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을 놓는다 (장욱 시집 | 양장본 Hardcover)

흔들림을 놓는다 (장욱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7.17
Description
장욱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흔들림을 놓는다』는 시인의 삶과 예술, 그리고 민족적 정서가 깊이 응축된 하나의 시적 결정체이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농악의 정서를 통해 민중의 언어이자 원형 문자인 ‘소리’를 시조로 풀어내는 시인의 독창적인 시 세계가 이 시집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는 단순한 전통의 계승을 넘어, 흙과 땅의 기억, 그리고 삶의 뿌리를 시적 언어로 되살려내는 치열한 작업의 결과이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시인의 내면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1부 ‘끓는 점’은 삶의 본질적인 번민과 뜨거운 열망을, 2부 ‘흰손’은 순수와 결백, 혹은 치유의 염원을, 3부 ‘초록 바위’는 생명력과 강인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의 의미를, 그리고 4부 ‘먼지, 투명한 고요’는 소멸과 비움, 궁극적으로 찾아가는 평온의 경지를 노래한다. 이러한 유기적인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시인의 사유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그의 시가 가진 깊이와 넓이를 온전히 경험하게 한다.

장욱 시인은 1988년 『월간문학』(시조)과 1992년 『문학사상』(시)으로 등단한 이래 꾸준히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겨울 십자가』 『조선상사화』 『두방리에는 꽃꼬리새가 산다』 『민살풀이춤』 등 수많은 시집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물음과 자연의 섭리, 그리고 역사의식을 시적으로 형상화해 왔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나의 시는 해체적 발상을 통하여 인간과 사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지상의 생존자(벌레, 풀 등)들과 우주적 관계를 회복하여 서정시의 통합적 경지를 추구해 나가고자 함이다”라는 시인의 말을 통해, 그의 시가 지향하는 깊이 있는 철학적 배경과 시적 탐구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필)
저자

장욱

저자:장욱
아버지의꽹과리소리로부터전통농악의정서를물려받아,이를시조로풀어내는‘거리-놀이-가락환타지’를꿈꾸고있습니다.농악을민중의언어이자원형문자인‘소리’로인식하며,삶의뿌리인흙과땅의기억을시로되살려내는작업을하고있습니다.그의문학은전통과현대,민중성과예술성을잇는시적굿판을노래하고있습니다.그는전북정읍에서태어나1988년『월간문학』(시조)1992년『문학사상』(시)으로등단했고,전주기전중학교교장을역임했습니다.시집으로『사랑살이』『사랑엔피해자뿐가해자는없다』『겨울십자가』『조선상사화』『두방리에는꽃꼬리새가산다』『민살풀이춤』『분꽃상처한잎』『태양의눈기억함을던져라』등과디카시집『맑음』,논저『고하최승범시조시연구』가있습니다.풍남문학상,한국예총회장상등을수상했습니다.

목차

1부
흔들림을놓는다12
끓는점13
흰손14
라일락,붉은샘15
초록바위16
부딪-힘18
시간을뭉갠다20
현실現實21
딸꾹질22
콩껍데기와콩알사이23
깊이의추억24
흰컵들의대화25
푸른병치는푸른바다로간다26
얕은숨소리28
의자를앉힌다30

2부
눈동자32
쪼글트려진33
깨진소리가쏟아진다34
먼지,투명한고요36
분꽃씨한톨38
포란抱卵의침묵40
당랑거철螳螂拒轍41
시선을펴다42
접시저울44
관계46
깡47
돔부,가을다비茶毘48
맑음은실뿌리가깊다50
택배52
밤송이는등으로걷는다54

3부
솔섬노을파도옆에있었다56
사상누각沙上樓閣57
굽은다리둥근걸음58
실망失網60
황금거미62
노을은뒷배가있다63
초록의힘,황금알을품다64
홍시맑음한점이한생을뚫고나간다65
DANGER66
우리68
계단,돌69
새끼70
사래긴……72
목마木馬74

4부
詩의늪78
칼치79
심장80
초록빛자모字母81
쌀알82
기운햇살늙은허리가그를업고왔다84
겨울시래기,맑은독백86
침묵의맛87
반가사유의미소88
파안破顔89
배춧속【〔〈괄호〉〕】90
무의미가의미를흔든다92
풍경을걷다94
씨앗96
낙엽의힘,우주의속도98

