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개 (양장본 Hardcover)

바다의 날개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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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차수경의 시집 『바다의 날개』는 제목 그대로 “바다”와 “날개”라는 두 개의 상징으로 시작된다.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며 기억의 깊은 저장소이고, 날개는 그 기억을 초월하여 다른 차원으로 비상하려는 인간의 열망이다. 시인은 “시의 바다로 항해는/ 늘 설렘과 긴장이다”(「시인의 말」)라고 말하며, 언어의 여정 속에서 자신이 존재하는 자리, 즉 시인으로서의 숙명을 스스로 고백한다. 그녀에게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내면의 시간과 삶의 층위를 비추는 거울이며, 날개는 그 거울 속에서 다시금 자신을 구원하려는 희망의 상징이다.
이 시집은 네 개의 부로 나뉘어 있지만, 그냥 그것은 일상의 단계, 삶의 감각, 기억의 재현, 그리고 신성으로의 회귀라는 하나의 원환적 구조로 이어진다. 각 부의 시들은 독립적인 서정을 지니면서도 전체적으로 ‘삶의 항해’를 은유한다. 언어의 시작에서 일상의 땀방울, 자연과 기억의 무늬, 그리고 마지막에는 바다와 신의 풍경으로 이르는 흐름은, 한 인간이 시간과 존재의 한계를 넘어 자유로 나아가려는 영혼의 여정을 보여준다.
차수경의 시는 삶의 미시적 감각과 신성의 원리를 동시에 품고 있다. 그녀의 시어는 화려하지 않지만, 정직하다. 사물과 풍경에 대한 관찰이 정교하며, 그 안에서 감정의 진폭이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그의 미학은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일상의 신성화이다. ‘감자를 캐며’나 ‘참깨를 볶으며’ 같은 시에서, 평범한 행위는 하나의 기도이자 제의로 승화된다. 둘째, 언어의 생명성이다. 그녀의 언어는 사물의 질감과 시간의 흐름을 품고 있다. “헐거워진 초침을 조이고/ 입안 가득 유연해지는 언어들”(「언어가 사는 집」)은 언어가 단순한 표상이 아닌 생명체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셋째, 그리움의 윤리이다. 이 시집의 정서는 늘 그리움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것은 슬픔의 감정을 여과하여, 존재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으로써 신앙적인 메시아와 대상에 대한 사랑에 관한 그리움에 더욱더 친화적일 것이리라. ‘바다는 그리울수록 날개를 더 넓게 편다’라는 시인의 언어는 곧 삶의 태도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필)
저자

차수경

충남서산에서태어나명지대학교문화예술대학원문예창작과에서『朴龍來詩의構造的特性硏究』로문학석사학위를받았고,2004년계간『창조문학』으로등단하였습니다.저서로는시집『갈대꽃연가』『물의뿌리』『바다의날개』가있고,여행산문집『샤론의외국문화기행』외다수의동인시집이있습니다.571돌한글날인천시장표창과한국문인협회이사장표창,인천예총예술상(문학)을수상하였습니다.현재인천문인협회부회장으로활동하고있습니다.

목차

1부

언어가사는집·12
샤벨우드슬랩·13
주름에대하여·14
대추나무아래서·16
반짝이는슬픔·18
사진을보며·19
오징어게임·20
물의꽃·22
초원의밤·24
불청객·26
다이어트의배후·28
떡권사울엄마·30
윷놀이·32
아침의농도·34
감자를캐며·36

2부

다림질·38
불법입주·39
미니사막·40
목구멍·41
갈등·42
겨울아침·44
조급함에대하여·45
아침찬가·46
신발단상·48
수석을보며·49
햇살은아직머물고·50
거울·51
그래도·52
하이빅스비·53
뿌리의일탈·54

3부
물방울가족·58
곶감을말리며·59
금낭화·60
적선과냉정사이에서·61
왕벚나무집할머니·62
가마솥·63
참깨를볶으며·64
새벽비·65
이방인·66
텃밭·67
설유화·68
목련이운다·69
유월이가네·70
꽃무릇·71
수마水魔·72

4부

바다의날개·74
동백꽃·75
갈릴리바다일출·76
흥정계곡불한증막·78
양수리兩水里에가면·80
용비지반영反影·81
정서진에서·82
을왕리해변·83
재인폭포·84
톤레사프호수·85
흔적·86
시월·87
라떼는말이야·88
오늘의햇살로·89
귀가순하다·90
누가대장이라고·92

