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언덕에서 길을 찾다 (구재기 평론집)

시의 언덕에서 길을 찾다 (구재기 평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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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를 향한 깊은 애정과 믿음,
그리고 시의 본질을 통찰하는 시안(詩眼)!
구재기 평론집 『시의 언덕에서 길을 찾다』는 한국 현대시의 깊은 결을 더듬어가며, 시 속에서 삶의 진실을 길어 올리는 비평의 모범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시인으로, 그리고 비평가로 활동하며 축적한 감각과 사유를 바탕으로, 동시·서정시·서사시 전반을 종횡하며 작품 속에 숨은 세계관, 존재의 구조, 인간의 정서를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해석해낸다.

이 평론집의 가장 큰 특징은 “짙은 사랑의 감각”이다. 첫 장을 열면 나태주의 『외할머니』를 분석하며 ‘결 고운 사랑이 말하는 것’을 찾아 나선다. 버려진 것, 잊힌 것, 소박한 사물과 일상의 언어 속에서 피어나는 온기의 결을 포착하며, 동시라는 장르가 지닌 생명력과 순수성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는 시를 향한 저자의 근원적 신념-“시는 마음의 뿌리에서 돋아나는 고운 싹”-과 맞닿아 있다.

2부와 3부에서는 존재와 선험, 그리고 삶의 진성(眞性)을 탐구한다. 이은자, 김재천, 정명순, 정덕채 등의 작품을 비평하며, 저자는 시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언어가 아니라, 현실 너머의 의미를 포착하여 독자가 “생각의 문턱을 넘어가도록” 이끄는 통로임을 강조한다. 특히 이은자의 『인간의 사막』을 분석하며 제시하는 “홀로 있기와 존재하기의 차이”, 그리고 “습관→영감→이성”으로 이어지는 시적 형성 과정은 문학비평적 깊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대목이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작품 해설을 넘어, 문학이 시대와 인간에게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품고 있다. 진명희의 『여정』에서 ‘시가 가지는 역사성’을, 유금숙의 『해변의 식사』에서 ‘포말(泡沫)의 시학’을, 최명규의 『빈 새장의 문을 열어놓다』에서는 ‘빈 자리의 의미’를 꺼내며, 시가 존재의 비어 있음과 채워짐, 상실과 회복, 침묵과 발화 사이에서 길어 올리는 의미의 구조를 섬세하게 분석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변화·투쟁·극복의 시학이 펼쳐진다. 시는 상처를 통해 견고해지고 체험을 통해 성숙해진다는 믿음 아래, 김명수, 박보현, 박여람, 정중화 등의 작품을 통해 시 텍스트가 어떻게 “삶의 진성”을 발견하게 하는가를 나직하지만 단단하게 설명한다. 특히 정중화 『냉장고를 사야하는 이유』의 분석은 일상의 사물이 어떻게 인간 내면의 윤리와 감정의 진동을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주는 비평적 백미다.

『시의 언덕에서 길을 찾다』는 제목처럼, 시라는 광대한 숲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언어의 징검돌’을 건네는 책이다. 시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깊은 공감과 사유의 기쁨을, 시를 공부하는 학생과 연구자에게는 탁월한 분석의 모범을 보여줄 것이다. 무엇보다 이 평론집은 한 평생 시와 동행해온 저자가, 마지막 달력을 넘기며 독자에게 건네는 고백처럼 읽힌다.

“시의 언덕은 언제나 흐름 위에 있으며, 그 흐름을 건너는 징검돌이 바로 시다.”
이 책은 그 징검돌 중 가장 단단하고 투명한 것을 독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비평의 기록이다.
저자

구재기

충남서천내서태어나1978년『현대시학』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모시올사이로바람이』(2018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아르코문학창작기금수혜작품집)『농업시편』『휘어진가지』『목마르다』『물소리를찾다』『솔숲,정자하나』등20여권이있고,시선집『구름은무게를버리며간다』,수필집『들꽃과잡초사이,사람이산다』,평론집『절정(絶頂),그광야(曠野)의외침』『시향(詩鄕)의존재(存在)와그의미』등이있다.
충남도문화상,시예술상본상,대한민국향토문학상,충남시협본상,정훈문학상,한남문인상,신석초문학상,한국문학상,대한민국예술문회대상등을수상했고,충남문인협회장,충남시인협회장등을역임했다.현재(사)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으로활동하면서,고향집을〈산애재(蒜艾齋)〉라당호를붙이고는꽃과나무그리고잡초와더불어살아가고있다.

