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15.00
Description
“죽어간 사람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순간,
역사는 전진한다.” - 변영주(영화감독)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사라진 이야기를 모아 침묵을 부수는 회복의 여정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인 2023년, SF 소설가 황모과가 이 사건을 모티브로 타임슬립 역사소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광복절을 맞아 출간한다. 작가는 일본에 체류하며 유가족 및 증언 수집가, 연구자 등을 인터뷰했고, 과거 학살 현장 및 추모비 등을 면밀히 취재하여 당시 정황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이 소설은 재난의 공포가 불러온 비틀린 분노와 평범한 악의 민낯을 강렬하게 그려내며, 살인에 대한 처벌도 죄책감도 부여하지 않은 시스템적 학살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식민지 이주민과 사회주의자, 부락민, 장애인 등 은폐되고 왜곡되어온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복원하고자 애쓴다. 이 소설은 날짜로는 사흘의 시간을 다루지만, 과거를 반복 체험하는 인물들의 눈으로 재난의 풍경과 비극적 참상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역사학이나 사회학이 아닌 문학으로, 사실보다 더 절실한 진실을 담아내는 이야기로, 1923년 스러져간 많은 생명이 제 목소리를 되찾길 기원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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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모과

일본에이주해만화가스튜디오에서제작스태프로일했고만화관련통·번역매니지먼트일을병행해왔다.창작현장에서생활고에시달리다생계를위해전직,IT기업에서6년일하면서AI부서에서IoT제품의기획개발현장도엿봤다.한국SF를읽으며늦깎이소설가를꿈꾸게되었고다시생활고를각오하고있다.브릿G추천작에『삼호마네킹』,『남겨진자들의시간』,『가족이되는길』이선정됐다.『...

목차

프롤로그_2023간토카타콤베
1부_1923년8월31일금요일밤|1923년9월1일토요일|민호와다카야의첫번째루프
2부_1923년3월말,부산항|1923년9월2일일요일|민호와다카야의두번째루프
3부_1923년9월3일월요일|민호와다카야의세번째루프
4부_1923년9월4일화요일|민호와다카야의네번째루프
에필로그_2023롤백

미주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그들은무덤이되어버린세상을통과해앞으로나아갔다”

SF소설가황모과의타임슬립역사소설
두청년이반복체험하는세번의죽음과단한번의가능성

과거를새로쓰는작업을SF소설이라는형식을통해시도하고있다는점을자부하고있다.당시의진실을찾아보려는누군가와현장을잇는일에이소설이작은다리가되었으면한다.(황모과,‘작가의말’)

2019년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하며데뷔한황모과의신작SF장편소설《말없는자들의목소리》(래빗홀,2023)이출간되었다.작가는지난해1990년백말띠여아선별낙태사건을소재로한SF소설《우리가다시만날세계》로큰주목을받으며‘2022올해의양성평등문화상’신진여성문화인상을수상한바있다.관동대지진조선인학살사건100주기를맞아,그가자신의특장을살려이사건을주제로삼아치열한자료조사와인터뷰,답사등을토대로과거를새로써내며잊혔던희생자들의목소리를되살린다.학술연구를위해타임슬립기술이한정적으로허용되는2023년을배경으로한이소설은1923년9월의민간인학살을조사하기위해두청년이과거로돌아가는구조를통해당시민관합작으로잔혹하게벌어진제노사이드의현장을그려낸다.그러면서도위기에처한상황에서마저서로를구하기위해연대의손을내밀었던평범하고숭고한이들의지워졌던사연들을복원하며더나은내일의가능성을제시한다.

살려는자와살리려는자,외면하는자와돕는자
어긋나버린발길끝에형벌처럼빠져버린무한회귀의지옥

그일은일어나지말았어야했다.
일본수도권어딘가,민호와다카야는나란히언덕을오르며똑같은말을정반대입장에서떠올렸다.검붉은노을이핏물처럼언덕위에내려앉았다.민호와나란히걷던다카야는잠시걸음을멈추고검붉은태양을올려다봤다.뜨기시작하는해인지저물고있는해인지구분할수없었다.너무오래이곳에머물렀다.이제는끝내고싶었다.끝나지않는비극을반복해원점에서마주하는일은그만해야했다.적어도자신과같은한개인이짊어질수있는업보가아니었다.(pp.7~8)

이이야기는이렇게시작된다.역사적사건의진상을조사하기위해타임슬립기술을사용하는국제기구인터내셔널싱크로놀로지(syncronology)는정반대의정치적입장을가진조직에서인원을선발해과거로조사단을파견하고있다.왜곡된자료수집을방지하고균형과화합을도모하기위해서다.이번에도싱크로놀로지는두명의청년을선발하여1923년9월간토대지진시기로보낸다.홀로코스트진상규명위원회에서일하는한국인청년민호와우익재단에서장학금을받는일본인청년다카야.민호는당시식민지노동자로서많은이를구한마달출과김평세를관찰해야하고,다카야는말더듬는장애를가지고있지만낙후지역에약을공급하고자노력하다가죽음을맞은약장수미야와키다쓰시를관찰해야한다.이미결정된과거는싱크놀러지의기술로도바뀔수없다는안내를받았지만,민호는자기눈앞의죽음을지나치기어려워하여번번위기를맞는다.살려는자와살리려는자,외면하는자와돕는자의어긋난발길은어디서만나게될까?

