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이동순 시집)

홍범도 (이동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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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개결한 당부와 시대적 역사적 요청을 날마다 일깨워주시건만 우리는 홍장군의 피 끓는 말씀에 줄곧 냉담하다. 이를 먼저 눈치채고 불안을 느낀 반역의 무리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최근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표적 삼아 함부로 뭉개고 지우려 했다. 그 가운데서 유독 홍범도 장군에 대한 모멸과 핍박이 가장 심했다. 이에 대한 저항의 기세가 세차게 일어나자, 반역의 무리들은 잠시 주춤거리긴 했지만, 그들은 또 뻔뻔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산업쓰레기나 폐기물을 버리듯 반역자들은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철거’하려고 한다. 어찌 ‘철거’라는 무지막지한 말을 어디에다가 함부로 쓰는가. 저 반역의 무리들이 섣부른 불장난을 저지르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각성하고 깨어나 그들의 폭거를 막아내어야 한다. 그들의 망동을 ‘철거’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홍범도 장군이 이 땅에 오신 뜻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이 시간 우리 삶을 신중히 음미하고 성찰해 가야만 하리라.
저자

이동순

경북김천출생.동아일보신춘문예시(1973),동아일보신춘문예문학평론(1989)당선.시집『개밥풀』『물의노래』『발견의기쁨』『강제이주열차』등22권발간.2003년민족서사시『홍범도』(전5부작10권)발간.분단이후최초로백석시인의작품을수집정리하여『백석시전집』(창비,1987)을발간하고시인을문학사에복원시켰다.평론집『잃어버린문학사의복원과현장』『민족시의정신사』『우리시의얼굴찾기』『달고맛있는비평』,가요에세이『번지없는주막-한국가요사의잃어버린번지를찾아서』『마음의자유천지-가수방운아와한국가요사』『노래따라동해기행』『노래따라영남을걷다』『한국근대가수열전』,기행에세이『실크로드에서의600시간』『시가있는미국기행』『민족의장군홍범도』(평전),『나는백석이다』등각종저서85권을발간했다.신동엽창작상,김삿갓문학상,시와시학상,정지용문학상등을받았다.

목차

1부

달밤의행군·12
어머니이별·13
후치령厚峙嶺·14
아가야울지마라·16
자장가·17
골목대장·18
범범무슨범·19
팽이·20
호박대가리·21
홍범도군가·22
의병대습격·24
홍대장오시는날·26
홍대장수염·27
마을잔치·28

2부

범·32
진흙투사들·33
나,홍범도·34
정신똑바로차리라·36
장군의초상·37
서울에오신홍범도·38
맹호도猛虎圖·40
내일을위해쏴라·42
영웅의눈물·43
별들의소환·44
손자를안은홍범도·46
색안경에비친홍범도·48
촛불홍범도·50
아,어찌나에게·52

3부

불꽃·56
땅으로부터·57
눈보라헤치고·58
홍범도가오셨다·59
홍장군이외친다·60
백두산의아침·62
산포수홍범도·64
보초홍범도·66
욱일기旭日旗를향해쏘다·68
홍범도판화·70
빼앗긴홍범도·72
홍범도가사라졌다·74
슬픈디아스포라·76
홍범도유고문·78

4부

총기압수·80
유격전·82
격문檄文·84
베르됭소총·85
밀정·86
사슴사냥·88
혜산가는길·90
배신자·91
장씨마을·92
감격의도가니·94
홍범도엽전골·96
홍범도장군골·98
벙어리툰·100
펄펄나는홍범도·102

5부

철병撤兵·106
연해주동포·108
피눈물·110
육성촌에오신홍범도·112
범도아바이·114
청산리에서·116
홍범도흉상·118
의병대원·120
북만주밀산의홍범도·122
반역자·124
노두구전투·126
사랑이지극한홍범도·128
장군의귀환·130
마지막대접·132

산문|이동순_홍범도장군이이땅에오신뜻·134


*본문일부(미리보기)

