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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저자:장은영 1972년서울에서출생했다.동덕여대에서산업디자인을전공하고이화여대디자인대학원에서광고디자인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KT문화재단과NDM다이렉트마케팅회사에서광고디자이너로근무했다.2011년대한문인협회시부문으로등단후꾸준히글을쓰고있다.20년전부터써온시를정리하여뒤늦게출간하게된『사람이사랑하므로산다』는그의첫번째시집이다.
1부공간옴Ⅱ·12표면의특이점·14나프탈렌·15관계의꽃·16명상·18달을건너다月經·20산에서배우다·21회향하는달·22이상한나라의묘妙·24능소화가핀마당에서·26졸卒·28필요충분조건·30나무,봄·322부시간벚꽃이야기·34새벽의크로키·36일기예보·38오후세시·39저녁이불러오는것·40금요일오후·42오월의풍경·43삼월에내리는눈·44봄눈·45타오르는유월·46마들렌이놓인창가·48겨울비·50몇번의여름·51저녁의방식·525분·54저물어가는계절의용기에대하여·563부인간시간의부품·60틈·62오컴의면도날·63카나페·64눈물의경유·66영원성에관한고찰·67SNS·68모순·69선인장·70롤러코스터·71자존심·72영혼을위한습작·74정밀묘사·75카르마·76허虛·77복화술·78하나의창을닫는너에게·80이별에관한서사·82끝의끝·84멀어지는것들·864부그리고,첫손님·88낙타와바늘·89유로파·90감악위感樂位·91모기·92난다·94살·96워터볼·98우연한공존·99새로고침·100불로不老에대한오류·102나비·104산비둘기·105마름하며·106해설|강영은_유한속의무한,끝나지않는여름·107
유한속의무한,끝나지않는여름-장은영시집『몇번의여름』해설강영은(시인)장은영의시집『몇번의여름』은상실과재생의정서를깊이있게탐구하는시세계로우리를이끈다.시인은「시인의말」에서“어떤사람들에게서버려지고어떤사람들을버렸다”고고백하며,인연의길이에운명성이있기를바라는마음을내비친다.이처럼관계의단절과지속에대한통찰은시집전체를관통하는정조로자리하며,버려짐의쓸쓸함과그후의평온함까지도담담히응시한다.실제로시인은“마음이비어쓸쓸했고/마음을비워평온했다”-고말하며,끝나지않은나날속에새로운만남을맞이할용기도얻게되었다밝힌다.이처럼이시집은이별의아픔을사유와성찰로승화시킨한편의서사가되어독자에게다가온다.이시집은크게4부로구성되어,각부가‘공간’‘시간’‘인간’‘그리고,’라는제목을달고있다.이러한구성은시인이우주적공간에서시간의흐름을거쳐인간의내면으로,그리고마지막에열려있는‘그리고,’의여운으로우리를안내함을암시한다.공간과시간처럼거시적인차원에서출발한시선은결국인간의보편적경험(사랑과이별,삶과죽음)으로수렴되며,마지막의‘그리고,’는완결되지않은생의이야기가앞으로도계속됨을시사한다.이렇듯치밀한형식적구성은독자로하여금시집의흐름을하나의여정처럼느끼게한다.이제이시집에담긴핵심주제와미학을차례로살펴보려고한다.시간의순환과관계의성찰『몇번의여름』의가장두드러진주제는시간의순환속에서피어나는삶의통찰이다.시집의제목이기도한「몇번의여름」은이를상징적으로보여주는작품이다.누군가물었지당신의여름은몇번남았겠느냐고무성한계절이다가오면저무는방향을잊곤하였네마지막여름이면무얼바라야할까오오,미루어둔끄트머리것들좀봐먼저흐려진눈물샘을둥글게끌어안고버려도좋다고웅성거려온내밀한소음을해제하여압축된기억들이숨쉴수있도록수락한뒤몇개는홀씨같은조바심위에몽긋몽긋내려앉게도와야겠지치열할따름의성벽아래로후미진어딘가로흩어지더라도꽃이될심상은미움이란걸모르고자라어둠은환해지고슬픈잔상은투명해지고앓는일에골몰해온환영마저순한입술을닮아가겠지그리되어야겠지마지막은마지막여름이오기전에는-「몇번의여름」전문이시에서화자는“당신의여름은몇번남았겠느냐”고스스로에게묻고,다가올마지막여름을어떻게받아들일지고민한다.유한한시간에대한자각은삶의소중함과남은시간에대한숙고로이어지는데,시인은미루어두었던감정들과응어리진기억들을풀어놓고“압축된기억들이숨쉴수있도록”받아들인다.