해설|김영탁_존재의결을어루만지는신성神聖의시학·94

출판사 서평

존재의결을어루만지는신성神聖의시학
-생애서사와존재의결을어루만지는시적항해

김영탁(시인·『문학청춘』주필)


바다의날개로비상하는시적여정

차수경의시집『바다의날개』는제목그대로“바다”와“날개”라는두개의상징으로시작된다.바다는생명의근원이며기억의깊은저장소이고,날개는그기억을초월하여다른차원으로비상하려는인간의열망이다.시인은“시의바다로항해는/늘설렘과긴장이다”(「시인의말」)라고말하며,언어의여정속에서자신이존재하는자리,즉시인으로서의숙명을스스로고백한다.그녀에게바다는단순한풍경이아니라,내면의시간과삶의층위를비추는거울이며,날개는그거울속에서다시금자신을구원하려는희망의상징이다.
이시집은네개의부로나뉘어있지만,그것은일상의단계,삶의감각,기억의재현,그리고신성으로의회귀라는하나의원환적구조로이어진다.각부의시들은독립적인서정을지니면서도전체적으로‘삶의항해’를은유한다.언어의시작에서일상의땀방울,자연과기억의무늬,그리고마지막에는바다와신의풍경으로이르는흐름은,한인간이시간과존재의한계를넘어자유로나아가려는영혼의여정을보여준다.


언어의집에서시작된세계

1부의시들은언어,세월,가족,기억이라는기본적소재로이루어져있다.「언어가사는집」에서시인은‘자음과모음’이공존하는공간을“무질서속의평온함”이라부른다.언어는인간의감정과이성의경계에서살아숨쉬는생명체이며,시인은그언어의집을돌보는정원사처럼분주하다.차수경의언어는인위적수사보다는감각의숨결에가깝다.‘헐거워진초침을조이고/입안가득유연해지는언어들’이라는구절은언어가단지도구가아니라,삶의호흡그자체임을깨닫게한다.

「샤벨우드슬랩」에서는나무한그루의생애를통해존재의궤적을그린다.먼대륙에서이곳으로건너온나무는“옹이마저삼켜온너의생애”로요약된다.인간의삶또한그와같다는사실을,시인은고요하게비유한다.나무결속에새겨진시간의층위는‘추억을켜켜이도려낸’인간의기억과맞닿는다.그의언어는물질과정신의경계를넘어선다.나무의‘결’은생의흔적이자,언어의흐름이다.

오랫동안안팎으로
이력을새기며
선창까지다다른물결
진주를찾던날들이
거울앞에서포말처럼부서진다

바다를흔들던
바람의날개도
시간의속삭임마저도
무심하게지나쳐버린날들
꽃이지고겨울이오고
한옥타브높게
파도는또일렁인다

물결사이로드러나는숨결
구름의그림자는머물고
햇살의기억이창문을두드린다

은밀하게점령한주름의출처를
이제야읽어내는
새침한세월의꽃
-「주름에대하여」전문

시「주름에대하여」는시간의흐름과삶의역사가새겨진흔적인‘주름’을깊이있는성찰의대상으로삼고있다.주름을단순한노화의징표가아닌,생명력과아름다움,깨달음을담은세월의꽃으로승화시키는것이이작품의핵심이다.
바다와물결의은유와시간과삶을비유하는시의전반부는바다,물결,선창,포말등의해양이미지를통해주름의생성과정을역동적으로그려내고있다.‘선창까지다다른물결’주름을오랜시간쉼없이흘러온인생의물결에비유한다.‘선창’은삶의종착지나일시적멈춤의공간으로,그곳에이르러서야비로소과거를돌아보게된다.
방랑의세월을거듭한종착점은“진주를찾던날들이/거울앞에서포말처럼부서”지듯허망하게거품으로종결된다.그야말로보물찾기하듯,화려하고빛나는가치를찾아서세월의지층을쌓으며도달한공간은선착장이고거기서거품으로산화한다.진술상으로보면,지금까지무던히애썼던노력은허망하기그지없지만,화자는이러한세속적인일들이허무하고부질없음으로자각했다는걸스스로증명한것이다.헛된노력이라고각성하는순간,인생무상에도달하면서,겸허하게자신을낮추며담담하게수용한다.
그러니까젊음의열정과‘진주를찾던날들’(이상理想)이‘거울앞’(현재)에서부서지는포말(물거품)처럼덧없고아련한추억이되었음을뿐만아니라,각성의거울앞에마주선것이다.여기서‘포말’은찰나의아름다움과소멸의서정을동시에담고있다.

