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핀 꽃 (전대선 수필집)

기다림 끝에 핀 꽃 (전대선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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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수필집 『기다림 끝에 핀 꽃』은 전대선 작가가 삶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건져 올린 기억과 풍경, 그리고 사람과 시간의 의미를 담아낸 서정적 산문집이다. 전작 이후 오랜 시간 차분히 삶을 되짚으며 써 내려간 이번 책은, 작가가 걸어온 인생의 길목과 그 안에 스며 있는 가족·고향·사계·일상의 빛들을 따뜻하게 비춘다. 특히 노모를 돌보며 체감한 존재의 유한함과 삶의 무게, 고향 서천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사계와 숨결, 가족이 주는 사랑과 울타리, 그리고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기쁨들이 수필 곳곳에서 깊이 있게 드러난다.

이 수필집은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어디쯤 가고 있을까’에서는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회한이 잔잔하고도 깊은 서정으로 펼쳐진다. ‘서천의 사계’와 ‘금강 하구언의 숨’ 등 고향의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한 애착과 생명의 은유로 가득하다. 2부 ‘바늘로 그리는 그림’에서는 삶을 함께한 집과 가족, 그리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행복의 조각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3부 ‘무보수 비서’에서 어머니와 자녀 세대 사이에 이어지는 보살핌의 연대, 성장의 통로로서의 가족을 중심으로 삶의 깊이를 탐구한다.

이어지는 4부 ‘안식의 끈, 고향집’에서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고향집을 중심으로 근원적 향수와 기억의 풍경을 되살리며, 인간이 어디에서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지를 보여 준다. 5부 ‘흰 가운의 무게’에서는 의료인의 삶을 살아온 작가가 경험한 환자와의 만남, 인간의 생명과 아픔에 대한 성찰이 진솔하게 기록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 잊힌 기억, 오래된 집, 연약한 가족의 몸짓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시선은 수필이 지닌 본연의 힘-‘기록과 회상의 문학’을 정점에서 보여 준다. 더불어 글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사랑, 감사, 기다림, 그리고 희망이다. 비극적 순간에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작가의 문장은 독자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며, 삶의 작은 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기다림 끝에 핀 꽃』은 독자에게 일상의 시간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사색의 여정을 제공한다. 조용히 읽히지만, 읽고 나면 오래 마음에 남는 울림을 가진 책이다. 삶의 본질을 묻고 싶은 이, 오래된 풍경과 기억의 온기를 되찾고 싶은 이에게 특히 깊은 위로가 되어 줄 한 권이다.
저자

전대선

목차

서문|지금,이순간이선물이다·4
추천사|사색과성찰의시간을선물받다-김정민·6

Ⅰ.어디쯤가고있을까
어디쯤가고있을까·12
서천의사계·17
내안의뜰·21
금강하구언의숨·26
옛길은추억의그리움이다·31
기다림그리고시작·36
때가되면피는꽃·41
낯선그녀·46

Ⅱ.바늘로그리는그림
그자체만으로도완벽한집·52
봄빛처럼찬란한나날·57
뭍에오른조각배·62
인생을함께하는집·67
다시,수학여행처럼·72
이순이손짓하는즈음·78
바늘로그리는그림·83
어머니의여름·88

Ⅲ.무보수비서
숲으로간다·94
아름다운이별·99
청년이된남자·103
둥지를날다·107
어머니의삼계죽·111
손님에서가족으로·115
행복한숙제·120
무보수비서·125

Ⅳ.안식의끈,고향집
달콤한정원·132
안녕,숨터·136
안식의끈,고향집·141
달마중·146
멈춘시계·152
해바라기사랑·156
어둠이짙을수록달은밝다·162
공포와악몽이지나간자리·166

Ⅴ.흰가운의무게
마당넓은집·172
번개를치다·177
뿌리깊은나무·182
삶의경계를넘다·187
서림문학동인회와나들이·191
아름다운사람은언제나아름답다·195
흰가운의무게·199
한여름날의미열·204

서평|기다림끝에핀꽃-장석영·210

출판사 서평

전대선의수필집『기다림끝에핀꽃』은삶의가장깊은자리에서건져올린정서와기억을바탕으로쓰인서정적산문이자,현대적감수성과전통적삶의가치가조화롭게공존하는보기드문에세이집이다.이책은전작이후오랜시간축적된경험과성찰을바탕으로,작가가다시한번인생의의미를천천히되짚고기록한결과물이다.전체적으로는‘삶의회고와현재의충만’‘가족의시간’‘고향과자연의생명성’‘일상의사소한순간에대한감사’‘돌봄과사랑의윤리’등을핵심주제로삼아사람과시간,기억과사물,생과사가어떻게인간의내면에서합류하는지를세밀하게탐구한다.

전대선의글쓰기는일상의사소한움직임에서존재의본질을포착해내는데탁월하다.그의글속문장들은소란스럽지않지만깊게스며들며,특별한장치나의도된감정의과장이아니라담담한시선과성찰의호흡으로독자를이끈다.이러한문체적특징은이책전체를관통하는핵심적미덕이다.그의글은눈에띄는미사여구보다는일상적표현의소박함을통해울림을창조하고,작가자신이지나온삶의궤적과그안에서마주한인간의보편적경험을자연스럽게끌어올린다.