해설|양병호_‘나’속의‘맑음’을찾아“혼자걷는고요”의시학100

출판사 서평

‘나’속의‘맑음’을찾아“혼자걷는고요”의시학

양병호(시인·전북대국문과교수)

장욱시인은존재론적성찰을열정적으로감당한다.그는삶의정공법을택한다.그는삶의필수불가결한화두를기피하지않는다.먹고사느라바쁘다는핑계로궁극에대한질문을유기하지않는다.그는인간의본성,정체성,성격등을치밀하게탐구한다.인간본질이나삶의조건등을진지하게사색하면서이리저리공구린다.‘나’속의‘맑음’을찾아“혼자걷는고요”의사색을즐긴다.시인은기독교신자이다.신과의대화를통해삶의품격을드높이고자하는열망을지니고있다.신을통해삶을투명하게기획하고자아를수련하려노력한다.

그는일상에서신의존재와흔적찾기를위한방식으로명상과사색을선호한다.그는찰나의포착을위해예민하고섬세하게세계를응시한다.그리하여소소한일상에서번개처럼등장했다사라지는신의기미를놓치지않으려고군분투한다.신/존재는주로자연현상/존재자를통해현현한다.하여그는일상의수수한자연현상을주목한다.그는자연현상을통해신의본질에직핍하려는의도를지닌다.현상에서본질을읽어내는방식에필수적인조건은고요와사색이다.천상천하유아독존의그는“혼자걷는고요”를즐긴다.

신은‘하늘’에거주하고시인은‘지상’에실존한다.하늘은순수한천상의의미를지닌다.예컨대완전무결한이데아의의미를함축한다.지상은오욕의현실의미를지닌다.지상은인간존재의실존에한계로작용하는시간이지배하는공간이다.시인은시간의위력을거부하거나강압에저항하지않는다.시간의절대앞에순응하여고순고순낡아가는자아를기꺼이받아들인다.시인은지상의삶을기피하거나혐오하지않는다.다만시인은바람불고먼지날리는지상에서순정한하늘,즉존재의본질을그리워한다.

장욱시인은매우빠른속도로변화하는세계의한존재로살아가면서변화하지않는항구적본질을그리워한다.존재의본질에대한탐구는변화하는세계에대응하는인간의정체성찾기에다름아니다.또시인은지상의현실에서신성찾기를추구한다.이와아울러실존의자아를탐구하는것이전제적으로수행된다.하여자아와신이연결소통교감하기를희망한다.시인의고백에따르면“빛무리”를발견하고만나는일이다.시인은일상에서신성찾기를사명의식으로실존한다.그리하여자아속의“맑음”즉순정한자아를이룩하기를기대하고소망한다.자아의존재론적근거가바로신과의영통인것이다.

장욱시인의순정한‘나’찾기와절대의‘신성’탐구는이시집흔들림을놓는다의주요한테마이다.그신성은“맑음”으로제시된다.시인은“신성”을포착하기위하여예민한감각의촉수를연마한다.그리하여일상에서마주치는자연현상을주의깊게관찰하여몰입의경지에도달한다.마치보들레르(CharlesPierreBaudelaire)가교응(correspondances)이라는작품에서“자연은살아있는기둥들이/때때로모호한말들을새어보내는사원/사람들은친근한눈길로자기를지켜보는/상징의숲을가로질러그곳으로들어간다”에서처럼.

흰접시바닥위에생달걀을올려놓다

소리도잠시섞여둥글둥글흔들린다

투명한탄력이굴절된잡음을털어낸다

청결한내막內膜안에서는탯줄끝에이어진맥박이바닥까지숨을참고찍어멈출때더비틀거리고더깊이깨어난다

삶의무게를떨어뜨리는낙하지점검은눈빛한점추錘가둥긂속모든흔들림,떠도는혼돈을붙잡고들끓는붉은고요탄생신화껍질을탁,깨트리는

순간의절정

나안에나를찾아서나를흔든다

-흔들림을놓는다전문

시집의표제시인이작품은일상에서흔히체험하는달걀요리과정을환기한다.달걀후라이든계란찜이든조리하기위해서는선제적으로달걀을깨야만한다.시인은달걀깨는과정을섬세하게관찰한다.나아가달걀에자아를투사하여주객합일을이룬다.달걀은단순한사물이아니라존재를상징한다.달걀은화자의관찰대상인타자이면서동시에관찰자인자아이기도하다.예컨대달걀은객체이면서동시에주체인것이다.화자는달걀을통해존재론적사색을한다.

