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다 (이철수 시집)

넘어지다 (이철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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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하늘의 별빛을 보고 가야 할 길을 찾아가야 하는 시인은 슬픈 존재이다. 시인은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면서 길잃은 사람을 인도하는 나침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별이 상실된 시대에 시로써 이 세상과 인생을 노래해야 하는 시인의 언어는 언제나 불우하다. 그러나 이철수 시인은 그 어둠의 길을 시적 서정의 힘으로 밀고 가고자 한다. 그러한 시적 작업은 단순히 시인의 초월적 혹은 은유적 언어의 가치에만 의지하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과 인생을 바라보는 아름답고 진실한 가치에 대한 지향으로 인해 재생산되고 있다. 이철수 시가 보여준 시적 의의와 가능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일상의 밥이 밤하늘의 별이 되어 흐른다면 이 세상은 더욱 행복하게 될 것이다. 시인의 마음속에 흐르는 밥과 별을 하나하나 세는 마음으로 이 시집을 읽는다면 세상은 별빛처럼 아름답고 찬란해질 것이다.
- 허상문(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저자

이철수

이철수(李哲守) 시인은 제주에서 태어나 2010년 『에세이문예』(수필)와 『한국미소문학』(시)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나는 걷는다』(작은도서관협회 추천도서)가 있다. 제2회 한국에세이작품상, 제6회 한국에세이작가상, 국세문예전 시·수필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제주문예재단 창작지원금(2018년, 2023년)을 받았다. 현재 제주세무서에서 복무하고 있다.

목차

1부 넘어지다

시집·12
이슬방울·13
낮달·14
넘어지다·16
무명가수·18
대들보·20
월대천·21
구름·22
굴러가는 힘·24
사랑 고백·26
샛길·28
무지개·30
라면을 끓이며·32

2부 약봉지를 받고

가을비·34
황소의 눈·36
망막박리·38
약봉지를 받고·40
이어도 사나·42
사람이 그립다·44
섯알오름·46
아버지의 노래·48
할머니의 기억·50
겨울비·52
표식·53
바위섬과 바람꽃·54

3부 노부부

법환포구·58
고사리·59
팥죽을 먹으며·60
질주·61
심지·62
과녁·64
노부부·65
똥개·66
어느 봄날·68
그대는 아는가·69
나뭇잎에 흐르는 물결·70
눈물이 나는 건·71
닻을 내리다·72

4부 양파를 까며

첫눈에게·74
금요일·75
양파를 까며·76
누가 좋을까·78
술병·80
꿈·81
억새 사이로 흐르는 안개강·82
원죄·84
겨울잠·85
심정지·86
집·88
소리꽃·90

5부 꽃을 바라보다

감귤나무·92
찔레꽃·94
벚꽃 길·95
꽃을 바라보다·96
능소화·98
귤꽃·100
들꽃·101
홍가시나무·102
팽나무·104
꽃이 지면·105
홀로 핀 꽃·106
개나리꽃·107
대추·108

해설 | 허상문_밥과 별이 흐르는 세상·109

출판사 서평

우리가 삶에서 별을 본다는 것은 하늘에서 만들어지는 아름다움과 진실을 본다는 것이다. 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별 하나를 키우는 일이다. 별은 곧 시인이 찾고자 하는 아름답고 순수한 세계의 유비이다. 어둠 속에서 사라져가는 별빛처럼 분명한 삶의 지표가 없어진 현대 사회에서 자기 마음 안에 별을 살게 하는 것은 세계에의 아름다운 질서와 가치를 찾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 표명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빛과 어둠, 존재와 상실이라는 상반된 모순의 세계와 삶에 대하여 깊은 고뇌를 하게 된다. 「사람이 그립다」, 「넘어지다」는 이런 고뇌가 담긴 시들이다.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나를 넘어뜨리는 건
거대한 바위가 아니다
바위를 휘덮는 파도가 아니다
아주 보잘것없는 돌부리다
잘 보이지 않는 물방울이다
조그마한 것에 벌러덩
넘어지는 날이 있다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건
때로는 밤하늘에 돋는 아득한 별이다
부끄러움으로 빛나는 아픔이다
누구나 넘어지는 그런 날이 있다
부끄러워하지 마라
은연중에 빛나는 별로
반짝이고 싶지 않았던가
넘어질 수 있다는 건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빛나는 별이다
-「넘어지다」 부분

이 시집의 표제시 「넘어지다」에서 시적 화자는 자신을 넘어뜨리는 건 거대한 바위도 아니고, 바위를 휘덮는 파도가 아니고, 아주 보잘것없는 돌부리라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는 항상 거대하고 중요한 것을 생각지 못하고 작은 것에 슬퍼하고 분개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진실로 생각해야 할 것은 가슴 속에서 빛나는 별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별”이다. 여기서 시인에게 별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별은 자신의 마음 안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마침내 시인은 존재의 심연으로 빠져 자신의 참모습을 바라보고자 한다. 시인은 가을비 내리는 날, “고독을 외면하는 잔인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삶과 죽음을 위하여/누군가의 지독한 외로움을 위하여” 눈물을 흘려야 하는 계절이 왔음을 안다. 「가을비」, 「이어도 사나」에서 나타나는 눈물과 슬픔은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 사이의 고립된 세상을 향한 울음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