이책은다섯개의장으로구성되어있으며,각장마다주제와정서의흐름이안정적으로이동한다.그러나단순히주제를묶은구성이상의의미가있다.다섯개의장은‘삶의여정’,‘돌봄과성장’,‘고향과자연의시간성’,‘사랑의윤리’,‘인간적연대’라는키워드를중심으로상호반향하는구조를이루며,전대선이라는한인간이걸어온시간을관통하는사유의지도를제공한다.이서평에서는각장의문학적특성과이론적의미망을함께분석함으로써전대선의수필이지닌가치와현대수필문학에서의위치를조명하고자한다.

들어가며

제1부존재의근원으로향하는질문:‘어디쯤가고있을까’

첫장에서핵심이되는정서는‘돌봄의시간’과‘존재의유한성에대한통찰’이다.작가는요양병원에계신어머니의모습과시들어가는육체를바라보며,존재의본질적인유약함과인생후반의덧없음을깊은마음으로포착한다.이때그의글은단순한회상을넘어‘돌봄’을수행하는자의내면적상태를정직하게드러낸다.

전대선의글이갖는미덕은,노모를돌보는과정이‘의무감’이나‘희생’이아니라‘존재의순환을긍정하는자연적감수성’에기반하고있다는점이다.어머니가아기가되어가는모습을보며작가는슬픔과애틋함을동시에경험한다.여기서작가가던지는질문,“어디쯤가고있을까”는단순히어머니의신체적상태를묻는것이아니라인간존재가삶의끝자락에서어디로향하는가의실존적물음이다.

노년의신체에대한서정적관찰
작가가묘사한어머니는더이상‘과거의어머니’가아니다.기억을잃어가고,눈빛은흐려지고,몸은유약해지고,언어는사라져간다.이묘사는현대수필에서자주등장하는소재이지만,전대선의문장에는분명한사실묘사나슬픔의과장대신존재에대한섬세한윤리적배려가담겨있다.

어머니의손톱이갈라지고,욕창을막기위해체위를바꾸고,혈관을찾지못해장딴지에바늘이꽂히는장면들은삶이끝자락에서얼마나유약한존재로변화하는지를보여준다.그러나그는그유약한모습을‘아름다운퇴행’으로받아들인다.이것은단순한미화가아니라,생로병사의구조속에서‘돌아감’이라는필연적흐름을인정하는태도이며,이는동양적생명관과매우유사한정조다.

이별의시간과사유의공간
작가는어머니와눈을맞추는잠깐의순간을통해삶의불가역적인흐름을실감한다.순간의눈빛은희미한빛임에도불구하고삶전체를요약하는듯한감정적진동이있다.이장면에서수필은단지사실을기록하는문학이아니라“시간이지닌영혼의층위”를드러내는문학으로확장된다.

그는어머니의삶을통해‘부모로부터받은사랑의시간’을되돌아보고,그사랑을다시돌려주는일을인생의자연스러운‘반환점’으로이해한다.이러한순환적구조는이수필집전체의핵심사유를이루는주제다.즉,사랑이돌고돌아완성되는지점에서인간은비로소자신이살아온삶의구조를깨닫는다.

제2부일상의사물과풍경에새겨진의미:‘바늘로그리는그림’

2부에서는삶을함께해온‘집’과‘가족’,그리고일상의순간들이중심주제가된다.전대선은일상의사물을바라보는시선을통해삶의다른층위들을열어보인다.예컨대집을묘사할때그는단순한건축물이아닌‘삶의그릇’이자‘세대간의기억을품은장소’로바라본다.

사물에생명을부여하는문체
전대선의문장은때로사물을사람처럼다루고,사람을사물처럼다루기도한다.이는바슐라르(GastonBachelard)의『공간의시학』에서설명하는“집=인간정신의내면적구조”라는관점과연결된다.전대선은집의마루,창문,바람,햇살,장독대등을묘사하면서사물이갖는‘시간성(time-ness)’을포착한다.

그에게집은단순한공간이아니라,인간의기억이작동하는심리적장소이며‘나’와‘우리’를연결하는매개물이다.이관점은작가의수필이단순한회상의글을넘어사물의인문학적의미를탐구하는기록문학으로확장되는지점을보여준다.

가족의시간성을기록하는글쓰기
집과가족의이야기는필연적으로시간성과얽힌다.가족이함께한계절,떠나간사람의흔적,집에남아있는잔향같은것들이하나의‘기억의서랍’을열듯등장한다.이과정에서작가는특정사건을설명하는것이아니라,사건을둘러싼기억의감정적진동을기록한다.

이때그의글은‘기억의문학’과‘감정의문학’이교차하는지점에서작동한다.전대선의문장은시간이지나면서사라진것들속에서새로운의미를발견하는데탁월하며,이를통해수필이지닌근본적기능-“잊혀가는것들을붙잡아의미로되살리는힘”을증명한다.

