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깊이 (하갑수 제2시집)

시간의 깊이 (하갑수 제2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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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석천 하갑수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그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치열하게 성찰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게 된다. 그는 열정적이고 창조적이어서 시를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생각을 정리하고 미래를 바라본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 객관화를 추구하는 사유 방식은 자신에 대한 존재 의미를 점검하고, 그 존재 가치를 확인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잘못에 대해 고해하듯 시를 썼다. 불필요한 생각의 고리를 끊고, 현재에 집중하면서 시를 썼다. 성찰하는 삶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삶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감정을 순수하게 정화한다. 성찰하는 삶을 투사하듯 시를 쓴 그의 순수 심상은 그가 가지고 있는 삶과 사유의 산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갑수 시인은 교육가 출신으로 인생의 경험을 먼저 하고, 정년을 한 이후 『월간신문예』 신인문학상을 통해 시단에 등단하여 시집 『뒤늦은 길』을 펴내며 문학 활동을 하는 후문학파 시인이지만, 왕성한 시작 활동으로 주목을 받는다. 그가 이번에 펴내는 시집 『시간의 깊이』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지적 내밀함을 보인다. 성찰하는 삶의 지평을 통해 순수 심상을 살리고 있다.
저자

하갑수

저자:하갑수
호석천(石泉)
진주교육대학졸업
경남대학교교육대학원(교육행정)졸업
전초등학교교장
전경남의령교육장
수훈황조근정훈장

『월간신문예』신인문학상시부문당선
시집『뒤늦은길』『시간의깊이』
한국신문예문학회회원
아태문인협회회원
수상제13회에스프리문학상(『월간신문예』)

목차

1부자연속으로

들에피어야들꽃이지·12
봄·13
맹꽁이합창단·14
까마귀·16
벚꽃축제·17
아까시꽃·18
칡넝쿨·19
매미1·20
바닷속금빛보석·22
열매가익기까지·24
양다래꽃봉오리를솎으며·25
무서운재앙·26
갈대숲·27
폭염·28
고매古梅·29
아라홍련·30
하얀구름의연출·32
황매산黃梅山·33
동장군冬將軍·34

2부작은마음

우선해야할삶·36
잠시외출한정情·37
그리움3·38
들킨마음·39
벚꽃의반란·40
목련과해바라기·41
봄향기택배·42
사랑이필요해·43
여든여행·44
텅빈화분·46
여든에맺은인연·47
서운한가을·48
연탄불·49
자색양파·50
만인의연인·51
행복찾기놀이·52
어머니의환생·54
서약·55
아버지유산·56

3부좁은길의흔적

숨은그림자·58
자유인의문턱에서·59
안갯길·60
햇병아리의작은소망·61
어쩌다가·62
제발제발이재발하지않길·63
가슴에불덩이하나라도·64
책갈피·65
다茶나눔의틈새·66
감기와짝사랑·67
원죄原罪·68
내몸을시험해보니·69
마음으로먹는비타민·70
허세虛勢·71
공복에먹는시한술·72
도다리쑥국·73
제자친구·74
강물에서낚은시어·76
가슴에박힌화살·77
환생한백련한송이·78

4부흐르는시간속에서

새로운노우老友·82
빛의유혹·83
오줌발꼬치친구야!·84
마취된글자·86
술의장난·87
인간만하는부부싸움·88
욕지도여행·90
봄소풍·92
시간의깊이·93
신호등·94
흐르는마음·95
늦은밤의아베마리아·96
전국동기회·97
등산·98
포근함·99
춤추는환상·100
순수를걸친옛사랑·101
넥타이핀·102
해변의카페·103
금수샘은수샘문집·104

해설|김복근_성찰하는삶의지평,되찾은순수심상·105

출판사 서평

성찰하는삶의지평,되찾은순수심상
-하갑수시집『시간의깊이』를읽고-

-김복근(평론가,문학박사)