이시는모두7행으로된형식구조를지니고있다.어찌보면7연으로도읽힌다.그러나행과행사이를여백을주기위한의도로이해한다면7행구조가타당할것이다.이러한시인의작시방식은시집전편에걸쳐나타난다.아마도행과행사이를결행처리한의도는여백의공간에서사유할시간을제공하기위한것으로보인다.장욱의시는상상력이활달하여읽으면서직관적으로이해하기쉽지않다.하여독자가시를읽을때시상을따라너무쉽게흘러가지않도록배려한것이다.달리말하면독자가시행의의미와의도를향해곰곰이사색할시간을확보하도록강제조치한것이다.

1행은주체자가“생달걀”을특정한장소에위치시키는장면이다.“생달걀”은날것의의미를지닌다.예컨대달걀은가공되거나죽어있는것이아니라살아있는존재성을띤다.달걀이놓여있는장소는“흰접시바닥”인데,이는순백이미지의힘을받아신성한공간을함축한다.2행에서“달걀”은“접시”/세계와서로접촉/관계하면서상호조응하는“소리”를발생시킨다.이는존재와세계가교섭하는것이다.다만그“소리”는서로마찰을일으키는것이아니라“둥글둥글”화응을이루어낸다.그럼에도“소리”는안정되지못하고“흔들리는”존재론적성격을보인다.

3행에서“달걀”은존재와세계사이의불화로인해야기된“소리”를“잡음”으로인지한다.나아가달걀은“투명한탄력”이라는포용력으로불화관계를말끔히해소한다.하여자아존재와세계는화평한관계를유지한다.즉주체적인자아존재의긍정적인인지각성을통해세계와의불화가거세된다.화자/주체는불가에서말하는일체유심조의경지를보이는것이다.

이제화자는자아존재로직핍한다.4행은“달걀”/존재내면의문제를말한다.달걀의내부생리적구조를치밀하게묘사한이시행은“달걀”이라는존재가전심전력으로자아정체성을찾는과정을드러낸다.자아존재를규명하고확립하는치열한내면성찰의과정은“비틀거릴수록”,즉고뇌와번민이가열찰수록“더깊이깨어난다.”예컨대존재해명을위한성찰작업이극한의상황에몰릴정도로이루어져야역설적으로각성이더욱의미심장하게성취된다는것이다.

5행은역시자아존재에대한치열한성찰의고투를보인다.“달걀”로표상된존재는삶의의의와가치를훼손하는‘거시기’들때문에사뭇흔들리고동요한다.여기서거시기/“검은눈빛한점”들은시간이나일상생활에서부딪히는다양한고민이나방황이나좌절일것이다.현실에서삶을이루는현존재는실존적제약인“흔들림”을필수적으로감내해야만한다.다만그고민이나좌절등은원만한조화와안정을암시하는“둥긂”속에존재한다.현존재는실존의지상에서“떠도는혼돈”으로살아간다.이혼돈을제거하기위하여존재는“들끓는붉은고요”의시간에더욱진지한성찰의과정을보내야한다.그때“탄생신화”는“탁”비명을지르며순정한자아존재로환생하게된다.

6행“순간의절정”은존재각성의순간이다.달리말하면깨달음의순간이다.화자/존재는달걀이깨지는순간각성혹은깨달음의경지에입문한다.자아를에워싸고있는껍질/관념을깨트리고새롭게태어나는것이다.그럼에도존재/화자는지속적으로“나안에나를찾아서나를흔든다.”진정한자아를찾아서번민하고방황하고좌절하는것은인간존재의숙명이다.그리하여이시의제목“흔들림을놓는다”는존재의현실적욕망이지만결코벗어날수없는“흔들림”의갈등속에서살아갈운명인것이다.