두번째연에서시간의흐름속에서개인이겪는무력감과그럼에도지속되는삶의생명력을대비시키고있다.“바다를흔들던/바람의날개도/시간의속삭임마저도/무심하게지나쳐버린날들”이란,삶을관통했던강력한바람의힘과은밀한영향을끼친속삭임조차도화려한시절이가고추운겨울이온다.쇠퇴와침체에도,삶의의지와생명력은‘한옥타브높게’더욱고조되어지속됨을보여준다.이는주름이단지쇠퇴가아니라,삶의지속적인파동과에너지가기록된결과임을암시한다.결국주름에‘무심하게’새겨져버린,거스를수없는세월의힘이돋을새김으로눈에밟힌다는것이다.

후반부로갈수록시선은주름을통해내면으로향하며,그의미를심화한다.“물결사이로드러나는숨결”은주름(물결)은가려진것이아니라,오히려존재의본질적인생명력‘숨결’을드러내는통로로부상한다.“구름의그림자는머물고/햇살의기억이창문을두드”리면서삶의어둡거나우울했던순간들과따스하고좋았던순간들이,주름속에‘머물고’‘기억’으로남아현재의공간으로감각하며호출하고있다.
“은밀하게점령한주름의출처를/이제야읽어내는”시간은주름은갑작스러운것이아니라,‘은밀하게점령’당한것이고,화자는비로소나이가들어서야그주름이어디서왔는지,즉삶의궤적을‘읽어내는’깨달음의순간을맞이하고있다.

마지막구절“새침한세월의꽃”은이시의가장아름다운역설적표현이자핵심으로작동한다.2연의“무심하게지나쳐버린날들”과연대하는‘새침한’세월은쉽사리자신을드러내지않고,다가오는이에게무심한듯굴었다.그러나결국그깊은의미를깨닫게하여,각자覺者로서의면모를보여주고있다.여기서‘꽃’은쇠퇴와대립하는생명력과아름다움의상징이다.주름은단순히‘흔적’이아니라,오랜세월을견뎌내고피워낸삶의정수,지혜,그리고아름다운결실임을선언하고있다.이시는주름을통하여인생의유한성과영속성,상실과깨달음이라는대립적인가치들을응축하여보여주고있다.즉,주름이라는,자기삶의이력을긍정하고존중하는태도와성숙한시선을독자에게선물하는수작이다.


익어가는사랑과세월의성찰

시「참깨를볶으며」는일상적행위인참깨를볶는과정을통해사랑과세월그리고‘어머니의일생’에대한깊은성찰과깨달음의서정시이다.좁은팬속에서튀어오르는작은참깨알갱이들은화자의내면세계와과거의시간을상징적으로압축하며,소멸과성숙이교차하는감동을전달한다.


팬속에쏟아놓은사랑한되
달궈지는낱말들을뒤적이는데

당신의주름같은지난이야기
알알이무르익어튀어오르고

되뇌어듣던어머니의일생을
나는가슴으로읽는다

세포깊숙이젖어있던
그리움이익어튀어오른다
-「참깨를볶으며」전문

시의중심소재인‘참깨’와‘볶는행위’는단순한요리를넘어사랑의연금술이며,시적은유로기능한다.“팬속에쏟아놓은사랑한되”안의‘참깨’는곧화자가간직해온‘사랑’이며,그양을“한되”라는구체적인단위로표현하여삶의충만한결실임을강조한다.참깨를볶는것은이사랑을익히고완성하는과정일것이다.“달궈지는낱말들을뒤적이”면,참깨가뜨거운열을받아익어가듯,화자내면의응어리지고미처표현하지못했던감정들이열기속에서‘낱말’로되살아나고있다.볶는행위는단순한뒤섞음이아니라,과거의기억과감정을능동적으로되짚어보는‘성찰’의행위가된다.