1부

달밤의행군

달빛이빛나네
대낮같이빛나네
환한보름달밑에서서
우리의홍대장
작전지도펼쳐놓고뭘궁리하시나

어디로어떻게
왜적들유인해낼까
어느벼랑어느골짜기가
우리의병대싸우기에가장유리할까
어디서어떤작전펼칠까

홍대장머릿속으로
환한달빛이스며드네
깊은밤산악행군도달빛있으니거뜬
의병대이끌고성큼성큼가시는
홍대장앞길이눈부시네


어머니이별

어머니
제발울지마셔요
이아들은그렇게도바라던
홍범도의병대로드디어들어갑니다
세상에이보다더기쁜일이
어디있을까요

제가슴은마치
장가드는새신랑처럼
그저즐겁고가슴이두근거린답니다
어머니너무걱정마셔요
산속에선범처럼날쌘
홍대장께서저를지켜주실테니까요

가서왜적부대
마음껏쳐부수고돌아올게요
언제나부끄럽지않은
자랑스럽고용맹한아들이될게요
이기고돌아오는그날까지
어머니부디잘계셔요


후치령厚峙嶺

깎아지른벼랑
바위틈오솔길로
누가저리도쏜살같이달려가나
말로는무적황군
알고보니일본군토벌대였네

홍범도잡아오라는
높은놈의명령받들고
어쩔수없이후치령숲속을헤매는
잔뜩겁먹은왜적군대
싯누런군복의저졸개들

몹시불안한걸음걸이로
이리두리번저리휘둥글
잔뜩움츠린자세로갈팡질팡
그때어디선가
홍범도나타났다고함소리들리네

놈들은들었던총팽개치고
마구비명지르며도망치기바쁘네
일단살고봐야하니
걸음아나살려라줄행랑
이게그시절풍경

*후치령:함경남도북청군이곡면과풍산군안산면사이에있는해발1,335m의높은고개.


아가야울지마라

아가야
울지마라
아가야울지말아라
네아버지는함경도땅
울창한개마고원수림속으로
삼천만우리동포행복찾으러
홍범도의병대에가시었단다
홍대장부하되어떠나셨단다

오늘은이마을
내일은저골짜기
뒤쫓는왜적군대때려부수고
아무도모르는수림속으로
바람처럼살그머니떠나셨단다
네아버지지금쯤산중에서
저달보며네생각하고계시리
내일도힘차게싸우시리


자장가

자장자장우리아기
눈이커서잘도찾고
코가커서잘도맡고
귀가커서잘도듣고
입이커서잘도먹고
손이커서통도크고
발이커서잘도걷고
자장자장우리아기

은자동아금자동
어서어서크거라
빨리빨리자라라
쑥대같이솟아서
범도대장뒤따라
잃은나라찾지야
왜적놈들몰아내
우리조선세우자

*1910년대중반함경도지역민간에서많이불렸다는자장가사설의형식을활용하였다.