1923년9월을가득채운혼란과광기,
무고한생명들이사라진뒤침묵만이강요되어온시간

“너이새끼,네가우리딸들을강간하고다닌거지!”
“조선인이밭에서작물훔쳐가고상점약탈하고강간하는거본사람이수두룩해!”
평소조선인들을향해예비범죄자이고불량배라고,언제든폭동을일으킬위험이있는자들이라말하는사람들이많았다.하지만오늘조선인에대한적의의양상은평소와도사뭇달랐다.복구작업에대한희망이옅어질수록분노가적의로변해급격히타올랐다.(p.109)

당시일본간토(관동)지역에서의이유례없는대지진이발생하면서사회적혼란과불안은극악의상태로치달았다.사람들은자연스럽게이비극을탓하고원망할누군가를찾기시작했고,‘우리일본인’과다른‘외부의반역자[불령인(不逞人)]’가타깃이되었다.주민자치조직들은경찰과정부의독려를받아수많은이를무자비하게학살했다.일본정부의방해속에서당시임시정부가조사해독립신문에발표한희생자규모는6,661명이지만,행정기록의은폐증거들도속속제시되며정확한희생자의숫자마저알수없는지경이다.

소설속에서는달출과평세같은조선인를비롯해중국출신의노동자가정치적테러분자로몰려영문도모른채단체로처형되고,사회주의자와노동운동가또한이기회를맞아제거되는과정이그려진다.작가는민족적관점에만한정되지않고일본사회에서전통적으로천대받던부락민과장애인,여성또한혼란의소용돌이에휩쓸리는과정을보여주며“여러배경을고려하고계산해서타깃대상을조율했겠지만실은약자이기때문에선별되어특정된것”(황모과,〈취재기록,기억,노트〉)임을지적한다.더불어군사적편의를위해함부로이용되고죽임을당한동물들과상황을고스란히목격한어린이의존재를병행해묘사하며이학살의의미를기존의민족적관점이상으로확장한다.

면밀한현장취재와유가족·활동가인터뷰
잊어선안될100년전그날의목소리를되살리다

민호는무덤입구에놓인깨끗한물을가져와비석을씻었다.작은빛이반사되어검은돌표면이반짝였다.작은반짝임속에서미세하게다채로운색깔과질감을느꼈다.증언과증언사이,기억과기억사이,기록과기록사이의공백이그렇듯.(p.258)

황모과는이번소설을위해서일본에서유가족및시민사회활동가십여명을인터뷰했고,과거학살현장및추모비등을면밀히취재하여당시정황을생생하게되살려냈다.과거에관한증언과기억,기록은사실을이루지만그공백또한발견되기마련이다.이멀어진시간의빈칸을넘어서문학의진실된언어로희생자들의음성을하나씩더듬어복원해내는과정이이소설의행간에모두녹아있다.그렇게빚어낸인물들이기에달출과평세,미야와키와사요모두생생하게빛날수있었다.

사회적으로외면받는사람들이지만다른사람이위험에놓였을때서로도우며스스로를구하는이당연하고강한연대를확인하고이들의이야기를모아내어견고한침묵의벽을부수어낼황모과의《말없는자들의목소리》.이소설을통해기나긴은폐와무관심속에흐려졌던이사건의진실을바로보고진정한진상규명과치유에이를수있기를희망해본다.

추천사

역사는바뀌지않았지만그역사의소용돌이를겪은사람들은변한다.죽어간사람들의여전히살아있는이야기를가만히들여다보는순간,역사는바뀌지않아도전진한다.학살의비극은여전하지만그심연의야만을버티고바라봐야한다.그것이바로황모과의문학이고과학이라는생각을했다.학살의시간이흐른지100년.그동안우린또다른학살과혐오와광기의순간들을겪었다.이제그모든야만의시간에안녕을고하고미래를향해걷는두청년의모습을상상해봤다.변영주(영화감독)

1923년9월1일,리히터규모7.9의위력을가진일본의관동대지진이시작된다.지옥의문이열린순간조선인들은증오와혐오의작살에노출되고,수많은사람이학살된다.그러나이사실을우리는여전히잘알지못한다.이소설이아픈역사를담으려했다는시도에감사함을느끼는동시에자괴감도든다.이제‘말없는자들의목소리’에귀를기울여보자.최태성(역사강사,작가)