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력
Description
노망도 능력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유쾌노화 방법
‘노인력’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건망증이 생기고, 비틀비틀 걷고, 시도 때도 없이 한숨을 쉬고, 눈이 침침해지고, 한 이야기를 또 하게 된다. 이런 노화의 징후를 통틀어 세간에서는 ‘노망났다’ ‘망령 들었다’ 같은 말로 비하하고 늙기를 기피해 왔다. 그러나 20세기 말 일본, 이 현상에 숨어 있는 가공할 미지의 힘이 발견되었다. 그것이 바로 ‘노인력’이다. 『초예술 토머슨』 『노상관찰학 입문』 등을 통해 기발한 개념과 유쾌한 필체를 선보인 아카세가와 겐페이가 이 책 『노인력』에서 다시 한번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유쾌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전한다. 더 이상 나이 먹는 게 두렵지만은 않게 될 것이다. 어차피 피할 수도 없다.

저자

아카세가와겐페이

저자:아카세가와겐페이
1937년가나가와현요코하마에서태어났다.현대미술가,소설가로무사시노미술대학교유화학과를중퇴했다.1960년대전위예술단체‘하이레드센터(HighRedCenter)’를결성해전위예술가로활동했다.이시절동료들과도심을청소하는행위예술〈수도권청소정리촉진운동(首都??掃整理促進運動)〉을선보였고,1,000엔짜리지폐를확대인쇄한작품이위조지폐로간주되어법정에서유죄판결을받기도했다.1970년대에는《아사히저널》과만화전문잡지《가로(ガロ)》에「사쿠라화보(櫻?報)」를연재하며독자적비평을담은일러스트레이터로활약했다.1981년‘오쓰지가쓰히코’라는필명으로쓴단편소설「아버지가사라졌다(父が消えた)」로아쿠타가와류노스케상을받았다.1986년건축가후지모리데루노부,편집자겸일러스트레이터미나미신보와‘노상관찰학회(路上?察??)’를,1994년현대미술가아키야마유토쿠타이시(秋山祐?太子),사진가다카나시유타카(高梨豊)와‘라이카동맹(ライカ同盟)’을,1996년미술연구자야마시타유지등과‘일본미술응원단(日本美術?援?)’을결성해활동했다.2006년부터무사시노미술대학교일본화학과객원교수를지냈다.지은책으로는『노인력』『센노리큐』,공저로는『일본미술응원단』『교토,어른의수학여행』등이있으며이외에도수많은책을남겼다.국내에소개된책은『초예술토머슨』『침묵의다도무언의전위』『신기한돈』『나라는수수께끼』『사각형의역사』와공저서『노상관찰학입문』등이있다.2014년10월26일일흔일곱의나이로타계했다.

역자:서하나
건축을공부하고인테리어분야에서일하다가직접디자인하기보다감상하는것을더좋아한다고깨달았다.이후일본으로건너가동경외어전문학교에서일한통번역과정을졸업하고안그라픽스에서편집자로일했다.현재는언어도디자인이라고여기면서,일한번역가와출판편집자를오가며책을기획하고만든다.『토닥토닥마무앙』『초예술토머슨』『저공비행』『느긋하고자유롭게킨츠기홈클래스』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1부
무슨말씀하시려는지잘압니다
건망증의힘은어디에서나오는가
‘아’가붙는한숨
식후차한잔의한숨
노인은집의수호신
노인력으로가득찬구급차
깊이생각해봐야아무짝에도소용없다
노인력태동의시기를파헤치다
소련붕괴와취미의관계
중고카메라와취미의노동
아침신문을보며생각했다
잠드는힘을파헤치다
도쿄돔의공석
노인력은물체에작용한다
택시에두고내린라이카
1년에한번건강검진
하룻밤지난정보는미련없이버린다
1부를마치며

2부
클리어버튼이있는세상
넘어져도그냥일어나지않는힘
물리적으로증명된노인력
대포동미사일과혁명적낙관주의
잠들어버릴테다
곤약감자의마을
시골의힘을분석하니
소토보의외딴섬이지닌노인력
오용하는노인력이라는말
먹고마시고쓰는날들의기록
배수진의눈에둘러싸여
묫자리를준비하다
파리호텔에서곯아떨어지다
우주의곁길
들어가면서점점사라지는욕조
마지막소원
2부를마치며

