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크롬

모노크롬

$26.32
Description
예술가들은 왜 캔버스에 한 가지 색만 칠했는가
현대 미술의 ‘단순한 진리’ 모노크롬에 대하여
“이미지는 없고 물감만 가득 칠한 작품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현실의 부정이나 새로운 종류의 사실주의로 해석할 수도 있다. 모노크롬은 가장 보편적인 요소인 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가장 난해한 의미를 담기 일쑤다. 모노크롬은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지만, 가장 지적으로 탐구하고 도전하는 예술가들의 영역이기도 하다.”
모노크롬은 누군가에게는 ‘가장 이해할 수 없고 짜증 나는 모든 것의 상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장 순수하고 절대적이며 본질적인 예술이다. 『모노크롬: 이해할 수 없고 짜증 나는, 혹은 명백하게 단순한』의 저자 사이먼 몰리는 그 자신이 모노크롬을 그리는 미술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모노크롬이 탄생한 배경부터 수용되는 과정, 그 전성기, 그리고 오늘날 모노크롬의 역할을 풀어낸다. 서론과 결론을 제한 17장은 모노크롬에 있어 주요한 테마로 각자 묶였지만, 책 속의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고 테마는 모노크롬의 연대기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식이다.
등장하는 작품은 모노크롬과 ‘이상적인 모노크롬에서 벗어난 연속체’인 모노크로매틱과 덜 본질적인 모노크롬의 예도 포함하며, 회화뿐 아니라 조각, 설치 작품, 영화, 사진, 레디메이드까지 확장된다. 저자는 모노크롬의 ‘세계적’ 역사를 담고자 했으나 서양에 치우친 점을 인정하면서도, 남미와 동아시아의 모노크롬에 관한 논의로 이런 편향을 상쇄하고자 노력했다. 특기할 만한 건 한국의 모노크롬 회화 작품인 ‘단색화’에 온전히 한 장을 할애했다는 점이다. “내가 서양의 회화 장르라고 여겼던 모노크롬이 사실 전 세계적인 현상이거나, 적어도 머나먼 한국까지 확대된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또한 저자가 한국에 살기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저자

사이먼몰리

SimonMorley
미술가이자작가다.지은책으로는『불길한징조:현대미술속언어와이미지(WritingontheWall:WordandImageinModernArt)』(2001),『세븐키:일곱가지시선으로바라본현대미술』(안그라픽스,2019),『다른이름으로:장미의문화사(ByAnyOtherName:ACulturalHistoryoftheRose)』(2021)등이있으며2023년『현대회화:간결한역사(ModernPainting:AConciseHistory)』를출간할예정이다.『숭고미:현대미술의기록(TheSublime:DocumentsinContemporaryArt)』편집에참여하기도했다.수년에걸쳐영국의여러박물관과미술관에서강의와투어가이드를했으며,신문과잡지에도정기적으로기고한다.2010년부터한국에거주하며단국대학교미술대학의조교수로재직중이다.그또한모노크롬을그린다.

목차

한국어판에부쳐

서론
1배경
2수용
3색
4바탕
5정신적인것
6형언할수없는것
7무
8경험
9선
10물질
11형식
12기호
13개념
14알레고리
15뉴미디어
16단색화
17컨템포러리
결론

미주
참고문헌
도판출처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글]
‘하하,이게무엇을나타내는거지?’이제그림이대답할차례다.‘넌무엇을나타내는거지?’
인물도풍경도아무런형상도없이측면까지단하나의색으로빼곡한캔버스,또는텅빈것처럼보이는면에그저커다란단색의점한두개가찍힌그림.아마도대다수는뭘그렸다는건지알수없는이런그림들을보며‘역시현대미술은난해하다’는기존의인식을한층강화하고‘외부자들’을자처할것이다.다른한편에서는‘내부자들’의열광적인찬사를받고경매에서수천만원,심지어수억원을호가하며연일거래액을갱신한다.현대예술작품인모노크롬을향한반응은이렇듯극명하게갈린다.그럼‘내부자들’은처음부터모노크롬의가치를알아보았을까?
미술계가처음부터모노크롬을수용한것은아니다.최초의모노크롬작품인카지미르말레비치의‹검은사각형›과‹흰색위의흰색›이등장했을때“대중과마찬가지로평론가들도‘우리가사랑하는모든것이온데간데없다.눈앞에있는것은흰색프레임안의검은사각형’이라고비난했”으며,이브클랭이당시의진보적인전람회에출품한무광의주황색대형모노크롬작품은“단하나의균일한색이라니,있을수없다.정말그것으로는충분하지않다.받아들일수없다”며받아들여지지않았다.예술계의‘최첨단’에게도모노크롬은지나치게충격적이고공격적이고도저히예술로받아들일수없는것이었다.
예술가들은왜캔버스에한가지색만칠하게되었는가?비평가들은모노크롬작품을어떻게해석해왔는가?또우리는어떻게이해해야하는가?어쩌면예술을“충분히‘이해’하는데필요한적절한소양과지식을바탕으로한미적관념”이라는것은약간의노력을기울임으로써얼마든지갖출수있는것인지도모른다.즉사이먼몰리의이명료한글을읽어보는정도의노력말이다.더욱이“시각적인단순함에매진하는예술의광범위한‘치유적’잠재력의중요성”을믿는사람이라면,이책을통해이단순해보이는그림이우리시대에필수불가결한‘단순한진리(TheSimpleTruth)’라는것또한깨달을수있다.
‘단순한진리’는이책원서의제목이기도하다.한국어판의만듦새또한간결하고담백해야했다.책의표면은원서의덧싸개와같은,즉이브클랭이애용한‘인터내셔널클랭블루’와흡사한파란색이다.표지종이의경우멀리서는매끈하게보이지만가까이서보면빼곡한질감이있는색지다.표지뿐아니라책머리,책배,책발까지삼방배면인쇄를통해파란색으로완전히뒤덮었다.뒷표지는소개문도추천사도없이비워두었다.이로써클랭의‹파란색모노크롬›,또는도널드저드의‘특수한사물들’과같은하나의모노크롬작품처럼보이도록의도했다.
비록지금은“모노크롬회화에어떤식으로든충격을주거나도전을제기할힘이남아있지않다는인식이퍼져있”더라도,모노크롬에는여전히유효한힘이있다.과거부터지금까지확실하게말할수있는건이그림들이보기에‘단순하다’는것이다.“모노크롬은미리확정된것이아니라관조(contemplation)라는행위를통해서실천된다.”예술에서단순함만이유일가치가아닐지언정,“복잡함과무질서속을헤매고”“엄청난주의간섭,주의산만,조작이점점더일반화되는세상”에사는현대인에게는분명히값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