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무 (이철수 시집)

아버지의 나무 (이철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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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철수의 시는 깊은 강물같이 조용하고 유유하게 흐른다. 현란하고 정교하게 가공된 아름다움보다 단순미와 절제미가 그의 작품의 특징을 이루고 있다. 그의 시에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요란한 수사와 교훈도 없지만,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침묵과 절제가 영혼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때로 그의 시에서 나타나는 ‘적막’은 많은 것을 듣거나 말하기를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그의 시는 텅 빈 듯하면서도 꽉 차 있으며 빈 공간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꽉 채우고 있다. 온갖 소음과 번잡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세상의 부재와 존재성은 침묵 속에서 더욱 강렬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철수의 시는 존재와 부재 사이의 ‘텅 빈 충만함’을 통하여 우리에게 삶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 허상문(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

이철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버지의 나무』는 늙어가는 부모의 곁을 지키며 비로소 발견하게 된 삶의 깊이와 사랑의 무게를 담고 있다. 항암치료를 받는 아버지, 노인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는 어머니, 그리고 어느새 부모보다 앞서 걸으며 그들의 느린 걸음을 살피게 된 자식의 마음이 시집의 중심을 이룬다. 한때 가족을 이끌던 아버지는 이제 아들의 등에 기대어 걷지만, 과수원의 나무들을 보살피며 살아온 그의 사랑은 뿌리처럼 가족의 삶 속에 깊이 남아 있다. 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다. 저마다 다른 상처와 그늘을 지닌 자식들을 말없이 품어온 아버지의 모습이며, 온몸이 부서지는 아픔 속에서도 꽃과 열매를 길러내는 내리사랑의 형상이다. 오래된 화물차의 번호판에서 아버지의 시간을 읽고, 겨울을 견디는 감귤나무에서 생의 의지를 발견하며, 구멍 난 옷과 따뜻한 식탁에서 가족이 건네온 말 없는 사랑을 되새긴다.

시인의 시선은 가족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갯녹음’으로 생명력을 잃어가는 제주 바다, 폐그물에 걸린 ‘남방큰돌고래’, 전쟁터에서 ‘한 모금의 물’을 갈망하는 병사, 가난과 실직으로 삶의 벼랑에 선 이웃에게까지 따뜻하게 번져간다. 제주 ‘돌담’과 ‘현무암’, ‘팽나무’와 ‘메밀꽃’, ‘동자석’과 “짠 내 나는 세상/눈물이 굳어 보석이 되려면/돌에서 소금꽃 피려면/삭신 저린 아픔/얼마나 견뎌야 했을까”의 ‘소금빌레’(애월읍 구엄리 돌 염전)는 사람들의 눈물과 인내를 품은 생명의 풍경으로 되살아난다.
『아버지의 나무』는 늙음과 질병, 은퇴와 이별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절망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흔들리면서도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상처가 굳어 단단한 옹이가 되듯이, 사람은 아픔을 견디며 다시 살아간다고 말한다. 서투르고 짠한 삶 속에서도 끝내 남는 것은 서로를 지켜주는 마음이다. 이 시집은 부모의 뒷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고, 가족과 이웃과 자연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끌어안으며, 오늘을 살아낼 작은 용기와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한 그루 나무와도 같은 시집이다.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필)
저자

이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