석천하갑수시인의시를읽으면서그가자신의삶을얼마나치열하게성찰하고있는가를확인하게된다.그는열정적이고창조적이어서시를통해자신의과거와현재의생각을정리하고미래를바라본다.자신의삶을성찰하면서객관화를추구하는사유방식은자신에대한존재의미를점검하고,그존재가치를확인하게된다.그는자신이살아온삶의잘못에대해고해하듯시를썼다.불필요한생각의고리를끊고,현재에집중하면서시를썼다.성찰하는삶을기록하면서새로운삶의지평을확장하기위해끊임없이노력했다.그리하여자신의감정을순수하게정화한다.성찰하는삶을투사하듯시를쓴그의순수심상은그가가지고있는삶과사유의산물이라하지않을수없다.
하갑수시인은교육가출신으로인생의경험을먼저하고,정년을한이후『월간신문예』신인문학상을통해시단에등단하여시집『뒤늦은길』을펴내며문학활동을하는후문학파시인이지만,왕성한시작활동으로주목을받는다.그가이번에펴내는시집『시간의깊이』는역동적인움직임과지적내밀함을보인다.성찰하는삶의지평을통해순수심상을살리고있다.이러한삶의방식을중심으로숨탄것들에대한성찰,새롭게움튼열정의씨앗,원죄를씻어내는시적에스프리,틈이없는시간의깊이등으로나누어살펴본다.

1.숨탄것들에대한성찰
성찰은단순회상이아니라,경험에서배우고익히는삶의과정을깐깐하게새기는작업이다.인간은자신이체험한일을돌아보면서그안에서보고배울점을찾고,이를바탕으로더나은삶과행동방식을모색하게된다.시인은지구촌에서일어나는갖가지사태를「무서운재앙」으로인식하고있다.‘지구곳곳에서’,‘표피를펄펄끓이고찢는/폭염과가뭄과의전쟁’,‘지구피부를벗기고쓸어가는/태풍과홍수와의전쟁’,‘지구살갗을태우고파괴하는/산불과해일과의전쟁’,‘인간이인간을참혹하게죽이는/국가간의전쟁’(「무서운재앙」)을보면서숨탄것들에대한삶의질과행동특성,생태환경에대한성찰적시편들을선보인다.

빵을담아둔종이가방
행방이묘연하여의심받은캐디

가방속에숨겨둔바나나
지퍼열고훔쳐갔다

굿샷을외치며운동에집중할때
검은망토의젓하게걸치고
카트에숨어들어재빠르게훔친다

먹거리없으면장난을걸어와
자기놀이감인양골프공도물고간다

‘까마귀날자배떨어진다’는누명
‘까마귀고기먹었냐’며건망증취급
억울함벗으려보란듯훔치는구나

늙은부모께먹이도물어주는
갸륵한효조孝鳥라칭송하고
오작교되어사랑을이어준
높은희생정신우러러라
-「까마귀」전문

까마귀는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조류로우리와친숙한동물이다.태양에산다는전설속의'삼족오(三足烏)'는귀한존재로상징되고,까먹는다는표현과유사한이름때문에건망증과문맹에비유되기도한다.'까마귀검다하고백로야웃지마라‘,'까마귀노는곳에백로야가지마라’등시조의소재로사용되기도하면서때로는길조로때로는불길한존재로대우받기도했다.
시인은골프장에서있었던일화를까마귀와연관시켜노래한다.그까마귀는‘빵을담아둔종이가방’과‘가방속에숨겨둔바나나’를훔치기도하고,‘먹거리없으면장난을걸어와/자기놀이감인양골프공도물고’기기도한다.‘까마귀날자배떨어진다’는누명과함께‘까마귀고기먹었냐’는건망증취급에서벗어나기위해훔친다는서사를곁들인표현으로시읽기의재미를더한다.우리역사는‘늙은부모께먹이도물어주는/갸륵한효조孝鳥라칭송하고/오작교되어사랑을이어준/높은희생정신우러러라’는역설적화법으로표현한다.이를통해화자는인간의가치판단에의해서까마귀의존재를재단하는우를범하지않았으면하는마음을보인다.까마귀는정력에좋다고하여수십만원에밀거래되면서씨가마를뻔한적도있고,떼를지어몰려다니다배설물피해로배상의대상이되기도하면서인간에의해숨탄것의존엄성과생명가치가손상되기도했다.이에대한성찰을요구하는시로읽힌다.

