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체위- 황금알 시인선 335 (양장)

달의 체위- 황금알 시인선 335 (양장)

$18.00
저자

김도영

저자:김도영
충남서천에서태어나,2025년『시인시대』신인상당선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전국자작시대회대상을수상하였고,전국헌시공모전대상을수상했으며동인지『꽃살문사이로』시집『달의체위』가있다.전북매일신문시연재를진행했고,현재충남시인협회회원,서해신문칼럼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그을음의속성

꼭짓점을이해하는방식·12
채식주의자·14
동그라미그리기·16
그을음의속성·18
굽은나무아래살아가는공식·20
강물의문장·22
앵두의모정·24
보존의이력·26
허밍·28
눈사람만들기·30
달의체위·32
강의노숙은강가·34
발톱의기원·36

2부구름커텐을열어본적있나요?

청동거울에걸린오후의쓸쓸함에대하여―우화羽化·38
자폐―선인장서곡·40
흉터를열고싶은남자·42
선잠을깨워놀고싶었지·44
되돌아오는순간의멈춤·46
발자국타르초·48
드라이아이스의기분·50
구름커튼을열어본적있나요?·52
공동체·54
열쇠로부터목소리를듣다·56
껍질의혼잣말·58
눈내리는저녁바람은비틀즈―서천역·60
비상구―해고노동자들을위한단상·62

3부헛간의다음말

노루발·66
헛간의다음말·68
손으로쓰는어머니·70
그의몸에선시詩의똥냄새가나고―지하도·72
허공을걷는법·74
소금꽃을들여다보면·76
마곡사의봄은의연하다·78
구름집을이고사는집게·80
낙타발자국엔푸른말들이팔랑거려·82
속도를버리다·84
수평을찾아가는일몰·86
목련의통증·88
수산경매시장―홍원항·90

4부대나무건축법

외줄살이·94
길냥이애인·96
매듭을만지다·98
고로쇠를진사내·100
누에의입·102
대나무건축법·104
못으로만든거울·106
나의전생은새였다·108
자화상,그리고방생―VincentvanGogh가PaulGauguin에게·110
층층나무의자기중심적시점·112
껍질의힘·114
목련후기·116
문門의문서·118

5부부모시경父母詩境

어머니의바다·122
아버지의자전거·124

해설|구재기_이미지확산擴散.proliferation의진술眞術에대하여·126

출판사 서평

이미지확산擴散.proliferation의진술眞術에대하여
―김도영시집『달의체위』의시세계

구재기(시인·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

시란이성의조력에상상력을동원하여
진리와즐거움을결합시키는,예술이다.
시의본질은발견이다.
예기치않은것을산출함으로써
경이와환희같은것을발견하는일이다.
―B.존슨(BenJohnson)

1.
시는어느순간대상에대한만남에서비롯된느낌이나깨달음,혹은의미를그순간적으로기술하는문학이기때문에언제나그시제時制가현재진행형이거나현재일수밖에없다.일반산문에서말하는,이른바“~했다‘와는전혀다른시만이가질수있는고유固有한시제의특징이다.이것은시에서만특별히있는것임은물론본래부터지닌,현재시인이느끼고생각하고깨닫는어떤진실에관한진술陳述에서비롯된것이라하겠다.이러한진술에있어서시는이성적理性的인진실이아니다.시는다만한시인에의하여시인자신의주관적인감정의총체적인진실이진술되고있다.비록본질적으로시에과거의사실이진술되어있다고하더라도그것은시에서과거에대한과거의의미를말하는것이아니라지금만나고있는그순간의현재적인의미를말하는것이된다.

시를쓰고자할때시인은곧잘심상心象이가지고있는지각상知覺上의여러성질이가지는종래從來기존旣存의것을늘지나치게중요시하곤한다.일상에서는심상의새롭고생생한느낌보다는이미감각에특수하게연결된심의상心意上내재되어있음으로써익숙해져버린사실로서의심상에안존하려하기때문이다.그러면서도막상한편의시작품으로서완성하고자할때에는이에서벗어나새로운심상으로부터유일무이한시적효과를얻고자노력한다.시는한시인의생활에서익숙해져있는관습이나습관으로부터벗어나새롭게창조되는것이기때문이다.이것은곧심상의생생한느낌보다는감각에특수하게연결된심의상心意上의사실로서나타나는심상의성격이기도하다.따라서시에있어서심상의효과는심상의감각적유물이며감각의표상이라고하는것으로부터생성된다.

2.
우선이시집의표제가되어있는「달의체위」부터살펴보도록하자.

