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다소곳 (신병은 시집)

꽃, 다소곳 (신병은 시집)

$12.01
Description
이번 시집에 담긴 신병은 시인의 작품들을 독서하는 우리들은 심정적으로 자못 여유롭거나 느긋해지고 이에서 연유한 달관의 표정 또한 살필 수 있었다. 이제 신병은 시인은 그가 구사한 시적 언어들이 인생을 담아내는 그릇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과 이들에게 다가가서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노래했는가를 그가 의도한 대로 살피는 것은 우리의 소임일 터이다. 『꽃, 다소곳』을 독서하는 일은 언어적 서정성으로 한 시인의 시적 성찰을 마주하는 일이고 그것은 다르게는 자연의 순환, 인간 존재의 미학적 겸허함을 ‘삶의 인문학’으로 펼치는 일이라 할 것이다. 또한 이 시집은 일상의 소소한 관찰을 통해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언어로 노래 될 수 있는가를 물어가며 ‘다소곳함’이라는 언어적 의미와 정신을 서정성에 기반한 윤리적·미학적 언어로 살피고 있다. 제목인 『꽃, 다소곳』이 말하는 것처럼 그 자체로 그가 헤엄쳐온 인간적 삶의 자별함을 자연물에 걸어 시작품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시인은 “꽃”을 인간과 삶의 높은 상징으로, 차용하는가 하면 “다소곳”이라는 형용사로 존재적 태도 또한 그려내고 있다.
- 김종(시인·화가)
저자

신병은

경남창녕에서태어나1989년'시대문학'신인상으로문단에나와시집으로'바람과함께풀잎이','식물성아침을맞는다','강건너풀의잠','바람굽는법','시와그림이있는풍경'을펴냈다.한국문인협회,한국시인협회,국제펜클럽한국본부회원이며전남시문학상,지역예술문화상,한려문학상을수상하였고한국문협여수지부장을역임했다.현재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교사,전남대학교평생교육원문예창작및독서지도사과정전담강사,한국예총여수지회장이다.

목차

1부

살피다·12
가만하다·13
꽃,다소곳1·14
꽃,다소곳2·15
꽃,다소곳3·16
꽃,다소곳4·17
꽃,다소곳5·18
꽃,다소곳6·19
목련엔딩·20
입신立身·21
빈둥지증후군·22
겨울꽃눈·23
풍경의깊이·24
무심無心을낚다·25
우아한먼지·26
방주方舟·28

2부

종심從心·30
말줄임표·32
분꽃·33
눈빛으로·34
하나둘셋찰칵·36
꽃한송이·38
몸꽃·39
그녀의꽃1·40
그녀의꽃2·41
꽃이되는일은·42
햇살의흔적·43
아내·44
박각시나방에게·45
회색을옹호함·46
꽃의이름으로·47
비오는날·48

3부

고목에들다·50
입춘·51
열반에들다·52
돌들이말하기시작했다·53
여수麗水·54
연둣빛졸참나무숲길·56
가을묵화·57
겨울나기화법·58
힘을풀때입니다·59
내일·60
봄,피다49·61
첫눈오는날·62
저나무가저풀꽃이·63
봄산을그리다·64
섬·65
산사山寺·66

4부

명창·70
빛나는것·71
품·72
그늘의아포리즘·73
가을발화법·74
표정을벗다·75
산책입니다·76
그냥살걸그랬어·77
가을시그널·78
뒤돌아보다·79
우리는모두꽃입니다·80
꽃이지다·81
이젠말해도될까·82
겨울경작·83
썩는다는것에대한명상·84

5부

잠시,시인이되다·86
사월·87
꽃똥을싸다·88
가끔그럴때가있다·89
사계절치자꽃·90
무위자연농법·92
겨울봄비·93
맑은은유·94
식목일에눈이내렸다·95
나를만나다·96
우리지금이렇게살고·97
장도하프트리·98
어머니의채소밭·100
1955년생·101
우화·102
이순耳順·103

해설|김종_‘다소곳’한당신이자연과‘대화’하는방식·104

출판사 서평

‘다소곳’한당신이자연과‘대화’하는방식
-“허공에떠돌았을색바랜웃음과표정들”

김종(시인·화가)


시를놓고괴테는이렇게말한다.“어린시절에는‘노래’이고중년에는‘철학’이다가노년에는‘인생’이어야한다”고.괴테로하여시는‘노래’라는유년에다‘철학’이라는중년이,노년에이르면이내‘인생’으로바뀌고그의미적대단원을이룬다.요컨대‘인생’의결론이‘시’라는것이다.

