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운명을 건넌다 (이우디 시집)

우연이 운명을 건넌다 (이우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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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우디는 시와 시조를 아우르는 시인이고, 제주의 자연을 자신의 언어와 문장으로 녹여내는 시인이다. 시집 서두의 ‘시인의 말’에서 “아직도 그립다”라고 진술한다. 그녀에게 내재한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우디의 이번 시집은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마음에 관한 감성적인 기록일 수 있다. 그녀는 이 시집의 도처에서 ‘그립다’ ‘그리움’과 연결된 심경을 표출한다. 가령 「비문」이나 「거절증」에서의 ‘그리움’이나 「너를 생각하면 목젖이 아프다」에서의 ‘그리운 사람’, 「기린이 그리운 날은」에서의 ‘그리운 날’ 등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된다.
이우디의 시집 제목은 ‘우연이 운명을 건넌다’이다. 어쩌면 그녀는 ‘운명’으로서의 ‘인생’을 회상하면서 ‘우연’의 결정적인 역할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우연은 신이 익명으로 남기는 방법이다(Coincidence is God's way of remaining anonymous).” 아인슈타인의 견해에 동의할 수 있다면, ‘우연’은 ‘신’이 남몰래 행사하는 방법이 된다.
필자는 이번 시집에서 전개되는 이우디의 시 세계를 이렇게 규정하고 싶다. 신神의 비밀로서의 우연과 그리움이 건축한 운명으로서의 삶. 시인은 독자들에게 안내한다. 인간의 삶에는 신의 내밀한 손길이 담겨있고, 삶은 우연과 운명이 뒤섞인 각본 없는 드라마이다. 독자들로서는 이우디가 써 내려갈 앞으로의 시 세계에도, 드라마로서의 삶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일이다.
저자

이우디

서울에서태어나2014년영주일보신춘문예,2014년『시조시학』,2019년『문학청춘』(시),2019년『한국동시조』로등단했다.시조집『썩을,』『튤립의갈피마다고백이』,현대시조100인선『강물에입술한잔』,시집『수식은잊어요』가있다.시조시학젊은시인상,열린시학상(시)을수상했다.

목차

1부우연이운명을건넌다

봄,보칼리제·12
농담·14
이터널·16
발칙한상상-쇼베동굴벽화의북소리·18
벚꽃,한잎함수·20
23아이덴티티·22
흰기억·24
그냥흐르는물은없다-shadow·26
바람의재발견·28
화학적구속그아득한수군거림·30
하우스오브카드·32
백색왜성·34
카프카는변신을모의하지않았다·36
악의꽃·38
줌아웃·40
너를생각하면목젖이아프다·42

2부우연은묽게풀어진운명인가요

열일곱살·44
비상구·46
사막속의작은문장들·48
희디흰달빛한채·50
청다색진리·52
몸이오늘을피하지못했을때물꽃이피었다·54
멀어더지극한것이눅으면·55
분리불안장애·56
노트북·58
첫눈을읽으면그리움이무릎을낮춰요·60
미니멀리즘·62
목련꽃차·63

3부서로의따스한안녕이되어

그리운것은별도,에산다·66
월식의도입부·68
화려한외출·70
에피파니·72
인더섬·74
적도에핀꽃·76
플래시백·78
진눈깨비공감적이해·80
탈고·82
종이비행기·84
소녀의잠·86
이슈에베팅하면·88
녹턴의반복·90
심장이허밍하는동안·92

4부별일없이만개한그리움을쓴다

비문·94
허수아비는꼭두각시가아니다·95
우주,대체불가능한·96
콜포비아·98
한밤의유희·100
레트로풍으로·102
채털리부인의정원에서·104
켈로이드·106
거절증·108
버즈아이·110
모노크롬·112
화해·114
궤의시작점·116
기린이그리운날은·118
눈꽃설화·120

해설|권온_신神의비밀로서의우연과그리움이건축한운명으로서의삶·124

출판사 서평

신(神)의비밀로서의우연과그리움이건축한운명으로서의삶
-이우디의시세계

-권온(문학평론가)

1.
이우디,라는이름은단순한시인(詩人)의이름이아니다.‘이우디’는이번시집의출간을계기로특정한시인의이름을넘어서새로운단계에진입하게되었다.이우디,라는이름은이제그것자체로시(詩)가되고,음악이되며,예술이되었기때문이다.
시집「우연이운명을건넌다」가독자에게던지는충격과여운은손쉽게가늠하기어려울만큼대단한것일수있다.무엇보다도그녀가시집제목에배치한“우연”과“운명”이라는2개의명사와“건넌다”라는동사는,우리들에게삶의본질에관해서생각할수있는소중한계기로서작용한다는점에서유의미하다.

2.
‘이터널(eternal)’은영원한또는끊임없는,이라는의미를지닌다.이우디는‘이터널’을시의제목으로선택하여제작하였다.그녀가제작한영원한이야기또는끊임없는이야기의현장속으로들어가보자.


도와줄수있습니까

말(言)과말이서로할퀴고때렸을때부서지거나
깨어진조각들은
기억을잃었습니다

사라진것들은어찌되었습니까

눈짓과눈짓이깎아내린표정들은민들레깃털처럼사랑으로
흩어진채
혀를잃었습니다

꿈이떠난것도몰랐습니까

바다위팔랑거리는노란나비의처음모르듯다음도모르고
고장난에어컨처럼
투덜투덜하루를탕진했습니다

끈적한살밑에묻은혼잣말은둥근지뾰족한지

저장된기억죽일지살릴지
매장된나는
버린건지버려진건지

말이버린몸을찾는중입니다

어제지우개로지운이터널라인을다시퍼올리는것은
내일의피가굳이
당신쪽으로만흐르는까닭입니다
-「이터널」전문

이우디는세계를복합적이고입체적인방식으로이해하려고노력한다.그녀는“말”과“몸”을함께아우른다.‘언어’와‘육체’의조화와균형을추구하는시인은‘시간’을인식할때에도“어제”와“내일”을포괄하여수용한다.그녀가지향하는“하루”는‘오늘’이나‘어제’또는‘내일’일수있다.
이우디는이시에서“이터널”또는‘영원’을제시하는데,이와같은드러냄뒤에는‘순간’이위치한다.또한그녀는“당신”을소개함으로써잠재되어있는‘나’를환기한다.그리고시인이활용하는“~습니까”의반복과“~지”의반복은,이시의리듬감을고양하고,음악과시의자연스러운만남을추구한다는점에서기억할만하다.