나아가슬픔과미움같은부정적정서를놓아보내어,그자리에서꽃처럼피어날새로운심상을기대한다.실제로화자는“꽃이될심상은미움이란걸모르고자라/어둠은환해지고/슬픈잔상은투명해”진다고노래하며,고통스러운기억마저도결국순한사랑의모습으로변모하리라는희망적확신을드러낸다.이러한변용을거쳐“마지막여름”을맞이할준비를하는과정은,시인이전하고자하는삶의순리와치유의메시지를집약한다.장은영의『몇번의여름』은개인적상처를보편적예술로승화한문학적성취를보여주는시집이다.이시집에서시인은시간과공간,인간의내면을아우르는거대한주제들을자신의언어로포착하여,하나의세계를구축해낸다.그세계는고통과치유가공존하고,이별과사랑이순환하며,현실과철학이만나는자리이다.시인은자신의문학세계를통틀어삶의진실을탐구하는구도자의모습을보여주는데,이는데뷔이래쌓아온시적내공이집약된결과라고할수있다.실제로2018년첫시집을펴낸이후줄곧“글을디자인한다”는평을받아온시인은이번작품집에서도언어와형식을정교하게디자인함으로써내용과형식면에서한단계도약한미학을선보인다.무엇보다도『몇번의여름』이독자에게선사하는가장큰아름다움은,학술적인사유와서정적인감수성이절묘하게어우러진시세계라는점이다.한편으로장은영의시는삶과인간에대한치열한물음을던지며,다른한편으로는그물음에대한시적인위로와해답을제공한다.“조바심을버리고능히내달리지말고멈추지않을따름으로/순환을거듭해온길/아린달빛이차고이지러지듯오래품어온내밀한나의무엇들/비우면비워지는대로놓으면흐르는대로/마침내절반의괜찮음도무결해지는것이다//무구한반달이회향한다”-「회향하는달」후반부예컨대「회향하는달」의마지막에이르면“비우면비워지는대로놓으면흐르는대로/마침내절반의괜찮음도무결해지는것”이라는깨달음에도달하는데,이것은집착을버린자리에서얻는평온을노래하는시인의목소리이자,읽는이에게전하는따뜻한철학이다.이처럼이시집은삶의끝없는순환과그속에서의해탈과구원에대한시인의독자적인해답을담고있다.따라서,『몇번의여름』은독자들에게방향성과여운을동시에안겨주는작품집이다.방향성이란,이시집이우리를상실에서희망으로,혼란에서평온으로나아가게하는정서적궤적을제시한다는의미이다.처음엔아프고쓸쓸하던마음이마지막엔“꽃이된다”는식의변증법적전환은,독자로하여금우리각자의삶에서도가능한치유를믿게만든다.이시집이마지막에“그리고,”를남겨두었듯이완결되지않은삶의아름다움을보여준다는뜻이다.시인은마지막에‘바리데기신화’를불러내며전체를맺는다.간절함과무심함사이에문이있다는통찰,그리고그문을열고들어가는용기는순박하다는진술은곧삶과죽음을모두껴안는태도로읽힌다.이는시집의첫질문,“당신의여름은몇번남았겠느냐”에대한하나의대답처럼마음에울린다.여름은유한하지만,그유한함을직시하고도살아내는일이곧인간존재의윤리임을일깨운다.다시말해,그것은「시인의말」에가까운울림이다.“버려지고버렸다/어떤사람들에게서버려지고/어떤사람들을버렸다/인연이길이를타고난다는말이참이길바랐다/참이라면덜아프고덜미안할테니//마음이비어쓸쓸했고/마음을비워평온했다/끝나지않은나날에누군가를만나겠지/예전만큼겁나지는않을것같다”-「시인의말」전문인연의길이가이미정해져있다면덜아프고덜미안할것이라는소망,그리고비워냄속에서찾아오는쓸쓸함과평온.이는시집전체가탐구해온존재와시간,관계와죽음의주제를간결하게압축한다.따라서“마름하며”는단순한에필로그가아니라,시집전체를관통해온사유의응축된결론이라할수있다.삶은버리고버려지는과정이며,그속에서남는것은쓸쓸함과평온이교차하는마음의질감이다.이처럼,장은영의시집『몇번의여름』은삶과죽음,관계와시간,세계와그너머를직조해낸깊은사유의결과물이다.그의언어에는타인의고통을감각하는예민한촉수와,그것을감내하고전환해내는단단한힘이공존한다.이힘이야말로시를읽는독자들에게위로와성찰을동시에열어주는원천이다.언어의실험,이미지의모험,사유의방향을주저하지않고밀고나간다면,시인의여름은계속될것이며,독자의여름또한그안에서함께이어질것이다.그감동과의미의발견은온전히독자의몫으로남아있기를바란다.시인의말버려지고버렸다어떤사람들에게서버려지고어떤사람들을버렸다인연이길이를타고난다는말이참이길바랐다참이라면덜아프고덜미안할테니마음이비어쓸쓸했고마음을비워평온했다끝나지않은나날에누군가를만나겠지예전만큼겁나지는않을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