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골목길을 걷는 디자이너

낯선 골목길을 걷는 디자이너

$16.00
Description
서울을 벗어나 대구로 간 디자이너가
대로를 벗어나 골목길에서 포착한 것들
『낯선 골목길을 걷는 디자이너』는 사진책 출판사 ‘사월의눈’의 북 디자이너 정재완이 월간 《대구문화》와 일간지 《영남일보》에 연재한 글을 엮은 에세이집이다. 넓고 곧은 길보다 좁고 구부러진 골목길을 걷길 선호하는 저자가 대구라는 지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며 포착한 풍경과 생각을 글로 옮기고 사진을 함께 담아 직접 디자인했다. 돼지가 돼지고기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간판은 어쩌다 탄생했을까. 60층 넘는 초고층 빌딩이 이 도시에 왜 필요할까. 사투리는 왜 아직 문자화·시각화되지 않았을까. 세상을 보는 그의 관점은 디자인과 사회와 지역을 아우르며 현시대 가장 주요한 문제를 두루 환기함으로써,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에 눈길을 주고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야깃거리를 건넨다.

저자

정재완

저자:정재완
홍익대학교시각디자인과를졸업한후정병규출판디자인과민음사출판그룹에서북디자이너로일했다.거리글자에관심을가지고2008년부터개인전〈글자풍경〉을네차례열었으며,2018년에는전시〈정재완북디자인전〉,2019년지역시각문화를기반으로한〈(북성로)글자풍경〉전시를열었다.
함께지은책으로『세계의북디자이너10』『전집디자인』『아파트글자』『디자인된문제들』등이있으며디자인한책『산업의자연사』가1회한솔인스퍼어워드에서대상을수상했고,『작업의방식』이2022년‘한국에서가장아름다운책’에선정되었다.현재영남대학교시각디자인학과교수이자AGI회원,한국디자인사학회회원,『서울리뷰오브북스』편집위원으로활동하며사진책출판사‘사월의눈’북디자인을도맡고있다.

목차


여는글.구부러진골목길에서

대구(들)
글자를오래간직하려는마음
간판을보며우리삶을반성하다
아파트와글자도시에대하여
팬데믹과디지털
고치는것보다새것이더쉽고편한세상의그림자
제로웨이스트숍,제로웨이스트시티
‘무해한페스티벌’을궁리한다
“그러니제발나를좀그냥놔두시오!”
대구그래픽디자이너와문화의운동장
글자의계절,시월
도시와글자:가장젊은도시전용서체를위하여
폰트에담긴정신
신신이디자인한세계에서가장아름다운책
간단한걸복잡하게,복잡한걸간단하게,무엇보다따뜻하게
기록을구축하고도시를기억하는독립출판
독립출판이라는‘작은돌’
길,어렵고외롭고두려운
북한산의‘검은입’과‘사자털’
호텔방과쪽방
담장허물기와환대하는마음
삶의문화를살피는디자인
동대구역승강장에선왜많은이가무단횡단을할까
디자인과미술의관계맺기
문자화되지않은언어,사투리
디자이너의이름을허하라!
헌책이되고싶다
아름다운책『훈민정음』
한국전쟁과대구의그래픽디자인
편견과혐오를떨쳐버리는디자인
디자이너세계의기울어진운동장
청년들이살고싶은도시는
도시는책이다
대구에서디자이너가멋지게살아가려면
시골한옥민박집에서보낸하룻밤
쉽게포기할수없는아름다움

출판사 서평

수많은이야기가쌓인길과‘아주작은광장’에서의
비공식적이고사적인,또는묵직하고도소탈한목소리

정재완이대구로터를옮긴건2009년이다.작은도시의고등학교를졸업하고서울의대학교에진학한이래,정병규출판디자인편집디자이너와민음사출판그룹북디자이너로일하는동안서울에머물다가영남대학교교수로임용되며거주지를아예옮긴것이다.흔히이런이력을‘탄탄대로’라고한다.하지만정재완은언제나자신이선위치와세상이말하는가치에의문을가지고고민하며문제를제기해온사람이다.그리고그의발걸음은자기가가본적없는길로,대로가아닌골목길로향했다.

그는골목길을걷는다.오래되고좁고구불구불하고수많은사람이지나온방향에따라여러갈래로어지럽게나누어진,그래서언제나낯선골목길을걷는다.그의글도골목길을떠올리게한다.여기저기기웃거리고,샛길로빠지기도하고,방향을잃기도하고,그러다가어딘지도알수없는곳에서허름한‘무엇’을발견하고상념에빠진다.대구라고하면‘보수의심장’‘대프리카’‘고담대구’같은말을떠올린다.하지만정재완에게도시는그런추상적인구호로존재하는게아니었다.그는“바닥에새겨진돌멩이의흔적을보면서,벽에걸린크고작은글자들을보면서온몸의감각으로도시를직접목격했다.”

정재완이디자인저술가전가경과함께사진책출판사‘사월의눈’을시작한건2014년이다.출판사이름은말그대로4월에창문너머의눈송이를보고지었다고한다.언뜻보기에는그저날씨가신기하다며넘길일이었지만,이들에게는우려스러운현상이었다.4월의대구에눈이내린다는것.그이면에는현재전지구적으로끊임없이화두가되는환경문제,기후위기가있었다.정재완은이책에서그런‘이면’을,자기가살펴본‘속’을말한다.선거철마다걸리는현수막의일회성에대하여,끊임없이먹고마시기를종용하는치맥페스티벌을위해고기가되는수많은생명에대하여,화려한빌딩과가림막에에워싸여그늘지고고립된쪽방촌에대하여.일상적인풍경을무심히지나치기보다잠시걸음을멈추고들여다본다.

책『훈민정음』의북디자인을하나하나살피며그형식의아름다움과디자인자산으로서의가치에접근하는부분에서는북디자이너의전문성이돋보인다.동시에정재완은『훈민정음』의대중적번역본이마땅치않음을토로하며아쉬워한다.‘북디자인공모전’에서수상한책임에도불구하고책의디자이너보다는저자에주목하는언론의무지함을,공공디자인현장에서디자이너의이름을밝히지않는관행을지적하기도한다.지역에서‘고군분투’하는디자이너및청년이야기,정비사업에위협받는‘도시의디자인문화자산’오래된거리글자이야기등에서는디자인과사회와지역이하나로만나며마치“골목길과골목길이교차하는아주작은광장”에선듯하다.

스스로의글을“비공식적이고사적인웅얼거림”이라고했지만,그의목소리는묵직하면서도소탈하다.문제를제기하는그의어조는진솔하지만냉소적이지는않고,너무가볍지도무겁지도않은담백함과신중함이있다.그의이런태도는디자이너를넘어이사회를함께살아가고만들어가는사람이라면누구나생각해봐야할주제를다루는데귀감이된다.“어떤문제를제기하면서답을내고싶은순간이없지않았지만,답을내는것은불가능했다.독자께서는대구에서살아가는디자이너가보고생각한것들이무엇인지를헤아려주시길바란다.”그가디자인한이책의물성에는여타설명을덧붙이기보다실물로만나보기를권한다.책을직접만져보고책장을넘기는동안디자이너의의도가전해지리라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