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건축술 - 황금알 시인선 291 (양장)

구름의 건축술 - 황금알 시인선 291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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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노자은

저자:노자은
노자은(본명노은자)시인은경남하동에서태어나2015년『문학광장』으로등단했습니다.어린시절부터고향에서함께했던꽃과나무,풀과구름들그리고순박한사람들과지냈던추억들이시인의길로가게한듯합니다.첫시집『구름의건축술』은아득했던시절의자연의벗들과다시만나서구름의집을지었던이야기입니다.

목차

1부다행이다,의자

다행이다,의자12
맹그로브숲13
말을생각하는방식14
마밀라리아16
사이,흐르다18
목어21
혀22
어떤문장24
사과를깎으며26
쉐도우28
거울30
격자무늬32
수국34
봉황새놀이36


2부새들도어제를찾으러날아갈까

새들도어제를찾으러날아갈까38
여여40
쉼박물관41
이별42
사랑의종족44
흔들리며떨며45
키움이란말46
풍경의바깥48
프레임에갇힌4월50
산수유나무52
무화과,살에피다53
장미의인사54
숟가락거울56
보약58
지구반대편여인60
울음은살아있다62
중대리47564
빗방울종66

3부낮달이떠있는방식

낮달이떠있는방식68
가뭄70
게발선인장72
엉가74
견우의해석76
구름목욕77
계단에대한사고思考78
구름의건축술80
그늘한평82
그림자를빨다84
12시가넘으면86
꽃이된반달88
노인90
서천꽃밭92
노인과바다93

4부슬픔을불다


슬픔을불다96
달리,구름97
레미콘98
마치99
뫼비우스의띠,능소화100
맥문동101
별자리102
복제되지않는아버지104
귤에서읽다105
사과106
사루비아107
여름동화108
진눈깨비109
시간의혀,잃어버린시간110
어린골목길112
촛불114
미리가본길115

해설|강영은_시간의나침반과공간에길들여진숨소리116

출판사 서평

언어의역동성은시인으로하여금자신의존재를획득하게하고세계를추창조하게한다,언어를넘어서는이러한말행위가구체화된것이시적작품이라면,이번에첫시집을내는노자은의시집은말에집중하고말에봉사해온노작(勞作)의결과물로의식을주관하는언어의역동성을다각적으로탐색하는데가치를도모한다.

“시적경험은말로환원불가능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그것을표현할수있는것은오직말뿐”이라는옥타비아파스‘의말처럼노자은이시속에풀어놓는말(언어)은‘생물’로서,삶의비의를드러내는시적경험을유효하게만드는기저가된다.시속에숨은말이표면화될때드러나는것은몸을관통해온기억의현재(顯在)일것이다.이시집은이러한시적행보에첫발걸음을뗀시인이세계와접목하여만들어낸시의현주소라할수있겠다.

시집의전체구성은1부,2부,3부,4부로나뉘는데특히1부에서언어에대한다각적인접근성을보여준다.자연에대한이미지와인생에대해시적객체를관찰하는2부,자신을성찰하거나병든어머니를간호하는일상을그려내는3부,추억을돌아보는4부에서도언어에대한동일한자율성을보여준다.시인은자기자신을창조하는자(者)이다.언어를통해자신의본모습을드러내며말하는대상을재창조한다.그러한시작적(詩作的)행위를보여주는시를보자.

혀가사라졌어요
밤이면혀를찾기위해사막을걷고또걸어요
때로는주문을외우기도해요

어디서부터주문을외워야하는지
당신은거울을보고연습을해요
입을크게벌리고갈급한심정으로애원하고말해요
혀를돌려달라고

거울은가시로변해요
가시가말하기시작해요
주문을더외우라고,아직도멀었다고
가시돋친잎으로말해요

당신은
천둥번개치는밤에도주문을외워요,
이불을뒤집어쓰고주문을온몸으로말해요
마술을풀어달라고,

백조한마리꽃한송이입에물고와
당신에게건네주지요,

거울아이세상에서네가제일예뻐,
백조는재빠르게말하면서,붉은꽃잎
한장가슴한편에놓고가요

당신이서서히말을하기시작하네요

당신은생각과마음의이야기를하게되었어요
눈물도얼굴위로또르르흘러내렸고요
초록색이파리도더욱잘자라게되었고요
마밀라리아:멕시코원산지선인장
-「마밀라리아」전문

마밀라리아는멕시코가원산지인선인장이다.고원이나사막에서자라기때문에추위에강하며빛을좋아한다고한다.선인장꽃에‘혀’를이입한화자의시말들은시작(詩作)의과정을적나라하게드러낸다.“입을크게벌리고갈급한심정으로애원하고말”하는화자는시인의작업이얼마나고단한일인지감추려하지않는다.첫시집을선보이는시인에게말을다루는일은사막에핀꽃한송이에가닿는일일지모른다.?화자의자화상인거울에게용기를불어넣은‘백조’는내면에자리한자의식이다.긍정의힘은누구에게나필요한덕목이므로,이시속에서도예외없이미덕으로발휘된다.그결과,“당신은생각과마음의이야기를하게되었어요/눈물도얼굴위로또르르흘러내렸고요/초록색이파리도더욱잘자라게되었고요”라고화자는고백하게된다.의미의다원성을지닌시의입장을차치(且置)하고보면,메타적기능을지닌이시(詩)가시집을시집전체를견인하고있다고말해도과언이아닐성싶다.

