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도시 타코야키

해저도시 타코야키

$15.00
Description
작은 빛이 모여 죽은 지구를 되살리는 심해 판타지 연작
《재와 물거품》 김청귤의 신작 소설집
김청귤의 인물들은 그렇게 발 디딜 곳 없는 곳에서 끝까지 서 있는 법을 보여준다._천선란(소설가)

재작년 《재와 물거품》으로 한국 환상소설장에 신선한 충격을 불어넣었던 김청귤이, 이번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육지가 모두 바다로 덮인 지구에서 생존을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간 인류의 이야기를 여섯 편의 연작으로 묶어냈다. 바다를 무대로 인물들이 나누는 무지갯빛 사랑을 경험해가면서 지구의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해볼 기회가 바로 여기 있다.

빙하에서 퍼진 전염병로부터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자 분투하는 가족과 연인의 이야기가 담긴 〈불가사리〉에서 시작해, 배 위에서 생활하며 떠도는 인간과 물속에 적응한 신인류와의 갈등(〈바다와 함께 춤을〉〈파라다이스〉), 이후 해저도시에 정착하여 생존을 모색하는 시절(〈해저도시 배달부〉〈해저도시 타코야키〉), 그리고 물속의 신인류가 지구의 회복을 도모하는 시기(〈산호 트리〉)로 이어진다.

저자

김청귤

아주오랫동안,즐겁고행복하게글을쓰고싶은사람.2019년안전가옥단편공모전에〈서대전네거리역미세먼지청정구역〉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대표작으로는『재와물거품』이있다.앤솔로지로는『미세먼지』『귀신이오는밤』『몰라도되는마음,땅속의귀신들도이미,여름의봄』이있다.

목차

불가사리
바다와함께춤을
파라다이스
해저도시배달부
해저도시타코야키
산호트리

해설|미래를색칠하는파국과환상심완선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는멸망과죽음을향해달려가고있었지만,
그래도웃는날이더많을거라믿었다”

물에잠긴지구에서춤추고사랑하는존재들의해피엔딩

2021년장편소설『재와물거품』으로한국환상소설장에신선한충격을불어넣으며독자들에게큰사랑을받았던소설가김청귤이,인플루엔셜문학브랜드‘래빗홀’의첫책으로연작소설집『해저도시타코야키』를선보인다.총6편의단편소설이묶인이번연작은기후변화로인해빙하가모두녹고육지가사라져가는지구에서생존을위해바닷속으로들어간인류의이야기를담는다.

이연작은빙하가녹아땅이바다로뒤덮이고먹을것마저부족해진미래를배경으로한다.전염병이돌고각박해진사람들사이에서도서로사랑하며우애를나누는인물들을보여준다.수록된단편들은시기적순서에따라배치되었는데,맨앞에위치한〈불가사리〉에서식량난과전염병에시달리는시기가제시된다면,그다음단계로배위에서생활하며떠도는인간과물속에적응한신인류가등장하고(〈바다와함께춤을〉〈파라다이스〉),이후해저도시를건설해파편적으로생존하는형태가정착되었다가(〈해저도시배달부〉〈해저도시타코야키〉),마침내물속의신인류만이남아세계의회복을희원하는시절(〈산호트리〉)로이어진다.

“우리는지금내일을훔치고있다”
환상적인바다를탐험하며지구의미래를생각해보게되는이야기

어른들은바다를두려워했다.지구가점점뜨거워지면서빙하라는커다란얼음덩어리가순식간에녹아서어떠한대비도못한채대부분의땅이물에잠겼다고했다.해일에풍화되어남은땅들마저깎여나갔고육지자체가자취를감췄다고했다.(〈바다와함께춤을〉,p.65)

노벨평화상후보에올랐던환경운동가그레타툰베리는이렇게말했다.“당신들은자녀를사랑한다고말하지만오히려지금그들의미래를훔치고있다.”눈앞의이익을위해공장을돌리고오로지효율만을추구하는21세기를살아가는우리에게‘환경문제’나‘기후위기’는망가진알람처럼실감없는말이되어버린듯싶다.〈해저도시배달부〉의보름은버려진스노볼을들여다보며이렇게말한다.“저런쓸모없는것들이세상에너무많아서모든땅이물에잠긴걸텐데.”(p.124)