“이제그렇게살아도되지않”겠느냐!

신병은시인의작품들을독서한터라노래도철학도종국에는인생이라는명제로문학이위치할곳이어디인가를시사한것으로생각한다.여기에서우리는신병은시인이펼쳐보인여러생각들을시작품과견주어가며이들의문제를짚어갈수있겠다는의미이다.신병은시인이‘자서’에서밝힌대로“이제그렇게살아도되지않”겠느냐는생각의이면에는그말의바탕을이루고있는“좀더평범하게/좀더심심하게”를타이르듯이담보하고있고자연물에서마주친여러사물들도시인자신과일체를이루거나육화의단계를언어화하게된다는것,
이들을조금조곤조곤음미해보면이번시집에담긴신병은시인의작품들을독서하는우리들은심정적으로자못여유롭거나느긋해지고이에서연유한달관의표정또한살필수있었다.이제신병은시인은그가구사한시적언어들이인생을담아내는그릇의의미를지닌다는것과이들에게다가가서어떤표정과목소리로노래했는가를그가의도한대로살피는것은우리의소임일터이다.
『꽃,다소곳』을독서하는일은언어적서정성으로한시인의시적성찰을마주하는일이고그것은다르게는자연의순환,인간존재의미학적겸허함을‘삶의인문학’으로펼치는일이라할것이다.또한이시집은일상의소소한관찰을통해인간이자연속에서어떻게언어로노래될수있는가를물어가며‘다소곳함’이라는언어적의미와정신을서정성에기반한윤리적·미학적언어로살피고있다.제목인『꽃,다소곳』이말하는것처럼그자체로그가헤엄쳐온인간적삶의자별함을자연물에걸어시작품의핵심으로제시한다.시인은“꽃”을인간과삶의높은상징으로,차용하는가하면“다소곳”이라는형용사로존재적태도또한그려내고있다.
꽃은그자체로는피고지는순환의과정이며이속에서순간성과영원성을보이는사물이지만바로이자리가생의존엄성과부합된다는점에서눈여겨진다.“꽃도늙는다”는고백(「꽃,다소곳2」)은장년에야깨달은자각이면서동시에조심스럽게존재의윤리를천명하고살피는문장으로도충분하다.우리가사는지상에서‘영원하지않음’을인정하는것이야말로가장인간다움을말하는철학적명제가아닐수없다.이러한의미에서꽃에의비유는동양의생명사상과깊숙이맞닿아있다는점에서우선관심이갔다.유교의절제,불교의무상,노장의무위사상등을두루포괄하면-“나를벗는순간의깨달음,”“자유롭게날아다니는허공”같은표현은이내‘무위자연無爲自然’의정신그자체라할수있다.그리고이자리에서시인은자신이엮어온그간의삶을통해인간의도道를묵묵히전파하는자라는점에서의미가있다.
「살피다」「입신」「비오는날」「그늘의아포리즘」등에이르면그의시선은꽃과나무,돌과벌레,그리고햇살로향하는그모든대상들이사물에의관찰이아니라‘대화’라는형식으로이어지고있다.그는천연한맘으로“화분앞에쪼그려앉아잎의안부를묻는다”고말한다.이는자연과의감응속에서자신의존재적윤리를탐색한다는말에다름아니며인간이주체로위치하는세계가바로‘보살피는관계성의우주〔상호의존하는존재,틱닛한스님,Interbeing〕’를펼치는일이라하겠다.이같은인식은현대인문학이강조하는생태적전환,즉인간중심의논리를해체하고‘함께존재하는생명에의동반적평등성’을복원하는사유와맞닿아있다.그런점에서신병은의자연시는서정성이강한“윤리적감각적관조와소통”이라는평가가타당하다.뒤에읽은시들중에‘종심從心’이라는작품이보여주듯시인자신이장년에이르러서야자기본래성으로되돌아오는것을볼수있다.“도망치든울든견디든내가하고싶은걸하는거였어”라는구절은『논어』에서말하는‘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의경지에다다른자유롭고도가뿐한자기달관의단계로이해할수있다.
그는젊은날의의무나사회적윤리보다인간적자유와내면의평화를선택하는데이때의‘다소곳함’은소극적체념이아니라모든사물과번뇌를내장한성숙과평온에연유한다고하겠다.「몸꽃」「나의현주소」등에서는세월의흔적을생물학적현실의언어로전환하며‘노화’조차꽃피는한과정이나현상으로수용하고있다.병과자연,탄식과명상의경계가사라지면그때는그가말한“마음으로피어나는진행형의나의꽃”을인문학적으로만나고발언하는일일것이며존재의자기갱신을의지적으로천명하는일이될것이다.「그냥살걸그랬어」「이젠말해도될까」「뒤돌아보다」등은시인이걸어온일생의행로를회한에담은자성의기록이라할수있고그같은일은자신이살아온세월을넘어‘조용히자기내면의화해’로수렴된다.그는이제서야말할수있게된자기자신에의여러이야기들을행위위에피어나게하고언어는상처에서비롯된고백이자치유를지향하는예술이라는설정에나아간다.
자연으로돌아가서‘무위’에의존재방식을배우는그의언어에서“하늘이짓는농사”를인간의삶에대입하면인간의노력보다중요한것은‘하늘이내어준때를밑거름삼는’겸허함을배우는일이고이같은관점에서무위자연은그의심중을채운인생의철학이자문학적질문의한형식임을가늠할수있다.

