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해부학 - 황금알 시인선 285

남자의 해부학 - 황금알 시인선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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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는 일본 시인들 중 현대 자유시와 전통 정형시 양쪽을 자유롭게 오간 유일한 시인이다. 일본의 여러 전통 시가는 형태만 다를 뿐 현대시와 동일하다는 입장에서, 정형을 지키면서 여러 장르를 병행하고 시대를 초월하여 유연한 시 창작을 해왔다. 그의 시는 현대시이지만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천오백여 년 전의 시집 『만요슈[萬葉集]』의 와카를 비롯하여, 단카와 하이쿠 등 전통시의 언어가 깊이 스며들어 있다. 시 외에도 소설, 오페라 각본, 일본의 전통 무대극인 노, 교겐, 조루리 등의 대본도 창작했다. 서양과 동양의 고전문학에도 박학다식하여, 여러 그리스 비극의 연극 각본을 썼고, 이백의 한시를 현대 일본어로 번역하는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 활동해왔다. 작풍은 단아하면서도 대담하다.
성스럽고 신비로운 세계, 형이상학적인 세계, 허(虛)와 무(無)의 세계, 동성애의 탐미적인 세계……, 그리고 정액과 피와 죽음의 냄새가 감도는 시에서는 그의 신전에 모인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오욕이 뒤섞인 삶을 미적 가치관으로 채색하고,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것을 어떤 종류의 윤리적 가치관으로 바꿔서, 그 만의 독특한 시학과 신화적인 상상을 과감하게 도입한 시 등, 이 시집을 번역하면서 자주 전율이 일었다. 그의 시는 이 시대가 가진 언어의 가능성을 가장 멀리까지 펼쳤고, 최대이면서 최고인 시의 진수를 보여준다.
2000년대 이후로는 환경파괴, 가족붕괴, 테러, 핵에너지 문제, 정보화에 따른 언어 파괴 등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새로운 시도 선보이고 있다.
이 시집은 일본 시초샤(思潮社)의 일본대표시인선 겐다이시분코(現代詩文庫) 시리즈로 출간된 1969년의 『다카하시 무쓰오 시집』, 1995년의 『속(続)ㆍ다카하시 무쓰오 시집』, 2015년의 『속속(続続)ㆍ다카하시 무쓰오 시집』에서 작품을 정하여, 각각 1부, 2부, 3부로 나눠서 번역했다. 이 시집에는 그의 소년 시대부터 최근까지의 시가 폭넓게 실려 있다.
다카하시 무쓰오의 시가 한국에서도 널리 사랑받기를 바란다.
-한성례(시인·일본번역가)
저자

다카하시무쓰오

高橋睦郎

1937년후쿠오카(福岡)현출생.시인,소설가,수필가,각본가,시낭송가.
후쿠오카교육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한후상경하여40대중반까지광고회사에서카피라이터로근무.어려서부터자유시,단카(短歌),하이쿠(俳句),산문을병행하여창작한다.중학교때「마이니치중학생신문」에작문,시,단카,하이쿠를응모하여게재된다.1959년시집『미노·나의황소』를출간하며문단에데뷔한다.1974년학창시절에창작한하이쿠를모은하이쿠집『구구첩(舊句帖)』출간했고,시외에도소설,오페라각본,일본전통연극인노(能),교겐(狂言),조루리(浄瑠璃)의신작대본창작등으로작품세계를확장한다.서양고전문학에도깊이관여하여그리스비극「공주메데이아」,「오이디푸스왕」등의연극각본을쓰는등,여러장르에서활발하게예술활동을전개하고있다.세계적인시낭송가로도유명하다.
일본의여러전통시가도형태만다를뿐현대시와동일하다는입장에서정형을지키면서여러장르를병행하여,시대를초월한유연한시창작을시도해왔다.작풍은단아하면서도대담하다.
저서로,시집『미노·나의황소』(1959),『장미나무·가짜연인들』(1964),『잠과범죄와낙하와』(1965),『더러운자는더욱더러운짓을하라』(1966),『화자와청자와또다른한명』(1974),『시에서무한히멀어지기』(1977),『남자의해부학』(1978),『왕국의구조』(1982),『토끼의정원』(1987),『누나의섬』(1995),『이세상혹은상자속사람』(1998),『유행』(2006),『영원까지』(2009),『바로어제이야기나의그리스』(2018)등30여권의시집이있고『연습음식』(1988),『허음집(虚音集)』(2006),『10년』(2017),『미치면어떻게될까』(2022)를비롯한단카집,하이쿠집,소설,시론집,작사집,각본집,에세이집,편저,번역서등100여권의저서가있다.
수상으로,1982년시집『왕국의구조』로도손기넨레키테이(藤村記念歴程)상,1988년하이쿠집『연습음식』으로요미우리문학상,시집『토끼의정원』으로다카미준상,1996년시집『누나의섬』으로시가문학관상,2007년시집『유행』으로일본시가구(詩歌句)협회상.2010년『영원까지』로현대시인상.2014년『일어로라틴어읽기-시인이읽는라틴문학』으로아유카와노부오상,2015년현대하이쿠대상.2017년하이쿠집『10년』으로다고쓰상과하이쿠사계대상,2022년마이니치예술상을수상했다.또한2000년시주호쇼(紫綬褒章)훈장과2012년고쿠지쓰쇼주쇼(旭日小綬章)훈장을수훈했고,2017년문화공로자일본예술원회원에선출되었다.