Cafe:산애재(蒜艾齋http://cafe.daum.net/koo6699)

목차

책머리에ㆍ5

제1부 시(詩)의맑은물
결고운사랑이말하는것ㆍ12
-나태주의첫동시집『외할머니』의시세계

제2부 선험(先驗)에서의미찾기
홀로있기,혹은존재하기ㆍ28
-이은자시집『인간의사막』의시세계
삶의길과그사유(思惟)의길ㆍ46
-김재천시집『그대,어디있는가』의시세계
풍자(諷刺;Satire)와기지(機智;Wit)사이ㆍ69
-김순일시집『우울한햇빛』의시세계
차이(差異)에서만난동일화(同一化)의정조(情操)ㆍ88
-정명순시집『한개차이』의시세계
보이는현실과보이지않는현실의존재ㆍ107
-정덕채시집『백수의새벽밥상』의시세계

제3부 삶의진성(眞性)과그발견(發見)
시(詩)가가지는역사(歷史)의진정한의미ㆍ128
-진명희시집『여정(旅情)』의시세계
포말(泡沫)의시학(詩學),그생성(生成)과소멸(消滅)의기억들ㆍ161
-유금숙시집『해변의식사』의시세계
빈자리를위한시학(詩學)ㆍ180
-최명규시집『빈새장의문을열어놓다』의시세계
새로운의미찾기로의시학(詩學)ㆍ201
-이희영시집『숨어사는그리움』의시세계
무언(無言)·묵언(黙言)으로의대화(對話)ㆍ214
-강석화시집『개망초영농기』의시세계

제4부변용(變容)과극복(克服)의지
자아(自我)발현(發現)에서만난충돌(衝突)의시학(詩學)ㆍ234
-김명수시집『바람에묻다』의시세계
‘그리움’의방향성과삶의정체성ㆍ256
-박보현시집『구름에그리움을조각한다』의시세계
현실적삶의극복의지로서의시ㆍ273
-박여람시집『나의숲이시가될때』의시세계
체험(體驗)으로부터의살가운삶의추구(追求)ㆍ291
-이영희시집『소리가뜨겁다』의시세계』
견고(堅固)한삶,최선(最善)의실현(實現)ㆍ312
-정중화시집『냉장고를사야하는이유』의시세계

출판사 서평

구재기의평론집『시의언덕에서길을찾다』는한국현대시의형성과정,정서구조,존재론적기반,그리고시적언어의작동방식에관한장기적관찰과비평적사유를집대성한결과물이다.본평론집은20여년이상의비평활동을통해축적된저자의내면적사유를체계적으로정리하고,이를작품분석이라는구체적장면속에서증명해내는작업이다.본서평은평론집에내재된비평이론의구조적특징,각장에서전개되는시적언어에대한해석의방식,문학적개념의재정의,사회문화적맥락속의시읽기의가능성을다층적으로검토하고자한다.이를통해본평론집이오늘의한국문학계,특히시연구분야에서가지는의의와확장가능성을보다학술적으로조명하고자한다.

1.서론:시적사유의구조를분석하는비평의모범
『시의언덕에서길을찾다』는단순한작품해설집이아니다.이평론집은시를둘러싼상징체계,존재의구조,사물의인식방식,감정의발생메커니즘,그리고시와삶의상호작용을분석하는철학적텍스트에가깝다.시를단지미적언어의집합으로접근하지않고,“세계와정신을연결하는사유적매개물”로규정하는관점이책전반을관통한다.저자구재기는시를“마음의뿌리에서돋아나는고운싹”이라고정의하는데,이는시적언어에서‘자연성’‘직관성’‘정서의직접성’을가장중요한요소로간주하는그의비평철학을압축한다.

시인은언어를통해세계를재현하는자가아니라,언어를통해세계를다시구성하는존재이다.이러한관점에서저자는시인이자신의내면적경험과세계인식을언어의층위로상승시키는과정을‘징검돌’의메타포로설명한다.한편의시가구성되기위해서는감각적경험→정서적반응→언어적선택→상징적구성→의미적확장의단계가필요하며,저자는이를언어학·현상학·심리학적요소와결합하여체계적으로분석한다.

따라서본평론집은시학(詩學)연구에있어경험적접근과철학적접근을통합하는일종의“통합적비평모델”을제시한다는점에서의의가있다.

2.제1부:동시(童詩)의구조속에서발견되는순수정서의층위
제1부에서는나태주의동시집『외할머니』에대한광범위한분석이이루어진다.저자는동시를‘아동문학’이라는제한된문학적범주로보지않고,가장원초적인정서의언어,즉인간내면의순정(純情)적감각이가장직접적으로구현되는문학장르로규정한다.이때중요한것은시가어린이를위해만들어졌다는외형적특징이아니라,‘정서의심층구조’를드러내는그본질적기능이다.

저자는동시속에서반복적으로등장하는“버려진것들”-감알두어점,말라가는꽃망울,개나리꽃,길가의어린아이들-에주목하며,이는곧시인이지닌‘존재론적감수성’의표현이라고분석한다.버려진사물은사회적기능을상실한대상이지만,시인의눈을통해다시세계속의의미로복귀한다.이과정은시적언어가사물을‘재명명(re-naming)’하는행위임을보여주며,시가현실을변화시키는미학적힘을가진다는사실을입증한다.

동시는감정의단순한표출이아니라,‘단순함속에정제된구조’를가진언어예술이다.저자는이러한단순함이야말로시적언어의근원적힘이라고주장한다.동시를분석하는과정에서드러나는저자의시학적관점은“정서의본질성,언어의자연성,사물의생명성”이라는세가지축으로정리될수있다.

