세번째시집이그탄생을기다리고있습니다.새로운탄생은마지막이라는시간설정을예감하듯저버립니다.『시간과의동행』,첫쪽에‘시인의말’이실려있었습니다.“5년후두번째시집,또생각됩니다.이건정말마지막시집이라고,촛불처럼시나브로타들어가는생에있어서어려운길을걷지말자생각되었습니다.그러나이런생각은접어두고그저두번째시집이라고말하겠습니다.”선생님은이렇게시간과같이걸어가고계십니다.시간이가는만큼,선생님은가자고하십니다.그러한동행은선생님의시마다푸르게스며들어있습니다.선생님의시가미소짓고있다면,바로이러한동행에서비롯되기때문입니다.덧붙이면,‘시간과의동행’은어디에이를까요.그냥죽음이라고할까요.그냥그동행의매순간이죽음이라고할까요.그래서삶은모퉁이,모퉁이마다“그저”조금더찬란하고,고마운것일까요.시는새벽과노을사이에서‘당신’이라는삶을호명합니다.

낡은옷과신발을버리기전에
저모퉁이를더돌아야하나
저모퉁이돌면하늘이열릴까
아직은
매일찾아오는새벽을
믿게하는
당신이고맙다
노을이있어찬란한
지금이고맙다
-「시간과의동행」중에서

선생님과만났던몇번의시간이떠오릅니다.인천의배다리헌책방,동숭동어느주꾸미집같은장소들이떠오릅니다.막걸리를곁들이곤했는데,지금도슬쩍침이고이잖아요.그런데이상하지요.선생님은당신이시인이라는사실,그리고당신의시에대해서단한차례도말씀하신적이없으셨습니다.이따금이건좋은시라고하며남의것을읽어주시곤했던것이기억납니다.시제목을천천히대고,시인의이름을호명하고,시를읽어주셨어요.저는그때선생님이참좋은시인이라는생각이들었습니다.선생님은타인에게자신을시인이라고드러내지않을수있는힘을지니고있기때문입니다.(“모든힘은동일자의동일자에대한무능력이다.여기서‘무능력’은모든힘의부재를의미하지않으며대신에‘~하지않을수있는힘’(힘의단계에서행위의단계로dynamismeenergein움직이지않을수있는힘)을말한다.”(조르조아감벤,『불과글』,윤병언옮김,책세상,2016,68~69쪽.)

-이찬규(문학평론가·숭실대불문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