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다수의프로젝트를수행하는,지금가장주목받는건축가구마겐고가
건축가를꿈꾸는청소년의간절함에답하다
“어떻게하면건축가가될수있을까요?”
이책은이런단순하면서도직관적인질문에대한구마겐고의진심어린답변이다.구마겐고가꼽는건축가로서의가장중요한자질은‘평범함’과‘낮은자세’그리고‘기다릴줄아는것’이다.사람들은거대한크기의건축물을짓는건축가들을위대하고대단한사람들이라여기지만그건결과만을놓고봤을때의시선일뿐이다.한장의도면에서그렇게크고대단한건축물이세워진다는것을떠올릴때건축가를신과같은강한힘과강렬한미의식을가진특별한존재라고생각하기쉽지만,인간이배제된,평범한일상이사라진건축은의미없다는것이구마겐고의생각이다.
구마겐고가이책에서건축가를꿈꾸던어린시절부터꿈을이루기위해노력하는청년기,실패를거듭하는사회초년기,실패를딛고일어서서성취를이뤄나가는중장년기까지자신이걸어온시간들을가감없이보여주는이유도바로여기에있다.평범한일상,다양한관심사,사람들과의소통,누구나경험하는실패,두려움을안은도전,서두르지않는기다림없이는좋은건축가로성장할수없다는메시지를전하고싶기때문이다.
구마겐고의짧은자서전과도같은이책은인생의단계마다구마겐고에게사고의전환을마련해주었던일화들로가득하다.아프리카여행을통한전혀다른문화와의만남,미국유학을통해본시대를품은건축물들,건축현장에서만난스태프들과의소통방법,현지사정에맞는부족함의미학,새로운시대를위한미래건축에대한고민등건축에대한구마겐고의철학을고스란히느낄수있다.
책을읽다보면구마겐고의인간적인매력이곳곳에서묻어난다.그의말처럼낮고겸손하며작은건축을향한그의건축철학은그런인간으로살고싶다는그의인생철학에서비롯된것인지도모르겠다.지금,전세계에서가장바쁘고가장유명한건축가라평해도과장이아닐만큼전세계를돌아다니며수많은프로젝트를진행중인구마겐고의건축을좀더이해하고싶은사람들에게도이책은뜻밖의해설서가되어줄것이다.
그래서다시처음으로돌아가“어떻게하면건축가가될수있을까요?”라는질문에대한구마겐고의대답은책속이문구로대신할수있을듯하다.
“건축가는평범한사람(다양한보통사람)의마음을이해할수있어야하고,평범한사람에게바싹다가가생각하며느낄수있는사람이어야합니다.그렇게되기위해서는건축가자신이철저하게평범한사람,모두의마음을배려할수있는겸허한사람이어야합니다.독특한미의식을가진사람이나자신의사고와미의식을강압적으로밀어붙이려는사람은적합하지않습니다.‘신’은필요없는것입니다.”
책속에서
초등학교시절부터저는놀이공원에가는것보다,오락실에가는것보다모더니즘건축물을보러다니는것을더좋아하는다소특이한어린이였습니다.건축을배우는학생들에게조언을해달라는부탁을받으면“건축실물을많이보라.”고답합니다.책을읽는다거나건축잡지를보는것만으로는건축의진정한가치를알수없다고생각합니다.건축실물을접하고그공간을직접체험하는것이수만권의책을읽는것이상의가치가있습니다.-29쪽<동물애호에서건축애호로>중에서
그때까지의인생은부모님이나선생님에게‘뭔가’를들은대로살아왔다고도할수있습니다.정해진날에시험이있고,정해진날까지도면이나논문을제출하지않으면안되었습니다.대학생이되어도아직모든것을남이정한규칙대로살고있었던것입니다.하라연구실에들어가처음으로스스로움직이지않으면남이아무것도해주지않는다는가장중요한것을배웠습니다.그것이인생의본질이라고저는생각합니다.그러나사람들은대부분학교가,선생님이,상사가,회사가말하는대로,명령한대로인생을끝냅니다.계속불평하면서도들은대로살고있습니다.명령을듣는일이없어졌을때는이미정년이되어있어앞으로뭔가를시작할수도없는때늦은상태가되어있습니다.