아침다섯시면베란다로나간다
비가오는지바람이부는지바깥을살피고는
화분들앞에쪼그려앉는다
잎을살피며안부를묻는다
하루를잘넘겼는지컨디션은어떤지
물을달라면물을주고
팔이아프다면여린잎의부목을받쳐준다
달팽이가보이면새순을생각해
가만히창너머더넓은세상으로인도하고
콩벌레가나오면기겁할아내모르게
조용히밖으로내보낸다
햇살이들이칠즈음에야
싫지않은꽃들의웃음소리를듣는다

가만히웃음하나로세상을이기는하루가있다

-「살피다」전문

시「살피다」는조용한일상을통해존재와자연,타자를향한배려와관찰을함축적으로조명한작품이라할수있다.시인은한사람의아침루틴을묘사하면서,그안에삶의근본적의의와인간존재의윤리를담아내었고이같은구체적행위에서존재의태도또한매일아침5시에베란다로나가화분을돌보는사람이된다.그에게화단돌보기는그가행한일상의하나이지만이같은행위들은‘살핀다’는반복된행위이며이를통해“존재의상태와세계에대한열린감각”을지속적으로보여줌은물론바람,햇살등에서시인은이들자연물이내뿜는생의기미를섬세하게관찰하면서그결과로식물들에게‘안부’를묻고필요에따라물을주거나보살피는존재가되었던것이다.‘물달라면물을주고팔이아프면부목을받쳐준다’는구절에오면이들은일견타자의요구에즉자성으로반응하는진정한‘돌봄의미학’에더불어참여하고있다.
이같은돌봄에의미학은인간과식물,인간과자연의경계를넘나들며‘나와타자’의관계성을드러난대로형상화하면서시인은주체가아닌“함께존재하는한생명”에의한부류임을조용히상기시키고있다.여기에서우리는상대를향한배려,‘고요의윤리’등을달팽이나콩벌레와의만남으로도타자와의관계가우선유연하면서도우호적이라는관점이눈여겨진다.달팽이가보이면새순을받쳐주면서“가만히창너머더넓은세상으로인도”하고콩벌레역시아내가놀라지않도록조용히밖으로내보는등의행위가특별해보이는것은이들이그같은애정에근거하기때문이다.