메타시의징후는여러편의시속에서확인되는데그양태는다음과같이말을생성하는주요한기관인‘혀’이미지로나타난다.

“혀는습기를다뱉어내고허물만남는뱀처럼/문장을삼키거나문장을뱉어냅니다/그때마다눈금을키워가는슬픔/맹그로브나무처럼또다른항해에나섭니다”(「맹그로브숲」부분)
“여기는공포와주검의문장들이가득한푸른초원/혀를길게늘어뜨린채비린문장을핥는다”(「어떤문장」부분)
“젖은입으로새를불러도소리나지않는/당신,한쪽귀퉁이만남아/바람이구멍난귀를건드릴때마다/가지끝에매달린고요를운행한다”(「목어」부분)

이러한혀이미지는“공포와주검의문장들이가득한푸른초원”에서“비린문장을핥”거나“습기를다뱉어내고허물만남는뱀처럼”“문장을삼키거나문장을뱉어”내는시인의작업이얼마나고단한일인지감추려하지않는다.그래서일까,시인은혀의기능중에서도구음작용에집중한다.일상적인언어가아닌,시적언어로소통해야하는시인에겐말을생성하는혀의위상이결코만만치않게느꼈을법하다.

노자은의시는자신으로부터빠져나오는동시에원초적으로돌아가게만드는“말들의잔치”가아닐까싶다.“말들의잔치”에서벗어난노자은의시는스스로의내면으로복귀하여일상어의이면을보여주는표현을가능하게하면서존재의본질에다가가려는양상을보인다.
인간의존재그자체가‘자아’와‘타아’의공재(共在,Mitsein)라고한하이데거(M.Heidegger)의말처럼내면에존재하는타아의시선을통해시적주체의시간과공간을찾아떠난다.이때,타아는타인의‘자아’를말하는것으로이‘타아’인식의방식은감정이입(感情移入),이해(理解),혹은유추(類推)를통해표면화된다.시적주체를응시하는성찰의시편들은감추어진내면의식을드러낸다.

새들도어제를찾으러날아갈까
나는모른다
새들은내게답한다
달력을보라고
고속버스를타고와답을확인한다
죽어있는어제를

나는달력앞에서바다로달려간다
어제를찾으러
그러나
바다에서도찾을수없다
어제는하늘에박제되어있다
나는얼마의시간이흐르고다가오면
우주에켜켜이쌓이는별을찾겠다고
망원경을밤하늘에드리우는과학자를
닮고있는것같다
-「새들도어제를찾으러날아갈까」전문

위의시에는이미없는과거인어제를찾기위해달력을보고바다로달려가는화자의모습이그려져있다.부사적표현으로바로하루전바다로달려갔다는표현일수도있고지나간한때(바다로달려갔던)를그리워하는명사적입장일수도있다.“어제는하늘에박제되어있다”라는화자의단언을보면,다시돌아올수없는시간의고착화를이야기하는것이기도하다.어제의삶이슬펐는지,기뻤는지,상황에대한이야기는없다,다만어제를그리워하는화자의입장을“망원경을밤하늘에드리우는과학자를닮고있는것같다“고기술하고있을뿐이다.

이시에서주목되는것은‘고속버스와새’‘바다와하늘’로대척되는표현이다.‘고속버스와새’는어제라는공간으로시간을이동시키는매체이고‘바다와하늘’은어제러는시간을보여주는공간이다.‘바다’는역동적인장소를,‘하늘’은부동적인장소를칭하는말이며,‘고속버스’는문명의이기(利器)를,‘새’는자연의이기(?器)를뜻하는것이라할수있다.“우주에켜켜이쌓이는별”은미래를표상한다하겠다.

인간과세계의접점으로표시되는현재,과거,미래의세가지양태를관철하는것을시간이라고정의한다면,과거,즉어제는이미없는것이며,내일은아직오지않은것이다.이시의주된내용은어제,즉이미없는것을찾아떠나는일에서출발한다.미래로표상되는우주를향하여문명과자연은끊임없이움직인다는내용으로전개된다.우주를바라보는화자의존재는“망원경을밤하늘에드리우는과학자”와닮음으로써,시간의영원성을희구하는타아,즉‘내안의타인’을발견하는아름다운결론에이른다.
-강영은(시인)

시인의말

어린시절좋아했던구름이틀을벗어나시속에서꽃도되고나무도되고돌도되었습니다
어머니와지낸일상들이많이그립습니다
아직부족한점이많지만격려해주시고이끌어주신시선생님한분한분께
감사를드립니다
옆에서지켜봐준가족과친지들께도감사를드립니다
하늘에서기뻐해주실부모님께첫시집을바칩니다

2024년봄에
노자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