목차

1부라디게의목

여명·12
비둘기·13
라디게의목·14
밤·15
장미꽃나무·16
노래하기전의니그로·17
노을을위한타블로·19
겨울여행·22
거울·26
죽은소년·27
소년들·28
1955년겨울·29
손가락·31
목소리·33

2부여행자

여행자·36
밤·37
소년에게·39
형제·40
목구멍에서·41
의자·43
관에서·44
1960년겨울·46
거인전설·47
출발하는나·56
나그네로가장한나·57
성聖창녀로분장한나·59
성교해부도의나·61

3부모래의말

눈[目]의나라에서·64
모래의말·68
도서관혹은책벌레가내뿜는꿈·70
우리들지팡구사람·76
보이지않는서책·77
편지·81
잠에서깨어·84
잡초연구·85
원숭이를먹는사람들·87
삼나무·89
초령담草靈譚·90
어두운학·92
글씨를쓴다는것·93
쥐의노래·94
공포에질린사람·96
정원·97
여행하는피·105
울타리너머·106
우물을찾다·107
아름다운절벽·108
나무·110
나무와사람·111
없는나무·112
이세상혹은상자의사람·113
테러리스트E·P에게·118
음악·120
고래의여름·122
노지路地에서·126
일어나는사람·128
시인자신의묘비명·135
나의이름은·136
기묘한날·138
소야곡小夜曲·144
이집은·154
죽은자들의정원·157
시인을죽이다·158
6월의정원·161
귀환·163

해설|티엔위안(田原)
다카하시무쓰오씨에게36가지질문·165

옮긴이의말|한성례_다카하시무쓰오라는신전·201

출판사 서평

다카하시무쓰오라는신전

소설가미시마유키오의마지막연인이었던다카하시무쓰오시인.
“시는공중에떠있는누각이다.그에비해소설은지상에지은몰골스런건축이다.”라는편지를보내다카하시무쓰오에게용기를북돋워주었던미시마유키오.이들대문호는문학과삶에서서로많은영향을주고받았던뗄수없는관계였다.어쩌면다카하시무쓰오에게미시마유키오는‘신’이었을지도모른다.‘신’을논할때거기에는‘평범함’이란존재하지않는다.
미시마유키오는10대무렵에는시를쓰는소년이었다.소설가가되었지만다카하시무쓰오시인을만나자신의소설에새로운시경(詩境)을펼쳤으리라.그의소설은풍부한수사와현란한시적인문체가특징이다,

다카하시무쓰오의시세계는그의불행했던어린시절과성소수자로서의삶이중요한요소로작용한다.
천재적인시인다카하시무쓰오는일본을가장대표하는시인중한사람이다.현재살아있는일본시인중『20억광년의고독』을쓴다니카와슌타로와쌍벽을이룬다.

다카하시무쓰오는태어나자마자아버지가세상을떠나,가난한모자가정에서자란다.누나는숙모가빼앗다시피데려가고,어머니는먼곳으로일하러가고,자신은조부모에게맡겨지지만친척집을전전하며어린시절을보낸다.어렵게들어간대학재학중에는폐결핵에걸려2년을요양소에서생활한다.후쿠오카교육대학을졸업했으나결핵병력때문에교사의길도막힌다.도쿄로가서일본디자인센터에겨우일자리를구하지만아르바이트였다.몇년후광고회사로옮겨카피라이터로일할때까지난관으로관철된삶이었다.그러나그는다니카와슌타로시인과대화했던한좌담회에서“어렸을적에고통스럽게살았지만어떤의미에서는혜택을받은셈이다.그러한경험은동년배에게거의없었다.역설적으로말하자면‘풍부한경험’이었다.어떤환경이라도거기에서어떻게창조적으로전개해나갈것인지가중요하다.”라고말한것을보면,타고난시인은다른것같다.

