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오름 (유종인 시조집)

용오름 (유종인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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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종인의 「용오름」은 어느 날 이른 사람의 소식을 들었을 때 언뜻 말이 솟지 않아서 마음 저 어웅한 데를 뒤져보고 싶은 시집이다. 그 어느 때보다 위로의 한두 마디가 곡진할 때 ‘용오름’을 상상해 보라고 조근하게 말을 건넨다. 그 건네줄 만한 으늑한 한숨의 포옹 같은 말부림이 시조였으면 하고 바라는 시편들이다. 정형의 형식과 내용을 따로이 견주거나 마련하지 않아도 그 맘에 사랑과 관심이 번진 자연自然이라면, 어느 땐들 가락이 도반道伴 같지 않을까.
바라고 바라는 가운데 고졸한 창연함이 동터오는 오래된 새로운 가락이 왜 없겠는가. 거기 서린 말들의 소슬함을 기꺼이 받자하는 것도 우리가 늦었다고 생각한 것이, 새로움이자 스스로 간구하는 설렘의 눈길이길 바라는 시집이 「용오름」이다.
저자

유종인

유종인시인은인천에서태어나1996년『문예중앙』(시),2003년동아일보(시조)·2011년조선일보신춘문예(미술평론)로등단했습니다.시집으로『양철지붕을사야겠다』『수수밭전별기』『교우록』『아껴먹는슬픔』등과산문집『염전』『산책』외몇권의시조집『얼굴을더듬다』등이있습니다.

목차

1부

먼동·12
내부총질·13
성산포·14
해빙·15
용오름·16
비철非鐵난초·17
환승역-시간여행자·18
갈대밭과파밭·20
헤비메탈의가을·21
내마음의식물도감植物圖鑑·22
겨울미사·24
작은평화-호떡보조원·25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읽다-별을낳는새·26
샛강에서·28
꽃의연결·29
옴두꺼비·30
탐라耽羅는탐나는도다·31
죽粥·32
육교위의버드나무·33
우크라이나·34
마중물·36
도르래·38
귀·39
탐라수선화耽羅水仙花-이중섭로路·40
동백낭에눈내리면·42

2부

고등어·44
노안도蘆雁圖·45
타악打樂의계절·46
여름난꽃·47
백팩·48
수요호텔·50
가을은모두토요일같이·51
응·52
쓰다·53
화서花序·54
페트병·55
심·56
산방산에서·57
어떤역전·58
산불·59
새벽이라는대패·60
나무의사·61
고요찬그대와사랑의회중시계를나누듯·62
추억의물질·64
가위·65
솔수펑이에서·66
추억은저화질속에·67
뜻밖의얘기·68
자산어보玆山魚譜를찾아서·69
아직태어나지않은시인을위한파반느·70

3부

설경·74
임자·75
병후난초·76
자라는탑·77
사랑의일이라면·78
파기破器·80
쏘다니다·81
큰손·82
쥐덫·83
가까이가보니·84
벌판의꽃나무-李箱·85
기도객·86
빗물속의술집·87
당신의수건·88
겨울농사·89
갈지자와지그재그·90
미소의영원·91
은어를부르다·92
등나무집·94
마스크열전·95
천도·96
홍시·97
산란山蘭과막걸리·98
봄비·100
골동骨董-무지개·101

시인의산문·104

출판사 서평

댓잎그림자어른대는석물(石物)인데이름이호젓한식물같을때가있다.단단함과여림이하나의어휘속에서로휘감아도는경우가있다.작은바위와식물의뉘앙스는그리하여세상이부르는바와실물사이에두동지듯어울린다.
늦겨울따순볕에땅과댓돌에구멍을내며떨어지는석임물을하릴없이셀때면무엇하나담담히그립지않은것이없다.그적막한한낮의풍경들곁에시조는차경(借景)의눈시울이습습해지곤한다.
주술같으나그것은마음의솥에덖으면그뜨거움가신뒤에고요가한마당열리는시조는왜없겠나.옥생각에빠지지않는징검돌들같은것이나,어느난처(難處)와모진헤매임과세월의가위눌림에처했을때선선히손이끄는눈매그윽한빛살이간절할때,가납사니와나쁜기운의살(煞)들을녹이는상용의부적같은것이종요로울때,틀어올린포도넝쿨의포도잎그늘을이마에받듯시조를떠올린다.
시절가조라는말에는응당시절과시대에대한늠연(凜然)하고결고운영육,즉뫔의시적대응이서린일종의방편이돋아나는것이면좋겠다.새삼시조가무슨세속적효험이고효능이있을까라고누구는의구심을드러낼지도모른다.
그러나구태의연한정형시의관념속에새로운간원의촉(燭)이솟아도뭐랄것이없다.오히려소슬하고기껍다.그것은우리의삶이비루하고열등한자기환멸에빠졌을때그걸가만히보듬고깨치듯똥기는일의종요로움이다.시조에는그런잠재된문학적영성의고스란한기운이서렸다고여긴다.상투적인시형식이아닌마음의호주머니에서언제든꺼내들수있는일용할그무엇이면좋겠다.부스럭거리며손에쥐어진것을버리려했는데그걸가만히펴보니새벽어령칙한꿈자리의동티가없는중얼거림이적바림된것이아닌가.그메모를가만히주워섬기니옅은서러움같기도하고가만한기쁨같기도하다.박수심방의주문과진언같기도하고혼잣말의노래같기도하다.때로는용채가없어공터에서혼자마시는호젓한선술같기도하고가납사니같은누군가의삿된말을되새겨다시전환하는경계의입말같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