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닐 : 그루브, 레이블, 디자인

바이닐 : 그루브, 레이블, 디자인

$35.00
Description
비닐(Vinyl)이라고 쓰고 ‘바이닐’이라고 읽는 소위 LP 레코드의 음악사를 레코드 판, 레이블, 디자인을 통해 본다. 검은색 폴리염화비닐 알갱이가 녹아 바이닐 비스킷이 되고, 소리가 새겨져 마침내 프레스되는 과정과 LP 중앙을 장식하는 라벨이자 때로는 장르 그 자체를 대변하는 다양한 레이블의 이야기, 시대에 남은 앨범의 커버, 패키지 디자인과 턴테이블, 음악이 끝난 후 재생되는 숨겨진 런아웃 그루브 메시지 등, 디지털 음원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살아남아 새로운 호황을 누리는 바이닐을 ‘감싼’ 것들에 대한 음악사다.

저자

마이크에번스

마이크에번스는데카에서싱글두장을발표하고캐번클럽에서활동했던뮤지션이었다.1969년에는리버풀음악신에서활동하며레드제플린과밥딜런의서포트밴드로무대에섰다.이후로는영역을옮겨라디오에서활동하며『사운즈』『멜로디메이커』『가디언』등의잡지에글을기고했다.1980년대후반부터음악과영화,패션에관한도서를60권이상집필하고편집했다.

목차

들어가며

TheEarlyYears
1940S
1950S
1960S
1970S
1980S
1990S
2000S
그리고다시바이닐

도판목록

출판사 서평

바이닐이라는몸을둘러싼
소리골,레이블,커버디자인에대한탐구와예찬

이책의서문은이렇게시작한다.“핸드폰만건드리면바로음악이나오는시대에바이닐이계속우리의마음을끄는것은좋게말해도다소시대착오적인듯하다.”1877년토머스에디슨이축음기를개발한이후로공기를진동시킨후사라져버리는소리를붙잡아두려는노력은투쟁이자놀이였다.조금이라도더귀에들리는소리와가깝게,공연장에서처럼몇시간을끊김없이듣기위한노력은투쟁이었고,그럼에도한면에20분정도의소리만담을수있다는제약안에서이뤄진온갖음악적실험은놀이에가까웠을것이다.

깍지벌레의체액과분비물을정제한동물성수지인셸락으로레코드를만들기시작한이래로소리는몸을갖게되었다.발화되고사라져버리는것을물성으로붙잡는것이레코드를만드는작업이고,어쩌면그것이레코드디스크의처음과끝일지모른다.그런데앞서말한이책의첫문장과같이디지털시대에는굳이이몸이필요하지않다.유튜브나스포티파이에들어가면거추장스러운몸을탈피한평생들어도다듣지못할양의음원을너무나쉽게들을수있다.실제로2000년대에이후에는LP는물론이고그보다좋은음질로많은양의음악을들을수있는CD의판매량또한급격히줄었다.

그런데사람들은다시몸을찾기시작한다.꾸준히그몸을쓰다듬고관리하며들어온LP애호가들도있지만,디지털음원이더익숙한세대들도원래물성이없는,소리그자체의특성과도닮은디지털음원이아니라그것을제약속에옮겨놓은LP를찾고,레코드숍이다시생겨나고,음악가들또한기꺼이제약속으로뛰어든다.물리적실체라는것이그토록무서운것인지도모른다.만지고보는데서존재를확인하는과정이인간에게는그정도로중요할지모른다.

바이닐에는몸이있어서가능한것들이있다.바이닐을감싼커버아트가그중하나다.1940년,포스터디자이너로일하던앨릭스스타인와이스가컬럼비아레코드의아트디렉터자리에앉으면서슬리브디자인의“역사가꿈틀댄”이후1968년영국에서힙노시스디자인그룹이등장해핑크플로이드,레드제플린등의역사에남은앨범아트를디자인했다.LP커버디자인은하나의예술영역으로여겨졌고,앤디워홀은가로세로30cm공간을캔버스삼아벨벳언더그라운드&니코의커버에서“‘천천히벗겨보라’는문구“와함께특유의세계를펼쳤다.

”레코드의음악이끝나는지점과중앙의라벨(레이블)사이의무음구간“인데드왁스(런아웃그루브라고도한다)에숨겨진메시지도마찬가지일것이다.보통은매트릭스넘버라고하는음원의고유번호를넣는자리이지만”창의력넘치는일부엔지니어와녹음아티스트들은기회를놓치지않고여백에메시지를집어넣었다.“LP의중앙에들어가는라벨과레이블커버디자인은그자체로음악장르를대변하며,음악사의아이콘으로남기도했다.