그는일본시인들중현대자유시와전통정형시양쪽을자유롭게오간유일한시인이다.일본의여러전통시가는형태만다를뿐현대시와동일하다는입장에서,정형을지키면서여러장르를병행하고시대를초월하여유연한시창작을해왔다.그의시는현대시이지만일본에서가장오래된천오백여년전의시집『만요슈[萬葉集]』의와카를비롯하여,단카와하이쿠등전통시의언어가깊이스며들어있다.시외에도소설,오페라각본,일본의전통무대극인노,교겐,조루리등의대본도창작했다.서양과동양의고전문학에도박학다식하여,여러그리스비극의연극각본을썼고,이백의한시를현대일본어로번역하는등,동서양을막론하고다양한문학장르에서활동해왔다.작풍은단아하면서도대담하다.

성스럽고신비로운세계,형이상학적인세계,허(虛)와무(無)의세계,동성애의탐미적인세계……,그리고정액과피와죽음의냄새가감도는시에서는그의신전에모인죽은자들의목소리가들리는듯하다.오욕이뒤섞인삶을미적가치관으로채색하고,부도덕하다고여기는것을어떤종류의윤리적가치관으로바꿔서,그만의독특한시학과신화적인상상을과감하게도입한시등,이시집을번역하면서자주전율이일었다.그의시는이시대가가진언어의가능성을가장멀리까지펼쳤고,최대이면서최고인시의진수를보여준다.

2000년대이후로는환경파괴,가족붕괴,테러,핵에너지문제,정보화에따른언어파괴등사회문제를주제로한새로운시도선보이고있다.
이시집은일본시초샤(思潮社)의일본대표시인선겐다이시분코(現代詩文庫)시리즈로출간된1969년의『다카하시무쓰오시집』,1995년의『속·다카하시무쓰오시집』,2015년의『속속·다카하시무쓰오시집』에서작품을정하여,각각1부,2부,3부로나눠서번역했다.이시집에는그의소년시대부터최근까지의시가폭넓게실려있다.
다카하시무쓰오의시가한국에서도널리사랑받기를바란다.
__한성례(시인·일본번역가)

시인의말

시인을위해시가있는것이아니라시를위해시인이있습니다.그나머지는시가생각해주겠지요.
시는아무것도알수없는저너머에있고,아무것도예측할수없을때돌연찾아옵니다.만약시인이해야할일이라면,언제무엇이찾아오든그것을맞이할수있도록항상자신을단련해야합니다.탐욕스럽게시소재를찾아다니는행위는시인으로써부끄러운일이라고생각합니다.

2023년겨울
다카하시무쓰오

책속에서

<여명>

새벽
나무들은혈맥처럼드러낸가지를거칠게뻗었고
지표면은끝없는학대에입술을꽉다물고있다

새들은울지않는다
짐승들도모습을감췄다

얼어붙은지표면과몸부림치는나무들너머저멀리
새벽이불을피워올리고있다

동이튼다,동이튼다,끝없는고통의반복을위해

벌써산맥은돌처럼얼어붙고
바람은지상의풀을시들게한다

아아,그다음,또그다음에는무슨일이일어날까

동이튼다,동이튼다,끝없는고통의반복을위해
새벽은거대한봉화를올린다

<비둘기>

그비둘기를나에게줘그가말했다
드릴게요내가대답했다

어쩜이리도귀여울까그가안았다
꾸룩꾸룩울어요내가이어말했다

이눈빛이참예쁘군그사람이말했다
부리도매끈해요내가쓰다듬었다

그런데라며그가나를쳐다보았다
그런데뭔가요나도그사람을쳐다보았다

당신이더,라고그가말했다
안돼요,라며나는고개를숙였다

당신을사랑해그가비둘기를놓았다

비둘기가도망가요내가중얼거렸다
그사람의품속에서

<라디게의목>

이것은라디게의목이다

이것은파를로스*처럼강인한목이다
이것은파를로스처럼느끼기쉬운목이다
라디게는이녀석이라고생각하여
이녀석
으로행동했다고생각하게만든다
이것은라디게의멋진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