골목대장

어머니어머니
날꾸중하지마셔요
장난질유별나게심하다고
너무꾸중하지마셔요
남의집장독깨고
야단법석말썽꾸러기지만
이래봐도힘센골목대장이지요

오늘은비록
우리동네골목대장이지만
내일은홍범도의병대소대장할거예요
개마고원홍범도의병대찾아가
내일은진짜의병
홍대장부하의병되어
왜적놈들혼내고공세울테요


범범무슨범

범범무슨범
쪽발이잡는무서운범
침략자쪽발이왜놈만찾아
족집게처럼쏙쏙골라서잡는범

이리피하면저리따라잡고
저리달아나면삽시에휘돌아막으니
아이무서워무서워
천지간그어디건숨을곳없네

세상에그어디건
네놈들도망칠길없으리
아예달아날생각포기하고
그자리에눈감고서기다리거라

천하무적장군범
왜적만쏙쏙찾아서때려잡는
범범장군범
홍범도장군범납시오


팽이

팽이야팽이야
돌아라자꾸돌아라
윙윙소리내며잘도돌아라
너는말벌처럼붕붕
나래치며잘도도는구나

팽이야팽이야
내가깎아만든박달팽이야
우리땅에기어든섬나라도적떼
승냥이무리몰아내라며
오늘도우는구나

쌩쌩소리치며
잘도도는팽이야팽이야
치면칠수록잘도는박달팽이야
너는지금홍대장따라서
빼앗긴나라찾으라고우는구나


호박대가리

왜놈의대가리는
호박대가리
홍대장불벼락에
여기저기서떽떼구르르
어제는갑산에서떽떼구르르
오늘은동산리에서떽떼구르르

응구텍이에서떽떼구르
봉오동청산리에서떽떼구르르
싸우는족족어김없이떽떼구르르
홍대장불벼락은과연무섭소
이러니왜적놈들홍범도이름만듣고도
바로꼬랑지내리오

출판사 서평

홍범도장군이이땅에오신뜻

이동순


세월이간다는것은무엇인가.그것은마치강물이흘러가듯바람이불어가듯스쳐지나간다는뜻이다.그과정속에시간은어떤흔적의발자국을남긴다.때로는흔적이상처가되기도하고,또미련으로머물러있기도한다.하지만우리는거기에일일이일희일비하지말아야한다.어떤풍파나시달림속에서힘들게보냈던시간이었다면더욱자신을잘버텨내야한다.왜냐하면우리는우리앞에다가오는새로운시간의분량을또살아가기때문이다.지나간세월의상처에연연하며거기묶여헤어나지못하는것은어리석은자의표본이다.
우리는한세기전격동의삶을골고다의십자가처럼어깨에짊어지고혼자서외롭게힘들게이끌고가셨던한분을생각해본다.누구냐하면바로홍범도장군이다.그의삶은시대도그러했지만타고난배경이오로지숨가쁜고난의연속이었다.어느한순간도안정과평화의세월이없었다.우리는그것을운명이라일컫는다.성장기와청년기,산포수가되어의병장으로종횡무진달리던시기,크고작은독립전쟁에서항일유격대장으로빛나는성과를이룩하던시기,비극적인몰락과침체로상심에빠지던시기,기어이운명의폭풍에떠밀려가련한쪽배처럼지향없이방황하던강제이주시기등등.우리가흔히상상하는고난의갑절도넘는생애를그는살아갔다.아내와두아들마저도아비보다먼저떠나갔다.옛부하들도다사라지고홀로바람찬이국의거리에외롭게혈혈단신으로남았다.아주초라하고볼품없는늙은이로가난한집에서병고에시달리다가쓸쓸히세상을떠났다.차라리격전지에서전사했거나안중근처럼거사후체포되어형장의이슬로사라졌더라면민족영웅의삶으로서완결성과그미학을보다그럴듯하게갖추었으리라.그런데장군은일흔이넘고팔순가깝도록살았다.말하자면너무오래사신것이다.그러니그모질고흉한온갖오욕을모조리견디어야했던것이다.하지만하늘로부터부여받은인간의수명을어찌스스로조절할수가있으리오.
홍범도장군은혼자이국에서의고독한삶을살아가면서자연스럽게중앙아시아전체고려인들의정신적중추가되었다.그곳고려인들은참으로천애고아(天涯孤兒)와같은힘든삶을살았던것이다.그들은홍범도장군을부모처럼기둥처럼믿고의지하면서간고한삶을버티어갔다.우리는그런그분의무덤을둘러파서유골을뜬금없이국내로모셔왔다.당시로서는일견아름답고감동적인장면이었다.하지만고국땅에돌아온지불과두해만에홍범도장군이겪은온갖시련과모욕은과연무엇을의미하는가.어찌귀하디귀한민족적상징을어렵게모셔다놓고지난한해동안우리는어떤모멸과상처를공격적으로퍼부었던가.그토록귀환을반대하던고려인들과북한당국의불만을이겨가며힘들게모셔온홍장군이아니던가.
그런데우리는지난1년을온통홍범도장군을짓이기고그존귀한위상과체신을손상시키는데온힘을다하였다.이런흉포한짓을주도했던뉴라이트무리들과그동조자들은단언하건대분명우리겨레가아니다.그들은토착왜구였거나근원적반역자임에분명하다.일생을고난속에살다간민족영웅을모셔다놓고이게무슨해괴한망동이었던가.엄정하게말해서우리는그분을국내로모실자격을갖추지못했던부끄러운후손들이다.너무도창피하고수치가느껴져서고개조차들수가없다.고약한무리들이주도하는이런둔주(遁走)와역린(逆鱗)의세월은해가바뀌어도당분간계속될분위기다.이시점에서그간의흥분된가슴을쓸어내리며다시금마음을차분히정돈시켜본다.
우리는다섯가지측면에서홍범도장군이이땅에오신뜻을간추려본다.