92쪽,<꿈꾸던아프리카여행이가르쳐준것>중에서
어느시대나건축은시대의거울입니다.그것이거울이었다는것은시간이지나면지날수록잘보입니다.첨단디자인으로보였던모더니즘건축은순식간에전세계에퍼졌고,특히공업화의챔피언이었던미국에서는폭발적인기세로모더니즘건축물이건설됩니다.특히미스반데어로에는자신이교장을했던혁신적인디자인학교바우하우스가나치에폐쇄당한것을계기로미국으로망명합니다.그리고유럽시절에는그림만그렸을뿐이고실제로는실현하지못했던초고층유리건축물을제2차세계대전뒤호경기를구가하던미국에서차례로실현해갑니다.그리하여제2차세계대전을계기로건축문화의중심이유럽에서미국으로이동한것입니다.118쪽,<미국유학에서깨달은일본의매력>중에서
저는다행히늦게출발하여1980년대세상의흐름전체를비판적으로볼수있게되었던것입니다.어떻게하면그‘세련’됨을넘어설수있을까,하고필사적으로생각했습니다.영원히‘세련’될수있는것은없습니다.오늘‘세련’된것은내일이되면촌스러워집니다.그러나시간의흐름속에있으면그영구불변의대원칙을보지못하기십상입니다.건축에뜻을둔젊은이는꼭지금의‘세련’됨에현혹되지말고짓궂은눈,삐딱한눈을키웠으면좋겠습니다.
150쪽,<첫건축,‘탈의실’같은이즈의집>중에서
창피당하는걸두려워하지않고질문하는것이도전의첫걸음입니다.그래서저는어떤현장에서도계속물어봅니다.“그러한것도모릅니까?”라는말을들어도전혀기가죽지않습니다.창피당하는것을피하려고한다면지금까지의디테일과디자인을그저되풀이하게됩니다.현장에서는창피당하는것이가장중요합니다.186쪽,<예산제로의건축,돌미술관>중에서
확실히건축과음악은무척닮았습니다.둘다리듬이있고음색이있으며멜로디를갖고있습니다.그러나음악은흐르는것이고건축은얼어붙어있다는주장에는동의할수없습니다.건축또한흐르는것이지얼어붙어있지않습니다.근대유럽에서건축을그림이나사진으로찍고그것을이용해건축을말하거나평가하는방법이일반화되면서건축은얼어붙어있다는오해가생겨난것입니다.실제건축은하나로이어진연속된시간적체험으로나타나는것입니다.회화나사진에서얻을수있는체험과는본질적으로다릅니다.거기에이르러가까이다가가고안을돌다다시떠나가는시간의흐름이야말로건축인것입니다.그러므로저는디자인을시작하기전에그장소로가서그곳에흐르고있는독특한리듬과음색을들어보려는것입니다.
197-199쪽,<일본의시골에서세계의시골로,중국의대나무집>중에서
평판을소중히하라는말이구태의연한설교로들릴지도모르겠지만,인터넷시대이기에더욱주변평판이중요해졌습니다.그런평판을쌓아가야비로소큰건축을설계할기회가찾아오는것입니다.그런의미에서인터넷시대의건축가에게는장거리주자로서주변에두루마음을쓰며오랫동안계속달릴수있는자질이요구됩니다.장거리주자는기다리는사람이라는뜻입니다.하나씩신용을얻도록노력하고그것이쌓여가는것을참을성있게기다리는사람이라는의미입니다.기다리지못하는사람에게는건축을할기회가찾아오지않
습니다.
223쪽,<상자형이후의건축을찾아서>중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체험한뒤앞으로건축의과제는‘큰상자’를어떻게해체할까하는것입니다.‘큰상자’는콘크리트,철이라는딱딱하고무거운소재로가능했습니다.반대로코로나이후에는나무,천,종이라는부드럽고가벼운자연소재로자연속에녹아드는건축물을짓는것이테마가됩니다.인간을자연에서멀어지게하고인간에게스트레스를계속주었던콘크리트나철의건축에서자연과일체화하는부드러운건축으로향하지않으면안됩니다.앞에서말한카사엄브렐러는그런시대의건축을탐색하는하나의시도라고해도좋겠지요.244-245쪽,<나가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