너를생각하면목젖을찢고검은구름이자란다

한눈판적없는데비가엎질러진밤,덜영근꽃망울터치고가는신경질적인구급차빛줄기너머

너처럼,나도
외로운사람이다

쇼윈도한귀퉁이중절모안쪽을울먹이는마네킹처럼
잊힌듯잊히지못한

너도,양지꽃
나도,양지꽃

마음속나침반좌표가지목하는
너는,이제
그리운사람이다
-「너를생각하면목젖이아프다」전문

시적화자‘나’가주목하는인물은“너”이다.이시의제목을참조하면‘나’는“너를생각하면목적이아프다”‘나’에게‘너’는‘아픔’으로서다가온다.‘너’가‘나’에게괴로운감정,정서,느낌으로서다가오는이유는무엇일까?
‘너’와‘나’는서로에게매우소중한관계였을것이다.‘너’와‘나’는서로닮은점이많은사람들이다.예전의‘너’가그러했듯이,이제‘나’도“외로운사람”이다.외로운사람으로서의‘너’와함께했던추억이늘좋았던것은아니지만,‘나’에게“너는,이제/그리운사람이다”‘나’에게‘너’는“잊힌듯잊히지못한”대상일수있다.이우디는‘너’와이별한‘나’의마음을“쇼윈도한귀퉁이중절모안쪽을울먹이는마네킹”에비유함으로써,‘외로움’과‘그리움’이라는특별한감정을‘나’와‘너’모두에게제공한다.“너도양지꽃/나도양지꽃”이라는이시의5연은‘인간’과‘자연’의소통과교감을아름답게표현함으로써현대사회의독자들을위로한다.


비정기적으로오는기념일이다

열여섯열아홉사이지나가버린첫경험은아릿한우연

스물스물다섯사이내사랑의인트로

예외적인설렘따라흘러내린카를교위희고붉은한호흡

멀어,기억할수없는

실패한아름다움은꽃의질감알지못하지만

어떤우연은영화처럼,운명

파릇한봄수긍하던기억이그리움을시작하면

노을빛꿈의내부

눈부신조명아래천사들의춤사위나를증명한다

칼리오페가읊조린보랏빛한줄詩더좋은나비한마리

흰눈빛하나로도죽은나무허리께연둣빛부리총총

우연이운명을건넌다

작고가벼운것은왜이토록다정한거니
-「흰기억」전문

이우디는이번시집의제목으로“우연이운명을건넌다”라는문장을선택하였는데,그문장은시「흰기억」에서유래되었다.우리는이시를향한시인의남다른기대감을어떻게이해해야할까?
‘초인간적인힘’이라는의미를품은‘운명’은낭만적인성격을마음껏펼치면서사람들에게다가선다.이우디는‘우연’을배치함으로써‘운명’을극복하려고노력한다.그녀가제시하는‘우연’은“예외적인”성격을지닌“비정기적으로오는”어떤것일수있다.어쩌면시인은과학이나논리또는이성의관점을벗어난‘우연’에의해서‘운명’이라는이름의정해진길에새로운가능성이발생한다고믿는것일까?
이우디는“기억”과“호흡”에“흰”,“희고붉은”이라는색채를덧입히는데,이와같은독특한색칠하기는우연으로서의운명또는삶을살아가는인간에게잊을수없는“인트로”또는“첫경험”일수있다.우연과운명의조화를담은최초의기록으로서의시가이렇게탄생한다.

3.
이우디는시와시조를아우르는시인이고,제주의자연을자신의언어와문장으로녹여내는시인이다.이우디는시집서두의‘시인의말’에서“아직도그립다”라고진술한다.그녀에게내재한보고싶어애타는마음은어떤것일까?
이우디의이번시집은‘그리움’이라는이름의마음에관한감성적인기록일수있다.그녀는이시집의도처에서‘그립다’‘그리움’과연결된심경을표출한다.가령「비문」이나「거절증」에서의‘그리움’이나「너를생각하면목적이아프다」에서의‘그리운사람’,「기린이그리운날은」에서의‘그리운날’등은이에대한구체적인사례가된다.
이우디의시집제목은‘우연이운명을건넌다’이다.어쩌면그녀는‘운명’으로서의‘인생’을회상하면서‘우연’의결정적인역할을생각했을지도모른다.아인슈타인(AlbertEinstein)은다음과같이언급하였다.“우연은신이익명으로남기는방법이다(CoincidenceisGod'swayofremaininganonymous).”아인슈타인의견해에동의할수있다면,‘우연’은‘신’이남몰래행사하는방법이된다.
필자는이번시집에서전개되는이우디의시세계를이렇게규정하고싶다.신(神)의비밀로서의우연과그리움이건축한운명으로서의삶.시인은독자들에게안내한다.인간의삶에는신의내밀한손길이담겨있고,삶은우연과운명이뒤섞인각본없는드라마이다.독자들로서는이우디가써내려갈앞으로의시세계에도,드라마로서의삶에도지속적인관심을기울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