제3부-돌봄의윤리,가족의윤리:‘무보수비서’

작가가가족과맺는관계를바탕으로‘돌봄(care)’에대한윤리적사유를전개한다.특히어머니와자녀세대를연결하는돌봄의사슬은가족과사랑,책임의윤리에관한심층적탐구를가능하게한다.

돌봄의윤리학
현대사회에서가족간돌봄은종종부담과의무로여겨지지만,전대선에게돌봄은‘존재의본래적관계’에서자연스럽게흘러나오는행위이다.그가“무보수비서”라고이름붙인글에서드러나듯돌봄은경제적보상을상정하지않는순수한행위이다.

실제로발달한돌봄윤리이론(캐럴길리건,넬노딩스등)은돌봄을인간관계의근본적원리로본다.전대선의글은이러한윤리적전통과맞닿아있으며,그는가족을돌보는일을‘삶의본질을깨닫는과정’으로바라본다.

성장의문학으로서의수필
전대선의수필은자신과주변인물의성장을기록하는‘성장서사(growthnarrative)’의성격도갖는다.특히자녀가성장해어른이되어가는모습을바라보는시선은삶의연속성과세대간의관계를사색적으로제시한다.

그의글은부모-자녀관계의역동성을무겁지않게,그러나깊은울림으로풀어내며,이를통해수필이가진‘세대간감수성의문학’이라는성격이잘드러난다.

제4부고향과자연의생명성:‘안식의끈,고향집’

이장은전대선수필의중심정서중하나를구성한다.고향서천의풍경과그자연이지닌생명력은그의글에서반복적으로등장하며,이를통해인간과자연의관계,그리고기억의본질에대한탐구가이어진다.

자연을바라보는시적사유
전대선의자연묘사는단순한풍경묘사가아니다.자연은작가에게‘시간의목격자’이자‘내면의거울’이다.예를들어금강하구언의갈대,서해의바람,봄의새싹,숲의피톤치드등은자연이인간에게주는위로와재생의기호들이다.

자연이인간을치유한다는주장은심리학적·철학적관점에서이미보편적가치를인정받고있으며,그의글은이러한관점을문학적으로구체화한다.자연은작가에게다시태어나는공간이며,인간이살아가는이유를되묻는공간이기도하다.

고향집의상징성
고향집은단순한생활공간이아니라‘존재의근원’을상징한다.어머니가있던집,유년의시간,오래된담장,텃밭의나무와풀들,문을여닫을때들리던소리등은모두작가의기억과깊이연결되어있다.

이러한고향서사가작가의수필을더욱문학적으로만드는요소이며,이는“장소의정체성(place-identity)”을강조한현대인문지리학이나기억연구와도조응한다.장소는인간의정체성을만드는데중요한역할을하며,전대선의수필은이러한장소성과정체성의관계를문학적으로구현한다.

제5부삶과죽음의경계에서:‘흰가운의무게’

마지막장은작가의직업적경험,즉의료현장에서마주한인간적고통과생명의무게를바탕으로구성된다.여기에는의료인의시선에서바라본‘생명의존엄성’,‘고통의서사’,‘인간적연대의가능성’등이촘촘히담겨있다.

생명에대한통찰
의료인으로서작가는생명의탄생과마침을모두목격한다.그는의료현장을‘삶과죽음이동시에존재하는장소’로바라본다.이러한관점에서그의문장은단순한경험담이아니라인간실존에대한철학적성찰로확장된다.

인간적연대의가능성
의료인과환자의관계는단순한전문적관계가아니라,인간대인간의관계이다.작가는그관계속에서발생하는정서적울림을섬세하게포착한다.환자의고통,가족의걱정,치료과정의긴장감등은단순한사건으로서술되지않고,인간의불완전함을받아들이는태도로그려진다.

나가며;인간의시간을기록하는문학
전대선의『기다림끝에핀꽃』은한인간의사적기록을넘어현대수필문학이지닌근본적가치를재정의하는중요한작품이다.이책의핵심가치는‘기억과사라짐의문학으로사라지는것들을붙잡아의미의층위로올려놓는능력이탁월하다.돌봄의윤리를담은문학으로써인간존재의본질적관계를정직하게기록했다.또한,자연과장소의문학으로고향과자연은존재의근원을묻는사유의공간으로등장한다는것이다.그리고과거와현재가어우러져삶의전체구조를비춰보는통찰이있다.문인과의료인의시선으로포착한생명의무게는현대수필에서보기드문깊이를보여준다.’

전대선의문장은조용하고담백하지만,그속에는지혜,사랑,감사,희망이라는거대한정서적힘이흐른다.그의글을읽는다는것은인간의삶이얼마나연약하면서도단단한지를이해하는일이며,인간이서로를이해하고돌보는이유를다시확인하는일이다.

『기다림끝에핀꽃』은독자에게위로와생각,그리고마음의재생을제공하는책이다.이책을덮는순간독자는깨닫게된다.삶의의미는거창한사건이아니라,순간의작은빛속에존재한다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