가만히웃음하나로세상을이기는하루

이러한장면들은자연과생명세계에대한‘비폭력의자기절제’이자“더불어살아가는존재로서의배려”를그리표현한것으로볼수있다.여기에는별다른생명의위계가없는대신모든존재가각자의방식대로살아갈권리를존중받고있다는의미또한읽히는것이다.시의마지막에들었던“싫지않은꽃들의웃음소리”는인간의언어나논리로환원될수있는조화로운자연그자체를표현한것이다.이작품이지닌미학적주제는‘가만히웃음하나로세상을이기는하루’를요량하고거창한변화나소란스런행동이없는,오히려‘가만함’속에담긴근원적삶의긍정과평화에의고요를한자리에응축하는모습이인상적이다.‘웃음하나’로세상과의부드러운연결을도모하고자기존재의의미를되찾아가는것이‘인간다운사유의절정’이라는것이다.“살핀다”는행위가드러내는윤리성,그모든존재를나와타자가공존하는생명의동등성으로인식하는시인의모습에서현대인문학이추구하는“공존의윤리”및“관계적존재론”을읽을수있다.
따뜻한돌봄의자리에서살아가는생명에대한존중성을담백하고세심한시선으로살피거나제시한신병은의언어에는‘살피다’라는동사적상태가바로‘조용한윤리의미학’에기반하거나연결되어있음을인지하게된다.

꽃이,
작파하고햇살몇자락끌어다만들었던
그늘의깊이로
뚝뚝적요의자리를읽는다

언제봤더라그연둣빛을
어디에있었더라그향기로운자리를

아,거기
꽃진자리

조용히사뿐사뿐나비의몸짓으로
비우고비워
다소곳이
고요의안거安居에든다

-「꽃,다소곳1」전문

꽃의생과사,그리고‘다소곳함’의존재적미학을시적으로형상화한「꽃,다소곳1」은자연의미세한흐름속에서피고지는꽃의시간,그리고그자리에남겨진고요와여운의미학을철학적시선으로풀어내고있다.작품은초반부에서“꽃이,작파하고햇살몇자락끌어다만들었던그늘의오지랖이뚝뚝적요의자리를읽는다”는구절에오면꽃이진뒤의공간에서소멸과적요를‘읽어’낸다고해석하는시인의감각이새삼이채롭다.
시인이여기서말하는‘작파’는한순간의폭발적개화가아니라,고요가운데서순차적으로피고지는생명의잔잔한흐름을그리표현한것이리라.그런다음햇살과그늘,밝음과어둠의경계상에서꽃의시간은소멸과그흔적으로전환하는것을볼수있다.그런의미에서이작품은‘기억과흔적의시학’이라고도할수있는바“언제봤더라그연둣빛을/어디에있었더라그향기로운자리를”이두문장만으로도시간의회귀와기억의동요를갈무리하기에충분하며그표현또한거듭들여다보게한다.
꽃이남기는것은물리적잔재가아니라이미보았던빛과맡았던향기의심상에기인한다.이것은존재가사라진이후에도계속해서남게되는,“기억속장소성”과“감각의자취”에관한시적사유라는점에서특히그렇다.“아,거기/꽃진자리”라는인식뒤에오는“조용히사뿐사뿐나비의몸짓으로/비우고비워/다소곳이/고요의안거安居에든다”는부분에오면꽃이진자리에남겨진미학적움직임을시인이그리상징한것이리라.나비의섬세한춤사위는꽃을완전히피운그자리에고요와평온,안거를남기는일이며‘다소곳하다’는단어만으로도생멸의과정을정면으로수용하는겸허가읽히고‘존재의윤리적안착’을의미하는것또한만날수있다.
이러한언어적반복과‘고요의수용’은동양적사유와서양의존재론적겸허(하이데거의현존재론)를연결하는시적의미망이라할만하다.「꽃,다소곳1」이꽃의운명을존재의한계와그뒤에남겨진고요에의여운을시적으로포착한것도장히새롭다는생각이다.여기서말하는‘다소곳함’은사라지는자리에머물던존재의흔적과고요한시간을수용하려는시적의도를살필수있다.시인은이를통해“꽃이피고지는행위가기억과고요에의해조용히세계의안거가된다”는통찰을‘비움속완성’이라는철학적명제로드러냈다는점에서우리의관심은한결커지는것이다.

가만하다
정확히말하면가만하게한다
좀더정확히말하면가만할수밖에없다
혼자는아니지만
가만하다
부딪혀야소리가난다고생각했던것들,
호시탐탐아파트창문틈을기웃대는겨울바람도가만하다
풀잎에누운바람도가만하다
아침저녁
분명나처럼중심에서비껴선고요다
침묵의발효법,
눈빛도가만한그자리에서하루를견딘다

-「가만하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