이책을마치며
글이처음실린곳
역주

출판사 서평

그거좋네,노인력.
건망증이즈뷰티풀.
1990년대,아카세가와겐페이는《도쿄신문》문화란에한신조어에관한에세이를기고했다.그에세이는적지않은반향을일으키며잡지《지쿠마》연재로이어졌고,1998년9월에세이를엮은단행본이나오자출판사에는‘지금까지상상도한적없는’문의가쇄도했으며,일본에서매년연말꼽는‘신어·유행어대상’최종10개후보에오르며그화제성을입증했다.이신조어는예상하시다시피이책『노인력』의제목과같다.
처음‘노인력’이라는말을발안한것은‘노상관찰학회’의건축가후지모리데루노부와일러스트레이터미나미신보로,이들의발견에는소재가있다.바로아카세가와겐페이자체다.후지모리데루노부와미나미신보는발견자,아카세가와겐페이는발견(의매개)물인셈이다.“소재인내안의어떤무언가에서이두사람이노인력을발견했다.”여기서어떤무언가는우리가흔히노망,망령,치매같은말로불러온것이다.두사람보다나이가많은아카세가와겐페이는“내가먼저노망노인이되는게당연하다.전혀이상한일이아니다.”라며“이런호칭으로불려도별로거부감은없다.”라고하지만,정작부르는사람들은마음에걸리기마련이다.앞선말들에는노화의성질을비하한다는공통점이있기때문이다.
나이를먹는건자연스러운일이다.누구나언젠가는노인이된다.발견자두사람도나이를먹으며차차노화의성질이드러나고있었다.이름이나용건,약속따위를잊어버리는게일상이되고몸여기저기에문제가생겼다.일본은유교국가가아니지만역시윗사람을노망노인이라고부르는건찜찜하기도했다.그런이유로찾아낸,더나은표현이‘노인력’이다.“이렇게해서인류는처음으로노망을하나의능력으로인지하게되었다.”

위험해도노인력
오용해도노인력
책에서꼽는노인력의특징으로는건망증뿐아니라한숨도있다.어딘가에앉을때“아고고고,읏샤.”하며,앉고나서는“아-아.”하고한숨을쉰다.“보통의‘읏샤’는아직힘쓰는일이라는의미가있지만,그앞에‘아고고고’가붙으면노인력이라고보아도틀림없다.”여기에“아-아.”가붙으면더적극적인노인력이라고설명한다.식후차한잔을마시며,하루의끝에맥주한잔을마시며,뜨거운욕탕에몸을담그며,“아-아.”하고한숨을쉬어서피로를내보낸다는것이다.첫한숨은무의식중에나오더라도,그후에다시한번한숨을쉬면일부러피로를내보내기위해서다.“적극적인조로의힘이라고할까.거기에서노인력에대한의욕같은게느껴진다.”
아카세가와겐페이는장난스럽게풀어내고있지만,노인력은사실위험하다.증가할수록죽음에이르는마이너스의힘이다.책에서저자는응급실에실려가는가하면,그의동료들과함께건강검진을받는장면도수차례등장한다.노인력이높아질수록,즉노화가진행될수록정기적인건강검진은중요한법이다.그런데담당의사는“착실하게노인력이증가중입니다.”“노망이중간에멈추는일없이확실하게유지될겁니다.”같은말을한다.노인력은결국농담이다.근래주목받은‘실버센류’에서엿보인것이바로노인력이다.노인력은스스로가피할수없는죽음에가까워지고있음을상기시키면서도,그사실을무겁지않게알려준다.
앞서말한바와같이노인력은마이너스의힘인데,‘노인이지닌물리적에너지의양’으로잘못해석해다음과같은상황에서오용되곤한다.‘아직은젊은사람에게지지않는다.’‘아직은이정도짐은문제없다.’‘아직은밤샘따위아무것도아니다.’‘아직은술한병이야거뜬하다.’이는노인이자기를쥐어짜발휘한플러스의힘으로,흔히운운하는노익장에가깝다.물론나이를먹어도기력이넘친다면엄청난일이지만,이런힘은언젠가약해진다.인간뿐아니라모든동물이필연적으로그렇다.“거기서“약해질수없어!”하면서저항하는대신“이것은약해지는게아니라힘의변화다.”라고생각하는게노인력이다.”다만저자는이런오용사례가넘쳐나는것조차,‘그것이말의숙명’이라며받아들인다.이런일에하나하나기를쓰고해명하기보다가볍게넘기는것또한노인력이만연해진이의일상일것이다.

