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백 년 길, 오 년의 삭제 (부동산 광풍에 신음하는 부산의 길을 찾아간 현장 답사기)

부산 백 년 길, 오 년의 삭제 (부동산 광풍에 신음하는 부산의 길을 찾아간 현장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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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간이 외로운 까닭은 길이 아닌 벽을 세우기 때문이다.”
개발과 매립으로 사라진, 부산의 21곳을 기리는 길 위의 사회학
오랜 시간 부산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일선 선임기자로 활동하는 저자가 필 끝을 부동산 개발에 스러져 가는 부산의 길로 겨누었다. 2018년에 한 번, 2023년에 또 한 번 부산의 곳곳을 걸으며 오 년이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부산의 길이 지워졌는지, 무엇이 사라졌고 무엇이 우리에게 아직 남아 있는지 톺아보았다. 도시화와 산업화라는 말로 포장된 무자비한 개발이 앗아간 것들에 “위령제라도 지내자는 심정으로” 걷고 썼다. 사람과 물자가 흐르는 자연스러운 생김새인 길을 찾는 여정이자 “삶터의 속살을 보고자 하는 행보”였다.

그곳 어른들은 조망권을 즐길 겨를이 없었다. 젊을 땐 어두운 새벽을 헤치고 일을 나가면 별을 보면서 퇴근하기 일쑤였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여유를 즐기는 자체가 사치였다. 그분들이 노년에 이르자 이제 고층 건물들이 그 전망을 독차지해 버렸다. 젊어서도 늙어서도 조망권은 언제나 남 몫이었다. “바다는 우리만 볼게”라는 부자들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 ‘들어가며’ 中

자연은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없는 것일까

부산을 둘러싼 바다, 그 바다가 주는 황홀한 경관을 사람들은 더 이상 자연이 주는 선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떻게 경치 좋은 곳을 선점하여 건물을 올릴 것인가 골몰하기 바쁘다. 그 자리에 원래 무엇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풍경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는다. 옛 마을의 역사가, 주민의 추억이, 죄 없는 자연이 가차 없이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는 ‘○○동 마지막 오션뷰 아파트’, ‘전 세대 오션뷰!’라고 으쓱대는 현수막들이 즐비하게 매달려 있다. 그렇게 모두가 누려야 할 공유재산이 고층 “오션뷰”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일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된다.

호주 시드니에 더들리 페이지라는 평지가 있다. 시드니항의 아름다운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소이다. 그 땅은 원래 더들리 페이지라는 인물의 개인 부지였다. 이 사람은 그곳의 멋진 전망을 혼자 보기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앞쪽에 어떤 건물도 짓지 않는 조건으로 이 부지를 시드니시에 기부했다. 이처럼 자연은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을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일까. - ‘들어가며’ 中

우리가 잊어버린, 그리고 잃어버린 부산의 역사와 자연을 기억하고자
100만 걸음을 직접 걷고 쓴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록

『부산 백 년 길, 오 년의 삭제』는 도시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마구잡이로 굴을 뚫고, 다리를 놓고, 건물을 올리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또한 우리가 잊지 않고,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와 삶의 흔적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눈을 의심케 하는 도심 속 황토 벌판〉에서는 재개발과 아파트 공사로 황폐화된 7곳에 대해 썼다. 2부 〈망각을 바라는 흔적 유실의 현장〉에서는 우후죽순 들어서는 건물에 밀려나고 지워진 옛길에 담긴 추억과 사연을 이야기한다. 3부 〈파도가 덮치는 몽돌이 쓸리는 해조음〉에서는 과거와 현대, 변화와 정체 사이에 놓인 다양한 도시의 흔적을 다룬다. 이렇듯 저자는 자본과 욕망의 굴레 속에 처참히 삭제되어 가는 도시의 면면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비추며,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길에 자연, 공존, 역사 등의 가치가 담겨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

이준영

울산학성고등학교를졸업했다.부산대학교에서사회학을,부산교육대학교교육대학원에서인문교육을전공했다.부산일보사에서일선기자와논설위원역할을주로맡았다.한국이라는공동체에서나타나는여러모순의근원을지나친수도권집중으로여긴다.그런차원에서문제점을파악하고해결책을마련하고자하는글을많이썼다.‘부산의길’에관심을둔것도그와무관하지않다.국가지명위원회에서고향지명을애전(艾田)으로바로잡도록불을댕겼다.모두자기를둘러싼환경을잘이해하지못하는지식과행위는소용이적다는인식에근거한다.서양고전의계통을세워읽고,토론하는모임에큰의미를두고있다.『나를만난오뒷세이아』,『유혹으로읽은일리아스』,『헤로도토스역사따라자박자박』을더불어출간했다.부산교육대학교에서〈인문학과글쓰기〉를강의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

Ⅰ.눈을의심케하는도심속황토벌판
1.부동산욕망에불붙인동해선개통(부산교대~송상현광장)
2.지우개로지운칠판같은백년고갯길(우암동소막마을)
3.‘정중앙’마저뽑아버린재개발의위력(당감시장~동평초등학교)
4.아파트건설에밀려난‘피란민의성지’(서구아미동순례)
5.‘마천루’,‘신기루’구별을어렵게하는골목(용호동전통마을~오륙도SK뷰아파트)
6.찢기고잘려나간삶의흔적들(지겟골~못골옛길)
7.간극과비틀림을확인한영도의허리(영도중리~한국해양대)

Ⅱ.망각을바라는흔적유실의현장
1.뱃길들머리에부는변화의바람(덕천역~구포장)
2.잊힌조방과사라지는매축지마을(조선방직옛터~매축지)
3.키가크는이유는볕이아니라자본(남천동~대연동옛해안길)
4.개발욕망에스러지는‘근대의향기’(초량길)
5.갈잎…모래톱…추억과함께콘크리트밑으로(신평역~에덴공원)
6.문학·음악의낭만도그만재개발굉음에(일광면해안가)
7.비워지는100년기억의창고(민락동옛해안길)

Ⅲ.파도가덮치고몽돌이쓸리는해조음
1.단절과삭제사이에놓인그어디쯤(서동~금사동)
2.손잡고이어지는섬과포구,‘부산의다도해’(낫개역~몰운대)
3.100년길훼손을걱정한4㎞여정(남포동역~송도해수욕장)
4.북항변화에빨려들어가는배후지(영도봉래·남항길)
5.빠름과느림,변화와정체의고개‘대티’(대티고개~괴정동)
6.도시화에묻힌시·공간의흔적들(전포카페거리)
7.40일만에만난의문의‘삭제’현장(심상소학교라인)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