또한,시의핵심적인비유는참깨를‘당신의주름’과오로지어머니의시간에몰입된‘어머니의일생’으로연결하는부분이다.“당신의주름같은지난이야기”는참깨표면의미세한주름은세월의흔적이새겨진‘주름’으로환원한다.여기서당신은문맥상화자가깊이사랑하고존경하는대상,즉어머니를가리킨다.볶아지는참깨가‘무르익어튀어오르는’모습은어머니의고단했지만,충실했던지난이야기들이고통을감수하고벅차게되살아나는순간을포착한다.
“되뇌어듣던어머니의일생을/나는가슴으로읽”을때,화자는어머니의생애를단순히귀로‘듣던’이야기가아니라,이제는자신의전존재인‘가슴으로읽는’체험적깨달음의영역으로확장되고있다.참깨가튀어오르는소리는어머니의삶이응축된소리이며,그소리를통해비로소어머니의깊은마음을이해하게되는것이다.

마지막연은참깨볶는과정의궁극적인정서적의미를응축하여,그리움의승화와존재의정수를보여준다.“세포깊숙이젖어있던/그리움이익어튀어오”르는장면에서‘그리움’은단순히보고싶다는감정을넘어,어머니와의관계속에서채해결되지못했거나묻어두었던모든사랑과회한,그리고응어리진감정들을포괄한다.참깨가완전히‘익어튀어오르는’것처럼,화자의내면깊숙한곳에잠재되어있던감정의정수가폭발적으로해소되고,승화되는순간을경험한다.튀어오름은성숙의완성인동시에,억눌렸던감정이해방을맞이하여고양되고있다.

「참깨를볶으며」는극적사건없이‘참깨볶기’라는지극히평범한일상행위를관찰하고사유하고확장하면서비상한다.그러므로시간의흐름,사랑의본질,그리고어머니의희생적인삶에대한깊은깨달음에이르는시이다.참깨가열을받아톡톡터지며향을내듯,삶의고통과숙성이있어야비로소진정한사랑과깨달음의향기가우러나온다는보편적인진실을,간결하고도강력한이미지로제시하는뛰어난작품이다.시는이처럼작은참깨한알에서한존재의숭고한역사를발견하는서정적깊이를성취할뿐만아니라,평범속에서위대함을발견한차수경의시안詩眼이드높다.

「참깨를볶으며」와「떡권사울엄마」는연대하고있는데,‘떡’은희생과대속적인상징물로기능하면서,사랑의대속적실천으로작동한다.이시는‘떡권사’라는별명을가진어머니와그어머니의떡에얽힌개인적인추억과정서를진솔하게그려낸작품이다.시간의흐름과세대의전이를배경으로,떡을매개로한어머니의사랑과자식의그리움,그리고역지사지易地思之의사랑의실천을감동적으로노래하고있다.

떡권사별명을가진울엄마,떡을잘만들어서떡권사이고떡을좋아해서떡권사이지,구순가까운날까지떡만들어나누고자식먹이는게행복이었지,어린날부엌광시렁에는늘떡광주리가있었지,우리형제들은생쥐처럼들락거리며떡한덩이씩잘도물어날랐지,햇살좋은겨울날추녀밑에서제기차기하며살얼음낀떡을먹던맛은지금도잊을수가없지,아궁이앞에서형제들둘러앉아김이피어오르는떡시루를바라보며기다림도꿈만큼이나커졌지,세월은입맛을묘하게바꾸어놓았지만,때때로그맛이그리운것은엄마의사랑이고픈거겠지울엄마가살림에서손을놓은후떡시루에는다시김이피어오르지않았지“나는떡을먹어야사는데,요양원에가면노인들한테떡을안준다더라”걱정스러운듯말하는떡권사울엄마,세대를거슬러이제내가병상에누운엄마에게손수떡을만들어드리지,찹쌀을물에불려찜솥에찐다음절구에넣고메질한덩어리를꺼내콩가루를묻혀썰어내는떡권사의부록쯤되는인절미라는거지,고운듯덜고운듯씹히는맛이가슴을녹이지,울엄마가내입에넣어주던대로나도그사랑까지얹어서엄마에게드리지,내사랑도곱게씹어주기를바라며왜그리눈시울이붉어지는지,창가에겨우내봉우리를품어피워낸주홍빛군자란꽃이시들어가네
-「떡권사울엄마」전문

작품의핵심인물인어머니와그어머니를상징하는‘떡권사’라는별명을명확히제시하고있다.‘권사勸士’라는종교적직분과‘떡’이결합한이별명은,어머니가떡을만들고나누는행위가마치봉사나전도와같은숭고하고헌신적인사랑의실천이었음을함축한다.‘울엄마’라는표현은화자의어머니에대한친근함과애틋한정서를드러내는사랑의기호이다.
이시에서‘떡’은단순한음식을넘어서,사랑과헌신으로떡을만들고나누는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