고단한행려의길을걷는여자의굽은등이보였지

꼬리를세운전갈처럼때를기다려야했으므로지상을헤매다지나는철새의울음은여자의속엣말

몸을구부리는형식으로

내일로찾아가는순간을밝히려낮과밤을짓는것은둥글어지기위해어둠과내통하던날들이었지

자주헛발을내딛어도

떠돌지않으려면어디로가야하는지정착을꿈꾸는익숙한노숙
여자는둥글어진빛을품어몸집을부풀렸을것

한번도껴안은적없어

가만,가만히눈감으면회전하는세상에서하루라는숫자를지워뭇별들의허기를채우던밤

전갈꼬리에찔려절뚝거려도
기울어흔들려넘어지지않고잘견뎠다고

눈썹이하얘지도록출생한고아高兒가
뒤란우물속에흔들릴때

고통없는간증처럼여자는돌아누웠지

홀쭉한몸안의말들로오므린여자의체위는
수십만년고도에서도축축해진음력으로부풀고있지

어둠이낳은체위는내재율이었지

아주오랫동안
―「달의체위」전문

우선‘달’이라는존재의본질은하나의생명체이다.화자는‘달’을살아있는생명을가진존재로인식하고있다.따라서달이일정한기관을조직하고,생명을가진유기체로서이세상에태어나면서사회적인생활기능을가지게된다.그러므로‘달’은‘고단한행려의길을걷는여자’의모습으로정리될수있다.그뿐만아니라삶에지친‘굽은등이보’이기도한다.‘달’이‘삭朔’에서태어나초승달-상현달-보름달[望]-하현달-그믐달과같은과정을거치는한생명체로서탄생과성장,죽음에이른다.‘달’과생명을탄생시키는‘여자’의삶이동일화同一化.identification된다.따라서‘꼬리를세운전갈처럼때를기다려야했으므로지상을헤매다지나는철새의울음은여자의속엣말’은한‘여자’로서,또는한생명체로태어난‘달’로서화자가인식한삶의역경을그대로형상화한표현이다.지상과천상으로확산擴散된채‘꼬리를세’워‘때를기다려야’하는지상의‘전갈’과도같이,‘지상을헤매다지나는철새의울음’이천상으로확산되어‘여자의속엣말’처럼극대화하면서인내하지않으면안된다.그러한‘여자’만의인내하는‘속엣말’이‘몸을구부리는형식’으로확산되기도한다.이는곧한‘여자’로서,생명체인‘달’로서현실을살아가는과정이기도하다.

그러나화자는여기에서그치지않는다.‘몸을구부리는형식으로’살아가지만,화자는‘내일로찾아가는순간을밝히려낮과밤을짓는것은둥글어지기위해어둠과내통하던날들이었’음을확인한다.즉‘몸을구부리는형식’이란곧한여자로서‘내일로찾아가는순간을밝’히려는인내하는몸부림이요이또한‘달’로서‘둥글어지기위해어둠과내통하던날들이었’음으로인식한다.한인간으로서의인고의벽을넘고자하는처절한현실적삶의극복모습이며,어엿한생명체로서의‘달’로서완성된삶에서최선화最善化를추구하는모습이기도하다.그러함에화자는비록‘자주헛발을내딛어도’‘떠돌지않으려면어디로가야하는지’,화자에게제일괴롭고제일먼저견딜수없는‘정착을꿈꾸는익숙한노숙’이라하더라도무엇이든당장에문턱을넘어침입할우려가없는것이라면그처참한신음소리와목메인절규와짓밟힌삶과희생에도불구하고얼마든지견딜수있다고한다.또한용납하며인정할수있는것으로서‘여자는둥글어진빛을품어몸집을부풀렸을것’을간구하게마련이라고화자는스스로인지하며살아왔는지모른다.이것은곧‘한번도껴안은적없’는화자의삶의가치기준이기도하다.

화자는삶의의미를탐색하고재창조하고추구하는화자특유의삶의방식으로비약한다.‘가만,가만히눈감으’며삶의의미를되새기다보면‘회전하는세상에서하루라는숫자를지워뭇별들의허기를채우던밤’인간적인약점을그대로간직한채삶을인식하게된다.삶의의식속에내재되어있는제요소들,이를테면삶에서의두려움,피로,야심등에따른일부에한정되지않는‘하루라는숫자를지’움으로써전체에두루걸치는것이되도록일반화한다.그리고일정한틀에맞추다가결국‘뭇별들의허기를채우던밤’으로하여금규격화하려는내면성을강조하고있다는것을화자스스로깨닫는다.삶에서재창조하고탐색하고또한화자만의삶의질서를통하여최고의가치를창조할수있게됨을인지함으로써‘전갈꼬리에찔려절뚝거려도/기울어흔들려넘어지지않고잘견뎠다’는것을전체적의미로반영한다.

