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택 : 공동체를 설계하는 건축
Description
2024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이 야마모토 리켄에게 돌아갔다. 톰 프리츠커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연구해 온 그를 “단순히 가족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새로운 건축 언어를 제안한다.”라고 평했다.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과 나카 도시하루가 함께 쓴 『탈주택』은 산업혁명 이후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1가구 1주택’이라는 개념을 비판하며, 건축을 통해 새로운 주거 방식을 모색하는 책이다. 두 건축가는 단순히 더 나은 주택이 아니라 건축으로 삶의 방식, 나아가 공동체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1부에서 야마모토는 과거 사랑방처럼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시키이(閾)’라는 개념을 내세워 주택 안팎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그가 설계한 판교하우징과 강남하우징을 비롯한 건축물 7개를 분석해 그가 말하는 건축적 대안의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2부에서 나카는 ‘시키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킨 주거 모델을 탐색한다. 공동체를 이루는 것을 넘어, 지역 경제와 영향을 주고받는 건축물 2개의 구조를 자세하게 풀이한다.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두 건축가의 특별 서문을 실었으며, 한국에서 공동체와 지역사회에 관해 연구하는 건축가 박창현의 감수를 더해 책의 논의를 더욱 충실하게 전달했다.

저자

야마모토리켄,나카도시하루

저자:야마모토리켄
도쿄예술대학원미술연구과건축학전공을수료했고1973년야마모토리켄설계공장을설립했다.2007부터2011년까지요코하마국립대학원교수를지냈으며2018년부터2022년까지나고야조형대학학장을역임했다.주요작품으로사이타마현립대학,공립하코다테미래대학,요코스카미술관등이있으며취리히,톈진,베이징,서울등에서복합시설,공공건축,집합주택등을설계했다.1988년과2002년에일본건축학회상을,1998년에마이니치예술상을,2000년에일본예술원상을수상하는등다수의수상경력이있으며2024년에건축계의노벨상인프리츠커상과국제예술부문문화청장관표창을수상했다.주요저서로『신편주거론(新編住居論)』『권력의공간/공간의권력』『마음을연결하는집』(공저)등이있다.

저자:나카도시하루
도쿄대학원공학계연구과건축학전공을수료했고2001년부터2008년까지야마모토리켄설계공장에서근무했다.2009년부터2011년까지요코하마국립대학원YGSA의설계조수로활동했으며2012년에나카건축설계스튜디오를설립했다.2016년베니스건축비엔날레일본관에출품했으며주요작품은SCOPTOYAMA,가나자와미술공예대학(공동설계),식당이딸린아파트,가즈사키보노사토오무카이상등으로,지역커뮤니티를의식한작품을다수설계했다.주요수상경력으로는2014년에굿디자인금상,2016년에일본건축학회신인상,2024년에도야마현건축문화상등이있다.주요저서로『두개의순환2つの循環』『마음을연결하는집』(공저)이있다.

역자:이정환
경희대학교경영학과와인터컬트일본어학교를졸업했다.(주)리아트통역과장을거쳐현재전문번역가및동양철학·종교학연구가,역학칼럼니스트로활동한다.옮긴책으로『마음을연결하는집』『구마겐고,나의모든일』『이토도요의어린이건축학교』『지적자본론』『디자이너생각위를걷다』『백』외다수가있다.

감수:박창현
서울을기반으로건축,공간,가구를디자인하는건축가다.2013년에이라운드건축을설립하여건축의사회적관점에관심을두며작업한다.공용공간에서이루어지는사람과사람의연결,건물과건물의접점을통해동네의연결을공간적으로제안한다.최근완공작으로공동주택인써드플레이스시리즈와정발산주택등이있으며2002년부터2018년까지경기대학교와고려대학교에서건축을가르쳤다.2013년부터는국내외건축가80여명의인터뷰와언형세미나LanguageandForm를통해건축계의독자적인지도를그려나가고있다.에이라운드건축은2013년에서울시건축상을,2014년에김수근프리뷰건축상을,2019년에독일아이코닉어워드를,2020년과2024년에일본굿디자인상을수상하는등다수의수상경력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출간에부쳐
들어가며

서문|주택에갇힌‘행복’|야마모토리켄
노동자를위한주택
사생활이라는행복의형태
핵가족은가족진화의최종형태인가
시키이라는공간
지역사회권
내부에경제구조가존재하는주택

1부|시행|야마모토리켄

모든것은여기에서부터시작되었다―구마모토현호타쿠보제1단지
스캔들
집합주택의무엇이문제인가
집합이론
본질적인모순

공영주택은누구를위한것인가―요코하마시영주택미쓰쿄하이쓰
작은구획이좋다
주택이라는건축공간의문제

SmallOfficeHomeOffice―베이징젠가이SOHO
베이징대학에서의강연
외부로개방하는계획

작업실로도사용할수있는주택―시노노메캐널코트1구역
내부의프라이버시,내부의행복
투자대상이된주택
갖춰지지않은제도

비즈니스가가능한가설주택―헤이타모두의집
마지막강의를하는날부터
주택공급시스템의무기력함

한국공영주택의자유―성남판교하우징
샐러리맨가족을위한주택
작은광장,커먼데크의자유

커뮤니티를만드는방법―서울강남하우징
거대집합주택
지금까지는없었던배치계획
마주보는관계,그리고옥상의텃밭
일을하는장소가커뮤니티를만든다

2부|제안|나카도시하루

작은경제의건축공간―식당이딸린아파트
1.작은경제를지렛대삼아열린생활환경을만들다
거리와자연스럽게연결된생활환경
다용도중간영역을만들다
소프트웨어의디자인:상부상조하는관계를맺는다

2.설계과정
무엇을만들것인지생각하면서설계한다
식사의가능성
식당이있으면기뻐할거주자는?

