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14.00
Description
“나, 소설을 써 볼 생각이야.”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뉴욕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필립의 그 여름 이야기
어느 날 필립은 일을 마친 후 동료들과 술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설을 쓰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난데없는 일이었으며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 필립은 생각한다. 그러나 곧 이것을 “신의 계시”로 여기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켜서 문장을 쓴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라고.
우선 멋진 소설을 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로 생각한 필립은 검색 끝에 마리아너 융게의 『666, 페스트리카』라는 소설을 찾아낸다. 필립이 소설 쓰기의 충동에 빠진 이때, 연인인 마리아 히토미는 친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일본으로 떠난다. 혼자 남겨진 필립은 『666, 페스트리카』를 사기 위해 뉴욕 브루클린의 서점들을 돌아다니지만 좀처럼 책을 찾지 못한다.
소설의 1부가 끝이 날 즈음에 필립은 그토록 원하던 『666, 페스트리카』를 손에 넣는다. 이 책을 찾는 과정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올리비아 후아레스를 만나 그녀가 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여, 거기에서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기도 하고, 예전에 알던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되기도 한다.

필립은 로돌포에게 다가가, 헤이, 여기서 술 마시고 있었네요, 라고 말을 붙이며 옆자리에 앉았다. 로돌포는 필립을 바라봤지만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듯한 얼굴이었다. (중략) 로돌포는 혹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중략) 그러자 로돌포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아니 뭐라고 해야 하나, 인상이 조금 바뀐 느낌인데요, 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필립이 물었다. 어떻게 보면 인상이 뚜렷해진 것 같은데, 또 어떻게 보면 인상이 옅어진 것 같기도 하네요.
-본문 중에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갑작스러운 마음의 일렁임과 함께 필립의 일상은 서서히 출렁인다. 그가 늘 걷던 거리는 같은 듯 다르게 다가오며 평소 무심하게 지나치던 것들이 새삼스럽게 보인다. 매번 보고 듣던 드라마나 음악도 정말로 자신의 취향인지 생각해 보며, 익숙하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필립의 변화를 감지한 듯, 평소 술집에서 자주 만나던 로돌포는 그에게 인상이 바뀐 것 같다고까지 말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서 필립이 단번에 소설을 쓰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에게는 아직 소설 쓰기는커녕 책 읽기도 버거운 일이라, 졸음을 참아 가며 3주에 걸쳐 『666, 페스트리카』를 겨우 다 읽을 뿐이다. 그런 필립에게 일본으로 간 히토미가 보낸 편지가 도착하며 소설의 전반부는 막을 내린다.

‘나’를 직시하는 글쓰기의 시간
그 성숙의 시간 이후에 만나게 될 ‘너’의 이야기

눈치가 빠른 독자들이라면 짐작했겠지만, 필립이 찾아 헤매던 『666, 페스트리카』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 최고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장편소설 『2666』을 연상시킨다. 작품 속에는 볼라뇨 외에도 수많은 작가가 언급되는데, 여기에서 소설 바깥에 있는 작가 박대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시 말해 필립의 모습에는 작가가 읽고 써 온 시간의 기억들이 녹아 있으며,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교차하는 속에서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의 시간 또한 쌓여 간다.
이때 에두아르 르베, 조 브레이너드와 같은 작가는 좀 더 주목할 만한데, 소설의 2부에서 필립이 그들의 글을 ‘모방’하며 글쓰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필립은 멋진 문장을 단지 흉내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그들의 문장을 경유한다. “나는 ○○이다.”라는 르베의 문장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서술하고, “나는 기억한다.”라는 조 브레이너드의 문장을 변주해서 쓰며 자신의 과거를 진지하게 되돌아본다. 그러므로 필립의 문장들은 형식적으로는 르베와 조 브레이너드의 모방이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필립에게만 해당하는 유일무이한 문장들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덮어 버리고 외면하려 했던 자신을 직시하며 필립은 한층 ‘성숙’해지고, 현재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간으로 만들어 갈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끝내주는’ ‘문학’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는 일. 그리고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남기겠다고 마음먹는 일. 이 둘 사이에 놓인 간극은 얼마나 깊고도 먼가. 전자가 숱한 ‘타인’들의 인정을 쫓아 바깥으로 향한다면, 후자는 오로지 자신만이 쓸 수 있고 자신이 반드시 대면해야 하는 일을 직시하며 안쪽으로 파고든다. 그러니까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해제 중에서

