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이스케이프

멜랑콜리×이스케이프

$60.00
Description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뉴미디어아트 2세대 작가 유비호의 2000년 초기작부터 2022년 최근작까지의 전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 첫 이미지 작품집이다. 유비호는 동시대 지식인이자 예술가로서 주어진 임무와 의미를 현실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찾고, 이를 싱글채널비디오, 퍼포먼스,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미디어아트와 긴말하게 연결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유비호의 작업은 디지털을 표방하나 2000년대 미디어아트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즈음의 현실을 반영해 지금 시점에서 봤을 때 최소한의 기술로, 최대한의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시대의 과도기적 성향으로 인해 그의 작품 세계는 선배 세대와 영향을 주고받기보다 자립적인 실험 과정을 통해 탈장르적 성격을 구축했는데, 이런 점 때문에 한국의 뉴미디어아트사에서 그 위상을 새롭게 제고할 수 있다.

유비호 작가의 첫 이미지 작품집인 이 책 『멜랑콜리×이스케이프』는 첫 개인전 〈강철태양〉(2000, 보다갤러리)부터 가장 최근의 〈미제 Incomplete〉(2020, 대안공간루프)까지 그가 23년 동안 일관되게 보여주고자 했던 자본주의에 기반한 동시대의 다양하고 특별한 사건들과 상황들(예를 들면, 형제복지원 사건,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참사, 대구지하철 참사 등)을 투영한 작품들을 총망라해 기록되었다. 특히 이번 작품집에서는 유비호의 작품 세계 저변에 깔려 있는 기본 정서이자, 동시에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드러내는 두 가지 키워드, 즉 ‘멜랑콜리’와 ‘이스케이프’를 전면에 내세워 그의 작품에 내재한 두 개의 의미를 강도별로 스케일화함으로써 그의 작품을 수평적으로 두고, 좀 더 객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제시하고자 했다.

한편, 이를 시각적으로도 의미 있게 풀어보고자 도서의 앞뒷면이 모두 표지로 기능하면서 위아래가 반전되어 중심으로 모이는 방식의 과감한 편집 디자인적 시도도 이루어졌다. 이는 도전적이고 저항적이며 실험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온 유비호 작가에 대한 오마주이면서, 작품집 또한 책 자체로서 하나의 실험적인 작품으로 기능하고자 한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책에 담긴 작가의 방대한 작품을 통해 23년간 한국 사회 속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들과 그중 그가 주목한 역사적 사건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가 던진 비평적 질문이 어떻게 미적 작품으로 환원됐는지 알아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 이미지 작품집에는 유비호의 작품을 초기부터 지켜봐 오며 작품의 시대적 의미를 발견해 온 대안공간루프의 양지윤 디렉터와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의 글이 실려 이해를 도우며,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저자

유비호

2000년첫개인전〈강철태양〉이후동시대예술가들과전시기획자들그리고미디어사회연구자들과함께미디어로서긴밀히연결된사회에서새로운예술적활동들을실행하기위해〈해킹을통한미술행위〉(2001),〈Parasite-TacticalMediaNetworks〉(2004?2006)등을공동조직하고연구하며활동해왔다.또한이활동들을기획하고실행하면서,이전사회와차별화되어나타나는동시...

목차

멜랑콜리MELANCHOLY→M9
에세이ESSAY→M113
작품목록INDEX→M119
이스케이프ESCAPE→E9
에세이ESSAY→E97
작품목록INDEX→E105

출판사 서평

“나의한발은현실의바위에굳건히내딛고,
또하나의발은흐르는물의표면에살포시담그며
역사를성찰한다.”

이글은나의작업노트중일부이다.예술창작활동을하는나에게직면하고있는현재는감각적으로세계를탐색해나가는주요요소라여긴다.나는예술적모토를실행해나가기위해2000년첫개인전발표이후,동시대예술가/기획자/미디어연구자들과함께‘미디어로긴밀히연결되어있는예술과사회연구모임’을공동조직하고활동해왔다.이과정을통해다양한예술적활동을단순한창작행위로만바라보는것이아닌,동시대사회/문화와연결시켜예술적행위/사건이일어나는순간들에집중했다.이시기나의탐색과실험은대략2006년부터2015년의10여년의시간동안진행됐으며,‘예술-사회-행위(ART×ACT×SOCIAL)’에대한질문들을다양한프로젝트들로발표했다.이프로젝트들에서현실의다양한층위에접속할수있는‘개입과탈주’를모색하며,‘빅브라더의통제/감시로진행되어가는불안한사회에대한우울감’등을비디오,퍼포먼스,라이브방송등으로보여주었다.