한국도곳곳에서
발견되는노인력
한편아카세가와겐페이는노인력이일본의독자적힘이아닌지고찰한다.서양에서맥주를마시며한숨을쉬는건보지못했으니말이다.다만이부분에서꼼꼼하고끈기있는연구보고를기다린다고했으니,한국의노인력을찾아보았다.같은동북아라그런지한국도곳곳에서노인력이발견된다.성별을막론하고노소를가리지않는다.누군가의이름이기억나지않아“그,저사람,있잖아,그있잖아.”하며한참헤매본사람은알것이다.종래에는이름을떠올리려는노력조차포기하고심지어“얘,저기야.”“누구야.”그냥이렇게대명사로불러버리기도한다.노인력을전적으로수용한것이다.
또한국인누구나공감할만한노인력이라고하면역시‘물건찾으며노래부르기’가아닐까싶다.자잘한잡화를찾으며‘양말이어디에있나.’‘휴대폰을어디다뒀을까.’혼자생각만하는게아니라듣는사람도없는데입밖으로내혼잣말을한다는것만으로도노인력이느껴지건만,한술더떠중얼거림에곡조를붙여버리는것이다.대체로특별히정해진게아닌정체불명의곡조다.이러면노래를부르는동안즐거워지므로,좋은기분이여운으로남아물건을찾지못해도크게개의치않는다.어딘가에는있겠지,언젠가찾을수있겠지,아무것도급하지않다는듯이못찾은채둔다.잊은것도노인력,잊어버렸는데여유부릴수있는것도노인력이다.
아카세가와겐페이는프로야구에서노인력의필요성을역설하기도했다.“힘을빼려면힘을뺄수있는힘이필요하다.노인이되면자연스럽게노인력이생겨힘이빠진다.하지만젊었을때는자연스럽게힘을뺄수없다.의식해서힘을빼야한다.즉의식적으로노인력을미리발휘해야한다.”이때한국의동네수영장도좋은예다.힘을빼야물에뜬다고하지만대부분젊은이로구성된기초반사람들은도통힘을뺄줄모른다.힘을빼는힘이없기때문이다.반면숙련반은거의노인이포진해있다.그들은힘을뺄줄안다.노인력이충만한곳이다.한국의동네수영장은수영도배울수있지만,무엇보다노인력을배우는곳이라고할수있다.

신체의저속노화와함께
정신의저속노화를
이책의말미에이르러아카세가와겐페이는노인력이예술임을선언한다.텔레비전방송을위해노인력이구현된사물을찾아다니며,낡고묘하고좀스러운물건을발견할때마다웃다가“이것은예술이라고밖에할수없네요.”라는말을하고만것이다.노인력은현역에서벗어난세상의역학인데,예술또한현역에서벗어나있다.생산성이없고세상에도움이안되는것같다.하지만또다른방면에서는빠릿빠릿하다.“정·재계에서본다면예술은노망스러움이나휘청휘청이나망령이나배회노인아닌가.”예술이라고하니아카세가와겐페이가한마을에서발견한“노인은집의수호신”입간판의존재도떠오른다.공항반대운동을위해준비한입간판인데,사용하기도전에반대운동이이기는바람에잔뜩남은입간판에뭔가의미있는문구를적어서마을에세워두었다고한다.이입간판은쓸모없지만잘보존된,일종의‘초예술토머슨’아닌가싶다.
“이렇게노인력은귀중하고쉽게손에넣을수없는데도의외로모두가싫어한다.”동서고금을막론하고불로불사를향한열망이있었다.수많은사람이늙는것과죽는것을두려워했다.실버산업이호황이라고는해도더이상생산할수없고사회에기여할수없는노인의존재는사실상소외되며,노인그자신도스스로를쓸모없는존재로여긴다.그러나늙지않는사람은없다.다시금강조하건대누구나언젠가는노인이된다.한편에서는‘저속노화’바람이부는세상,신체의노화를늦추는것은물론유의미하다.하지만노화그자체를자연스럽게받아들일줄도알아야한다.노인력의개념은유쾌하게늙어가는방법을알려주고,이는곧세대사이의간극을줄이며사회적으로정신의저속노화를실현한다.이를통해노인을공동체의일원으로다시바라보게되면,언젠가우리모두가노인이되어살아갈세상을더낫게만들어갈수도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