이렇듯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은 수많은 작가의 이름을 찾아보던 필립이 끝내 자신의 이름에 도달하며 끝이 난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들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필립 형의 이야기라든가 마리아 히토미의 이야기, 그리고 히토미 아버지의 이야기 등 소설 속에서 다 전개되지 않고 파편적으로 흩어져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필립은 이제 겨우 자신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했을 뿐, 아직 본격적인 소설 쓰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은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고 나서야 볼 수 있는, 수많은 ‘너’의 이야기들의 출현을 예고하며 끝이 아닌 끝을 맺는다. 필립 로커웨이는 그해 여름 이후 어떤 계절을 겪게 될까? 필립 로커웨이의 계속될 이야기들, 그 시작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저자

박대겸

부산출생.2018년문예지『영향력』에「빛의암호」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9년안전가옥앤솔로지『미세먼지』에「미세먼지살인사건-탐정진슬우의허위」를수록했다.

목차

1부
2부
해제
작가후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나’를직시하는글쓰기의시간
그성숙의시간이후에만나게될‘너’의이야기

눈치가빠른독자들이라면짐작했겠지만,필립이찾아헤매던『666,페스트리카』는가르시아마르케스이후라틴아메리카최고의작가라는평가를받는로베르토볼라뇨의장편소설『2666』을연상시킨다.작품속에는볼라뇨외에도수많은작가가언급되는데,여기에서소설바깥에있는작가박대겸의취향이고스란히드러난다.다시말해필립의모습에는작가가읽고써온시간의기억들이녹아있으며,다양한작가와작품이교차하는속에서『그해여름필립로커웨이에게일어난소설같은일』의시간또한쌓여간다.
이때에두아르르베,조브레이너드와같은작가는좀더주목할만한데,소설의2부에서필립이그들의글을‘모방’하며글쓰기를시작하기때문이다.필립은멋진문장을단지흉내내기위해서가아니라,자기자신을제대로들여다보기위해그들의문장을경유한다.“나는○○이다.”라는르베의문장을통해자신이누구인지서술하고,“나는기억한다.”라는조브레이너드의문장을변주해서쓰며자신의과거를진지하게되돌아본다.그러므로필립의문장들은형식적으로는르베와조브레이너드의모방이지만,그내용에있어서는필립에게만해당하는유일무이한문장들이라할수있다.그간덮어버리고외면하려했던자신을직시하며필립은한층‘성숙’해지고,현재를지금까지와는다른시간으로만들어갈가능성을지니게된다.

‘끝내주는’‘문학’같은키워드를검색하는일.그리고타인이아니라자신의이야기를써서남기겠다고마음먹는일.이둘사이에놓인간극은얼마나깊고도먼가.전자가숱한‘타인’들의인정을쫓아바깥으로향한다면,후자는오로지자신만이쓸수있고자신이반드시대면해야하는일을직시하며안쪽으로파고든다.그러니까‘그해여름필립로커웨이에게일어난소설같은일’이무엇이냐고묻는다면,바로이순간이아닐까?
-해제중에서

이렇듯『그해여름필립로커웨이에게일어난소설같은일』은수많은작가의이름을찾아보던필립이끝내자신의이름에도달하며끝이난다.하지만소설속이야기들이완전히끝난것은아니다.필립형의이야기라든가마리아히토미의이야기,그리고히토미아버지의이야기등소설속에서다전개되지않고파편적으로흩어져남아있기때문이다.필립은이제겨우자신에대한글쓰기를시작했을뿐,아직본격적인소설쓰기는시작되지않았다.
다시말해『그해여름필립로커웨이에게일어난소설같은일』은자신을제대로마주하고나서야볼수있는,수많은‘너’의이야기들의출현을예고하며끝이아닌끝을맺는다.필립로커웨이는그해여름이후어떤계절을겪게될까?필립로커웨이의계속될이야기들,그시작점으로여러분을초대한다.

추천사

박대겸과만나면볼라뇨를주제로한이야기가대화의6.66%를차지한다.『그해여름필립로커웨이에게일어난소설같은일』에서도볼라뇨가이야기된다는점에서내게이소설은무엇보다볼라뇨에대한독후감또는그독후감의요약본으로읽힌다.물론그요약본에서가장중요한부분은작가가그동안글을써온시간의기억일것이다.볼라뇨를비롯한다양한작가와작품이교차하며다층적으로쌓인시간들이필립로커웨이의세계속에충실히녹아있다.한편으로는더없이첫소설다운소설이기도하다.모방을통한취향이고스란히드러난다는점과솔직할정도로투명한‘나’에관한이야기라는점에서말이다.소설의결말에서암시되는것처럼앞으로‘너’에관한이야기를써나갈수있기를응원한다.
-박세형(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