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나, 소설을 써 볼 생각이야.”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뉴욕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필립의 그 여름 이야기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뉴욕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필립의 그 여름 이야기
어느 날 필립은 일을 마친 후 동료들과 술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설을 쓰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난데없는 일이었으며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 필립은 생각한다. 그러나 곧 이것을 “신의 계시”로 여기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켜서 문장을 쓴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라고.
우선 멋진 소설을 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로 생각한 필립은 검색 끝에 마리아너 융게의 『666, 페스트리카』라는 소설을 찾아낸다. 필립이 소설 쓰기의 충동에 빠진 이때, 연인인 마리아 히토미는 친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일본으로 떠난다. 혼자 남겨진 필립은 『666, 페스트리카』를 사기 위해 뉴욕 브루클린의 서점들을 돌아다니지만 좀처럼 책을 찾지 못한다.
소설의 1부가 끝이 날 즈음에 필립은 그토록 원하던 『666, 페스트리카』를 손에 넣는다. 이 책을 찾는 과정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올리비아 후아레스를 만나 그녀가 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여, 거기에서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기도 하고, 예전에 알던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되기도 한다.
필립은 로돌포에게 다가가, 헤이, 여기서 술 마시고 있었네요, 라고 말을 붙이며 옆자리에 앉았다. 로돌포는 필립을 바라봤지만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듯한 얼굴이었다. (중략) 로돌포는 혹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중략) 그러자 로돌포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아니 뭐라고 해야 하나, 인상이 조금 바뀐 느낌인데요, 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필립이 물었다. 어떻게 보면 인상이 뚜렷해진 것 같은데, 또 어떻게 보면 인상이 옅어진 것 같기도 하네요.
-본문 중에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갑작스러운 마음의 일렁임과 함께 필립의 일상은 서서히 출렁인다. 그가 늘 걷던 거리는 같은 듯 다르게 다가오며 평소 무심하게 지나치던 것들이 새삼스럽게 보인다. 매번 보고 듣던 드라마나 음악도 정말로 자신의 취향인지 생각해 보며, 익숙하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필립의 변화를 감지한 듯, 평소 술집에서 자주 만나던 로돌포는 그에게 인상이 바뀐 것 같다고까지 말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서 필립이 단번에 소설을 쓰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에게는 아직 소설 쓰기는커녕 책 읽기도 버거운 일이라, 졸음을 참아 가며 3주에 걸쳐 『666, 페스트리카』를 겨우 다 읽을 뿐이다. 그런 필립에게 일본으로 간 히토미가 보낸 편지가 도착하며 소설의 전반부는 막을 내린다.
‘나’를 직시하는 글쓰기의 시간
그 성숙의 시간 이후에 만나게 될 ‘너’의 이야기
눈치가 빠른 독자들이라면 짐작했겠지만, 필립이 찾아 헤매던 『666, 페스트리카』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 최고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장편소설 『2666』을 연상시킨다. 작품 속에는 볼라뇨 외에도 수많은 작가가 언급되는데, 여기에서 소설 바깥에 있는 작가 박대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시 말해 필립의 모습에는 작가가 읽고 써 온 시간의 기억들이 녹아 있으며,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교차하는 속에서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의 시간 또한 쌓여 간다.
이때 에두아르 르베, 조 브레이너드와 같은 작가는 좀 더 주목할 만한데, 소설의 2부에서 필립이 그들의 글을 ‘모방’하며 글쓰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필립은 멋진 문장을 단지 흉내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그들의 문장을 경유한다. “나는 ○○이다.”라는 르베의 문장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서술하고, “나는 기억한다.”라는 조 브레이너드의 문장을 변주해서 쓰며 자신의 과거를 진지하게 되돌아본다. 그러므로 필립의 문장들은 형식적으로는 르베와 조 브레이너드의 모방이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필립에게만 해당하는 유일무이한 문장들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덮어 버리고 외면하려 했던 자신을 직시하며 필립은 한층 ‘성숙’해지고, 현재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간으로 만들어 갈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끝내주는’ ‘문학’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는 일. 그리고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남기겠다고 마음먹는 일. 이 둘 사이에 놓인 간극은 얼마나 깊고도 먼가. 전자가 숱한 ‘타인’들의 인정을 쫓아 바깥으로 향한다면, 후자는 오로지 자신만이 쓸 수 있고 자신이 반드시 대면해야 하는 일을 직시하며 안쪽으로 파고든다. 그러니까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해제 중에서
이렇듯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은 수많은 작가의 이름을 찾아보던 필립이 끝내 자신의 이름에 도달하며 끝이 난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들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필립 형의 이야기라든가 마리아 히토미의 이야기, 그리고 히토미 아버지의 이야기 등 소설 속에서 다 전개되지 않고 파편적으로 흩어져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필립은 이제 겨우 자신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했을 뿐, 아직 본격적인 소설 쓰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은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고 나서야 볼 수 있는, 수많은 ‘너’의 이야기들의 출현을 예고하며 끝이 아닌 끝을 맺는다. 필립 로커웨이는 그해 여름 이후 어떤 계절을 겪게 될까? 필립 로커웨이의 계속될 이야기들, 그 시작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우선 멋진 소설을 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로 생각한 필립은 검색 끝에 마리아너 융게의 『666, 페스트리카』라는 소설을 찾아낸다. 필립이 소설 쓰기의 충동에 빠진 이때, 연인인 마리아 히토미는 친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일본으로 떠난다. 혼자 남겨진 필립은 『666, 페스트리카』를 사기 위해 뉴욕 브루클린의 서점들을 돌아다니지만 좀처럼 책을 찾지 못한다.