나는일련의작업을통해근대(성)의정면이보여주는마술환등(phanasmagoria)의환영,이미지,물신의환영들이비추어지는주어진역사에서의위험,비상사태를드러내려했다.단순히상품-교환가치로만연한텅빈세계와미래에대한일방적판타지로서가아닌,구원의대상이자방향으로서의‘지금시간(Jetzeit)’으로충만한다양한시간의장소들을불러오는시도를했다.이런과정에서신화속인물과사건,그리고잊힌시간들에서발견한허구나추측을통해물신으로가득한소비의쾌락과현세의공허한역사에저항하고자했으며,근대성의역사주의에맞서는다층적인질문들을중심으로잊힌사건과재료들을망각에서불러내어,이들을현재와다시연결해다시현재를생경하게만드는작업을진행중이다.

책속에서

〈이너뷰InnerView〉에서유비호는자본주의체제안에서재난이반복적으로발생하게된시스템이나재난의원인을파악하기보다는대신,누군가의책임으로전가하기에급급한상황과정부의안일한태도는바뀌지않았음을발견한다.대부분의유가족들은지독한불운이라한탄할뿐이다.반복되는재난은사회곳곳을멜랑콜리한상태로만들어간다.유비호는멜랑콜리를사회가앓고있는병리적현상으로바라본다.죽음과같은돌이킬수없는절대적상실뿐만아니라,인간에대한실망감을느끼거나인간으로서냉대를당하는다양한층위의멜랑콜리한심리적상황을탐구한다.
---「M9쪽」중에서

벤야민의멜랑콜리는‘출구없는절망위에서도끝없이가능성을모색하는실천적삶’을제시한다.구원의가능성이없어보이는파국적세계에서슬픔을파편적으로제시하여폐허를만드는작업으로이는완결될수없기에무한반복된다.유비호는자본주의가지배하는한국사회를불신하는방식으로그다음의세계를상상한다.절망적사태를기만하지도유희하지도않는변증법적멜랑콜리를유지하면서말이다.
---「양지윤,「멜랑콜리와이스케이프사이」,M115쪽」중에서

〈미제Incomplete〉에서유비호는협업크리에이터를모집하여전시기간중전시장내설치된‘어떤오브제’에대한미적개입을함께수행한다.이런미적개입은전시장내‘어떤오브제’와대립/충돌하거나침투,변이/변태또는증식/성장의작업행위로개별적이고내면적예술행위로다뤄진다.작가는이를‘제도화되고무뎌진미감과의식을낯설게거리두는과정’이라말하고,그과정이쌓여새로운설치물로함께전시공간은변이해간다.이때전시장은조화롭고평화로운상태라는공상속공존이아닌,위험과문제를동반하며함께살아가는현실속공존을구현하는공간으로기능한다.유비호는예술작업을통해일시적이지만자본주의시스템에서탈출해보는훈련을관객과함께해왔다.예술적상상력을통해자본주의체제그다음의세계를함께꿈꾸길바라기때문이다.
---「E9쪽」중에서

예술가의삶과작품세계가흥미로운이유는그것이하나의경우의수인동시에궤적이자경로이기때문이다.한사람의예술가가모든의미를채우지는않는다.유비호의경우우리가보는것은끊임없는왕복운동과떨림,하늘에대한외침과조울증,높낮이의단차와매순간에대한전적인자기동일시,침잠과흥분,집요한추적과유희,세계에대한어쩔수없는받아들임,지적반성과조용한노동이다.이모든것들을떠올리게하는작가란분열적일수밖에없을것이다.그가‘순결하고강인하며아름다운’이라고묘사한가파도의하늘처럼,예술적삶의경로와운동들은덧없어보이지만대체할수없는궤적들을그려내는것이다.
---「유진상,「순결하고강인하며아름다운:유비호에대하여」,E104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