찔레밭초록바위속에도흔들림이있다

흔들리지않으려고가부좌를틀었다

삶깊이끌어안은가시끝을뚫고나가

오직당차고고고하게꽃피어보려고

가시덤불딛고서서

싸워볼때까지싸워보고소리질러볼때까지소리질러보고부서질때까지부서지고흘러가고누워보고잠겨보고

탈골탈피탈아된사유의절정

오뉴월햇살모서리를뒤척이는찔레꽃잎흰것들씹고씹어서

시간을묻는다그리움을묻는다흔들림을묻는다

흔들리지않으려고더깊이흔들린다

-초록바위전문

이작품역시자아존재의성찰을화두로삼은시이다.자아존재는“초록바위”로환유된다.본래바위는무감정의단호하고냉혹한무생명체로인지된다.그러나이시에서바위는감정과인식을지닌유정체로탈바꿈된다.서정적자아로변모된바위는실존의희망을토로하는주체로기능한다.바위는화자의관찰대상이자곧자아자신이되기도한다.주객이합일을이룬상태인것이다.

유치환시인은바위에서“아예애련에물들지않고/희로에움직이지않고/(중략)/소리하지않는바위가되리라”고노래한다.장욱시인역시“흔들리지않으려”는의지적면모를보인다.바위가제시하는단단하고강직한이미지를내면의품성으로획득하고싶은욕망을형상화한다.그는“탈골탈피탈아된사유의절정”을통하여순정한자아를완성하고자정진수행한다.기존관념이나기성으로부터벗어나고싶은자유와해방의열정을폭발적으로드러낸다.

자아/화자를속박하고구속하는동인은“흔들림”과“가시덤불”로은유된다.화자/존재/인간은방황,갈등,좌절의번민으로흔들리는삶을이룬다.도종환시인이“흔들리지않고피는꽃이어디있으랴”라고존재론적성격을읊었듯이.또실존의지상에는존재의평안을위협하고강박하는“가시”가더불어살아간다.화자/존재는지상의현실에온존하는“가시덤불”을제거하기위하여전력투구로응전한다.“흔들림”과“가시”로부터벗어나기위한온몸으로몸부림친다.

화자/바위는존재의현실을억압하는것들로부터벗어나기위하여궁극적으로“묻는”행동을각오한다.마침내화자는“시간을,그리움을,흔들림을”통째로묻어버리려다짐한다.여기서묻는행동은탈피를목적으로한주체의망각혹은초월의의지이다.그러나인간존재는본질적으로시간의구속을받아소멸하는존재론적성격을운명으로한다.또그리움역시타자에대한사랑의한표상으로억제할수없는자연발생적특성을지닌다.

화자는본질적으로불가능한번뇌를자의적으로잊기위하여묻어버리려는시도를감행한다.결국화자는“흔들리지않으려고더깊이흔들린다”는역설을제시한다.이는자아/존재/세계에대한번민을회피하지않고정면돌파하겠다는의지표명이다.인간/존재는성찰과고뇌를통해진정한본색의자아를성취할수있기때문이다.

땅콩잎초록줄기는검은침묵을땅에묻는다

고혈압처방전한잎무거움도흙가슴에묻힌다

따가운햇볕속에떨어진쪽복음몇말씀도주워밀알이되라고땅에묻고

카톡열리는신호음떠돌이양한마리들의울음소리도땅에묻고

은방울꽃잎에맺힌그리움몇방울도떨어뜨려침묵한다

지상의
그늘
어둠의
깊이

은둔자의사유가구워낸인내와지혜와향기가주렁주렁끌려나온다

-침묵의맛전문

이시는인생살이의한진경을제시한다.단독자로서주어진생을묵묵히살아내는삶의방식을드러낸다.적막한세상에서자아내면으로침잠하여고요히삶을이루어가는구도자의초상을그려낸다.살아가며부닥치는곤경이나오욕을긍정적으로수용한다.심지어인간존재가품을수밖에없는최소한의욕망조차의도적으로삭제한다.삶을치루면서겪게되는다양한상황을능동적으로수용하고감내한다.그리하여“침묵의맛”을이해하고즐기는경지로까지나아간다.

노년의사람들에게주어지는금언이있다.주머니는활짝열고입은꽉다물어라.이는노년에이르면살아오면서겪은경험치가쌓여인생과세상을다통달한듯한착각에빠진것을경계하는말이다.노인들은후세대에게자신의경험을주저리주저리설파하면서권위주의태도를노출한다.물론조언이나교훈이나배려라는미명하에행해지는습벽이다.그러나진정한의미의배려는조용히침묵하면서실질적인도움을제공하는것이다.내면으로침잠하여자아를더욱단단히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