저자의말처럼,“이책의목적은음악감상의한가지방식을버리고다른것을택하도록독자를설득하는것이아니라바이닐의모든면을속속들이예찬하는데있다.스테레오의시작부터게이트폴드커버,콘셉트앨범,12인치싱글,앨범,DJ의샘플링에이르기까지바이닐은우리가아는대중음악을정의하는데이바지했다.”디지털음원이더익숙하지만바이닐에관심을갖기시작한새로운세대의감상자에게는발견의장을,기존애호가에게는영미대중음악사를바이닐,레이블,디자인을중심으로보는기회를열어주길바란다.

책속에서

핸드폰만건드리면바로음악이나오는시대에바이닐이계속우리의마음을끄는것은좋게말해도다소시대착오적인듯하다.그러나디지털전송시스템의무형성이야말로70여년간우리의음악감상에서핵심적인역할을맡아온바이닐이라는포맷이굳건히버틸수있는이유인지도모른다.
---「들어가며」중에서

녹음한소리를처음으로디스크에붙잡은19세기말부터대중음악의길이는10인치78회전레코드의재생시간인3분으로규정되었다.뮤지컬,TV쇼음악과래그타임,재즈,블루스,힐빌리에이르기까지모든장르는싱글이라는제약속에서발전했으며모든노래는3분이라는질서와규칙을고려해쓰였다.한뮤지션은이렇게도말했다.“3분안에필요한내용을모두말할수없다면말할가치가없다.”
---「들어가며」중에서

흔히비닐이라하는‘바이닐’은폴리염화비닐(PVC)을간단히이르는단어로,원래는검은알갱이형태다(컬러레코드를생산한다면색은다를수있다).유압프레스에흡입된알갱이는고온에서녹아바이닐비스킷으로압착되어나온다.이비스킷을레코드완성본의각면에해당하는두스탬퍼사이에끼워납작하게편다.(…)프레스단계에서라벨도들어가니프레스기에서나오는것이바로완제품이다.이것이바이닐디스크로서,여러세대에게친숙한녹음기술의찬란한상징이다.
---「레코드만들기」중에서

이론상레코드의소리골이가까이붙을수록음질은떨어진다.따라서LP레코드에는최적의길이가존재하는것이당연하며각면의길이는최대20분정도에재생시간이30분에서40분사이인12인치LP가일반적인형태로자리잡았다.78회전레코드가3분정도의길이였던시절에틀이잡힌주류팝송이면한면에최대여덟곡이들어간다는의미다.이는모든비틀스앨범에해당하는이야기로,예외는딱두면뿐이다(‘TheWhiteAlbum’한면과《AbbeyRoad》한면).
---「너무긴LP」중에서

보는이들의눈을사로잡아하나의아이콘으로등극한아트워크는앨범못지않게혁명적이었다.“섹스피스톨스가돈몇푼들이지않은제이미리드의커버를내세워《NeverMindtheBollocks》를들고나온순간과하리만치돈을잔뜩쏟아부은우리의초현실적작업물은조만간명을다하겠다는걸깨달았죠.”힙노시스로활동하며핑크플로이드같은밴드의앨범에옷을입혔던오브리파월은이렇게털어놓았다.
---「개소리에는신경꺼,섹스피스톨스가왔다」중에서

1979년소니의카세트플레이어워크맨이출시되면서바이닐은커다란도전에직면했다.젊은세대가이동중에녹음된음악을듣는일이처음으로가능해진것이다.턴테이블제조사의대응은고급형시장으로눈을돌리는것이었고그러면서엔지니어중심디자인의초기사례가나왔다.
---「보물같은턴테이블」중에서

그렇게오래된이야기도아니지만음반매장이작은도시마다못해도하나씩은있던시절이있었다.인터넷으로‘무형의’음악을공급하는업자들과경쟁할것없이바이닐을,나중에는CD를열심히판매하던곳이다.안타깝게도지금까지살아남은곳은극소수지만,그일을해낸매장들은바이닐부흥의선봉에서있다.지구상에서가장훌륭한음반거래업자와레코드소매업자,바이닐판매업자를여기에조금이나마추려보았다.패러노이즈TheParanoids가남긴불후의가사를빌리겠다.“음반매장에서만나자/팝록칸에있는멍청이들을같이째려보는거야.”
---「신념에충실한곳」중에서

마지막소리골과바이닐라벨사이의데드왁스(런아웃그루브)에는다른요소없이매트릭스번호만넣는것이보통이다.그러나창의력넘치는일부엔지니어와녹음아티스트들은기회를놓치지않고여백에메시지를집어넣었다.(…)가장악명높은런아웃그루브메시지는엘비스코스텔로의두번째앨범《ThisYear’sModel》(1978)A-side에있다.내용은이랬다.“특별한003번프레싱.특별상품을원한다면4343232로전화해모이라를찾으세요.”이전화번호는진짜였고,나날이웃음을잃어가던모이라에게연결되었다.모이라는‘WEA’레이블에서일하는코스텔로의언론홍보담당자였다.
---「소리골이끝나는런아웃그루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