소설의 1부가 끝이 날 즈음에 필립은 그토록 원하던 『666, 페스트리카』를 손에 넣는다. 이 책을 찾는 과정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올리비아 후아레스를 만나 그녀가 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여, 거기에서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기도 하고, 예전에 알던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되기도 한다.
필립은 로돌포에게 다가가, 헤이, 여기서 술 마시고 있었네요, 라고 말을 붙이며 옆자리에 앉았다. 로돌포는 필립을 바라봤지만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듯한 얼굴이었다. (중략) 로돌포는 혹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중략) 그러자 로돌포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아니 뭐라고 해야 하나, 인상이 조금 바뀐 느낌인데요, 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필립이 물었다. 어떻게 보면 인상이 뚜렷해진 것 같은데, 또 어떻게 보면 인상이 옅어진 것 같기도 하네요.
-본문 중에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갑작스러운 마음의 일렁임과 함께 필립의 일상은 서서히 출렁인다. 그가 늘 걷던 거리는 같은 듯 다르게 다가오며 평소 무심하게 지나치던 것들이 새삼스럽게 보인다. 매번 보고 듣던 드라마나 음악도 정말로 자신의 취향인지 생각해 보며, 익숙하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필립의 변화를 감지한 듯, 평소 술집에서 자주 만나던 로돌포는 그에게 인상이 바뀐 것 같다고까지 말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서 필립이 단번에 소설을 쓰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에게는 아직 소설 쓰기는커녕 책 읽기도 버거운 일이라, 졸음을 참아 가며 3주에 걸쳐 『666, 페스트리카』를 겨우 다 읽을 뿐이다. 그런 필립에게 일본으로 간 히토미가 보낸 편지가 도착하며 소설의 전반부는 막을 내린다.
‘나’를 직시하는 글쓰기의 시간
그 성숙의 시간 이후에 만나게 될 ‘너’의 이야기
눈치가 빠른 독자들이라면 짐작했겠지만, 필립이 찾아 헤매던 『666, 페스트리카』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 최고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장편소설 『2666』을 연상시킨다. 작품 속에는 볼라뇨 외에도 수많은 작가가 언급되는데, 여기에서 소설 바깥에 있는 작가 박대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시 말해 필립의 모습에는 작가가 읽고 써 온 시간의 기억들이 녹아 있으며,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교차하는 속에서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의 시간 또한 쌓여 간다.
이때 에두아르 르베, 조 브레이너드와 같은 작가는 좀 더 주목할 만한데, 소설의 2부에서 필립이 그들의 글을 ‘모방’하며 글쓰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필립은 멋진 문장을 단지 흉내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그들의 문장을 경유한다. “나는 ○○이다.”라는 르베의 문장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서술하고, “나는 기억한다.”라는 조 브레이너드의 문장을 변주해서 쓰며 자신의 과거를 진지하게 되돌아본다. 그러므로 필립의 문장들은 형식적으로는 르베와 조 브레이너드의 모방이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필립에게만 해당하는 유일무이한 문장들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덮어 버리고 외면하려 했던 자신을 직시하며 필립은 한층 ‘성숙’해지고, 현재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간으로 만들어 갈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끝내주는’ ‘문학’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는 일. 그리고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남기겠다고 마음먹는 일. 이 둘 사이에 놓인 간극은 얼마나 깊고도 먼가. 전자가 숱한 ‘타인’들의 인정을 쫓아 바깥으로 향한다면, 후자는 오로지 자신만이 쓸 수 있고 자신이 반드시 대면해야 하는 일을 직시하며 안쪽으로 파고든다. 그러니까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해제 중에서
이렇듯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은 수많은 작가의 이름을 찾아보던 필립이 끝내 자신의 이름에 도달하며 끝이 난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들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필립 형의 이야기라든가 마리아 히토미의 이야기, 그리고 히토미 아버지의 이야기 등 소설 속에서 다 전개되지 않고 파편적으로 흩어져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필립은 이제 겨우 자신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했을 뿐, 아직 본격적인 소설 쓰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은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고 나서야 볼 수 있는, 수많은 ‘너’의 이야기들의 출현을 예고하며 끝이 아닌 끝을 맺는다. 필립 로커웨이는 그해 여름 이후 어떤 계절을 겪게 될까? 필립 로커웨이의 계속될 이야기들, 그 시작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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