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마주한순간을,어떤이름에게
박선아는작고느리고비밀스러운것을아끼는사람이다.고양이모찌와‘작은집에서,넓은사람과,깊은마음으로’사는것이오랜꿈이다.여러브랜드와함께일하며글을쓰고사진을찍고아름다운것들을모은다.《어라운드》매거진에서에디터로일했으며,당시매거진에연재한글을모아출간한수필집『20킬로그램의삶』은20?30대독자의많은사랑을받았다.이번책『어떤이름에게』에담긴모든편지는여행지에서썼지만여행자체에초점을맞추지는않는다.그저그리운사람들과함께했던따뜻한순간들로이동해그것들을어루만진다.그안에서현재와미래를그려보기도한다.
나지막하고비밀스러운것들
『어떤이름에게』에는천천히보고싶은순간들로가득차있다.기어가는달팽이,천장에비친불빛,용기를냈던날들,세탁소앞강아지의눈웃음,잃어버린고양이를찾는사람의뒷모습,두유와생크림을넣어끓인카레,손전등없는달빛산행……박선아는주위의풍경,색깔,향기,감촉을소중하게붙든다.이것들은사라지지않고그의안에서머문다.
그는장소를가리지않고틈틈이편지를쓰고사진을찍는다.베를린행비행기를기다리며,잠시머무는방에서,크고밝은달을보면서,책을읽다가,그리고이름모를나무아래에서도.커피를주문한뒤잔돈을제대로받지못했지만점원이민망해할까봐눈을마주치지못하고기다리면서도편지를쓴다.바르셀로나의한해변에앉아어떤남성이아이에게바다를보여주는것을바라보며,훗날기억하지못하더라도있어야만하는것들을생각한다.
사진과글이라는두가지언어
“무엇인가에기뻐할수있다는것―축제에,눈에,꽃한송이에…….그무엇에든지.그렇지않으면잿빛일상생활속에서우리는몹시도가난하고꿈이메말라버릴것이다.많은사람들은아주쉽사리자기의동심을잃어버리고알지못하는사이,한사람의스크루지가되어버린다.”(『이모든괴로움을또다시』중에서,전혜린지음)책에인용한전혜린의글처럼,박선아는글과사진을통해우리가스크루지가되지않도록부지런히노력하는지도모른다.
책에들어간모든사진은필름카메라로찍었다.사진과글은어느하나가다른하나의부속이되지않고어우러진다.영국의미술비평가이자소설가존버거는“언어는언제나경험보다적다”라고했다.그렇기에글과그림을함께두어,전달하지못하는방식을줄여보완했다.박선아도『어떤이름에게』에서사진이글의보충설명이,글이사진의캡션이되지않도록했다.두언어를어떻게결합하여독자에게오롯이전달할수있을지고민한것이다.독자는글과사진으로이루어진언어를읽으며저자의경험을들여다본다.
여행에서잡아둔순간이다시먼곳으로
여행지에서는문득소중한이름들,놓치고있었던무언가가떠오르곤한다.아름다운것을보면함께보고싶은사람이나,이전에경험했던비슷한장면이생각나기도한다.안녕이궁금한이들에게바로전화를걸거나메시지를보낼수도있다.하지만잠시멈춰서편지를쓰고,아껴서천천히부쳐보면어떨까.여행지가아니더라도한손에책을든채버스에서,지하철에서,방안에서가볍게읽고쓸수도있다.이책을통해각자자신의소중한이름들을그려볼수있을것이다.십년지기친구에게,좋아하던동생에게,그리운선생님에게,할머니에게,반려동물과식물에게이야기를건네고그들의안녕을바라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