2.새롭게움튼열정의씨앗
하갑수는열정적인시인이다.그는무슨일이든지시작하면끝을보는사람이다.그가보여주는삶의방식은「연탄불」에잘나타난다.‘그대는엄청난열정을오랫동안태우고/색깔만변할뿐형상은그대로다//부러워할불꽃이/스르르감기어질때/구멍이딱맞는/자식에게불씨를이어’준다고노래한다.그랬다.그는전생애를열정과함께살았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이런삶의방식은그가추구하는시세계에서도여실하게드러난다.

살아오며남몰래쌓은부끄런일
내가나에게고해성사를합니다

가족과떨어져혼자기거한시절
생기넘친情이잠시외출하여
마음에남모르는비밀의창이생겼지요

새어나간못난情
오래지않아주인에게들켜
금간情붙이는데쏟은시간들…

情의얼굴바꾸는모진세월
활어같이파닥거린정
사과처럼향긋한정
김치속같이발효된정
물먹고되살아나는고사리같은정

두터운신뢰의정쌓인갑옷입으라
굴곡진주름이오밀조밀나무랍니다
-「잠시외출한情」전문

열정은인생을끌어가는촉매이다.사업을시작하거나어떤일을추진하고,예술작품을만들면서성과를나타내게하는원동력이된다.그러나자칫실수하면고통과비탄을부르는파괴적인사안이될수도있다.
화자는「잠시외출한情」에서과거에자신이저지른잘못에대해‘고해성사를’하듯시를썼다.사람은실수할수있다.그러나그것을글로나타내기는쉽지않다.열정적으로살다보면남모르는비밀이생길수있으며,그비밀로인하여갈등이유발될수도있다.시인은순수하고솔직담백하다.‘가족과떨어져혼자기거한시절/생기넘친情이잠시외출하여/마음에남모르는비밀의창이생겼’다고한다.그비밀은오래가지못하고곧바로들키게된다.‘情의얼굴’을바꾸기위해‘모진세월’을참고견뎌야했다.정의종류도많다.활어같이파닥거린정,사과처럼향긋한정,김치속같이발효된정,물먹고되살아나는고사리같은정’을‘두터운신뢰의정’으로다시쌓기위해무장한마음에‘갑옷’을입겠다는것이다.세월이흘러잘못은‘굴곡진주름이’되어‘오밀조밀’하게자신을나무란다.인생이라는긴여정에서뼈아픈과거의실수를껴안고,자신의성장에필요한자양분으로가열한삶의의지로승화하는양상을보인다.

3.원죄를씻어내는시적에스프리
원죄는주로기독교에서사용하는말이다.성경에등장하는아담과이브가하느님이금한선악을알게하는열매를먹으면서발생하였다는죄를의미한다.화자가말하는원죄는전통적인표현으로자신이지은죄가아니라원초적죄이며,짊어진죄라는의미를포함한다.인간이죄를지을때는자기판단만으로죄를짓지않는다.내면적인사고에의해옳은것이무엇인지알면서도어떤죄를짓게되는행위를하게됐다.그리고그죄를사하기위해속죄하는마음으로시를쓴다.

