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여정 - 황금알 시인선 296 (양장)

산수유 여정 - 황금알 시인선 296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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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춘희

저자:이춘희
이춘희(李春熙)시인은서울에서태어나1999년『문예사조』로등단하여시집으로『산수유가보이는창』(푸른사상,2009)이있고,이천문인협회10대회장을역임했으며,시쓰기와함께압화작가로활동하고있습니다.현재이천백사산수유영농조합법인대표를맡아산수유를다채로운문화로변주하는중입니다.

목차

1부

놀·12
별·13
책·14
짐·16
발·17
쉼·18
벗·20
밥·22
새·23
피·24
섬·26
밤·28
씨·29
길·30
말言·32
붓·34
삶·35
파·36
등燈·38
설·39
죄고라니를묻다·40

2부

콩·44
톱·46
물·47
좀·48
뻘·50
약·52
실·54
혼魂·56
그·58
쉰·60
북·62
일·64
뜰·66
곁·67
쿵―양자역학兩者力學·68
시1·70
시2·72

3부

똥―철화풀꽃무늬매화틀·74
죽·75
역驛·76
복伏·77
비·78
깨·80
터·82
달·84
글·85
적敵·86
딸·88
손·90
등·92
틈·93
날·94
끈·95
꿈·96

4부

산수유여정旅情1―산수유꽃·100
산수유여정旅情2―봄눈·101
산수유여정旅情3―3월산수유·102
산수유여정旅情4―4월산수유·104
산수유여정旅情5―봄꽃열차·106
산수유여정旅情6―꽃축제장에서·107
산수유여정旅情7―빛·108
산수유여정旅情8―Y·109
산수유여정旅情9―시간의뜰·110
산수유여정旅情10―잎·112
산수유여정旅情11―목련서書·114
산수유여정旅情12―기적·116

발문|이건청_정제된시정신과언어구조력·118

출판사 서평

정제된시정신과언어구조력

이건청(한국시인협회37대회장·한양대명예교수)

이춘희시인은경기도이천지역에서시를써온시인입니다.묵묵히시의길에정진하면서지역시동호인들과함께읽고쓰는일을하고있는분입니다.발표가많은것은아니어서한국시단에이름이알려질기회도거의없었을것입니다.내가,경기도이천지역에내려와살게되면서우연히접한지역동인지속에서발견한이름이이춘희시인이었습니다.이춘희시인의시는시단을풍미하는타성의때가묻지않은것이었습니다.지역동호인들과어울리면서시의순수성,정통성을지킬수있었고,나름대로의방법까지연마된모습이었습니다.요즘한국시가보여주고있는무잡,허세,자기과장의허사들에오염되지않고정통한국서정시의방법과정신을지켜오고있을수있었던것이라고나는생각합니다.
이춘희시인의이번시집에는‘외자’제목의시,58편과산수유연작시12편을묶고있습니다.시의제목은시를부연,설명하기위한것이아닙니다.시의제목은시의본문과은유의관계로놓이면서본문의이미저리하나하나,행간까지와내포의교집합을이루면서방대한의미축적을이를수있게붙여져야합니다.이춘희시인은간결단순이미저리들로오히려복합중층의선연한시를이뤄내고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시적정서를온전히담아내고있는시가좋은시입니다.아래의시표제「놀」은‘노을’의줄임말.표제와본문이어우러져간결,섬세한‘기다림’의정서를형상화한수작입니다.

오늘도
그대보다
저녁이먼저왔습니다

빈방을가로질러
천천히어깨위를지나는
낯선햇살

그대발소리놓칠까
다시
산그늘에안깁니다
-「놀」

기다림의정서가면면한형태를이루고있습니다.기다리는대상은‘그대’일것인데저녁이먼저옵니다.저녁이먼저오면‘그대’는밤길을걸어오거나혹시오지않을지도모릅니다.제2연,‘빈방’을가로질러저녁햇살이어깨위를지나간다고진술하고있습니다.‘그대’가오지않았으니기다림의방은비어있을것이고,하염없이어깨를넘어가는저녁해를견디고있을뿐입니다.그대발소리를놓칠까저어하며산그늘에안기고있습니다.이시의제목이‘놀’로되어있습니다만시의어느곳에서도노을이노래되고있지를않습니다.다만표제‘놀’은본문시의이미지하나하나의결합하면서기다림의정서를망극한것으로견인해보여줍니다.이춘희시인의시‘놀’은시정신과언어구조력이일체를이룬시적성과를보여주고있습니다.

고급양장본
꿈꾼적없는
낡디낡은겉장을쓸어봅니다

행간으로숨어버린
은유를찾으러
팔랑나비처럼
이리저리페이지를넘겨요
건성으로눈맞춤한
활판인쇄당신을
이젠손끝으로더듬어
찬찬히따라갈수있어요

낯선갈피마다
누대(累代)로내려온
슬픔의유전자가
주석으로달려있네요
만연체로반복되던
지루한문단에도끝이있어서
마지막장은
목련꽃잎처럼두텁습니다
-「책」에서

책을통해당신을유추하고있군요.‘당신’은‘고급양장본’책입니다.그러나,오래되고알뜰하게건사되지않아겉장이낡아버렸습니다.세상사람사이의인연이라는것도오래되어낡아버린양장본겉장같은경우가너무나많습니다.겉장은낡았지만,이책의본질은겉장이아니라본문속에있습니다.비유나함축,생략속에행간속에무궁무진진실이함축되어있습니다.때로는각주가본문의진정성을보완해줍니다.숨어버린진실을찾기위해팔랑나비처럼페이지를넘기다보면손더듬만으로도‘당신’을찾을수있게마련이지요.그렇습니다.‘당신’에게다가가기위한다양한접근과시도가온전한합일에닿게해줄것입니다.

이춘희시인의시는시단을풍미하는타성의때가묻지않은것입니다.요즘한국시가보여주고있는무잡,허세,자기과장의허사虛辭들에오염되지않고정통한국서정시의방법과정신을연마해올수있었던것이라생각합니다.이춘희씨가지닌귀한자질을연마함으로써한국시의개성으로대성하기를바랍니다.

시인의말

산수유꽃그늘아래
계절이지나갑니다.

가끔은말을건네오지만
제답신은
언제나늑장입니다.

햇살에말려체로쳐낸
풍경속말들을
갈무리합니다.

부끄러움만
그득합니다.

2024년10월
산수유마을詩園에서

이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