3.식당이딸린아파트의현재
전시장같은가구디자이너의SOHO주택
출세운을만든다?3층의SOHO주택
공용세탁실은모두함께사용한다
예전부터식당이있었던것처럼
마르셰가열리는날은작은가게가많아
친목회에서펼쳐지는작전회의
보다,알다,먹다
공유오피스의진열선반

4.작은경제
작은경제란
시설로서의전용주택
제도와시설의공진
작은경제의가능성

순환하는공간으로―고혼기의집합주택
작업실이있는주택으로이루어진일자집
건축의형태로빗물을모으다
두가지순환을겹치다

발문|료가와마치의공동체감각|야마모토리켄

마치며
감사의말
감수자의말
도판출처

출판사 서평

이제는1가구1주택이후의삶을설계할때
고립된밀실에서연결된집으로

오늘날우리가살아가는집의형태는너무나익숙하다.한가구가한채의주택에살고,내부는가족구성원만의공간으로구성된다.높은담장과굳게닫힌철제현관문은확실한경계선이되고,각가정은철저히독립된단위로기능한다.하지만이런주거방식은언제부터시작된것일까?그리고우리는왜이것을‘상식’으로받아들이게되었을까?

2024년프리츠커상을수상한일본의대표적인건축가야마모토리켄은『탈주택』을통해‘1가구1주택’이라는현대주택형식이근대산업화과정에서형성된구조적산물일뿐,절대적이상향이아니라는점을지적한다.산업혁명이후도시로몰려든노동자들의주거문제를해결하기위해대량공급된노동자용주택이오늘날까지이어진것이다.당시주거모델은국가와산업자본가가노동력을효율적으로관리하는시스템의일부였으며,오롯이노동력을재생산하는기능에집중되었다.남성은근무지에서일하고여성은집에머무르며가사를도맡는다는분업체제하에서자녀를양육하는데적합한환경으로고안된것이다.이렇게흩어지지않고한주택안에집중된균일한노동력은제각각이지않은균일한생산력과그대로연결되며,직접적으로는산업자본가가취하는이윤으로연결되었다.

그러나지금은그때와다르다.노동의형태도가족의형태도변화했다.핵가족이중심인주택모델은더이상현대사회에적합하지않으며,오히려사회적고립과이웃간단절을부추기는결과를낳았다.야마모토리켄과나카도시하루는기존주거방식에의문을던지며‘1가구1주택’의패러다임을넘어선새로운공동체적주거모델을제안한다.제목그대로,기존주택형식을탈피해새로운삶의방식으로이끄는건축적대안을제시한다.

모두가사이좋게지내는것이진정한공동체라는착각

지역사회는점점더단절되고공동체는사라져간다.이웃과의교류는줄어들고각자의집에서일어난문제는철저히개인의책임으로전가된다.층간소음,주차문제같은이웃갈등은고조되지만정작이를해결할수있는공동체적기반은사라진지오래다.

야마모토는이러한단절이단순한사회적현상이아니라건축과주거방식에서비롯된문제라고본다.오늘날주택은프라이버시보호를최우선으로설계된다.하지만이구조는사생활보호를넘어,이웃과의관계형성을원천적으로차단해버리고만다.

두저자는모든사람은‘공동체’라는더큰틀안에서살아가며이를회복하지않는한,우리의삶은더욱고립될것이라고경고한다.그들이말하는공동체란단순히친목을나누고사이좋게지내는이웃관계가아니다.각가구가지역경제와연결되고자연스럽게상호작용하는환경을조성하는것이야말로지속가능한공동체의핵심이다.나카는"주택이경제와분리된한,진정한공동체는형성될수없다."라고말한다.주택을그저소비하거나잠만자는장소로전락시키지않고,공동체의본질과도같은‘경제와생활이자연스럽게연결된구조’를만들어야한다는것이다.

이웃을맞이하는현대사랑방,시키이(?)
야마모토는이러한문제를해결하기위해‘시키이(?)’라는개념을제안한다.시키이는일본어로‘문턱’이라는뜻이지만,한발짝으로넘을수있는경계선이아니라이쪽과저쪽의사람들이모일수있는공간을의미한다.주택의안과밖을자연스럽게연결하는중간공간이다.

과거한국의사랑방처럼시키이는사적공간안에존재하지만외부를향해개방된장소다.전통한옥에서는손님을맞이하는공간이었으며,가족구성원이아닌사람들과자연스럽게교류할수있는통로였다.그러나현대주택에서는이러한기능이완전히사라지고,모든문이닫혀버렸다.그렇다고해서무조건외부를향해개방하고주택을공유하라는말이아니다.사랑방같이사적공간안에공적공간을마련해주거공간이완전히폐쇄되지않고자연스럽게이웃과연결될수있도록하자는것이다.

이처럼시키이는그저응접공간이아니라공동체적삶을가능하게하는건축적장치다.오늘날주택이철저히개인화된생활을전제로만들어졌다면,시키이는외부세계를주택안으로끌어들이며관계를회복하는공간이다.

공간이상의관계를설계하는건축가

『탈주택』은새로운주거모델을제안하는동시에,공간을넘어인간관계와공동체를어떻게설계할것인가거듭질문하고실험한다.건축가는물리적인형태만을설계하지않는다.건축물이어떻게설계되느냐에따라사람들이소통하는방식이달라지고사회의구조가변화할수있다.더이상‘1가구1주택’만을고집하는것은시대착오적발상이다.이책은건축가,도시계획가뿐아니라공간과공동체에관심있는모든독자에게새로운통찰을제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