김청귤의소설속인간은동물을이용해유전자를편집하고,해저도시를건설하는등지구의주인처럼행동한다.생존을위해절박해질수밖에없다하더라도“인간들에게이용당한동물도,결국지구도억울할것”(p.22)이라고작가는지적한다.한편,인간들의이기심과대비되는존재로수인(水人)이등장한다.이들은바다생활에적응하고수중호흡까지가능하며,생태계와어우러진삶을살아간다.기후소설(Cli-fi)이김초엽,천선란,단요작가등의소설로큰주목을받는시기를맞았다.한국의판타지소설에서기후위기와해수면상승에대한절망적인문제의식을반영하며,2020년대의Cli-fi흐름을이끌어갈또하나의아이콘이바로김청귤의이번소설이되리라기대된다.

망해버린세상에서도노래하며춤추는존재들
연악한빛을모아회복을향해가는사랑의공동체

나도모르게방울소리에맞춰흥얼거렸다.라라라.가사는없지만그건노래였다.빙그르르돌고,손을위아래로둥글게말고,폴짝폴짝뛰어다녔다.포대자루에머리와팔을뺄수있게구멍만낸옷이라움직임에제약이있었지만날막을수는없었다.나는박자와노래에맞춰춤을췄다.사장님은타코야키를굽는것도멈춘채내움직임에맞춰방울을흔들고있었다.타코야키가까맣게타서연기가나고있는데그게마치나를위한특수효과처럼느껴져서웃음이터져나왔다.(〈해저도시타코야키〉,p.198)

김청귤은사회적으로약한위치에놓였지만당당하게자신을드러내며삶을삶답게지켜낼줄아는아름다운존재들에주목해온작가이다.전작에이어이소설집에서도멸망직전의오늘을살아가며서로를지키고자하는간절한사랑이가득담겨수록작들을따뜻한무지갯빛으로물들인다.이여섯편의소설은모두단단한정상성의세계에틈을열어내고다채로운관계를그려낸다.딸을낳고병을낫게해주기위해기꺼이희생하는두명의어머니(〈불가사리〉),자신을이용하려고만하는혈연가족과달리보름을진심으로아껴주는배달부언니들(〈해저도시배달부〉),무참한폭력을견디며서로를살리기위해물거품이되길선택하는소녀들(〈파라다이스〉)등익숙하게규정되기어려운관계안에서주고받는깊은사랑을보여준다.

그렇기에소설마다의결말이표면적으로는인물들이사라지거나죽음에이르는식이라하더라도,책장을덮으며우리마음속에남는인상은분명히‘해피엔딩’일것이다.작가는물질적풍요가불러온재난을비판적으로묘사하는데그치지도,대책없는낙관으로빠져들지도않는다.모든희망이사라진세계에서도노래하고춤추며가치있는하루를고민하고사랑할용기를내는인물들을통해희미하나마빛나는희망을키울수있다고말한다.연약해보이지만누구보다강한힘과의지를가지고있는이들은회복된지구와새로운가능성을끝내열어보이고,온세상을밝은“노란빛으로물들”(p.250)인다.『해저도시타코야키』는브레이크를잃은듯파국을향해달려나가는오늘이지만,지금내가가장사랑하는당신을위하여,조금더나은내일을상상할수있는용기를얻게될거라는믿음을전해주는소설집이다.

추천사

“바다는평등하고기술은잔혹하며진화는참혹하다.하지만김청귤의인물들은그렇게발디딜곳없는곳에서끝까지서있는법을보여준다.발끝으로선인물들은평등한재난앞에서각기다른태도로버틴다.역시나그곳에서도이기적으로구는인간은존재하지만역시나그곳에서도공존과협력을택하는이들이있다.김청귤의글은우리가끝끝내놓지말아야할것이있다면,옆에선사람을끌어안으려는몸짓이라고말하고있다.우리의삶이,우리의모습이어떤것으로변하든.
-천선란(소설가)

주인공들은일찌감치“나도언젠가바다의일부가될”줄을예감한다.이들은인간에대한원망없이사랑을담아작별인사를한다.죽음은“바다에서태어나바다로돌아가는것뿐”,“자연은돌고도는”것이다.육체를잃는과정은현실의속박에서자유로워지기위한통과의례다.죽음은영원과불멸을약속한다.이들은인간들사이의작은유토피아에서바다라는거대한유토피아로,가본적없지만자신이마땅히속할세계로귀환한다.
-심완선(SF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