인간은태어나는그시간부터원죄의굴레를쓰니
구원받기위해종교에위탁하나보다
일흔을더넘은시간들을흩날려보내면서
수많은죄의덫에걸려있으니

무의식과의식의구별도없이
황톳물에담겨진입술의나불거림
무수한죄들을뿜어내기에바빴다

초조한영혼에꽃한송이새롭게틔우고
내속모든찌꺼기가라앉혀보려는
갈망을담는다

내영혼어루만질하얀마음
바다가되고꽃망울이된다
-「원죄原罪」전문

인간은원죄가있지만,처음부터타락한것은아니라고한다.본래타락한존재이지만,부분적으로내재하는의로움이있다는것이다.여기에의미를더해서어떤인물,조직등이과거에씻기힘든죄를저질러서오랫동안속죄하고,그대가를치러야할때원죄라는표현을쓰기도한다.
시인은「원죄原罪」에서‘인간은태어나는그시간부터원죄의굴레를쓰니/구원받기위해종교에위탁’하는것으로추론한다.저오랜시간을보내면서‘수많은죄의덫에걸려있’다면서,‘무의식과의식의구별도없이/황톳물에담겨진입술의나불거림/무수한죄들을뿜어내기에바빴다’는것이다.그리고‘초조한영혼에꽃한송이새롭게틔우고/내속모든찌꺼기가라앉혀보려는/갈망을담’아낸다.드디어‘내영혼어루만질하얀마음/바다가되고꽃망울이된다’고했다.잘못을저지른대가로타인에의한처벌과는별개로스스로선행함으로써깊은반성을수반하는행위를의미화하여지난날의죄나과오를씻어내려는관념으로읽힌다.

틈이없는시간의깊이

시간은관념이다.사전은시간을과거,현재,미래로이어져머무름없이일정한빠르기로무한히연속되는흐름이라고설명하지만,명쾌하게이해하기어렵다.종교,철학,과학,문학에서오랫동안중요주제로다루고,직접사용하고있으나그개념정리는두리뭉실하다.
시간단위는오랫동안사건들사이의틈과그지속기간에대한양으로생각되었다.예를들어,규칙적으로발생하는사건들과하늘을가로질러지나가는태양의운동,달이차고기우는변화,진자의진동처럼,명백하게주기적으로운동을하는물체들을시간의단위에대한표준으로사용했다.시간은새로운의미로서의중요한탐구대상으로다루어진다.

강섶을빠져나온냇물
지나온길되돌아보며
가만가만흐른다

수많은변화를꿈꾸며
흐르는마음같이
기나긴수풀헤치고
큼직한바위도비껴다녔지

웅덩이에갇혀
기나긴병고도치르고
절벽만나성난폭포되어
뜨거운사랑도했었지

조용한시냇물되어
일생바친낙엽업고
석양의손짓따라
가만가만흐른다
-「흐르는마음」전문

여기서‘냇물’은‘화자자신’을의미하고,‘마음’은‘시간’을상징한다.굴곡진삶을살아온화자가저빠른시간의흐름속에서‘강섶을빠져나온냇물’이되어‘지나온길되돌아보며/가만가만’흘러간다.화자는존재의본질과방향을찾기위해노력했다.삶의의미를묻는것이야말로인간을인간답게만든다.그는‘수많은변화’를‘꿈꾸며’,‘흐르는마음같이/기나긴수풀’을헤치고‘큼직한바위도비껴다녔’다고반추한다.때로는‘웅덩이에갇혀/기나긴병고도치르고/절벽만나성난폭포되어/뜨거운사랑도했’다고술회한다.세월은흘러어느덧노년을맞이한화자는‘조용한시냇물’처럼‘일생바친낙엽업고/석양의손짓따라/가만가만흐른다’.면서,시간의흐름에대한관념을물의흐름에비기어마음의흐름으로구체화한다.

인생잔고가3개월미만이라는
의사의말이남의말같지않다

일식과월식이동시에찾아왔다
구름이멈춰서고바람도침묵한다

지난삶의필름만돌아간다
공책에적어본다
남은시간에해야할일들
남은생은종이한장이다

더이상적을게없다
잘못산인생일까?
3개월도길고긴시간이다
시간의깊이와값을모르고살았잖니?

어쩌다
어쩌다펼쳐본시집속에
언제나어디든날아갈수있으니
시의품속으로오라손짓하네
-「시간의깊이」전문

사람들은나이를먹으면나이에비례하여시간이빠르게지나간다고한다.이에대해흥미로운실험을한사람이있다.바로심리학자퍼거스크레이크(FergusI.M.Craik)는나이가들수록생체시계가느려져외부시간이더빨리흐르는것처럼느낀다고설명한다.
여든을살다보면분초가아깝다.화자는「시간의깊이」에서‘인생잔고가3개월미만이라는/의사의말이남의말같지않다’고진술한다.‘일식과월식이동시에찾아왔다/구름이멈춰서고바람도침묵한다’.지나간‘삶의필림만돌아간다’.지나간삶을반추하면서‘남은시간에해야할일들’을메모해본다.남아있는삶은겨우‘종이한장’에불과하다’.‘3개월도길고긴시간’인데그‘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