한편의시속에서창조된삶은일정한시간속에서존재하여한편의시작품으로생산되는것이며,그시간밖에서동시에존재하기도한다.다만시가일정한시간속에존재하는이유는화자가선택한현재의시간속에서화자만의어떠한특별한현장을유일하게이룩한삶을독자에게강제적으로인식함으로써확인하기때문이다.그러므로한편의시속에서창조된삶은일정한시간속에서존재하여한편의시작품으로생산되는것이며,그시간밖에서동시에존재하기도한다.다만시가일정한시간속에존재하는이유는화자가선택한현재의시간속에서화자만의어떠한특별한현장을유일하게이룩한삶을독자에게강제적으로인식하게함으로써확인하려하기때문이다.‘눈썹이하얘지도록출생한고아高兒가/뒤란우물속에흔들릴때’에전체적의미가반영된다.즉‘달’이삭朔의짙은어둠으로부터망望에이르고,다시삭으로돌아가는일생적삶이‘눈썹이하얘지도록출생한’산고끝에‘고아高兒’로태어나서‘뒤란우물속에흔들릴때’를맞음으로써화자에게는최상의삶의참의미를깨닫게된다.즉‘고통없는간증처럼여자는돌아누웠’다는것이다.여기에서화자는성공적으로형상화된상상적인의미와존재의의를풀어내고있다.즉‘고통없는간증처럼’‘돌아누웠’는것과뒤란우물속에비친‘달’을‘고아孤兒’가아닌‘고아高兒’로‘높은아이,지상이아닌위,즉천상의아이’로하나의생명체를상징하였다는것은「달의체위」가최고의상상적통찰력을보여준결과임을보여준것이라하겠다.

이에따라화자는「달의체위」를통하여성공적으로형상화된상상적장면의모든의미와존재의의를완전하게풀어냄으로써본질적인삶의의미가치를「달의체위」에귀결하게한다.따라서「달의체위」에내재한모든삶의요소들이공존과동시에작용함으로써하나의심상,즉‘달’이라는생성과소멸의의미,‘여자’라는생산성의의미등제요소들이한꺼번에‘홀쭉한몸안의말들로오므린여자의체위는/수십만년고도에서도축축해진음력으로부풀고있’는것으로가치있는삶의관계를보여주게된다.그것은곧화자가탐색하고,재창조하고삶의질서를이룩한가치에의한‘내재율’로형성해놓은것이다.독자와함께확인할수있는삶과관습에의해재창조될삶을통하여‘아주오랫동안’동시에작용할낯선삶의가치있는의미이기도하다.

T.S.엘리엇(1888~1965)은“시인이마땅히해야할일은새로운감정을찾는데있지아니하고보통감정을이용하여이것을손질하여시가되게하며,〈전연실지로겪지않은〉감정인여러가지느낌을표현하는데있다.그리하여그가경험한일이없는감정이그에게익숙한감정과함께안성맞춤으로쓸모가있게되리라”하고「전통傳統과개인의재능才能」에서말한다.이와같은관점에서다음의시작품을살펴보기로하자.

텅빈안쪽은흙빛이었다
알맹이는뿌리의껍질이고껍질은흙의알맹이여서

살살,녹여먹고싶던달과
돌돌,돌리고싶던별의노래를껴안아
반짝이다노련하게벗겨지는껍질

사는일이모두껍질이되는일이라고
누군가속을잃고속을내보인다

오늘도껍질은알맹이와가족이었음을증명하려는듯
핏줄을몸에감고마모된기억으로도
살아가는껍질을

닮았다

껍질의체온에알맹이가있어
흙빛을입고흙내를맡으며살았다는
안쪽의알맹이엔껍질의몸주름이새겨져있다

태초에타고난체격처럼
골격으로환하게남겨진껍질

껍질과알맹이는벗겨지고채워지는감정으로
바깥이흔들릴때마다내일을걱정한다

엄마처럼

껍질은알고있다
알맹이에게미래가있다는것을

오래오래익어갈것이므로
껍질은바깥의소란을잊고
안으로단단하게차오를보고픈말들을쟁이고있다

알맹이를껴안고있다
―「껍질의혼잣말」전문

우선시제인「껍질의혼잣말」이가지는의미부터생각하여보기로한다.그렇다면‘껍질’이란무엇인가.‘껍질’이란비교적딱딱한달걀이나조개,식물의씨등겉을싸고있는단단한물질을말하거나,혹은딱딱하지않은과일은물론각종식물씨앗의겉을싸고있는물질을말한다.또는알맹이를빼고남은물건,곧껍데기를말한다.그러나이시작품에서화자는이러한지시적이요관습적인의미를가진‘껍질’을말하고있지아니하다.‘껍질’이가지는구체적인의미를‘혼잣말’이가지는상징적인의미로부여되고있다.‘혼잣말’은남이듣거나말거나상관없이자기혼자서중얼거리는말,즉다른사람을상대로하지않고혼자서하는혼잣소리요독어獨語요독언獨言을말한다.혼잣말talkingtooneself의의미로잔소리,꾸중,꾸지람을말하지만‘독백asoliloqu’이란의미도있다.그러나‘독백獨白’이란마음속의생각을관객에게알리려고상대배우없이혼자대사를말하는것이요,이에따라혼자서중얼거리는상대적인말이다.이른바모놀로그Monologue를말한다.그렇다면「껍질의혼잣말」이란과연무엇을말하고있는것일까.

‘혼잣말’즉언어는하나의상징象徵,symbol이다.상징이란그것이지칭하는사물을대신하는기호를말한다.이기호가지칭한사물과기호와의사이에필연적인관련성이있다.이때음성과문자,그리고몸짓으로표현하게되는데,바로이것은음성언어요,문자언어요,몸짓이나손짓,표정등신체의동작으로의사나감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