첫째홍범도장군은이땅에오셔서우리삶에뿌리박혀있는무지와둔감,맹종의식을걷어내라는지엄한명령을주셨다.우리는그간너무도시대변화에눈을감고몰지각하게살아왔다.얼마나격동의세월이었던가.그러한격동에능동적으로대처하지못하고그저소극적으로움츠리며자신의신변보호와개인안보에만철저한이기적기회주의적시간을살았다.많이늦었지만이제라도정신을차리라고홍장군은우리에게당부한다.이런홍장군의상징적표상은먹구름을걷어내고쏟아지는눈부신아침햇살이다.
둘째홍범도장군은이땅에오셔서우리에게사람사랑하는법을일깨워주신다.장군의일생은춥고힘들고가난한겨레를위해온몸을바치셨다.장군의행적을낱낱이따라서더듬어가노라면어찌그리도겨레사랑으로철저히무장된분이었을까새삼감탄을거듭하게된다.반역자를미워하고응징하며,가난한백성들을위해온힘과정성을쏟은장군의사랑과피땀어린노력을생각한다.그일관된삶의표상을우리는산골짜기와강물위의걸쳐있는아침안개,해맑은바람향기에비견할수있다.사람을사랑할줄모르는현대한국인들에게홍장군이보내오는메시지를가만히음미하고성찰해보라는말을전하고싶다.
셋째로홍범도장군이이땅에오신뜻은야만과맹목성을깨어부수라는단호한분부이다.오랜식민지와분단의후유증에시달려온우리는표독한분단모순이빚어낸가장전형적인야만과맹목성에터무니없이길들여져있다.그야만과맹목성을마치우리가예로부터몸에지녀온용감성인것처럼여기며비겁한착각속에서우쭐거린다.사람과사람사이를아주쉽게갈라치기로분리하며너와나를갈등과대립으로휘몰아가고자신과뜻이다르면무조건‘빨갱이’라는이름의소름끼치는적으로규정하는폭력을서슴없이저지르고있다.이런우리의꼴을홍장군은탄식과분노의눈으로노려보시며지금도일어나서우리에게돌주먹,무쇠주먹을굳게쥐고흔든다.그뜻이무엇인지눈치라도채겠는가.
넷째로홍범도장군이이땅에오신뜻은너무도게으르게살아온우리의무계획,무책임,무정견,무분별을엄중하게나무라고질책하며속히그것을깨어부수라고요청과이어져있다.가만히생각해보면얼마나우리가대책없는삶을살아왔던가.식민지와분단의세월을살아가며그저눈치나살피고자신에게이로운기회만포착하며거기에냉큼휩쓸려버리는우매한태도를떠올리게된다.이러한행태가지금우리에게는천연덕스레체질화되어있다.장군은우리의이런꼴을진작눈치채고계신것이다.그러면서홍장군이우리에게넘겨주는것은뜻밖에도오래전부터당신께서품속에지녀온활과화살촉이다.그우둔한중심을스스로파쇄(破碎)하여새롭게일신된삶을살아가라는당부를하신다.이뜻을우리가절대로외면해선안된다.
다섯째로홍범도장군이이땅에오신뜻은아무런반성과변혁이없는우리의한심하고둔감한꼬락서니에줄곧매서운질타를보내주신다.이런홍장군의모습은지금이시간에도우리국토의세군데둘레에서철썩이는밀물과썰물의상징으로기운차게다가온다.우리는그간얼마나반성없는시간을살아왔던가.매국노를애국자로둔갑시키고,매국노가언제나득세하며모든기회를독점하는세월을살아온것이다.정의가불의로둔갑되며불의가마치정의처럼의기양양하게행세하니이런역천(逆天)의시간을하늘은과연용납할것인가.우리가살아가고있는국토의대자연은우리에게귀한메시지를줄곧끊임없이보내오건만우리는그것을전혀눈치조차채지못한다.눈과귀와코를손바닥으로가리며차단한채아예받아들일자세를갖추지않고있다.제발정신을차리라.
이렇듯개결한당부와시대적역사적요청을날마다일깨워주시건만우리는홍장군의피끓는말씀에냉담하다.이를먼저눈치채고불안을느낀반역의무리들이호들갑을떨면서지난한해동안우리의독립운동사를표적삼아함부로뭉개고지우려했다.그가운데서유독홍범도장군에대한모멸과핍박이가장심했다.이에대한저항의기세가세차게일어나자반역의무리들은잠시주춤거리긴했지만그들은또밀어붙일것이다.산업쓰레기나폐기물을버리듯반역자들은우리의독립운동사를‘철거’하려고한다.어찌‘철거’라는무지막지한말을어디다가함부로쓰는가.저반역의무리들이섣부른불장난을저지르기전에우리가먼저각성하고깨어나그들의폭거를막아내어야한다.그런점에서홍범도장군이이땅에오신뜻을하나하나되짚어보며이아침우리삶을음미하고성찰해가야만하리라.
내가지난해삼일절을앞두고『민족의장군홍범도』평전을발간했고,또장군이서거하신시기에맞춰시집『내가홍범도다』를펴낸까닭은바로여기에있다.그것은내나름대로나에게주어진항쟁(抗爭)의방식이다.홍범도장군은조용한시간이면늘나에게오셔서조곤조곤말씀을들려주신다.주로새벽시간이다.어조는낮지만거기엔힘찬메시지가들어있다.나는마치왕조실록을기록하던사관처럼그말씀을낱낱이받아적는다.한대목한대목이모두우리가슴에서성찰하고되새길귀한말씀들이다.앞으로도홍범도장군과관련된몇권의저서를새로발간하게된다.이것은‘의병시인’인나에게주어진의무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