3.제2부:선험에서의미찾기_존재론적시학의정교화
2부의핵심은“홀로있기와존재하기”의구분이다.이는단순한언어적구분이아니라,시적사유의구조를설명하는철학적개념이다.홀로있기란사물이단독으로존재하는물리적상태이며,존재하기란사물이의미관계속에서자리를획득하는상징적상태를말한다.

저자는이은자의시를분석하면서,시적언어는‘홀로있는사물’을‘존재하는사물’로변환하는과정이라고규정한다.이러한변환은감각적자극→인식의형성→정서의발현→의미의생성→상징의구축이라는다층적단계를거친다.

특히저자가제시하는“행위→지각→구체적제시→감정의움직임→이성적재구성”이라는5단계구조는시의탄생과정에대한탁월한분석모델이다.이는문학텍스트분석을넘어,시인이세계를인식하는방식을해부하는일종의인지시학(cognitivepoetics)의접근이라고볼수있다.

예컨대「내마음의지옥」분석에서,벌레라는사소한사물은단순한물리적존재가아니라,화자의심리적상태를투사하는상징적장치로전환된다.이과정은사물의존재론적지위가분명히변화하는사건이며,바로이러한변화의순간에서시는탄생한다.

저자는시인의사유과정이“습관→영감→이성”의순환구조로이루어져있다며,이는칸트의선험철학이나하이데거의존재론적사유와도일정하게맞닿아있다는점에서흥미로운철학적확장가능성을가진다.

4.제3부:삶의진성(眞性)과발견의시학
3부는시가어떻게인간존재의근원에접근하는지를보여주는중요한장이다.저자는시가단순히정서를전달하는수단이아니라,인간의실존적경험을구조화하는방법이라고말한다.진명희,유금숙,최명규등다양한시인의작품을분석하면서,시가‘경험의진성’을드러내는방식을탐구한다.

특히저자가제시하는“포말(泡沫)의시학”은중요한비평개념이다.포말은생겨나자마자사라지는일시적존재이며,이는인간의감정과기억의구조를비유하는데매우적합한상징이다.시는이러한사라짐의순간을붙잡아의미화한다.저자는이를두고“시적언어의시간성”이라고부른다.

또한“빈자리의시학”분석에서는,시가말하지않은것-침묵,결핍,공백-이오히려더큰의미를생성할수있는언어적역설구조를설명한다.현대시에서생략과압축,공백의활용이의미확장의핵심전략이라는점을밝히며,이는미학적해석의중요한지점을제공한다.

5.제4부:변용과극복_인간내면의윤리적갱신을이끄는시
4부에서는시를‘변용(transformation)의언어’로규정한다.인간은상처와결핍을통해변화하고,시는이변화를언어적·상징적으로재현한다.김명수,박보현,박여람,이영희,정중화등의작품을통해저자는시가어떻게상처의심리적구조를재편하고,극복가능성을제시하는지를설명한다.

정중화『냉장고를사야하는이유』에대한분석은특히인상적이다.냉장고라는일상적사물은인간의생존감각,소비문화,기억의저장,정서적온기등다양한의미의층위를가진다.사물은시인의인식속에서단순한대상이아니라,존재를비추는‘거울’로변환된다.

저자는일상의사물을통해인간존재의본질을탐구하는전략을“구체적사물론적시학”이라부를만한지적장치로발전시킨다.이는바슐라르의물질적상상력이론과도연결될수있는부분이며,현대시연구에서중요한분석축이될수있다.

6.평론집의이론적특징
본평론집의비평방법론은크게네가지축으로요약할수있다.

(1)존재론적접근:사물과정서의구조를단순한감각차원이아니라존재차원에서해석한다.
(2)인지시학적접근:시인의인식과정과감정발생기제를단계적으로분석한다.
(3)현상학적접근:대상과의만남,감각의진동,의미의현전(現前)을중요한분석지점으로삼는다.
(4)언어철학적접근:시적언어를단순한표현이아니라세계를구성하는상징체계로본다.

이네가지접근은한국현대시비평이한층더철학적·학술적깊이를갖추는데결정적인기여를할것이다.

7.결론:시의언덕을건너는지적여정
『시의언덕에서길을찾다』는시를단지텍스트가아닌‘사유의장’으로확장하는작업이다.저자는시를통해세계를읽고,시를통해존재를묻고,시를통해인간을본다.이책은한국시연구의중요한전환점을상징하며,시를사랑하는독자뿐아니라현대시연구자와문학비평가에게도새로운분석모델을제시한다.

본평론집의가치는단순한해설을넘어,시를둘러싼복합적층위를통합적으로분석하는데있다.언어적·철학적·심리적·미학적관점을모두아우르며,시가여전히세계를사유하는중요한도구임을증명한다.

이책은결국“시적사유의지도를그리는작업”이다.그리고그지도는독자가시의언덕에서길을잃지않도록돕는하나의지식적나침반이된다.책을덮는순간,독자는저자가건네는다음의메시지를자연스럽게떠올리게된다.

“시는언어가아니라세계를건너는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