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비 물봉선 - 황금알 시인선 282 (양장)

따라비 물봉선 - 황금알 시인선 282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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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시연

양시연시인은제주에서태어나2019년『문학청춘』(시조)으로등단하였다.제주특별자치도청보건복지여성국국장을역임하고,현재제1대제주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원장으로재직하고있다.‘정드리문학’과‘바람집’동인이며‘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촉수어도언어다

손지오름양지꽃·12
손말·13
손말2·14
다랑쉬오름·15
따라비물봉선·16
아무리그래봐라·17
정말,헛손질이다·18
촉수어고백·19
“사랑해”·20
반지하사람들·21
단풍에은거하다·22

2부그리운실랑이

그때그때달라요·24
가당한일·25
그리운실랑이·26
친정의별·27
갯마을풍경·28
코딱지나물·29
바람을틀다·30
꽃이름찾기·31
금기어·32
손가락에오름앉다·33
삼지닥나무꽃·34

3부부활절연기하다

오늘은수요일·36
부활절아침·37
나비·38
고춧가루·39
정월개나리·40
오늘은꼭사야·41
뇌촬영·42
첫날2·43
신경성안될병·44
어떤집필·45
비문과동거하다·46
아득한사람·47

4부적당한핑계

이어도피에타·50
적당한핑계·51
그사람·52
기울기·53
트렉터·54
친정저녁상·55
묵주알봄·56
민달팽이·57
도댓불·58
돌매화·59
다시,하늘을보라·60
햇살고운날·61

5부맏과깍,그사이

서귀포·64
송강은배·65
기와불사·66
첫날·67
어떤금기어·68
평생학교축제·69
늦은사랑·70
오십의뒤축·71
청옥산별바라기·72
도댓불2·73
치자꽃능선·74
우리들의동창회장님·75
익명의시대·76

해설|강영은_손말의서정과감각의촉수·77

출판사 서평

이번에첫시집을내는양시연의시는이러한손말의양상을다양하게보여준다는점에특정지을수있다.시의언어는필연적인것같이보이는것이어야한다”는‘W.B.예이츠’의말처럼양시연의언어는대상과의관계속에서필연적으로나타나는상황을되비추거나토설함으로써,심리적으로무관한대상이아니라자기의삶에의미를던지는실존적상황을그려낸다.손말을통해사고와존재를통합하려는시인의언어는또다른소재인일상(제주의자연과풍물,종교와가족)에대한시편에서도동일한양상을보인다.

요한복음1장1절에보면,‘태초에말씀이계셨다’라는구절이있다.이말씀(언어)은신의존재를표명하는기호이지인간을향한계시로,땅위에생육하고번성하라는축복의언어로임재한다.“기쁨이든슬픔이든시는항상그자체속에이상을좇는신과같은성격을갖고있다”고말한,‘C.P.보들레르’의말처럼이러한신성성은문학에있어서구원성을지닌다.

그녀가다녀간날은어김없이비가왔다
여태껏한마디말도세상에못내뱉어본
그랬다농아였다.선천성농아였다.
여성상담하는내게무얼자꾸말하려는데
도저히그말그몸짓알아듣질못했다
나는그날부터수어(手語)공부다녔다
기어코그녀의말,그손말을알아냈다
그렇게하늘의언어아름답게말하다니!
-「손말」전문

시인은공직자로근무할당시,여성업무를담당하다가청각장애인을만나게되었고수어통역사자격증을획득하여,필요할때마다통역자원봉사를했다고한다.그들과소통하기위해손말을갈고닦은시인이마침내시인의길에들어선것은하늘이내려준숙명이아닐수없다.해결되지못한상처를꺼내치유로승화시키는손말은시인에의해“하늘의언어”로규명된다.손말이태동한근본이하늘에있음을소명(疏明)한다.이때,손말은시인에의해,하늘이내려준신성한말로서의자격을획득한다.이시하나가시집의특징을보여주는노래라고해도과언이아니겠다.

따라비가는길은묵언정진길이다
그것도가을하늘단청펼친오름앞에
어디에숨어있었나,놀래키는물봉선

그래저떼쟁이예닐곱살떼쟁이야
선천성농아지만그래도소리는남아
어마아,어마어마아그때그소리는남아

그때그소리만붉디붉은꽃으로피어
꽃을떠받치는저조막만한하얀손
나에게손말을거네,어마아어마어마

-「따라비물봉선」전문

존재의본질을탐색하는시인의감각은다양한모습으로그비의(比擬)를드러낸다.손말의서정이만들어낸감각은,손말의세상에서,입에서파생되는건소리가아니다.따라서,소리를듣는귀의역할도필요없다.입과귀가필요없는고요한세상이기때문이다.그러나빛이없으면손말을읽을수없다.손말이‘하늘이언어’라는건,소리는없고빛만있는세상에있기때문이다.그이미지는구원자가세상에나타날때보이는현상과비슷하다.불필요한잡음이들리지않는세상,사랑한다는묵언외에말이필요없는거룩한세상을시인은보여준다.

*시인의말

나를
살게하는힘은
설렘과두려움이다

이가을끝물에
설익은모습그대로
허공에다가갑니다

2023년11월
양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